도대체 몇 살이 되면 어른이 되는 걸까. 혼란스럽기는 아홉살 때보다 더하고 바닥은 더 깊어질 뿐이었다. 인간은 조금도 똑똑해지지 않는다. 그렇게 어렴풋이 깨닫기 시작했다. 똑똑한 녀석은 태어났을 때부터 똑똑하다. 바보는 태생이 바보고,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바보가 아니게 ㅗ디는 것은 아니다. 바보는 똑똑한 놈이 경험하지 않는 바보의 인생을 계속해서 되풀이한다. 마흔이든 쉰이든 아홉 살 때와 다르지 않은 후회와 기쁨을 되풀이하는 것이다. 그리고 생각했다. 바보의 인생을 사는 쪽이 더 재미있을지도 모른다고. - P15
우리는 가서 보고, "오오-"하고 합창을 했다. 식탁 위로 그야말로 꿈같은 등이 아련히 빛나고 있었다. 유리도 금속도 모두 반짝반짝 하고, 투명하게 조각한 유리에서는 달콤한 빛이 흘러 나왔다. 조명등에도 상품과 하품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등이었다. 나는 유리코 씨를 대신해서 기뻐했다. 조명등은 여기서 새로이 환생하여 인생을 다시 출발하는 아름다운 젊은 여자가 된 것 같았다. 그 등 아래서 일곱 명이 저녁식사를 했다. 모두 때때로 위를 올려다보며, "이게 어울리는 집은, 일본에서 여기뿐일 거야"라든가, "이 집의 품격이 이거 하나로 바뀌었어."라며. 아름다운 것이 모든 인간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 같았다. 마치 모두의 뱃속에 그 등이 켜지고 그것이 빛을 발하여 모두의 얼굴이 안에서부터 빛나고 있는 것 같았다. 자주 와서 이 빛 아래서 밥을 먹고 싶다고 우리 모두는 생각했다. - P45
언젠가 에베레스트를 올려다보고 그 성스러움에 압도되어 과연 자연은 신들과 함께 있구나, 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 이 신성한 것 앞에서 사람은 그저 엎드릴 뿐이다. 신은 인간의 작은 마음에 기쁨과 경건한 마음이 일어나게 하는 기적을 일으켜 인간이 자연을 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가르친다. 이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게, 저 산들은 언제나 신 그 자체일 것이다. 그런데 저 신성한 것에 오르려 하는, 두려움을 모르는 바보가 있다. 신성한 것을 흙 묻은 발로 더럽히는, 인간으로서의 감수성을 잃은 바보들이 있다. 나는 에베레스트를 올려다보다가 속이 메슥메슥함을 느꼈다. 에베레스트가 더러운 인간에게 강간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산에 오르는가?‘라는 질문에 ‘거기 산이 있으니까‘라고 답한 걸 듣고 사람들은 멋져, 하고 생각하겠지. 그러면 ‘왜 강간했나?‘ ‘거기 여자가 있으니까‘가 멋진 말로 들려?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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