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모독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06
페터 한트케 지음, 윤용호 옮김 / 민음사 / 201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퍼니게임˝이라는 영화가 있다.(1997/2007 두가지 버전이있지만 모두 동일 감독이 찍은거라 어느쪽을 보든 크게 다르지 않을것이다.)휴가를 간 가족이 별장에서 침입자한테 묶여 괴롭힘당하면서 죽음을 예고받는다.줄거리는 식상 한데 웃기는것이 침입자들이 관객과 소통을 한다는것이다.심지어 가족에게 폭력을 가하면서 관객한테 보기 거북하면 리모콘으로 빨리감기를 하라고 한다.영화를 보는내내 불편하고 불쾌하다.대체 이런 영화를 왜 찍었는지 씩씩- 거리며 영화관련 글들을 검색해보니 ˝관객에게 불쾌감을 주는게 감독의 의도˝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그때의 기분이란 명치를 쎄게 한대 얻어 맞은 기분이었다.

관객모독이라는 책을 처음 소개받았을때 바로 퍼니게임이 떠올랐다.그땐 아직 퍼니게임을 ˝용서˝하지 않았던때라 `어쭈구리,이것(?)들이 관객을 호구로 아나,내가 두번은 당할소냐...`하는 마음으로 구매를 했다(그러니까 내가 호구가 맞는것 같다).

연극을 본적도 없고 희곡은 중,고딩때 수업에서 접했던 ˝베니스의 상인˝외 기타등등과 ˝파우스트(1)˝밖에 없었지만 우선 관객모독은 희극이지만 희극의 맥락으로 쓰여진것은 아니라는걸 알수있었다.무대위의 캐릭터는 캐릭터라고 하기보다는 연설자같았고 무대아래의 관객들이 더 캐릭터 같았다.말하자면 1)관객이 개입 되어야만 완성되는 연극. 2)연극은 현실에서 오기 때문에 현실(관객의 반응)만큼 생생한 연극은 없다는것 3)내(작가)가 틀을 깨주겠다! 4)관객모독이라서 관객모독을 했을뿐 이라는 생각들이 머리속에서 회오리쳤다.

심지어 책속의 연기자는 순환적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라고 쓰고 연설이라고 읽는다)를 계속 반복해서 주입했다.˝이 곳에선 아무것도 발생하지 않습니다.이 곳에선 아무것도 다 발생합니다.이 곳에선 여러분이 기대하는것은 일어나지 않습니다.....˝같은 얘기를 말이다(쓰고 보니 세뇌과정같다).그러다가 관객한데 욕도하고 어르고 달래기도하고 물도 뿌리고...읽다보니 작가(페트 한트케)가 감독보다 더 악취미라는 생각까지 들게 되었다.만약 둘이 서로 알고지내는 사이 였다면 세기적인 역작이 탄생할수도 있었을것같기도하고...

여하튼 얇고 반복되는 내용의 책이다 보니 휘리릭-하고 읽어버리고 ˝또 당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감독한테 농락당하고 작가한테 모독 당하고...근데 중요한건 기분 나쁘진 않았다는것이다.소통을 했다는 생각도 들거니와 잠시나마 그 상황(책의 내용)에 속해있었다는 착각도 들었다.요즘 한창 떠오르는 가상현실체험이라는 기술보다 이런 문학적으로 전해주는 불친절하고 거친 간접체험이 더 기발하고 정감넘치는 기분을 줬다.더불어 책을 읽고나서 나 혼자 영화를 되새김질하며 극적으로(?) 감독과 화해(?)도 했다는것이다.또한 문학의 무한 가능성을 다시한번 확인하며 즐거운 틀을 깨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고 생각도 했다.

그리고 행복한 호구(?)가 되었다는 후문이다...(주륵..)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