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상담심리가 만나다 - 엉켜버린 마음을 마법처럼 풀어주는 영화치료의 모든 것
김은지 지음, 소우 그림 / 마음책방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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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영화치료 상담실입니다."

 

 

 

영화와 상담심리가 만나다/ 김은지 저/ 마음책방


 


현대인들 대부분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할 정도로 정신적인 부분에서 상당히 지쳐있다. 예전보다 빠른 속도로 변하는 세상에서 '자신'의 위치를 지키며 살아간다는 일은 상당히 버거운 일이다. 예전처럼 가족, 마을 등 공동체가 한 가지 역할을 한 사람이 오롯이 책임지지 않고 유연한 관계와 소통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도 흔치 않다. 예전보다 마음에 귀 기울이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 '상담'을 통해 문제를, 상황을 해결하고자 하는 이들이 늘어나 다행이라 생각한다.

 

몸이 지치고 아픈 이에게 치료가 필요하듯 마음이 지친 이도 마땅히 치료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는 머릿속에서만 당위성을 지니고, 행동으로, 실천으로 나아가는 일은 어렵다. 그래서 힘겹게 도움을 청하는 이의 손길을 잡아주는 치료가 중요하고 의미가 깊다.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자신의 약점, 치부, 상처를 고스란히 타인에게 드러내는 일이니 큰 용기가 필요하다. 나 또한 그렇다. 그 두려움과 거부감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 생각이 들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에 알게 된 영화치료 상담은 조금은 결이 다르게 다가왔다. 친숙한 매체인 '영화'를 사용하기 때문에 한결 편안한 접근이 가능한 것 같다.

 

영화를 이용한 상담치료의 세계가 궁금한 우리에게 김은지 저자는 그 모든 것을 친절하게 펼쳐 보여준다. 국내 영화치료의 선구자로서 생생한 사례 중심으로 상담 노하우를 정리해 주었다. 이는 후배 상담자들을 위한 배려에 머무르지 않고 제각각 크고 작든 상처를 안고 사는 우리 현대인들에게 좋은 메시지를 건넨다.

 

 

 

 

상담자로서 예술치료의 한 영역인 '영화치료'에 대한 깊은 애정과 효능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마음에 공명했다. '영화'를 매개로 한 개인의 상처를 안에서 밖으로 드러내어 그 안에 엉켜있는 감정, 관계들을 합리적으로 분석하는 통찰의 시간을 함께 걷는다. 적절한 방향으로 인도할 적절한 질문을 적절한 타이밍에 건네는 상담자의 능력은 치유에 큰 도움이 된다.

 

 

 

 

물은 99도까지는 끓지 않는다. 상담자는 1도에서 99도까지 가는 긴 변화의 과정을 내담자와 함께 버티며 곧 끓어오를 물을, 내담자를 기다려야 한다. 상담이 지난한 여정이 필요한 것임을 새삼 느꼈다.

 

유희로 즐기는 영화로 치료를 한다는 발상부터 신선하다. 김은지 저자는 일반적인 오락적 관점으로 보는 영화 시청과 치유적 관점으로 보는 영화 시청의 차이로 문을 연다. 자신의 경험담(친구와의 대화와 상담 사례)을 통해 일반인들이 차이를 분명하게 인지하도록 돕는다.

 

 


 

 

스토리에 초점을 두고 배우들의 행동을 보면서 인과관계를 추론하는 오락적 관점의 영화 시청은 재미가 최종 목적이다. 오락적 관점에서는 무의식적·정서적으로 영화 속 등장인물에 동일시되어 몰입한다.

 

치유적 관점에서는 영화 속 등장인물에 집중한다고 한다. 등장인물이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을 살피는 것이다. 그렇기에 치유적 관점에서는 결말보다는 등장인물의 관계 역동이 어떻게 진행되어 가는가가 중요하다.

 

오락적 관점에서 영화 속 등장인물인 배우에게 집중하며 본 것과 달리 치유적 관점에서는 나 자신에게 집중한다. 의식적으로 자각하며 계속 분석하며 보는 것이라고 한다. 이는 새로운 통찰로 이끈다.

 

 

이 책은 생생한 상담사례를 통해 많은 상담 기법과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영화치료를 처음 접하는 문외한인 나도 호기심과 관심을 가지고 집중할 수 있었다. 전문용어가 등장하지만 익숙한 영화와 드라마가 다수라 부담감 없이 살펴볼 수 있었다.

후배 상담자들에게 실질적인 노하우를 전수하는 게 목적인지라 하나의 상담 사례가 길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상담 기법과 방법을 담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상담자로서 지녀야 할 자세와 마음가짐 그리고 기술을 전달하고자 고민한 흔적을 책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삶 속에서 스스로를 돕기 위해 영화를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일상에서 영화치료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가 지금의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통찰해 본다면 자기 조력적 영화치료라는 것이다.

 

영화치료의 지시적·연상적·정화적 접근을 살펴보면서 영화 속 등장인물을 통해 결국에는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통찰의 시간으로 귀결되는 여정을 함께 하였다.

 


 

 

 

영화치료뿐 아니라 상담 심리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덕분에 상담에 대해 좀 더 유연한 시선을 갖게 되었다. 화제의 영화 <기생충>의 기택을 내담자로 설정해 구성한 가상 상담 축어록과 영화 치료 10문 10답은 이 책의 핵심을 압축하여 담고 있다. 영화의 보편성이 건네는 다정한 위로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영화치료의 세계를 접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영화와 드라마를 찬찬히 살펴보고 싶어졌다. 나는 왜 이 영화를 좋아하는지? 어떤 인물이 기억에 남는지? 어떤 마음이 들었는지? 왜 그런 마음이 들었을까? 나 스스로 상담자가 되어 질문하고 내담자가 되어 답하다 보면 내 안의 작은 아이가 말하는 소리도 들리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한결 유연한 시선으로 나 자신을 인정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길 수 있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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