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나면, 나는 항상 나름의 기준으로 점수를 매기고 좋았던 대목과 아쉬운 점을 기록한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럴 수 없겠다. 책이 그것을 원치 않는다. 칭찬이냐 비판이냐를 떠나서 내 ‘평가‘를 받고싶지 않을 테다.
그래도 한 가지만 말하자면, 남자가 읽어도 배우는 게 많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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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너의 사회과학 - 우리 삶과 세상을 읽기 위한 사회과학 방법론 강의
우석훈 지음 / 김영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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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 : 7 / 10

사회과학에 대한 훌륭한 입문서다. 사회과학을 처음 접하는 일반인(혹은 비전공자)이 펼쳐보기에 좋을 것 같다.
‘방법론 강의‘라고 부제에 적어놓기는 했지만 실제로 본격적인 방법론(methodology)을 다루는 것은 아니다. 본격적인 방법론은 논문을 쓰는데나 필요한 테크닉이니까. 대신에, 이 책이 소개하는 것은 사회과학의 목적과 효용 그리고 의미다. 나아가서 사회과학을 더 수월하게 이해하도록 사전지식을 주는 거다. 사회과학이 취하는 관점들, 사회과학 흐름의 분류법, 사회과학을 하는 태도, 사회과학이 나아갈 길 등.
사회과학의 대중화·보편화에 대한 저자의 염원이 돋보인다. 어느 순간부터 사회과학은 전공자만의 학문이 되었다. 80년대까지는 보통 사람도 사회과학을 공부하면서 세상을 배우고 어떻게 바꿀지 고민했는데, 이제는 그런 이들을 찾을 수 없다. 다시 사회과학에 대한 관심을 제고시키고 종국엔 자기만의 사회과학적 연구를 수행하는 저자가 많아지길 염원하는 게다. 사회과학의 실용적 측면을 최대한 부각하는 방식이다. 물론 나도 거기에 동의하고. 사회를 더 좋게 만들려면 모두가 ‘착해지는 것‘보다 모두가 ‘똑똑해지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또 소박하고 담담한 문체로 쓰여져 있지만 언급하는 학자나 다루는 내용 하나하나가 묵직하다. 저자의 내공이 느껴진다. 두 가지에 특히 놀랐는데, 하나는 사상사와 학술적 논쟁의 계보 그리고 일선 학계의 연구성과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 때문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 복잡한 내용을 옆집 아저씨가 말을 걸듯이 쉽게 풀어낸 것이었다([6장. 설명과 이해]가 가장 감명깊었다. 그 지난한 논쟁을 키워드 두 개로 압축하다니!).
다루고 있는 내용에 비해서 서술의 깊이가 가벼운 것이 약간 아쉽지만 전적으로 내 입장이다. 더 많은 일반인이 사회과학에 접근하고 사회과학을 이해하게 되기를 바라는 목적에는 맞춤한 분량과 깊이와 수준이다. 누구든지 읽으면 좋을 양서(7점)다.

ps. 다만 사회과학 전공자가 읽는 것은 다소 조심스럽게 권한다. 일전에 차동엽 신부가 말하기를,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은 책을 딱 한권만 읽은 사람이랬다. 이 책은 사회과학에 대한 훌륭한 입문서다. 그러나 전공자라면 이것보다 더 전문적인 책을 함께 읽어야 한다. 이 한 권을 읽고나서 ‘나는 이제 방법론을 알아‘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런 식으로 면죄부를 주는 용도로 오독해서는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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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 방법론 국제지역연구소 번역시리즈 8
Burnham, Peter 외 지음, 김계동 외 옮김 / 명인문화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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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 : 6 / 10

두 가지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첫째로, 정치학에 특화된 예시와 설명으로 방법론을 배우고 관련된 참고문헌(참고사이트) 목록을 얻을 수 있다. 사회과학 중에서 정치학이 유달리 특별취급을 받아야할 필연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지는 않지만, 그래도 정치학을 공부하는 입장에서 정치학에만 초점을 맞춘 해설서가 있는 것은 참 고마운 일이다. 정치학 전공자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로, 교수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교수들에게는 나쁜 버릇이 있는데, 자기가 아는 것을 남들도 안다고 생각한다. 자기한테 당연한 사실은 남이 보아도 당연한 줄 안다. 그래서 말이 안 통하면 상대방이 뭘 모르고 있다고 여기는 듯하다. 상대가 학생이면 특히 더 심하다. 글쎄, 내가 보기엔 그쪽의 감수성과 소통 능력이 의심스러운데. 어쨌든, 교수들이 사용하는 용어들 중 어떤 것들―존재론, 인식론, 인과성, 추론, 이론, 타당도, 신뢰도, 비교, 제도, 담론 등―은 대단히 정교한 의미를 담고 있다. 그걸 학생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정치학('정치' 말고 '정치학')과 무관한 사람이라면 권하지 않는다. 그리고 정치학 전공자더라도 연구를 직접 하거나 기존 연구를 심도 있게 이해하려는 마음이 없다면 읽을 필요가 없겠다. 언젠가는 도움이 될 교양서적(6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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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리지 않는 법 - 수학적 사고의 힘
조던 앨런버그 지음, 김명남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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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 : 8.5 / 10

어느 영역에서나 맞닥뜨리게 되는 슬픈 일이 있다. 학문도 그렇고 취미도 그렇다. 식견과 심도가 깊어질수록 얻는 기쁨은 더 커지지만 그 기쁨을 공유할 수 있는 폭은 좁아지는 것이다. 좌절스런 일이다. 문턱을 넘어서면 즐거움이 있으되 그 문턱을 같이 넘는 사람은 적다. 좋은 것을 보면 남에게 알려주기 좋아하는 나로서는 아주 슬픈 일이다.
그래서 내가 열광하고 또 높게 평가하는 책은 다름 아니라 ‘어려운 내용을 쉽게 설명하는 책‘이다. 쉽게 설명한다는 것은 단순히 난이도를 조정하는 것이 아니다. 문턱을 낮춘다는 표현으로도 부족하다. 그건 즐거움을 대중화하는 것이다. 기쁨을 널리 알리는 행위다. 그래서 나는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서 쓴 책을 좋아한다.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는 미학을, 김용규의 <백만장자의 마지막 질문>은 신학을,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진화론을 쉽게 설명한다. 사전지식이 부족해도 그것이 주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거다. 그리고 오늘 그 목록에 책 하나를 추가한다. 수학을 쉽게 설명한 <틀리지 않는 법>.
사실 이 책의 목적은 ‘수학을 쉽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쓰이는 수학적 사고방식을 짚어주는 것‘이다. 수학적 증명과정은 안 나온다.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통계나 판단 기준의 배후에 있는 수학적 사고방식을 해석한다. 나는 이 편이 훨씬 좋았다. 수학은 이미 우리 생활 속에 녹아있는데 막상 그걸 사용하는 사람들은 수학을 모른 채 쓰니까 말이다. 일상용어의 수학적 배경을 살펴보는 것은 중요하다. 그걸 알아야 잘못 사용하는 것을 경계할 수 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이 책은 수학이 아니라 과학을 다룬다. 수학은 추상적 논리의 세계를 확장하고 과학은 논리에 기반한 이론을 가지고 현실을 해석한다. 수학은 과학의 밑거름인 게다. 그런데 과학자들이 수학을 잘못 사용하면 세상에는 거대한 오해가 생겨난다. 저자는 수학자로서 그것을 엄중하게 경고하고 있다. 과학자, 특히 통계적 기법을 사용하는 사회과학자들에게는 필수적이겠다. 각종 통계지표를 인용해서 보도하는 기자들에게도 필요할 것 같다. 수치에 압도되거나 현혹되지 않고 사안을 똑바로 보고 싶은 일반인에게도 권한다. 가능하다면 이 책을 이해할 수 있는 모든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다(미국인보다 학교에서 수학을 더 많이 배우는 한국인은 좀 더 유리하다. 책에서는 로그(log)가 생소한 사람을 위해서 별도의 설명을 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 정도는 다 안다). 함께 읽어봤으면 하는 책(8점)이다. 그것도 꼭(+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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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메이커 2017-02-16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 괴물이 된 이십대의 자화상 지금+여기 3
오찬호 지음 / 개마고원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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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 : 8 / 10

2-3년 전 일이다. 개강 초 3월, 대학에서는 ‘과잠(대학과 학과가 표시된 야구잠바)‘을 입은 친구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학과마다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 그리고 문구로 장식되어 있는 과잠을 관찰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어느날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 예의 그 과잠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서 나는 ‘어느 과잠은 색깔이 분홍색이라서 촌스럽더라‘, ‘어느 과잠은 호피 무늬를 넣어서 눈에 띄더라‘, ‘우리 과잠은 가슴에 한자가 너무 크게 박혀 있어서 보기에 이상하더라‘ 같은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그 친구는 ‘어느 과잠에는 학교 이름보다 학과 이름을 더 크게 썼더라‘, ‘어느 과잠은 학과 이름을 일부러 작게 썼더라‘, ‘어느 과잠은 university를 univ로 축약해서 남은 공간에 학교 이름을 더 크게 적었더라‘ 같은 이야기를 했다. 같은 과잠을 보면서도 나는 디자인을 본 것이고 친구는 학교와 학과 문구를 본 것이다. 그 친구는 편입생이었고 학력에 대한 컴플렉스가 있는 편이었다. 그 때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개인적인 성향이려니 싶었던 거다. 그 이후 대학 내에서도 출신이나 전형에 따른 차별이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 때도 일부 모질이들의 전횡인 줄 여겼다. 그리고 이 책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를 보고 나니, 나는 드디어 내가 틀렸다는 걸 깨달았다.
자기계발서가 사람을 참 여럿 망쳐놓았구나 싶다. 이건 명백히 ‘폐해‘다. 젊은이들이 고작 대학 이름을 기준으로 사람들을 차별한다. 대학 배치표 상의 서열을 비판없이 수용하고 그 서열상 자기 아래는 있는 자는 힘껏 깔아뭉개고 자기 위에 있는 자를 만날 때는 두려움에 몸서리 친다. 이 학력위계주의의 구조에서 그들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이며 궁극적으로 구조를 유지하는 동력이다. 슬픈 일이다.
이원석이 <거대한 사기극>와 <인문학으로 자기계발서 읽기>에서 워낙 정리를 잘 해놓아서, 이제 더 이상 자기계발서 관련 서적은 읽지 않아도 되겠거니 싶었다. 그런데 이 책은 자기계발서가 현실적으로 어떻게 우리 사회에 피해를 끼쳤는지 그리고 이십대들이 자기계발의 논리를 어떻게 내면화했는지를 드러내준다. 현 시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함께 읽어봤으면 하는 책(8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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