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보통에 맞추어 드립니다 - 일본 진보초의 미래식당 이야기
고바야시 세카이 지음, 이자영 옮김 / 콤마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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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살때 처음 가게를 열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찻집에 갔을 때였습니다. 그냥 어딘가에 앉아서 그 당시에 막 읽기 시작한 책, 무라카미 하루키의 ‘태엽감는 새‘를 읽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마땅한 곳이 없는지 주변을 둘러봤을 때 그 작은 찻집의 간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처음으로 갔던 그 찻집에서 어떤 극적인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냥 조용히 앉아 책을 읽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처음으로 경험한 ‘어른‘그리고 ‘개인‘의 공간이 너무나도 큰 충격으로 다가와 왠지 모르게 언젠가는 나도 이런 가게를 열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충격을 받은 이유는 학교에서의나도, 집에서의 나도 아닌 나 자신 그 자체를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줬다는 느낌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일반적인 음식점의 경우 마실 것을 많이 주문하는 손님은 매상을 많이 올려주는 좋은 손님이다. 하지만 미래식당의 경우 애초에 일본주를 한 종류밖에 가져다놓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많이 주문하기 힘들다. 오히려 나는 몇 잔이나 주문하는 손님에게 ‘다음에는 드시고 싶은 술을 가져오세요 그러는 편이 더 싸게 마실 수 있어요‘라고 음료반입 서비스를 권하고 있다. 왜냐하면 가게에서 돈을 많이 쓰는 손님은 좋은 손님이지만 한편으로는 강한 손님 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상을 많이 올려주는 단골손님에게 가게가 휘둘리지 않도록, 그 사람들에게만 맞추면 된다고 착각하지 않도록, 고객단가에 엄청난 차이가 발생하지 않게 신경 쓰고 있다.

블로그의 글 작성이나 신문 기고 등 불특정 다수와 커뮤니케이션해야 할 때는 ‘지금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친했던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를 쓴다는 느낌으로 글을 쓴다. 그냥 나와 당신이 있다. 이 최소한의 관계를 끝까지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것이다

미래식당의 시스템은 성선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말을 자주 듣는데, 내가 신경쓰고 있는 것은 그 자리의 성선설이다. 인간은 성인군자가 아니기에 항상 착한 사람으로 사는 것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최소한 미래식당에 있는 동안만은 착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다시 말해 착한 사람이 되기 쉬운 환경을 만드는 것이 시스템을 설계한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돈을 벌어서 이익 내는 것을 전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돈은 투표와도 같은 것이다.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어 이익을 제대로 내는 것이 비즈니스의 대전제이고 운영이자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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