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손 가벼운 여행 쏜살 문고
토베 얀손 지음, 안미란 옮김 / 민음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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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 시리즈를  읽어본 적이 없어 작가의 대표작인 무민 시리즈가 어떤 서정성의 작품인지 모른다. 냉소가 깔린 어른을 위한 동화인가? 그렇다면 이 책은 기존 작품의 팬들을 위한 한정판 같은 느낌으로 출간의 의의가 있을 것이다. 무민 시리즈가 단순히 동화책이라 생각했던 나로서는 선물받은 이 작고 예쁜 책을 읽으며 책의 물성과는 완전히 다른 시니컬함, 때때로는 그로테스크적이기까지 한 내용들에 불쾌함을 느꼈고 출간의도에도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서문이라든지 해설이라든지 하다못해 번역가의 짧은 인삿말 마저도 없어 도무지 출간 의도를 알 수가 없었다. 책에 대해 크게 실망하였기에, 그냥 요즘 트렌드에 맞는 예쁜 책으로 만들어 내어 일단 파는 것이 목적이었나 싶기도 하지만...(어차피 요즘엔 사놓고 안 읽는 사람이 더 많으니까) 


이 책에서 받은 느낌을 풀어 보자면 첫째로는 박완서적인 시니컬함. 속물적이고 별것없는 시시한 인간들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 이는 작중 화자들이 중년이나 노년이 많다는 점과도 연관이 될 것이다. 둘째론 핍진성 없는 현대미술같은 전개. 마치 홍상수 영화같기도 한데 그냥 될대로 되라 대충 현장에서 쓴 스크립트 같은, 인과관계의 고리가 없이 약먹고 쓴거 같은... 개인적 취향이 있겠지만 나는 최소한 책에서는 이런 식의 의식의 흐름을 보고 싶지 않았다. 셋째로는 북유럽인들 특유의 폐쇄적이라고도 볼 수 있는 타인과의 거리두기 정서. 나는 북유럽에 살아 본 적이 있어 그나마 그 맥락과 우울한 느낌을 이해할 수 있었는데 일반적인 한국독자들을 생각해볼때 이걸 어떻게 이해할 수 있지? 싶은 느낌이 있었다. 


자살에 대해 이 책에선 이렇게 말한다.'어쨌건 사람들은 그의 비극적인 죽음이, 좋게 말하면 지나친 행동이고 사실은 부질없는 짓이라고들 생각했다.' 이 작고 예쁜 책에서 이런 식의 에티튜드를 내내 읽고 싶은 사람들이 어디에 있을까? 이 작가의 팬들이라면 당연히 받아들이는 것일까? 누가 좀 알려줬으면... 내가 오독하나 싶어 광고문구도 보고 다른 분들 리뷰도 보는데 이 책에서 '따뜻한 시각' 같은 걸 느꼈다는 건 정말로 동의가 되지 않는다. 


이 책은 박완서보다도 더 차가운 글들이고 (자꾸 박완서 이야기를 하는건 화자가 중년 이상의 여자라는 점, 시니컬하다는 점, 그리고 과거 북유럽의 이야기를 하는것이 과거 50-60년대 한국을 되돌아 보는 것 같은 비슷한 느낌을 주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이 글들에 비한다면야 박완서가 한국전쟁 시절에 대해 남긴 글은 로미오와 줄리엣 쯤으로 로맨틱한 글들이라 말할 수 있으리라. 


여러 단편들 중 그나마 가장 괜찮았던건 표제작인 두 손 가벼운 여행이고 그 글 하나만 봤다면 작가에 대해 괜찮은 느낌을 가졌을 수도 있을거 같다. 하지만 그 외의 글들에는 찝찝함들만 남았고, 물론 그것이 작가가 의도한 것이었을수도 있다. 하지만 독자가 이 예쁜 표지만 보고서는, 혹은 부드러운 띠지의 광고문구만 보고서는 기대할 수 있었던 내용이 전혀 아니었고, 그래서 독자로서 나는 속아넘어갔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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