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종
미셸 우엘벡 지음, 장소미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처음으로 본 미셸의 작품이 ˝소립자˝였다.(그것도 불과 몇달 전에)이렇게 선정적이고 적나라한 묘사로 삶의 방황을 이끌어가는 작품은 처음이다.그럼에도 소립자는 선명하고 뚜렷하게 다가왔다.
인상적인 작가를 찾았을때 의례그러하듯이 미셸의 다른 작품도 찾아본다.˝복종˝의 표지가 끌린다.그래서 선택했다.

책 줄거리엔 ˝이슬람,유럽˝이라는 단어가 난무한다.어림짐작으로 요즘 다에시의 테러나 난민의 유입으로 이슬람과 유럽의 관계를 다시 훑는것인갑다 라고 생각했다.아니나 다를까 변두리 지역에서의 폭동,이슬람정당의 정권 탈취...(이 대목에서 이슬람과 유럽에 대한 이해관계 정보가 아예 없는 필자는 읽는게 몹시 힘들었다.)대체적으로 그런 이야기들로 시작한다.주인공은 대학 교수다.위스망스(책을 통해 처음 알게된 작가다)를 연구해왔고 연구의 원인과 목적은 그를 이해하기 위함과 동시에 그를 통해 자신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것 같다.그러니까 책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위스망스 얘기를 한다.표지에 왜 히잡을 쓴 모습이 그려졌는지 망각할 정도였다.그러니까 이쯤되면 책의 홍보문구를 원망어린 눈으로 노려보게된다(물론 표지도).

이제 감정적인것은 살짝 거두어 들이고 조리있게 설명을 시도해보겠다.우선 필자는 무슬림과 이슬람의 차이를 모른다(구태여 알고 싶지도 않다).하여 책에서 무슬림과 이슬람정당은 어떤부분에선 굉장히 대립관계이며 이슬람은 오히려 포용하는 정신을 지닌다는 뜻을 고대로 옮겨쓰겠다.즉 책은 이슬람을 배척하지 않는 설정을 적용했다(˝배척˝이라는 단어를 사용한것은 요즘 다에시때문에 격화된 이슬람전체에대한 증오현상을 암시하고싶어서이다).또한 유럽전체의 침체,무기력함,삶의 본질(?)에 대한 회의감에 빗대어 유럽 기존의 정당들의 쇠퇴를 당연시하면서 이슬람정당의 집권에 힘을 실어준다.이렇게 책의 사회분위기가 완성된다.

이런 배경 하에 일어나는 일들을 이제 풀어보겠다.주인공은 (미셸의 일관된 설정으로) 성적 활동을 매우 무감하게 진행한다.이런저런 시도를 해본끝에 자신과 맞는 여자를 찾게된다(같은 학교 교수).그럼에도 그 여자에대해 호감은 있을뿐 사랑하지 않는다.(여기까지 읽다가 잠시 책을 내려놓고 생각하게 된다.대체 작가는 어떤 충격이나 상처를 받았기에 ˝성˝에 이토록 집착하며 ˝성˝에 집착하는것은 그나마 그것이 고통스럽지는 않다는 결론에 이를수 있을까...)무튼 소립자에서 부터 이어져온 미셸의 ˝성˝집착은 복종에서도 여전했다(그래도 소립자보다는 많이 얌전해 졌다.다시 책을 집어든다).주인공은 여자들이 교육을 받으면 생각이 많아지며 그럴경우 온전히 남편에 몰두할수 없어서 인류의 번식,발전에 영향준다고 생각한다(...).음...므튼 그런 이유로 결혼을 안정적이고 편안한것 보다는 권태와 불안정의 요소로 여기게 되고 고독과 외로움에 허덕이면서도 그 여자와는 어영부영 끝내고말았던것이다.주인공은 쭉 혼자였다.친구를 만나면서도 혼자였고 파티에서도 혼자였고 그 여자와 있을때도 혼자였다.그래서 주인공은 지긋한 고독을 벗어나고자 위스망스를 파고든것같았다.위스망스는 가정적인 여자를 삶에 필요한 요소로 꼽았는데 이것은 주인공의 생각과 매우 비슷했다.헌데 말년에 가톨릭으로 개종하면서 신자가 됐다는것이다.우리의 주인공은 개종전의 위스망스를 찬양할뿐 개종후에는 영 문학적으로 전보다 못하다고 여기게 된다.

그러다가 이슬람정당의 집권이 기정사실로 되고 유럽은 전에없던 큰 변화가생긴다.이슬람교가 아닌 사람은 대학교교수로부터 퇴직해야 되며 여자교수도 더이상 존재하지 못하게 된다.주인공은 퇴직후 여행을 떠나면서 위스망스가 말년에 머물던 성당으로 간다.이제 주인공은 전에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을 어렴풋이 알게 된다.여행후 돌아와 초대된 파티에 참가하면서 주인공은 교수인 동료가 부인을 분배받고 (전보다)멀끔히 살아가는것을 보게 된다.기분이 오묘했을것이다.아마도 저런것이 진정한 구원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을것이다.무시무시한 고통과 고독의 삶에서 구원해주는것.아마 그것을 생각했을것이다.하여 주인공은 이슬람으로 개종한다.이렇게 위스망스와 주인공의 평행이론이 끝나게된다.

이제 제목을 다시 본다.복종.
여자의 복종?
이슬람으로의 복종?
고독에대한 복종?
변화에대한 복종?
역사의 흐름에 대한 복종?

소립자보다는 시시하고 재미없는 책임에 틀림없지만 주인공의 무기력함이 마침 요즘 시들시들해지는 필자의 상태와 비슷하여 생각할꺼리를 짜낼수있었다.-끝-

길고 지루한 독서평보시랴 수고한 그대에게 (사실상 마지막 구절에 감정을 제일 많이 담았다) 심심한 감사의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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