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의 텀을 두고 다시 읽으니, 그간 숙성이 되었는지 술술 잘 읽힌다(물론 숙성 된 건 나 자신....). 스토리는 특별하지 않다. 오히려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해도 될 정도.
다만 스토리를 풀어내는 방식이 특이하다.
프레임 속의 프레임. 즉 두개의 프레임을 읽어야 하는데, 눈 여겨 볼 만한 점은 바깥쪽 프레임의 주인공(수잔)도 독자들처럼 독서라는 행위에 몰입 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안쪽의 프레임을 받아 들이는데 있어서 독자의 독서 리듬, 생각, 평가는 어쩔수 없이 ‘수잔’의 영향을 조금이나마 받게 된다. 하여 독자가 대면해야하는 상대는 ‘안쪽 프레임’, ‘그걸 읽는 수잔’, ‘수잔의 피드백에 영향 받는 나’, ‘이 작품을 읽는 나’ 이런 존재가 된다. 자신이 작품에 끌려가는 자아를 의식하고 객관화하는 체험이 가장 인상적이었고 신선했다. 이 영악한 작가님은 독자들이 고고한 태도로 나름 평가해 볼 요량으로 촘촘하고 치밀하게 짜여진 거미줄에 스스로 걸려드는 모습을 보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