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 : 8 / 10 2-3년 전 일이다. 개강 초 3월, 대학에서는 ‘과잠(대학과 학과가 표시된 야구잠바)‘을 입은 친구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학과마다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 그리고 문구로 장식되어 있는 과잠을 관찰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어느날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 예의 그 과잠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서 나는 ‘어느 과잠은 색깔이 분홍색이라서 촌스럽더라‘, ‘어느 과잠은 호피 무늬를 넣어서 눈에 띄더라‘, ‘우리 과잠은 가슴에 한자가 너무 크게 박혀 있어서 보기에 이상하더라‘ 같은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그 친구는 ‘어느 과잠에는 학교 이름보다 학과 이름을 더 크게 썼더라‘, ‘어느 과잠은 학과 이름을 일부러 작게 썼더라‘, ‘어느 과잠은 university를 univ로 축약해서 남은 공간에 학교 이름을 더 크게 적었더라‘ 같은 이야기를 했다. 같은 과잠을 보면서도 나는 디자인을 본 것이고 친구는 학교와 학과 문구를 본 것이다. 그 친구는 편입생이었고 학력에 대한 컴플렉스가 있는 편이었다. 그 때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개인적인 성향이려니 싶었던 거다. 그 이후 대학 내에서도 출신이나 전형에 따른 차별이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 때도 일부 모질이들의 전횡인 줄 여겼다. 그리고 이 책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를 보고 나니, 나는 드디어 내가 틀렸다는 걸 깨달았다. 자기계발서가 사람을 참 여럿 망쳐놓았구나 싶다. 이건 명백히 ‘폐해‘다. 젊은이들이 고작 대학 이름을 기준으로 사람들을 차별한다. 대학 배치표 상의 서열을 비판없이 수용하고 그 서열상 자기 아래는 있는 자는 힘껏 깔아뭉개고 자기 위에 있는 자를 만날 때는 두려움에 몸서리 친다. 이 학력위계주의의 구조에서 그들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이며 궁극적으로 구조를 유지하는 동력이다. 슬픈 일이다. 이원석이 <거대한 사기극>와 <인문학으로 자기계발서 읽기>에서 워낙 정리를 잘 해놓아서, 이제 더 이상 자기계발서 관련 서적은 읽지 않아도 되겠거니 싶었다. 그런데 이 책은 자기계발서가 현실적으로 어떻게 우리 사회에 피해를 끼쳤는지 그리고 이십대들이 자기계발의 논리를 어떻게 내면화했는지를 드러내준다. 현 시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함께 읽어봤으면 하는 책(8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