큔, 아름다운 곡선 자이언트 스텝 1
김규림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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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큔, 아름다운 곡선』/ 김규림 저/ 자이언트 스텝 01/ 자이언트북스



오랜만에 가슴 시리도록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읽었다. 중간중간 끓어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오열을 하는 나를 내가 인지하면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사랑'이 삶을 지배했던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해서일까. 공기처럼, 그림처럼 안온하던 연인들이 자신들의 감정이 아닌 외부의 억압과 폭력에 무너져내리는 비극이 더 커다란 충격으로 나를 강타한 것 같다.

 

근미래를 배경으로 인간형 안드로이드인 큔과 인간 신제이의 사랑이 골자인 소설  큔, 아름다운 곡선 

좋아하는 배우인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이 스쳐 지나가고, 각색되었지만 글 곳곳에 차용된 [길가메시 서사시]에 대한 호감과 관심이 커졌다.

 

 

김규림 작가의 첫 소설이자 자이언트 스텝 시리즈 첫 번째 이야기인  큔, 아름다운 곡선 은 독특하지만 공감할 수 있는 또 다른 사랑의 형태를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다.

차갑고 건조하던 제이의 삶이 갑자기 배달된 상자 덕분에 조금씩 조금씩 따사로워지고 포근해지는 기적이 일어난다. 안드로이드 제작회사 샴하트의 창시자 마이클 신의 딸인 신제이는 오해로 아버지와 연을 끊은 후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중학교 시절 친구인 '유성운'이 찾아와 설득한다. 아버지의 뜻을 따르고 않았지만, 다른 직원들 때문에 샴하트 이사로 재임하게 된다. 몸은 샴하트에 있지만 마음은 거리를 둔 채 살아가던 그는 간병인 안드로이드 '큔'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달라지기 시작하는데……

 

 

소설은 '사랑'을 이야기한다. 남녀 간의 사랑만이 아닌 포괄적인 의미로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그려내고 있다.

놀라운 과학기술의 발달도 딸을 향한 애틋한 아버지의 마음이라는 원동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 간절히 원했던 자식을 떠나보내고 똑같이 생긴 건강한 인간형 안드로이드를 딸처럼 키우며 행복했던 부모가 끔찍한 사건으로 다시 한번 딸을 떠나보내기로 굳은 결심을 하기도 한다. 마음이 찢어지듯 아팠다. 지금도 눈앞이 흐릿해진다. 제이의 마음을 움직인 결정적 인물인 정원의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그리고 이 또한 사랑일까? 싶지만 이홍과 그레이스의 관계도 복합적인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제이가 큔을 받아들이는 시간을 지켜보는 게 좋았다. 상대가 밀어내는 상황에서도 점진적으로 다가가는 모습에 제이도 자연스레 큔에게 스며들게 된 게 아닐까.

 

"호기심과 호감으로 가득 찬 시선에 딱딱했던 심장이 말랑말랑해지는 듯 간질거렸다. 네가 그런 눈으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벌써 행복해진 것 같은데, 너는 그토록 애쓰고 있구나."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관용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누군가를 만나는 경이로운 경험에 차가움으로 자신을 보호했던 여리고 다정한 내면의 제이가 깨어나 큔과 마음을 나누는 시간은 너무나 따뜻하고 다정했다.

 

"누군가에게 이름을 얻고

단 하나의 존재가 된다는 것의 무게를."

 

 

둘의 사랑은 특별하다. 인간과 안드로이드 사이의 감정 교류이기에. 제이가 범하는 실수, 오류를 눈여겨보게 된다. 신이 인간에게 했듯이, 우리도 안드로이드를 대하는 듯싶지만 결국에는 제이도 자신의 우를 깨닫는다.

 

 


 

 

가까워서 서로를 잘 들여다볼 것 같은데 아둔한 우리는 타인보다 가족을 더 잘 모르고 더 잘 오해하게 되는 듯하다. 기대가 커서일까? 당연하게 받아들여서일까? 제이와 마이클 신 사이에 한번 닫힌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이 '제이'를 위한 것이었기에 제이도 이해하게 된다, 아버지의 사랑을, 노력을.

 

 

그리 멀지 않은 시간의 공간에서 오늘날의 현대인들도 느끼는 두려움, 분노가 갈등의 매개체가 되어 사회 전체를 분열시키고 폭력에 물들게 하는 흐름이 낯설지 않다. 우리네 역사 속 한 장면을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혼란 속에서도 귀한 가치를, 소중한 존재를, 삶의 진정한 의미를 저버리지 않으려는 이들의 투쟁이, 사랑이 깜깜한 어둠을 가르는 빛줄기가 되어주리라.

 

 


 

 

'길가메시 서사시'를 활용하여 인간, 생명, 죽음, 사랑, 기억, 실존의 의미를 아름답게 그려낸 김규림 작가의  큔, 아름다운 곡선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생길 수 있는 변화에 대해 한 장을 펼쳐 보이고, 사랑을 노래한다.

마치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답지 않냐고? 나라면 가슴 시리도록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말해줄 것이다.

 

 

본문에서_ p.108,109

 

인간이란 시간 위에 선을 그리는 존재예요.

……

저는 당신이 그린 선의 뒤를 따르는 선이에요. 그렇지만 제 선은 삐뚤빼뚤하죠. 당신이 오른쪽으로 휘어질 줄 모르고 뛰어가다 속도를 제때 늦추지 못하고 당신의 선을 놓치기도 해요. 그래서, 당신이 말해줬으면 해요. 당신의 감정이 어디로 휘어지는지, 얼마만큼의 속도로 달려가는지. 그러면 저는 당신의 선을 따라 아름다운 선을 그릴 수 있어요. 꽤 근사한 섬광을 일으킬 수도 있겠죠.

 

"당신이 기회를 준다면요. 그러니, 내가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가르쳐 줘요.

사랑이란 어떻게 하는 건지."

_ 큔의 진심 어린 고백

 

"기회를 간절히 원하는 건 나였다."

_ 제이의 진심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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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디 위드 X 창비교육 성장소설 9
권여름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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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터디 위드 X 』 


『스터디 위드 X 』 창비출판사




청소년의 현주소를 다각적으로 접근한 소설이다. 학업 스트레스, SNS 중독, 카톡, 학교폭력 등 요즘 학교를 비추는 거울이다. 6명의 작가진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잠 못 이루는 여름밤의 무더위를 얼어붙게 만드는 오싹한 공포와 함께 저릿한 아픔을 우리에게 선사하고 있다.



입시에 진심인 사회는 학생들에게 명문대 진학만이 동아줄인 것처럼 강요한다. 오로지 성적으로 평가받는 학생들은 그로 인한 강박과 스트레스를 건강하지 못한 방식으로 풀어낸다. 이런 구조 속에서 벌어질 수 있는 상황들은 상상보다 끔찍하고 처참했다.









이 책을 읽은 시기가 중고등학교 기말고사 기간이라 내용이 더 현실적으로 와닿았다. 상대평가는 학생들 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예민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성적을 위해 학우를 저주한다든지, 자신만 아니면 괜찮다며 성적순 반 배치와 전교 꼴찌에 대한 무시와 차별을 암묵적으로 받아들이는 무서운 학교와 교실이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학업 스트레스, 성적 지상주의를 다룬 <스터디 위드 미, 이유리 저>, <영고 1830, 권여름>

학교폭력을 다룬 <카톡 감옥, 윤치규>, <하수구 아이, 나푸름>

SNS 중독을 소재로 사회의 어긋난 시선을 다룬 <그런 애, 조진주>

그리고 약간 결이 다른 독특한 조합의 <벗어나고 싶어서, 은모든>






 『 스터디 위드 X 』 는 학교, 학생, 청소년을 대상으로 끊임없이 소비되는 주제를 '요즘'에 걸맞은 소재와 배경으로 이야기를 엮어낸 작품이다. 이는 독자들에게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공감할 수 있게, 분노할 수 있게 도와준다. 현실의 심각성은 알고 있지만 구태의연한 흐름으로는 굳어진 틈과 균열을 메울 힘을 모을 수 없다. 요즘 시대에 빼놓을 수 없는 SNS를 적절히 활용하여 시선을 끄는 이야기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단편이기에 압축된 글의 여운을 깊게 느낄 수 있었다. 군더더기 없이, 늘어짐 없이 핵심을 뚫고 지나가는 가슴 저릿한 이야기들은 안타까움을, 분노를, 희망을, 죄책감을 불러일으킨다.



학교를 둘러싼 괴담은 끊이지 않는다. 학교는 다른 공간과는 다르게 다양한 연령층과 사회계층으로 구성되는, 특수한 곳이다. 몸과 마음이 자라고 있는 학생들과 교육자 선생님들, 양육자 학부모가 어우러진 곳, 갖가지 감정과 사건, 사고가 어쩌면 당연하지 않나 싶다. 그 갈등과 마찰을 얼마나 현명하게 풀어나가는지가 관건일 텐데, 이 사회는 긴장을 풀어주기는커녕 갈등과 비극을 키우고 있다.



<벗어나고 싶어서>의 부모, <그런 애>의 학원 선생님과 사이버 유저들, <영고 1830> 속 교직원과 부모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민낯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이 책을 통해 요즘 학교와 우리 사회 현주소를 마주하는 것은 공포와 슬픔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성장에 대한 희망을 씨 뿌리는 일이다.


<그런 애>에서 예나가 솔희의 손을 끝까지 놓지 않으면서 구멍에 갇힌 여자를 자유롭게 해준 것처럼 우리는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 있지만 구원해 줄 수도 있음을 새겨보자. 그리고 청소년들이 성장하여 자립할 수 있는 귀한 이 시간, 우리 어른이 무엇을 해야 할지 알기 위해서는 그들의 불안과 고민을 섬세하게 들여다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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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도마뱀과 플라스틱 오징어 - 생존을 위해 진화를 택한 기후변화 시대의 지구 생물들과 인류의 미래
소어 핸슨 지음, 조은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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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전생물학자가 인도하는 신기한 지구 생물과 자연의 세계로 발을 내딛다.


 

허리케인 도마뱀과 플라스틱 오징어/ 소어 핸슨 저, 조은영 역/

위즈덤하우스





기후 위기에 대한 우려는 결코 거짓이 아니다. 분명 지구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고, 우리 현대인들도 실감하고 있다. 그로 인한 걱정과 두려움은 크지만, 막상 실천으로 이어지는 이들은 많지 않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막막함과 위험은 느끼지만 '설마? 괜찮겠지.'라는 막연한 낙관적 기대로 외면하고자 한다.

 

얼마 전 <지구를 살리는 기발한 생각 10, 박경화 저, 한겨레출판, 2023.6.30 출판>에서 '기후위기 탈출로 가는 작지만 놀라운 실천들'을 살펴보면서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생각하고 실천하는 이들을 만나보았다. 사람편이었다면 이번에 읽은 <허리케인 도마뱀과 플라스틱 오징어>는 생물편이다. 기후위기로 시끌벅적 야단법석 불안한 사람들 너머 기후위기를 맞이한 각양각색 지구 생물들의 반응과 선택을 이야기한다. 과연 지구 생물들은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한 연구가 아니었는데 결과적으로 기후위기로 향한 다양한 연구들이 소개되었다.

 






저자 소어 핸슨이 말한 대로 '스토리텔링'의 힘은 위대하다. 그가 엮어낸 지구 생물의 기후위기 적응기반란기는 우리 인간에게 재미를 선사한다. 그리고 그들이 보여준 변화에 대한 선택, 대처와 적응을 지켜보면서 놀라움을 뛰어넘어 경이로움까지 느끼게 된다.

 

 

저자 소어 핸슨은 자신의 연구 결과뿐 아니라 다른 과학자들의 연구에 관한 내용과 그 이후를 편안하게 이야기한다. 생물의 생태를 주제로 한 연구를 소재로 인간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도록 최대한 인간친화적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소어 핸슨은 이 책을 통해 새로운 학문으로 부상한 '기후변화 생물학'을 소개한다. 기후가 달라지고 있으며, 온실가스가 주범임을 낱낱이 밝히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기후변화 생물학의 핵심을 이루는 세 가지 질문으로 이야기를 뻗어나간다.

1. 위기 : 기후변화로 동물과 식물이 어떤 어려움을 겪는가

2. 반응 : 개체는 여기에 어떻게 반응하는가

3. 결과 : 개체의 반응을 종합했을 때 동물과 식물, 더 나아가 인류의 미래에 관해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이 장에서는 기후변화의 주범과 변화와 이산화탄소에 대한 과학자들의 생각을 살펴본다.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의 변화를 바라보자면, 변화는 진화의 본질이고, 진화는 생물학의 심장이다. 모든 생물은 결국 지속적인 변화의 산물로, 종은 존재하는 순간부터 환경에 적응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다가 마침내 세상이 크게 달라지면 별안간 사라진다. 하지만 예전 과학계는 자연을 고정하고 어길 수 없는 것으로 보았다. 그러다 자연은 서서히 변할 수도, 또는 빠른 시간에 갑자기 탈바꿈할 수도 있는 것으로 바뀌었다.

 

기후변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중 '이산화탄소'를 피클을 이용하여 채집하는 실험을 직접 해보는 과학자이자 아버지인 소어 핸슨은 참 매력 넘친다. 열과 이산화탄소의 관계까지 증명한 그의 실험이 전하는 메시지에 마음이 답답해졌다. 하지만 이내 이런 변화에 생물들은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들을 기대에 마음이 분주해졌다.

 




기후변화로 인해 겪는 네 가지 역경을 다룬다.

 

기후변화는 관계를 바꾼다. 기후변화는 자연의 타이밍을 엉망으로 만들었고, 거기에 모든 종이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기에 '타이밍 불일치'가 발생한다고 한다. 온도의 신호를 따르는 꽃은 이미 피었는데 빛의 신호를 따르는 새들은 오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이는 저자가 예로 든 데스카마스와 데스카마스벌처럼 독점적 수분 매개자 관계일 경우에는 생존을 위협받게 된다.




기후변화는 더위로 생존을 위협한다. 온도가 높아지는 세상에서는 본래 더위에 익숙한 생물이 유리할 것 같으나 극한의 온도는 변경 지대의 생물에게 더 큰 고난을 안긴다. 외온 동물인 도마뱀들이 더위를 피해 그늘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먹이를 찾아다녀야 할 귀중한 시간을 포기하게 된다. 결국에는 "아예 새끼를 낳지 않"는다라고 하니 식겁할 일이다.

 

기후변화는 서식지의 이동을 초래한다. 산소나무좀의 사례는 기막히다. 산소나무좀이 최후의 보루였던 로키산맥을 넘어서는 순간을 상상하면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기후변화는 서식지에서 생활필수품을 앗아간다.

북극의 해빙, 해양 산성화 등 서식지를 뒤흔들어 생물들을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

 



 



이주

마지막 빙하기 이후에 가장 대규모로 종이 재배치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전체 생물종의 25 ~ 85 퍼센트가 이주 중이라고 추정된다니 충격적이다.


적응

곰 하면 떠오르는 게 연어다. 그런데 가장 좋아하는 것은 '엘더베리'라는 열매라고 한다. 예전에는 연어 낚시를 끝내고 먹는 열매였으나, 낚시 철이 한창 일 때 익어버린 열매 덕분에 곰은 연어 대신 열매를 선택한다고 한다. 이것 자체도 놀랍지만 이로 인한 연쇄효과도 만만치 않다. 기후변화 생물학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 중 하나이다. 한 관계에서 일어난 작은 변화가 다른 관계에 미치는 영향이다.

 

적응의 사례로 플라스틱 오징어가 소개되었다. 실제 '플라스틱'이 아니라 환경의 변화에 맞추어 습성을 바꾸거나 심지어는 몸을 늘리고. 구부릴 수 있는 능력인 '가소성'을 의미한다. 훔불트오징어는 가소성 덕분에 열 스트레스에 유연하게 대응하였다. 이런 대응으로 사람들은 훔불트오징어가 사라졌다고 생각했다니 신기한 일이다.


진화

허리케인이 진화의 원동력이 되었다? 큰 발가락 패드를 비롯해 허리케인을 버티기에 적합한 형질을 물려받았다. 날씨에 반응해 실시간으로 일어난 진화를 확인한 것이다. 기후변화는 종의 행동은 물론이고 종 자체를 변형시킨다.


피난

레퓨지아는 나를 고무시켰다. 그냥 살던 대로 살아도 된다. 길 잃은 종들의 안식처인 이곳은 시간을 사고 있다. 하지만 아주 많은 시간을 사야 할 것이다.

 





 

기후변화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인간은 지구에서 문화와 기술을 발달시키고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며 지내왔다. 하지만 우리 인간도 결국 하나의 종이며, 기후위기에 봉착하여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저자 소어 핸슨은 이 책에서 다른 시선을 제시한다. 인간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 이상을 할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제대로 선택하기만 한다면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행동을 바꿀 수 있다고 말이다.





아들 노아와 함께 수리한 트랙터 이야기는 깊은 감동을 전한다. 노아처럼 내연기관의 시대 전체를 지나간 역사로 볼 때 세상은 더 나아질 것이라는 그의 말에 고개가 절로 끄떡여 졌다. 기후변화 생물학으로 기후변화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지고 더 나아가 실천으로 이어지는 이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허리케인 도마뱀과 플라스틱 오징어 만나러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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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수학이 사라진다면 - 보이지 않던 수학의 즐거움을 발견하는 시간
매트 파커 지음, 이경민 옮김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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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수학이 사라진다면/ 매트 파커 지음/ 다산사이언스
 

 



수학으로 말미암은 실수로 세상을 통찰하는 이야기책

이렇게 지적인 유머로 우리를 웃기고 울리고 아찔하게 만들 수 있다니 저자 매트 파커의 능력에 존경을 표한다. 듣기만 해도 골치 아픈 이들이 많을 '수학'으로 세상의 실수들을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내는 능력은 실로 놀랍다. 진지할 때는 너무나 진지하고, 장난스러울 때는 악동 같다가도, 날카로움을 뽐내는 그의 전개에 혼이 쏙 빠진 채 책장 넘기기 바쁘다. 그가 심어놓은 첫 번째 실수, 거꾸로 된 책 페이지 나열에 '아니, 아무리 재밌어도 벌써 이만큼이나 읽었다고?' 놀라면서 말이다. 서문에서 매트 파커가 의도적으로 심은 3개의 실수에 관해 말했을 때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1개를 찾으니 다 찾고 싶어서 집중 또 집중해서 읽었다. 독자에게 이런 묘미를 선사해 주는 멋진 저자의 책 속으로 떠나보자.

 

 

총 13장 아니 14장이라 할 수 있는 소주제로 묶여진 '수학 실수' 모음집이다. 세상 곳곳에 존재하는 수학 그러나 제대로 쓰이지 못하는 수학으로 인한 오류와 아찔한 사건사고 그리고 수학에 관한 일부 태도들을 담고 있다.

 

 

보이지 않던 수학의 즐거움을 발견하는 시간

 


수학이 적용되는 분야는 실로 다양하다. 그래서인지 수학의 실수 사례들도 여러 분야에 걸쳐 우리에게 놀라움과 충격을 안겨주었다. 펩시 광고의 전투기 이야기와 아마존의 문두루쿠 부족의 로그 수열 이야기는 알고 있었지만 상세한 설명으로 재밌게 빠져들 수 있었다.

 

수학이 적용되었음에도 적용 방식을 이해하지 못해서, 재정적으로 부담이 되어서, 단위를 오해해서, 부품에 결함이 있어서 등 다양한 이유로 발생한 실수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학의 세계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월별, 연별 통계 내기가 용이하고 항목별 추이 파악도 편해서 결혼 후 쭉 엑셀로 가계부를 쓰고 있다. 이 책을 읽어보니 불편함 없이 쓰는 건 일상생활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대학 학부 때 빅데이터에 관심 가졌던 추억이 떠올라 [빅데이터와 리틀데이터] 꼭지도 흥미롭게 읽었다.

 


CEO 연봉 관련한 이야기는 어이없고 황당하였다. 연봉 지급 기준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지급할 수 있다는 게 가능한가. 오류를 바로잡았지만 내려가지는 않는 CEO 연봉은 분명 기업 내 다른 영역의 자금으로 유용하게 쓰일 수 있었을 가능성에 씁쓸하였다.

표지판 속 실현 불가능한 육각형 축구공 디자인 교체 청원, 포스터와 동전에 새겨진 톱니바퀴 이야기는 수학이 정확하게 쓰이기를 바라는 저자의 진심이 전해졌다. 올바른 메시지를 주려면 모든 부분이 기하학적으로 이치에 맞아야 한다.

 

 



 

 


컴퓨터, 토목공학, 금융, 항공 등 우리 삶 전반에 걸쳐 수학은 활용되고 있다. 우리가 자세히 알든 모르든 수학에 기반을 둔 시스템 덕분에 기술이 발달하고, 삶이 편리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매트 파커가 들려주는 '수학 실수의 사례'들은 우리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실수로부터 무언가를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주지시킨다. 실수한 이해관계자들은 실수를 밝히기 꺼려 하거나 묻으려 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실수로부터 배울 수 있는 중요하고도 유용한 교훈이 적절한 방식으로 공유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유익을 얻었으면 한다는 저자의 바람에 깊이 공감한다.

 


 


 

 


 

우리 모두 실수를 한다. 저자 매트 파커도 '파커 스퀘어'라는 실패를 겪었다. 하지만 '실패 가능성이 높더라도 일단 시도해 본다는 것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했다. 새로운 시도나 인류의 역량을 넘어서는 도전을 하는 경우에 이미 예정된 것처럼 실수는 발생하곤 한다. 실수가 없으면 좋겠지만 우리는 실수를 통해 발전 성장할 수 있다. 수학은 오늘을 단단하게 지탱해 주는 원동력이다. 우리 인간이 흔들 다리를 만들지라도, 포물선 외곽 건물로 주변에 화재를 일으킬지라도, 여객기 앞 유리를 통째로 날려버릴지라도 말이다.

 

매트 파커의 유쾌하고 유연한 수학 실수 이야기로 수학이 좀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저자 매트 파커가 의도적으로 심어놓은 실수 3가지>

1. 거꾸로 매겨진 책 페이지 : 455쪽부터 시작하는 책이라니.

2. 12장 전완한 덤랜 : 완전한 랜덤, 뒤죽박죽

3. 데이터를 처리할 수 없습니다 : 6장과 13장으로 나눈 내용

알맞게 찾았을까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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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살리는 기발한 생각 10 - 기후위기 탈출로 가는 작지만 놀라운 실천들
박경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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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살리는 기발한 생각10/ 박경화 지음/ 한겨레출판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로 친숙한 박경화 선생님의 신작 <지구를 살리는 기발한 생각10>이 출간되었다. 이번에도 알기 쉽게 핵심을 콕콕 집어서 알려준다. 환경문제가 사라진 세상에서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살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소원한다.

 

기후위기,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계기는 아이들의 중학교 입학으로 참여하게 된 학부모 활동이었다. 아이들이 다니는 중학교에서는 자유학기제 동아리 활동으로 '녹색학교 만들기'를 운영했다. ‘지속 가능한 사회·지속 가능한 청소년’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청소년들이 녹색소비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학부모들이 직접 지도자가 돼 교육을 한다. 녹색소비자연대 주최의 지도자 양성 교육을 받고 1학기 동안 중학생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하였다. 그 경험을 통해 환경문제, 기후위기, 녹색소비에 대한 고민과 관심이 생겼고, 소소하지만 개인적 수준이라도 환경보호를 실천하고자 의식적으로 노력하였다.

 

 

<지구를 살리는 기발한 물건10>에 이어 '기발한 생각10'이다.

1 미니멀 라이프 - 2 포장지 없는 가게 - 3 물건 재활용 - 4 도시재생 - 5 생태도시 - 6 생태여행 - 7 도시광산 - 8 공정무역 - 9 친환경 경제 - 10 탄소중립 사회

 

 

각 꼭지마다 세계 각국에서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용하고 있는 새로운 기술, 참신한 정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아는 내용은 아는 대로 머리에 쏙쏙, 새로운 내용은 부러워서 마음에 꾹꾹 담았다.

처음에는 이게 가능한가? 싶은 일인데도 분명 세계 어딘가에서 실행되고 있다. 박경화 선생님은 위험에 처한 지구를 위해 세계인들이 시도하고 노력하는 바를 알려주는데 그치자 않고, 우리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현재의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기발한 정책과 캠페인도 누군가가 무심코 던진 작은 물음이나 상상력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리하여 우리 청소년들에게도 엉뚱해 보여도, 별나 보여도, 황당해 보여도, 실현 불가능해 보여도 괜찮다 응원한다.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생각하고 실천하는 청소년들이,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전해진다.

 


 

 

 


<포장지 없는 가게>

'쓰레기 고민 없는 세상'이라는 부제목처럼 쓰레기는 참 큰 문제이다. 쓰레기 산, 쓰레기 섬 등 이야기는 마음을 착잡하게 만들지만, 무포장 가게, 쓰레기 없는 마을 이야기는 마음이 설레고, 리필 캠페인, 플라스틱 어택 캠페인은 마음을 굳건하게 한다. 쓰레기의 양을 줄이기 위해 내가, 우리가, 마을이, 국가가 함께 뜻을 모은다면 지구의 신음 소리가 줄어들지 않을까.

 





 

산업유산, 생태여행, 도시광산 등 새로운 개념들과 활동들을 알게 되었다.

석유 탱크가 변신한 우리나라의 마포 문화비축기지, 호텔로 변한 핀란드의 카타야노카 감옥 등 도심 속 낡고 오래되어 골칫거리였던 거대한 건물과 공간이 놀라운 변신을 하고 있다. 넘치는 상상력, 다양한 실험과 노력이 모여 이뤄진 변화가 즐겁고 신기하다.

새로운 여행 문화로 생태 여행이 좋을 듯하다. 여행 전 원칙을 잘 숙지하여 자연과 교감하는 평온한 여행을 즐기면 자연도, 사람도 두루 행복하겠다.

전자제품 수명이 점점 빨라진다. 예전보다 가전제품 교체 시기가 빨라지고, 새로운 기능의 전자제품이 출시되니 전자 폐기물 양도 늘어난다. 그래서 폐기물에서 소중한 광물을 다시 채굴하는 재활용 방법을 도시광산이라고 한다. 광물 채굴 시 발생하는 여러 환경문제를 줄일 수 있으니 슬기로운 재활용법이다. 한정된 자원이기에 더 좋은 방법이다.



 



 

 

"지구온난화는 인류의 축복?"

 

1903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스웨덴 출신의 과학자 스반테 아레니우스는 100여 년 전 기후변화에 관한 과학논문을 썼다. '온실가스'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하였고, 온실효과로 인한 지구의 기온 상승을 연구한 최초의 논문이었다고 한다. 놀랍게도 그는 이 논문에서 온실효과를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혹독한 추위를 겪은 직후라 그렇다지만 그의 예측과는 다르게 너무나 빠르게 이산화탄소가 증가한 지금, 우리는 심각한 기후위기에 봉착해 있다. '지구온난화' 대신 '지구 가열'이라는 직관적인 말을 써서 위기의식을 고취시키고 해결하기 위한 행동을 촉구하자는 주장에 눈길이 갔다.

 


"온실가스를 배출한 책임은 우리 인간에게 있다. "

 

 

박경화 선생님은 현재 지구촌에서 환경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많은 이들의 수고를 한데 담았다. 거기에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키우는 시간까지 더하였다. [생각 키우기] 코너를 통해 꼭지마다 생각 주머니를 키울 수 있는 질문을 던졌다.

 

Q. 나는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발명가예요. 우리 주변에 흔한 재료를 이용하여 친환경 제품을 개발하려고 해요. 어떤 재료를 이용하여 물건을 만들고 싶나요? 내가 발명한 이 제품은 어떤 장점이 있는지 말해보세요.

Q. 우리 마을을 섕태도시로 가꾸려고 해요. 우선 마을의 지도를 그리고 어떤 곳을 친환경 공간으로 꾸미고 싶은지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적용해 보세요. 그리고 내가 꿈꾸는 생태도시는 어떤 모습인지 상상해 보세요.

 

학교에서 토론 수업, 프로젝트 수업, 동아리 활동 시 교재로 사용하면 좋을 내용으로 구성된 책이다. 요즘에는 청소년 환경활동가들도 많아지는 추세다. 환경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우리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기에 알기 쉬우면서도 알찬 내용이 가득한 <지구를 살리는 기발한 생각10> 많이 읽으면 좋겠다.

 


"엉뚱하고 황당해 보이는 생각들이 지구를 구한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해보자."

 


한겨레 하니포터 6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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