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짇고리의 비밀 고래책빵 고학년 문고 6
유행두 지음, 어수현 그림 / 고래책빵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사에 대해 제대로 알고 바르게 인식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아요. 특히 이웃나라 일본과의 청산되지 못한 아픈 과거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꼭 기억해야할 의무가 있죠. 그 참혹했던 현실을 증언하실 수 있는 분들이 점점 사라져 가니까요.

 

그리고 우리가 잊지 말아야할 역사적 비극이 또 있었어요. 광복절 즈음에 출간된 유행두 작가님의 <반짇고리의 비밀> 책에 그 슬픈 역사가 녹아 있어요.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사실이라 무척 원통해하며 읽었답니다.

 


반짇고리의 비밀/ 유행두 지음/ 어수현 그림/ 고래책빵 고학년 문고6/ 고래책빵


 


<반짇고리의 비밀> 은 이홍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치매를 앓고 계시는 홍이 할아버지는 일제 강점기 시절 조상들이 숨겨놓았다는 유물을 찾아야 한다는 말씀을 자주 하세요. 그 말을 들은 가족들은 이곳저곳 찾아봤지만 끝내 찾지 못했죠.

손자 강산이가 할아버지 집에 놀러와서 동네 친구들인 송이와 준석이랑 같이 놀 때 동네에 오래된 가마터와 알려지지 않은 보물이 있을 거라는 이야기가 나오죠. 홍이 할아버지 말씀과 비슷한 내용인 이 이야기가 정말일지 호기심이 생깁니다. 이 때 놀다 찢어진 준석이 바지를 수선해주러 할머니가 반짇고리를 가지고 나오시죠. 그런데 그 반짇고리에 비밀이 숨겨져 있었어요. 정말 우리 조상의 지혜와 기지, 끈기를 알 수 있는 놀라운 발견이네요. 한지를 꼬아 만든 반짇고리를 펼치자 지도가 나왔어요.

 

 

맞아. 맞아! 저거. 저기 보물 있는 곳!


 

 

드디어 가슴에 묻어놨던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시작된답니다. 일제강점기 해방이 얼마 남지 않은 즈음에 일본은 더 극악무도하게 굴었죠. 놋그릇에 숟가락까지 빼앗아갔고, 젊은이들은 전쟁에 징용에 끌고 가려고 온갖 구실을 대었으니까요.

 

해방을 위해 독립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힘쓴 일, 오랜 세월 가마터와 보물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일 등 나라잃은 식민지 백성으로서 감당하기 버겨운 험난한 길을 걸어온 홍이네 할아버지네 가족 이야기를 11살 어린아이인 홍이의 시선으로 그려내어 비극성을 강조하고 있어요.

 

 


 

 

배가 고프고 친구없는 홍이는 친절한 다카시네 가족이 고맙기만 한 철부지에요. 일제의 이중적인 면을 다카시네 가족으로 잘 표현하고 있어요. 앞에서는 웃으면서 뒤로 딴짓하는 음흉한 일제에 의해 홍이네 가족은 풍비박산나고 말죠. 그 과정에 홍이의 말이 큰 역할을 했으니 얼마나 다카시가, 일제가 비열하고 무서운지 치가 떨리네요.

 

"무슨 일이 있어도 입을 지켜야 한다.

말이 죄가 되는 세상이야.

영원히 깜깜할 것만 같아도 새벽은 온다.

어둠은 영원한 게 아니야. 날이 밝을 때까지는 무덤처럼 입을 지키고 있어야 해."

- 홍이 할아버지의 아버님과 어머님의 당부

 

 


 

 

홍이는 아버지, 어머니, 삼촌들 모두 잡혀간 집에서 어머니를 기다리다 막내 삼촌과 함께 떠납니다. 결국에는 일본까지 가게 되죠. 하지만 아버지 소식도, 어머니 소식도 제대로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막내 삼촌 사망 소식과 해방 소식을 듣게 되죠. 홍이는 어찌어찌해서 부산으로 가는 배를 타게 되었어요. 그런데 그 배가 큰 폭발음과 함께 침몰하고 말았어요. 다행히 마음씨 좋은 아저씨가 아들로 삼아 잘 키워주셨죠. 하지만 홍이 할아버지의 인생은 순탄하지만은 않은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내삼촌이 부탁한 일을 결코 잊지 않습니다. 과연 홍이 할아버지는 조상들이 오랜 세월 지켜온 보물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요?

 

 

 

읽는 내내 마음이 먹먹하고 저릿해지는 동화책이었어요. 나라 잃은 민족의 고난과 역경에 가슴이 찢어졌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항거하는 이들의 투지와 용기에 큰 감동을 받았어요. 그리고 우리가 몰랐던 역사적 사실을 알려줘서 고마웠어요.

 

 


 

 

바로 1945년 8월 22일, 일제의 강제 노역 피해자 수천 명이 고국으로 돌아오기 위해 탄 배인 제 1호 귀국선 우키시마호에 관한 진실이죠. 왜 부산이 아닌 교토 방향으로 방향을 틀었고, 왜 폭발했을까요?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수천 명의 죽음보다 무엇이 더 급하고 중할까요? 우키시마호가 침몰한 그곳을 '아이고의 바다'라고 부른다고 하네요. 얼마나 침통한 비극인지 감히 그 슬픔을, 아픔을 가늠할 수조차 없네요.

부디 그들의 후손인 우리는 기억하고 또 기억해야 겠습니다, 진실이 밝혀질 그날까지.



"보이지 않는 게 무섭긴 하지. 앞에 뭐가 있는지 모르니까 두려운거고….

하지만 말이다, 아침은 꼭 오지 않던?

어둠에도 우리가 길을 떠나야 하는 이유는 말이다.

아침은 반드시 온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야."

 

 

 

유행두 작가의 상상력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묻혀졌던 우리의 역사적 비극에 대한 어린이 독자의 관심을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있네요. 가족, 나라, 사랑을 잘 녹여낸 이야기로 지루한 역사가 아닌 현실적이고 생생한 우리의 오늘로 잘 풀어낸 <반짇고리의 비밀> 입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