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추웠던 이 겨울, 남은 기억이라곤,
손과 발이 너무도 시렸다는 것 뿐.
여전히 시간은 다른 날을 앞에 내려놓지만
어제와 오늘의 그 '다름'을 나는 구분하지 못합니다.
그렇더라도, 이제는 일어나 창문을 열고
차가운 피라도 한 방울 흘려 넣어야겠습니다.
굳어버린 뼈마디의 비명이 더는 들리지 않도록!
그리고
시린 눈을 열어 현재가 그린 나의 미래를 읽을 수 있도록!
*
*
볼리비아 사람들은 잉카로부터 내려온 고대의 예언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잉카의 예언술은 은을 녹여 사람의 미래를 예언합니다. 어떤 종류의 미래를 예언할 수 있는지 묻자 모든 종류의 미래를 예언할 수 있다고 대답합니다. 복권 번호를 알고 싶다고 물었습니다.
예언자가 대답합니다. 그건 복권의 미래잖아. 네 미래에 대해서나 물어.
하긴 내가 복권의 미래 따위 알아서 뭐 하겠습니까? 다시 묻습니다. 내게 앞으로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요?
잠시 내 얼굴을 살피던 예언자가 그릇에 은을 넣고 녹이기 시작합니다.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묻습니다. 은은 왜 녹이는 거예요?
그가 대답합니다. 은을 녹여야 네 미래가 보이니까. 주문을 외우며 녹인 은이 네 미래를 그려 주는 거야. 그걸 보면 너는 미래를 알 수 있어.
예언자의 손끝이 떨립니다. 조심스럽게 은이 담긴 그릇을 들어 올립니다. 잘 녹인 은을 땅바닥에 쏟고 마르길 기다리며 내게 말합니다. 이제부터가 중요해. 은이 미래를 그릴 거야. 네 미래를 볼 수 있는 거야.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예언자의 손보다 더 많이 떨립니다. 자신의 미래와 정면으로 마주 보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요? 알게 될 것입니다. 이제 곧 내 미래가 눈앞에 펼쳐질 테고, 나는 다음 단계의 성찰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예언자의 얼굴을 살핍니다. 조심스럽게 예언자의 손끝을 살핍니다.
예언자가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엽니다. 보여? 이거야, 너의 미래야.
예?
잘 봐, 너의 미래잖아. 어때?
뭐가요?
지금 보고 있잖아. 자기 미래를 보고도 몰라?
예언자의 얼굴을 쳐다봅니다. 예언자는 당신이야. 뭔가 설명을 해 줘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당신이라고. 내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구겨진 은 조각밖에 없잖아.
참을 수 없는 지경이 되어 입술이 열리려는 순간 예언자가 묻습니다.
뭐래?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거래?
- 에세이스트 테오의 ‘당신의 소금사막에 비가 내리면’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