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데칼과 불행한 코마니 상상초과
김영서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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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행복해지면,

나와 연결된 데칼코마니가 불행해진다!

 

 

행복한 데칼과 불행한 코마니/ 김영서 장편소설/ 고즈넉이엔티

 

 


나만 이렇게 힘든가? 나만 이렇게 불행한가? 나는 지금 다 그만두고 싶은데 저 사람들은 왜 행복하지? 웃고 있지?

살다보면 문득 이런 생각에 빠지는 날이 있다. 세상 모든 불행과 악운을 내가 짊어지고 있는 듯한 느낌에 짓눌리는 날이. 하지만 '삶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라는 말처럼 진실은 모르는 일이다. 이 행복과 불행에 대한 흥미로운 생각을 담은 청소년 소설 <행복한 데칼과 불행한 코마니>를 접했다.

 

 

이 소설은 데칼코마니가 행복과 불행을 주고받는다는 독특한 설정을 취하고 있다. '좌우의 균형'이라는 시미트리 시스템이 작동되는 이 세상은 세상의 행복과 불행을 똑같은 양으로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태어날 때부터 두 사람씩 무작위로 짝을 지어서 행복과 불행을 주고받게 한다.

 

 

주인공 정물처럼 미술 기법으로 알고 있는 데칼코마니가 이런 의미로 사용되다니 묘했다. 대칭인데 서로의 행복과 불행을 +-해서 균형을 이루는 존재들로 불리다니 참신했다. 세상의 균형은 중요하지만 행복과 불행마저 균형을 이뤄야 한다니 씁쓸하다고 생각하면서 책을 읽어나갔다.

 

 

정물은 부모님의 이혼 문제로 심란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소설을 쓰겠다는 자신 때문인 것 같아 속상하기만 하다. 어떻게 하면 이혼을 막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그 앞에 관리자 카일이 나타난다. 카일은 행복해지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자신을 도와달라는 제안을 한다. 시미트리 시스템과 데칼코마니에 대한 이야기는 정물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어릴 때부터 들었던 요정이 그려진 동전 소리의 진실을 알게 되었다. 데칼코마니는 서로 만나서는 안된다는 카일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정물은 데칼코마니 미화를 만나서 자신을 위해 불행해지기를 부탁한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미화는 자신이 불행해지는 거 대신 카일의 제안을 같이 해주겠다고 하는데……

 

 

 


 

 

 

다들 자신의 행복을 우선적으로 챙길 수밖에 없다. 정물도, 미화도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 카일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불행한 다른 친구들을 돕다 보니 조금씩 불행과 행복 그리고 시미트리 시스템, 데칼코마니에 대한 생각들이 깊어져 갔다. 그리고 자신들의 도움으로 불행하지 않은 친구들과 주변을 보면서 조금씩 달라지고 깨닫게 된다.

 

 

행복한 일이 생겨도 행복할 수가 없겠어.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의 행복을 빼앗을 권리는 없어.

 

 

 

부모님의 이혼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힘들어하는 정물,

부모님 가게가 잘 되어 경제적으로는 풍족한 지금보다 가난했지만 온 가족이 함께 보낼 수 있었던 옛날이 더 행복하다는 미화,

정물의 곁에서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주는 긍정적이고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아는 승현,

큰 몸집 때문에 오해를 받는 따뜻하고 바른 마음씨의 성철.

정말 다양한 십 대들이 등장하는데 저마다의 사연이 현실적으로 잘 표현되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이야기를 탄탄하게 해주고 있다. 그리고 주제의식 또한 십 대에 한정되지 않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충분히 공감하고 고민하고 돌아봐야 할 내용이다.

 

 

자본 경제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행복, 불행의 감정적인 영역까지 '돈'에 영향을 받는다. 사람마다 돈의 가치는 다르겠지만 현실적으로 돈은 살아가는 데 필수조건이다. 이 소설에서도 가난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십대가 나온다. 이 죽음이 트리거가 되었다.

 

 

 

 

 

 

행복과 불행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작동하는 시미트리 시스템 그리고 이를 관리하는 관리자의 존재는 인간의 영역 밖인데도 인간의 욕망에 반응하여 움직였다. 이로 인해 시작된 균형 속 불균형은 비극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이를 뒤집기 위해 카일과 그에 동조하는 관리자들 그리고 조력자들은 힘겨운 싸움을 한다. 조금씩, 느리지만 꾸준하게 이 세상은 변할 거라는 믿음을 잃지 않는 그들을 보면서 울컥했다. 더 이상 희망은 없다 생각되는 절망에서도 끝이 아닌 내일을 보고 일어서는 이들이 있어 지금껏 세상은 지탱되는 게 아닌가.

자신의 행복만이 아닌 우리가 불행해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소설 속 결말이 현실이 되기를 바란다.

 

 

불행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행복 주머니와 불행 주머니를 차고 있는 우리는 우리의 의지와 생각으로 불행 주머니를 굳게 매듭지을 수 있고, 행복 주머니를 굳게 매듭지을 수도 있다. 또 정물처럼 행복 동전인지 불행 동전인지 더 이상 연연해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대로 눈을 들어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 정물이 어린 시절의 상처로부터 벗어나 홀가분하게 자신의 꿈을 향해 도전하는 모습에서 행복한 삶의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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