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신성가족 - 대한민국 사법 패밀리가 사는 법 희망제작소 프로젝트 우리시대 희망찾기 7
김두식 지음 / 창비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점수 : 8 /10

법조 비리나 사법 개혁에 관련된 글을 읽다보면 빠짐 없이 인용되는 책이다. 자주 봤는지 뇌리에 남았던 모양이다. 눈으로 서가를 훑다가 ˝어, 이 책!˝하고 단박에 뽑았다.
이 책은 `왜 사법부를 신뢰하지 못하나`라는 질문을 연구한 학술서다. 연구방법이 인터뷰인데다가 쉽게 서술했기 때문에 대중서로도 충분하다. 또 사법부를 둘러싼 여러 계층(판사, 검사, 전관 변호사, 법원공무원, 변호사 사무실 직원, 법조 관련 기자, 소송경험자, 시민)을 인터뷰해서 전체적인 윤곽을 조망하고 있기에 완성도도 높다.
내용은 충격적이다. 사법부가 부패했다고 믿는 이유, 판검사들이 권위적으로 행동하는 사정, 브로커의 실체와 존재 배경, 전관의 영향력과 그 행태, 그리고 그 모든 것의 배후에 있는 사법엘리트 집단의 권위적 조직문화를 모조리 까발리고 있다.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부정부패는 탐욕 때문이 아니라 관계 때문에 생긴다. 조직에서 요구하는 소위 `원만함`이라는 가치가 청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법관을 만들고 법조인 내부에 거스를 수 없는 서열을 고착시킨다. 사실 이 문제는 한국 사회 전체의 병폐다. 다만, 가장 공정해야 할 사법부마저도 그런 함정에 빠져있다는 것이 씁쓸하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인이라면 남녀노소 누구나 유익할 내용이다. 8점(함께 읽어봤으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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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전 - 법정이 묻고 성철이 답하다
성철.법정 지음 / 책읽는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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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 : 4 / 10

저자들의 명성에 비해 내용이 가볍다. ‘법정이 묻고 성철이 답하다’라길래 교류한 편지를 묶어서 낸 책인 줄 알았는데 그냥 인터뷰였다. 또 분량이 너무 짧아서 ‘대담’이라고 칭할 수 없을 정도다(사진이 반이다). 두 저자가 함께 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불교나 세태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궁금했던 나로서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4점(뻔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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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잘쓰는 방법 - 움베르토 에코의
움베르토 에코 지음, 김운찬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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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 : 7.5 / 10

대학원에서 논문 쓰기, 즉 `연구`와 관련한 수업은 두 개다. 하나는 <설계론>이고 다른 하나는 <방법론>이다. <방법론>은 연구에 사용하는 기법으로 학문마다 다르다. 철학적 논증이나 수학적 증명일 수도 있고, 인터뷰나 설문 조사 혹은 통계자료 분석일 수도 있고, 화학 실험이나 동물 해부일 수도 있다. 반면 <설계론>은 연구가 갖춰야 할 형식이다. 주제 선정, 연구 목적, 가설 설정, 기대 효과 등 `인류의 지식 증진`이라는 학문의 궁극적 목적에 기여하기 위한 체계적이고도 기본적인 꼴을 다룬다. (여기에 더해 간단한 원고작성법까지 다룬다.)
이 책은 <설계론>에 대한 완벽한 가이드북이다. 이건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다. 주제 선정 고민부터 자료의 수집과 관리, 그리고 원고 작성까지 연구의 전 과정을 꼼꼼히 훑어나간다. 단순히 `이렇게 하면 된다`고 설명하는 게 아니라, 발생가능한 모든 상황을 설명하고 그것이 왜 안되는지를 조목조목 짚어가면서 설득한다. 아마도 풍부한 논문지도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리라. 학위지원자(초보 연구자)가 범하기 쉬운 실수를 소개하고, 그 단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극복하려면 어떻게 바꾸면 되는지를 친절하게 안내한다.
<방법론>은 기술적인 문제라서 배우고 연습하면 금세 따라잡지만, <설계론>은 지극히 유연하고 창의적인 작업이다. (그래서 연구자의 자질도 얼마나 독창적인 연구를 설계해내느냐에 달려있다.) 초보 연구자들이 가장 혼란스러운 것은 <방법론>이 아니라 <설계론>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설계론>을 고민하는 연구자들을 깨우치고 인도할 중요한 이정표다.
감명 깊에 읽은 터라 만나는 사람마다 `이 책 한번 읽어봐`하고 권하고(8점) 싶지만, 대학원생이 아닌 일반 대중에게는 할 수 없어서 0.5점을 깎았다. 무척 아쉽다.

ps. 이 책을 두고, 움베르토 에코는 ˝자신의 개념을 체계화하고 자료를 정리하는 방법을 배운다˝는 점에서 전문 연구자가 아닌 일반인에게도 유용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이탈리아에서 출간 후 많이 팔려서(=일반인들도 많이 읽어서) 개정판까지 나왔다.
그러나 이 책이 다루는 자료 수집과 관리 방법은 도서관을 방문해서 소장 도서 목록을 읽어보고, 참고문헌을 카드에 일일이 기입해서 관리하는 고전적인 방식이다. DB(데이터베이스)와 검색이 일상화된 오늘날에는, 일반인이 얻을 수 있는 것이 적다. 오히려 연구를 진지하게 하려는 사람에게 더 울림이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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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 : 3 / 10

팩트 없이 주관적 평가만 늘어놓는, 내가 딱 싫어하는 스타일의 글이다. 이미 비슷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읽으면서 쾌감을 느끼겠지만 다른 사람을 설득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나 글의 목적이 풀뿌리 민주주의로 전환하자고 주장하는 것이기에 더 치명적이다. 전반적으로는 종이가 아까운(1점) 수준이나 풀뿌리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감안해서 그리고 하승수 씨의 글만은 훌륭했기에 3점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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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메이커 2016-07-08 0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jk
 
투표행태의 이해 (반양장)
전용주 외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점수 : 5.5 / 10

‘투표행태’는 유권자의 투표행위 즉 ‘무엇을 기준으로 누구에게 투표하는지’를 뜻하는 개념이다. 당연히 정치학에서 중요한 연구대상인데, 2009년에 이 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제대로 다룬 개론서가 없었다. 두꺼운 정치학원론의 한 챕터로만 살짝 다루거나 ‘한국의 투표행태’라면서 특수하게 다뤘고 또는 특정 선거(“00대 대선”)에만 한정해서 다룬 게 다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의미가 크다. 전반적인 ‘투표행태’ 개념에 대한 최초의 학술적 개론서다.
그런데 책이 뒤죽박죽이다. 8명의 저자가 8개 챕터를 다 따로 썼다. 뭐 나름 ‘그 관점의 권위자가 해당 챕터를 도맡아서 썼다’는 의미가 있는데, 책 전체로서는 재앙이다. 아무리 관점이 달라도 선거분석 연구는 한 영역이다. 관점이 등장하고 비판받는데 다른 관점이 나올 수밖에 없고, 그런 대목마다 앞뒤 내용이 겹친다. 사전에 큰 구성만 합의한 채 조별과제하듯이 파트를 배분하고, 세부적인 내용을 쓸 때는 저자끼리 서로 얼굴 한 번 안 본 것 같다. 또 저자마다 서술이 차이난다. 2장, 6장이 특히 서술의 질이 낮다. 2장이 다루는 ‘사회균열’은 한국에서 정말 중요한 개념이고, 6장의 ‘인지심리학적 관점’은 정치학에서 생소한 관점이라서 흥미를 가지고 있었는데 실망이 컸다.
챕터별로 떼어놓고 보면 나쁘지 않다는 점(물론, 이 경우에는 내용이 간소하다는 문제가 생긴다. 그럴 바에야 그 관점 위주의 서적을 읽지)과 최초와 유일의 가치를 감안하여 5.5점을 준다. ‘권함’ 영역의 최하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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