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길을 지키는 아이 고래책빵 고학년 문고 8
최명 지음, of Linda(최예진) 그림 / 고래책빵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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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같이 교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농사기술과 환경이 발달한 시대에 살고 있는 어린이 세대에게 '보릿고개'라는 말이 매우 낯설듯 하다. 대부분 난 곳의 땅에서 거두어들인 작물로만 살아가야 했던 시절의 배고픈 시기를 일컫는 이 단어에는 우리 민족의 한이 새겨져 있다. 그 시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굶주린 가족을 위해 덕수는 힘겨운 여정에 오른다.

 

 

소금길을 지키는 아이/ 최명 지음/ 고래책빵/ 고학년문고8



 

<소금길을 지키는 아이>

덕수가 귀한 '소금'을 나르는 소금배를 타며 여러 가지 일들을 겪으면서 한층 더 성장하게 되는 이야기다.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지내던 시절에도 아버지 일을 돕고 어머니의 소원을 귀담아듣던 듬직한 아들이었던 덕수는 약초를 캐다가 산에서 구른 아버지와 아버지의 병구완으로 나날이 야위어가는 어머니를 위해 일자리를 구하게 된다. 아버지를 따라나섰다가 만났던 황 선주의 소금배를 타고 일을 배우게 되는데……

 

 


 

덕수는 호기심이 강한 소년이다. 아버지에게 소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듣고는 소금밭이 보고 싶어진다. 바다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낙동강을 바다라고 착각할 정도로 '우물 안 개구리'였던 덕수는 황 선주와 쌍가매 아저씨 그리고 용삼이 형과 함께 소금배를 타며 갖가지 사건들을 겪으면서 조금씩 여물어간다.

 

 


<소금길을 지키는 아이>


 

 

조선시대 백성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강변에 사는 이들이 수해로 배고픈 보릿고개를 건너기 위해 약초를 캐서 장사꾼에게 팔거나 남의 집 허드렛일까지 해야 하는 고초가 잘 그려져 있다. 그리고 왜구의 노략질로 고통받는 백성들을 만날 수 있다. 덕수의 소금 배 여정을 함께 하다 보니 '소금 길'을 지키고자 애쓰는 마음을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뱃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런 덕수를 동료들은 다른 태도로 대하였다. 어린 덕수가 가족들을 위해 배를 타는 것을 대견하게 여기고 친절하게 대하는 쌍가매 아저씨가 있는가 하면 하는 일 족족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트집 잡고 혼내는 무서운 용삼이 형 그리고 덕수의 딱한 사정에 기회를 주고 잘못한 일은 꾸짖고 잘한 일은 칭찬해 주는 듬직한 황 선주가 있었다.

 

 



 


덕수는 친절한 쌍가매는 좋아하고, 무서운 용삼이는 싫어한다. 하지만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는 말 같은 반전이 펼쳐진다.

조선시대 남쪽 지방 사람들이 왜구에게 큰 시달림을 당한 역사적 사실을 이야기 속에서 갈등으로 잘 녹여냈다. 용삼이 옹기마을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왜 배를 타야 했고, 덕수에게 못되게 굴었는지 다 이해가 되었다. 가슴 찢어지는 아픔과 고통이지만 용삼, 황 선주, 덕수처럼 '소금 길'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이 있었기에 지금도 우리가 그 길을 다닐 수 있으리라.

 


 


 


철부지 같아 여러 소동을 일으켰지만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고, 낯선 곳에서 새로운 경험들로 견문을 넓혔다. 소용돌이에 휩쓸리는 큰 위험에 빠졌다가 겨우 빠져나오기도 하고, 왜구에 잡혀 끌려갈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기지를 발휘해 벗어나기도 했다. 동료들과 위기를 이겨내면서 소중한 마음을 품게 된 덕수는 이제 어엿한 소금 배 사공이었다. 그리고 순리대로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기다리던 봄이 찾아왔다.

 


 

"덕수야, 허튼짓할 생각 말고 순리대로 살아야 한다.

봄을 이기는 겨울이 없듯 인내하고 노력하다 보면

가난도 벗어날 날이 올 것이야"

덕수 아버지가 덕수에게 건넨 말 p.11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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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센 뤼팽 7 - 여덟 번의 시계 종소리 어린이 세계 추리 명작 시리즈
모리스 르블랑 지음, 이혜영 옮김 / 국일아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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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센 뤼팽 시리즈 7번째 이야기 <여덟 번의 시계 종소리>를 소개합니다.


 

아르센 뤼팽 7 : 여덟번의 시계 종소리/ 모리스 르블랑/ 이혜영 그림/ 국일아이




이 책에서는 아르센 뤼팽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나'는 [들어가기 전에] 코너를 통해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뤼팽의 친구 '레닌 공작'의 모험담인지, 레닌 공작으로 변장한 '아르센 뤼팽'의 이야기인지 판단해 보기를 권합니다. 변신의 귀재답게 자신의 정체를 숨기는데 탁월한 뤼팽이기에 생기는 의구심이겠죠. 과연 그는 변장한 뤼팽일까요? 레닌 공작일까요? 이런 호기심을 안고 <여덟 번의 시계 종소리>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부제 <여덟 번의 시계 종소리>로 알 수 있듯이 레닌 공작과 파트너 오르탕스가 함께 한 여덟 번의 모험 이야기 중 어린이 독자들에게 즐거움과 재미를 선사할 네 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탐정을 꿈꾸는 활기찬 아가씨 오르탕스와 멋진 추리를 보여주는 레닌 공작의 조합은 <아르센 뤼팽 시리즈>의 다채로운 매력을 선보이는 데 알맞았습니다.

 


네 편의 특색 있는 사건,

그리고 빠른 판단과 행동력으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탐정들을 만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곤경에 처한 이에게 기꺼이 손을 내밀어 일으켜 세워주는 온정을, 빠른 두뇌회전으로 사건의 내막을 파악하여 진실에 도달하는 추리력과 관찰력을, 상황을 흔들어 바르게 바꿔나가는 과감한 결단력을 보여주는 레닌 공작에 흠뻑 빠져들었답니다. 오르탕스와 한뜻이 되어 그를 추앙하게 되더군요.

 

 


 


 

첫 번째 이야기 <물병>은 범인의 알리바이를 무너뜨려야만 엄한 사람이 사형을 피할 수 있는 긴박한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심증만 있던 레닌 공작은 담대한 기지로 범인을 코너로 몰아붙이네요.

 


 

 

범인과 레닌 공작의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극의 완성도를 높인답니다. 하지만 역시 공작이 한 수 더 높았네요. 오르탕스와 함께 범인의 자백만을 간절히 바라게 되는 긴장감을 선사하는 작품입니다.

 

 


 

범인이 증거를 없애려고 시도한 방법은 어린이 독자들에게 과학적 호기심을 선사할 듯싶어요.

 

 

"저는 치열한 싸움 끝에 바로 얻는 즐거움이 좋습니다.

일단 그걸 얻으면 흥미가 시들해지지요."

 


 

 


두 번째 이야기 <테레즈와 제르맨>은 안타까운 이야기였습니다. 사랑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하여 명백한 진실도 보지 못하게 하나 봅니다. 그리하여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에게 그토록 잔인한 행동을 할 수 있게 하는 걸까요? 참담한 현실 앞에서 무너져버린 여인을 위해 능력을 발휘한 레닌 공작, 참 멋진 사람입니다.

 


 


 

레닌 공작은 우연히 알게 된 살인 음모를 막기 위해 오르탕스와 함께 아름다운 마을 에트르타를 찾아가죠. 이런 인간미 넘치고 정의로운 모습에 호감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건의 내막을 파악한 그가 범인의 범행 동기와 피해자의 의도를 고려하여 일을 처리하는 것을 보면서 아이들과 이야기 나눠볼 만한 주제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Q. 내가 만약 레닌 공작이라면 테레즈와 제르맨을 어떻게 했을까?

Q. 내가 테레즈라면 어떻게 했을까?

 

어떤 사건은 피해자와 피의자가 뒤바뀐 듯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번 이야기도 그 연장선상에 있네요.

 


"복잡한 문제일수록 단순한 방법을 써야 해요.

보통 사람들은 문제가 있을 것 같은 곳에서 문제를 찾으려 해요.

하지만 저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는 곳에서부터 문제를 찾지요.

그러면 자연히 답이 떠올라요."

 

 



참으로 황당한 사건이었던 세 번째 이야기 <장 루이 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뤼팽이(레닌 공작이 뤼팽이 변장한 거라 믿는 1인) 중요하게 생각하는 바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레닌 공작은 세 사람이 서로 얽혀있는 지옥 같은 관계를 끊고 각자 새로운 세상으로 자유롭게 나아갈 수 있도록 거짓 이야기를 꾸며내 사건을 해결합니다.

 

강에 투신한 여인을 구하는 일로 시작하는 이 이야기가 사랑 이야기가 주가 아니라 관계와 집착의 이야기라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또 그 지독한 연결고리를 끊어낸 레닌 공작의 기지가 돋보이는 작품이죠. '천륜'이기에 본인들이 끊어낼 수 없었던 굴레를 타인인 그가 나서서 부셔주었으니 세 사람 모두 행복할 일만 남은 거겠죠.


 


 

"우리는 눈물보다 웃음으로 인간의 여러 가지 일을

좀 더 분명하게 볼 수 있지요.

기회가 될 때마다 웃어요."

 

 


 



마지막 모험은 치졸하고 비열한 인간으로 인해 위험에 처한 이들을 구하는 무용담입니다. <눈 위의 발자국>은 선입견이 초래하는 무서운 결과를 경고합니다. 만약 레닌 공작이 그 자리에 없었다면 용기 있는 제롬 비냘은 조작된 증거 때문에 꼼짝없이 누명을 썼을 겁니다. 그러면 가여운 나탈리는 또다시 큰 상처를 입게 되었겠죠.

 


 


 


일부러 남겨진 범행 증거들을 오히려 의심하는 레닌 공작, 그의 명석한 판단력과 통찰력 덕분에 두 사람의 인생이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같은 장면을 보고, 같은 말을 들어도 자신만의 시각으로 관찰하고, 분석하고, 판단하는 그를 통해 흥미진진한 추리의 세계를 여행할 수 있었습니다. 어린이 독자들도 레닌 공작과 함께 모험을 떠나 훌쩍 성장한 오르탕스처럼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사고를 기를 수 있었을 거예요.


 


 

 

이 책에 담겨 있지 않은 다른 네 편의 이야기가 궁금해집니다. 얼른 읽어봐야겠어요. 아르센 뤼팽의 모험은 우리를 이렇게 두근거리게 하네요. 다음 이야기도 무척 기대됩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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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노피에 매달린 말들 - 톨게이트 투쟁 그 후, 불안정노동의 실제
기선 외 지음, 치명타 그림, 전주희 해제 / 한겨레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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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끊는 아줌마들"

온정주의 노동정책의 가면을 벗기다

 

 

<캐노피에 매달린 말들> 한겨레출판

 

기선, 랑희, 슬기, 이호연, 타리, 희정, 전주희 글/ 치명타 그림



 

톨게이트 요금 수납 노동자들의 기나긴 투쟁을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로 담아내고 그 이후 승리한 그들이 존재하는 오늘의 노동 현장을 전달하고 있는 작품이다.

13인의 노동자들이 구술한 내용을 기록팀이 전달하는 구성으로, 비정규직이자 여성, 중년, 한 부모 가족, 장애인, 북한이탈주민, 청년이라는 다양한 정체성으로 살아온 그들이 같은 목소리로 외치고, 같은 발걸음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의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베테랑의 몸> - <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를 이어 듣는 노동자의 목소리 <캐노피에 매달린 말들>이었다.

언론을 통해 접했던 정보들과 맞춰보면서 읽어나갔다. 내 기억과 책 속 목소리의 간극은 점점 커졌고, 공공부문에서의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겪는 현실이라 더 뼈아프게 다가왔다. 정부와 공기업의 주도하에 진행된 작업이라 충격이 배가되었다.

 

 


 

 

톨게이트 요금 수납 업무를 담당하던 수많은 노동자들이 톨게이트 캐노피 위에 올라갈 수밖에 없었던 간접고용의 현실을 여러 증인의 목소리로 듣는데, 신기하게도 비슷한 양상이다. 얼마나 긴 세월 억압과 폭력, 수탈, 갑질이 굳건하게 뿌리내려 가지를 뻗어나갔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불공정한 현장을 인식하지도 못한 채 월급이 제때 나온다, 시간 활용이 좋다 등의 이유로 '좋은 일자리'라 여겼다. 씁쓸하고도 안타깝지만 이내 회사의 횡포에 굴하지 않고 직접 고용을 스스로 쟁취하고자 뜨겁게 연대하는 그들은 투사였다.

 

 


 

 

성, 연령, 계급, 지역, 가족 등 다양한 원인으로 불안정한 톨게이트 요금 수납 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하여 한목소리를 내고 힘을 모아 10여개월 동안 투쟁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일까? 자신의 내일을 위해서,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해서, 옳은 길이여서, 함께 하는 젊은 세대들을 위해서.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들이 처한 오늘이 공정하지 않기에 바로잡기 위해 대부분 처음인 농성에, 투쟁에 기꺼이 동참하였던 것이다. 누구 하나 떼어놓고 가지 않겠다. 함께 가는 길이기에 힘겹고 서럽고 두려울지라도 웃으면서 서로를 다독이며 긴 시간을 감당할 수 있었다. 그 끈끈한 유대와 공감과 목표의식이 끝내 '직접 고용'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지금 그들은 또다시 투쟁 중이다. 원업무 복귀가 아닌 환경 정비 일로 발령이 난 것이다. 임시직이라 하면서도 다른 일자리에 대한 논의가 없는 현시점을 더 나은 내일을 위해 감내하고 있다. 아니 준비 중이라 믿고 싶다.

 

 

"노동운동과 진보 정치의 전망이 보이지 않는 지금,

출구는 여전히 싸우는 사람들의 말과 내력과 기록 속에 있다."

최현숙 '추천의 글' 중

 

 

참았던 톨게이트 요금 수납 노동자들의 각성이 지닌 힘은 원대했다. 그들이 보여준 뜨거운 연대가 간접고용의 폐단을 바로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었다고 생각한다. 이 글이 우리 사회에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인간적인 노동'과 '보편적 권리'에 대한 질문을 이어줄 것이다.

 

 

일상의 불편과 부족을 개인의 능력과 책임보다는 이를 집단에서 어떻게 바꾸고 채울 것인가를 묻는 감각에서 시작했다. 보편적 권리의 보장은 이렇게 구성되어야 한다. 이로부터 저마다 자신의 다름을 긍정하고 동료에게 기꺼이 의지하는 순간, 또 의지할수록 나 역시 다른 이에게도 의지가 되는 사람임을 깨닫는 순간에 존엄과 평등의 감각을 맺을 수 있다.

'들어가는 글' 중

 

한겨레 하니포터7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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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센 뤼팽 6 - 아르센 뤼팽의 고백 어린이 세계 추리 명작 시리즈
모리스 르블랑 지음, 이혜영 옮김 / 국일아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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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센 뤼팽 6. 아르센 뤼팽의 고백/ 모리스 르블랑 저/ 국일아이


 

신간 아르센 뤼팽 시리즈 여섯 번째 이야기 <아르센 뤼팽의 고백>에는 4편의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덕분에 다양한 모습의 아르센 뤼팽을 만나볼 수 있네요.

 


 

 

'나'가 등장하는 <거울 놀이>와 <그림자 표시>


 

아찔한 함정에 빠져 죽음의 위협을 당하는 뤼팽이 안타까운 <지옥의 함정>

뤼팽의 추리에 꼭두각시가 되어 수사에 몰두하는 가니마르 경감이 나오는 <붉은 실크 스카프>

 

 

아르센 뤼팽의 다각적 면을 살펴볼 수 있는 흥미로운 작품집 <아르센 뤼팽의 고백>입니다.

주어진 정보를 바탕으로 추리하여 사건을 풀거나, 수수께끼 같은 일에 호기심을 느껴 해결하거나,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고 감사 인사를 바라지 않는 호탕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렇게 정의롭고 따뜻한 심성을 지닌 뤼팽을 만나는 시간은 즐거웠습니다.

 

이런 정직한 모습이다가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타인을 협박하거나, 남을 속이거나, 도둑질을 하기도 합니다. 본업이 '도둑'인지라 당연한 캐릭터이지만, 빠른 두뇌회전으로 휙휙 변하는 뤼팽의 태도에 혀를 내둘렀네요. 이런 행동으로 뤼팽 본인이 위험에 처하거나 다른 사람이 좌절하여 이야기에 긴장감을 선사하게 됩니다.

 

 


 

 

네 편의 이야기 모두 <아르센 뤼팽 시리즈>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지만 <지옥의 함정>과 <붉은 실크 스카프>가 특히 인상적입니다. 이 두 작품에서 뤼팽은 상반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답니다.

 


 

 

<지옥의 함정>에서는 자신을 과신한 나머지 죽음의 고비를 겪는 뤼팽을, <붉은 실크 스카프>에서는 경찰청의 가니마르 경감을 꼭두각시처럼 부려 원하는 바를 취하는 뤼팽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푸하하, 천하의 뤼팽이 그런 실수를 하다니!"

 

 

 

 

뤼팽은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도 용기 있고 쾌활한 모습을 보입니다. 그런 그에게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고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이가 존재해서 천만다행이죠. 능청스럽고 유연한 대응이 장점인 뤼팽을 끔찍한 복수의 대상이 되게 한 것은 생각지도 못한 실수였어요. 괴도 뤼팽도 인간임을 절절히 보여주는 위험천만한 에피소드 <지옥의 함정>이었습니다.

 

 

"우리가 널 찾아내는 게 아니라 네 발로 우릴 찾아오게 하는 거였지."

 

 

 

 

<붉은 실크 스카프>는 뤼팽의 추리력과 대범함을 발산하는 흥미진진한 에피소드입니다. 우연히 얻은 증거품만으로 놀라운 추리를 해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도 놀랐지만, 가니마르 경감에 대해 정확히 간파하여 원하는 대로 다루는 솜씨에 감탄만 했답니다. 이토록 인간의 심리를 잘 파악하는 도둑이라니!!!

 

 

 

 

 

 

<아르센 뤼팽의 고백> 4편의 이야기 모두 놀라운 추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같은 정보를 접하고 사건의 전말을 파악하는 이와 그렇지 못한 이가 나뉩니다. 과연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냥 보는 것과 관찰하는 것이 첫 번째 차이고, 관찰해서 얻은 정보를 논리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두 번째 차이라고 생각이 드네요. 뤼팽과 똑같은 정보를 손에 쥔 '나'나 '가니마르 경감'이 제대로 보지 못하고 제대로 생각하지 못한 것처럼 말이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황이나 문제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도록 관찰하여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문제 해결 방안에 적합한 방법을 찾아야겠죠.

모험 가득한 <아르센 뤼팽 시리즈>는 1차적으로 재미와 짜릿함을 선사합니다. 그리고 뤼팽의 관찰력과 사고력과 추리력 그리고 용기와 포기할 줄 모르는 끈기와 의지를 2차적으로 배울 수 있어 더욱더 알찬 시간을 제공하고 있답니다. 혼자서만 정답지를 가지고 있는 듯 거침없이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괴도 '아르센 뤼팽'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지는 이유입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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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돌보다 - 의무, 사랑, 죽음 그리고 양가감정에 대하여
린 틸먼 지음, 방진이 옮김 / 돌베개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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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베개, #어머니를돌보다, #돌봄, #돌봄노동, #영캐어러, #린틸먼 

 


어머니를 돌보다/ 린 틸먼/ 돌베개


 


소설가이자 문학평론가인 린 틸먼이 간병, 돌봄에 관한 자전적 에세이 <어머니를 돌보다>를 집필하였다. 어머니를 11년 동안 돌보면서 겪었던 일들 중점으로 노인 환자를 대하는 사회시스템과 가정 돌봄으로 달라진 삶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저자가 글에서 밝힌 바와 같이 자신의 경험과 그 경험에 대한 감정을 담아내는 일은 나에게도 낯설고 불편하다. 하지만 <어머니를 돌보다>는 오히려 그 점이 독자의 신뢰를 얻고 린 틸먼이 말하고자 하는 본질에 닿을 수 있는 힘을 부여한다.

 

저자는 신랄한 모녀 관계를 여과 없이 보여주면서도 언니들과 기꺼이 돌봄의 주체가 되어 장장 11년의 시간을 좋은 딸로 살아간다. 그리고 영리하고 경쟁심이 강하고 현실적이던 어머니가 '질병'과 '노화'로 순종적인 존재로 변하는 시간 속에서 그녀와 함께 했던 의료진, 간병인, 지인, 선생님들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저릿저릿하고, 집중하고, 메모하기도 하였다. 너무 어린 시절 접한 상실은 제대로 수용하고 애도할 수 없어 깊은 생채기를 남겼다. 그리고 홀로 삼 남매를 키워낸 엄마에 대해 고마움과 사랑을 느끼며 자랐다. 하지만 결혼하여 아이를 낳아 키워보니 비로소 엄마의 희생이 사무치게 다가왔다.

그런 대단한 엄마도 시간의 흐름 앞에서는 허물어지신다. 어긋나기 시작하는 엄마의 신체 곳곳이 안타깝고 야속하기만 하다. 그렇기에 린 틸먼의 <어머니를 돌보다>는 탄생하는 순간 죽음의 열차에 올라탄 우리 모두가 눈여겨 들여다볼 지침서다. 아프면 병원에 가고 치료받으면 낫는 평범한 수순이 아닌 노인 환자와 가족들의 현실을 솔직하게 담아내고 있어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방법의 나열이 아닌 그 방법이 도출되는 과정을 함께 하면서 정보를 좀 더 깊숙이 받아들일 수 있다. 활자에 머무르는 정보에서 공감하고 이해하여 습득하는 정보로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병의 시작은 '진단'이라고 생각한다. 무슨 병인 줄 알아야 적절한 치료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린 틸먼의 어머니 또한 적확한 진단을 받기 위해 지난한 시간을 보낸다. 이 과정에서 보여준 의료진과 병원의 태도는 신뢰를 높이고 라포를 형성하기보다는 무성의하고 무심하거나 또는 권위적이라 충격이었다. 저자가 계속 말하는 환자의 대변인으로서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지 절로 새기게 된다.

 

 

대변인은 전문가와 의료종사자에게 맞서야만 한다.

 

 

간병은 육아와는 결이 다르다. 간병을 육아와 비슷할 거라 생각한 저자 또한 점차 차이를 인식하게 된다.

육아는 간병보다 더 열려있다. 아이는 자라나 자립하게 되지만, 노인은 점점 더 쇠약해져 의존하게 된다. 또, 육아는 사회 공동체 안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간병은 더 한정적이다.

요양병원이 아닌 가정 돌봄을 위해서는 누군가의 희생이 요구된다. 저자와 언니들은 상주 '간병인'을 고용함으로써 이를 해결하고자 한다. 이 간병인에 대한 내용이 이 책에서 많은 분량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고 민감한 사항이었다. 선입견, 계급 및 문화 차이 그리고 불법 노동자 착취 문제 등 사회정치적으로 접근해야 할 예민하고 무거운 부분임을 저자는 밝히고 있다. 자신의 껄끄럽고 불편했던 경험을 사실대로 명시함으로써 고통과 분노를 이겨냈다.

 


 


 


 

린 틸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또 한 가지는 호스피스 케어에 대한 정보 제공이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프로그램을 전문가가 환자나 가족들에게 제공하는 일은 무척이나 중요할 것이다. 그렇기에 린 틸먼은 비난이 목적이 아니라 이 글을 읽는 많은 이들을 위해 가정 호스피스 케어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 '죽음'에 더 집착하고 몰두하게 된 저자의 행보를 쫓으면서 그의 분노와 안타까움을 절절히 느꼈다.

 

 

"그러나 의학계에 종사하는 우리 대부분은

몸의 쇠약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모른다."

 

 


어머니를 돌봤던 시간은 린 틸먼을 타인의, 주변의 고통에 깨어있게 만들었다. 그 시간을 보낸 사람이기에 지각하고 반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나는 여섯 살 때부터 어머니가 싫었다.

★ 나는 어머니와 함께 살 수 없었다. 그냥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했다면 나는 24층에 있는 어머니 아파트의 여러 창문 중 하나에서 몸을 내던졌을 것이다.

☆ 나는 좋은 딸 역할을 연기했지만 거기에는 내 진심이 담겨 있지 않았고 대신 내 양심은 담겨 있었다.

우리 자매들은 모두 양심에 의해 등 떠밀렸다. 그건 그렇게까지 끔찍한 일은 아니다.

★ 어머니와 관련해서는 나는 죄책감을 느낀 적이 결코 없다.

내가 어머니에게 내주는 것은 어머니가 받을 자격이 있는 것보다 많았다.

☆ 어머니를 집에서 죽음을 맞이하도록 함으로써 짊어지게 된 책임감의 정서적·심리적 무게는 내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엄청난 것이었다.

 

린 틸먼의 거침없는 감정 표현은 차마 인정할 수 없어 가슴 깊이 묻어두었던 날것을 대신 표출해줘 위로받는 이들도 있지 않을까.

 


 


 


 

그가 존경하지만 사랑하지는 않는다고 말하는 어머니의 발병부터 죽음 그리고 이후까지 자신이 겪었던 경험과 감정 그리고 비판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그가 불편하고 당혹스러움을 딛고 밝힌 모든 것들을 이제 우리가 인지할 시간이다. 우리의 존엄한 삶과 존엄한 죽음을 위한 발걸음이 되어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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