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따위를 삶의 보람으로 삼지 마라 - 나답게 살기 위해 일과 거리두기
이즈미야 간지 지음, 김윤경 옮김 / 북라이프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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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기의 위기는 대개 중년기인 40대 후반에서 60대 전반 무렵에 찾아오는데, 최근에는 이러한 고뇌가 20대 젊은 층에서도 일어나는 저연령화 현상을 보인다. 드물게는 10대 후반에 발생한 경우도 보았다.

...한 가지 원인은 사회적 자기실현이 현실과 동떨어져있다는 데 있다. 현대의 젊은 세대는 정보화의 발달로 인해 어른들이 겉으로 연기하는 ‘사회적 자신, 즉‘역할적 자신‘이 그 무대 뒤에서 얼마나 공허한지를 상당히 이른 나이부터 알 수 있는 환경에서 삵 있다. 따라서 옛날 세대처럼 현실에서 낙관적이고 희망에 찬 장래의 모습을 그린다거나 천진하게 꿈을 향해 나아가기 힘들다.

...이렇게 현대의 젊은 세대는 청년기의 위기를 건너뛰고 바로 중년기의 위기와 다름없는 고민과 마주한다. 그들에게는 장래에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까 하는 사회적 자기실현에 대한 고민보다 한층 더 깊은 곳에 자리한 ‘살아가는 일의 의미를 추구한다‘는 실존적인 굶주림이 오히려 절실한 문제가 되었다.

어른들은 ‘왜 일해야만 하는가?‘하는 질문을 받았을 때 당장 어떻게든 그럴싸한 말을 해주고 싶지만 내심 대답이 궁해진다. 자신은 그런 의문을 품은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때 어른들이 고작 한다는 말은 "사치스러운 고민이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고 했어" "사람이니까 일하는 게 당연하지" 등 궁색한 답변뿐이다. 하지만 이는 ‘애 일해야만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 아닐 뿐만 아니라 헝그리 모티베이션으로 살아온 인간의 정지된 사고를 여실히 드러낼 뿐 전혀 설득력이 없다.

루터는 성서에 자주 등장하는 소명이라는 개념을 일에 종사하는 것은 모두 소명이다 라고까지 확대해석하고 이것을 천직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오늘날 사람들은 이미 신의 명령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기실현이라는 명목으로 본연의 나에 어울리는 직업을 찾는데 힘을 쏟고 있다.

진정한 자아가 자신의 내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본인에 의해 창출되는 ‘새로운 자신‘으로 완전히 개념이 바뀌었다는 점은 참으로 이상한 현싱이다. 게다가 많은 사람이 일 찾기를 통해 자아를 찾을 수 있다고 믿고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진정한 자아가 자신의 내면이 아니라 바깥쪽에 갖춰져 있고, 그래서 이미 사회에 마련된 ‘직업‘에 연결함으로써 자아가 실현된다는 사고방식은 확실히 사람들을 끝없는 자아찾기, 즉 일 찾기의 미로로 몰아넣고 있다.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지정한 자신을 밖에서 찾고 있다는 점과 그것을 직업이라는 좁은 범주에 맞춰서 찾고 있다는 점이다. ...세상에 준비되어 있는 일의 대다수가 노동이라고 불리며 보람이 적고 단편화되어 있는 오늘날, 기존의 선택지 안에서 끊없이 ‘직업 찾기‘에 매달려 헤매고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때로는 자신의 마음=몸이 내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 직업이나 활동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일을 스스로 창출하는 것도 좋고, 어딘가에 이상적인 직업이 준비되어 있다는 환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자신의 자질에 맞고 더 어울리는 직업으로 진로를 변경해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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