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0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김화영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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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름이 무엇이었더라.
아마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을것이다.
˝기˝라고 불리면서 탐정사무소에서 일하며 살아가게 되는것과 기억을 잃지 않은채 어딘가에서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것은 사실상 크게 차이가 없을것이라 생각되기때문이다.
기억을 잃는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알수없다.하지만 은연중에 성격은 변하지 않을것이라는 일종의 믿음같은것이 있다.하여 누군가를 기억하는일을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것보다 그의 분위기나 표정이나 말을 기억하는것으로 대신한다.
허나 내가 이름을 중요시않는다 하여 다른사람들도 똑같다고 말할수 없다.인간관계속에서 이름은 나의 모든 성질의 간판이 된다.그에게는 여러개의 간판이 있었던걸로 기억한다.어느나라 사람인지도 모른다.자신을 기억하는 사람들한테서 그냥 ˝남미사람인것 같다˝라는 말을 전해들을뿐이다.하물며 여권도 위조된것이다.
그는 그 자신이 안개속에 가려진 그림자에 불과하다는것을 느꼈을것같다.흐릿하고 모호하며 불완전하다.(아아...기억을 안고사는 사람들마저 불완전한데 말이다)나는 그가 기억을 찾으려하는 행동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 했는지 알수없다.자신에게서 빠져나간 그 덩어리에 대한 애착인지,무심히 잊고사는것에대한 경멸인지,˝아름다운 시절˝에 대한 갈망인지...그는 마치 금화를 발견한 탐욕스러운자 처럼 자신의 그림자,심지어 티끌에도 전율하고 감격스러워했다.이것을 본질에 대한 추구라고 이해해도 될까?인간들이 오랜세월동안 탐구하고 추구하던 인간의 본질,삶의 의미,생명의 근원...그 모든 추상적이고 뒤틀리고 덧없는 것들.고상하고 성스럽고 학위적인 진리라는것들.그리고 이제는 노쇠하고 뒤쳐지고 경멸을 받는것들.그것이 ˝기˝가 찾던 것일까?

-끝(무뜬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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