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낭군가 - 제7, 8회 ZA 문학 공모전 수상 작품집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36
태재현 외 지음 / 황금가지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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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 장르물 소재 중 가장 친숙한 건 '좀비'일 것이다. '워킹데드', '부산행', '킹덤' 등 좀비로 뒤덮인 참혹한 세상을 그린 작품들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작품의 수와 영역이 확장되면서 좀비 아포칼립스로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의식 또한 다양하고 날카로워지고 있다. 오락을 넘어 인간에 관한 사유와 세태에 대한 성찰을 다루는 각양각색의 글을 접할 수 있다.

 


죽어도 죽지 않는 '좀비'가 왜 만들어졌을까?

 


좀비의 존재 이유를 되새기면서 읽어나가야 하는 의미심장한 작품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리고 '좀비'가 등장하는 작품은 절박한 추격전으로 긴장감이 고조되어 집중력이 높아지니 재미는 기본이다. 잠 못 이루는 긴 겨울밤, 좀비 아포칼립스 장르물은 필수 아이템이라 할 수 있겠다.

 


이번에 황금가지 서평단 활동으로 읽은 

 『좀비 낭군가』  역시 다채로운 매력을 지닌 작품집이었다.

세계 유일의 좀비 아포칼립스 문학 공모전 ZA 문학상 수상작 다운 저력을 뽐내고 있다.

 

 

 

좀비 낭군가/ 제.7,8회 ZA 문학 공모전 수상 작품집/ 황금가지



 

총 7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좀비는 시대, 공간, 시간을 초월하여 존재하는 괴수이자 우리였다. 비슷한 듯 다른 7편 속의 좀비들을 만나고 도망치고 해치우는 사이 나도 모르게 주위를 살피게 되었다.

부정하고픈 현실 앞에서 얼어붙은 채 휩쓸리는 자가 되느냐 아니면 직시하고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하는 자가 되느냐는 결국 나의 선택이다. 끔찍한 대재앙 앞에서도 삶의 의지를 불태우는 인물들의 활약상에 고무되어 나라면? 질문의 답을 찾아 손끝에 힘을 주어 책장을 넘겼다.

 

 

 


 

 

좀비 낭군가 소설집 7편의 소설은

좀비를 상대로 싸우는 이들의 고군분투기(좀비 낭군가, 침출수, 삼시세킬, 화촌, 각시들의 밤)와 좀비가 주인공인 색다른 관점을 제시하는 이야기(메탈의 시대, 제발 조금만 천천히)로 나눌 수 있다.

 

 



 

 

표제작인 [좀비 낭군가]는 조선 구전 민요인 <진주낭군가>를 글감으로 탄생하였다. 원 민요와 비슷한 형국으로 진행되다 막판에 발칵 뒤집어진다. 속이 얹힌 듯 답답함이 활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슝~ 날아가 버렸다.

 

남편은 좀비가 된 것을 힘이라 여기며 스스로를 '왕'이라 칭한다. 이를 저지하기 위한 한윤이와 매향의 활약은 살고자 하는 인간 본연의 욕구였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인내하고 순종해야 했던 여인의 항거였다. 유교의 나라 조선이라 더 크게 다가왔다.

 

 

"사람 잡아먹는 괴물로 사는 것이 행복하십니까?

부인도 얼른 오시오.

이 삶에서는 두렵고 슬픈 것이 없다오. "

 

 

 

[침출수]

한 소녀의 처절한 사투는 '좀비' 사태보다 훨씬 이전부터 시작되었다. 외래종 혹은 신종 벌레처럼 악행을 저지르는 이가 자신에게 지분거렸을 때부터. 인간 같지 않은 구더기 벌레가 지엄한 생태계의 결정으로 죽음을 맞이한 것을 모른 척했을 뿐인데……

이제 열여섯 살, 한창 배우는 서툰 것 투성일 나이에 도아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비극을 처리하는 해결사를 자초했다. 그 용기와 투지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희미해져가는 기억을 끝까지 붙들고자 애쓰는 그 아이를 통해 살아가는 이유를 나지막이 읊조려볼 수 있었다.

 

 

같이 사진을 찍고 싶었다.

그 사람과 어깨동무를 하고서 억지로라도 웃을 생각이었다.

……

도아가 이 마을을 떠나면 혼자 살아야 할 사람이었다.

그래서 떠나기 전에 사진이라도 찍어서 그 사람 방에 놔주고 싶었다.(p.81)

 

"그래 도아야, 느그 할배 생각해서라도 견디야한다.

가서 응급치료받고 할배한테 전화 디리자, 알았제?"

 

 

 


 

좀비가 된 이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

삼시세끼를 챙기는 일이 당연지사가 된 보배가 좀비가 된 남편을 위해 '인간을 쇼핑하는 충격적인 결말'을 제시하는 [삼시세킬]과 괴수로 변해버린 소녀가 지켜주는 바다의 풍요를 버리지 못해 신으로 추앙하고 매년 인간 제물을 바치는 끔찍한 섬마을 이야기인 [각시들의 밤]는 이에 대해 생각해 보기를 권한다.

 


세상이 좀비 바이러스로 혼란스러워도 '삼시세끼'라는 일상이 무너지지 않는다면 잘 살고 있다는 괴이스러운 이야기는 좀비 아포칼립스 다운 결말이었다.

태몽처럼 섬을 불태워버린 진홍의 이야기는 보호를 받는다면 기꺼이 희생을 감수하고, 다수보다는 소수의 희생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비극을 뒤엎었다. 풍요로울 수만 있다면 괴수조차 신으로 모시는 인간과 본능에 충실한 좀비 중 누가 더 역하고 끔찍한 것일까.

 

 

 

[화촌]

이 작품집에서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단편이다. 작가의 참신한 상상력에 경이를 표한다. 휴게소와 화장실 낙서 그리고 터널까지 미스터리한 요소들이 갖춰진 이야기는 시간과 공간까지 맛깔나게 버물러 한상 차려놓았다. 아찔한 결말에 한방 제대로 먹었다.

 

 

천 년 전의 당신에게 알린다.

우리들은 모두 다음 세대의 먹잇감이 될 것이다.

지금껏 인류가 해온 일이 바로 그것이겠지만. (p.229)

 

 

 

 

[메탈의 시대]

베이시스트가 좀비로 변해서도 첫 단독 공연을 접지 못해 좀비로 변한 이들 중 밴드 멤버들을 꾸리는 우여곡절이 펼쳐진다. 양심을 지닌 좀비 돌연변이 설정이 참 특색 있다. 생생하게 그려낸 밴드 공연 무대에 작가의 록 스피릿을 느낄 수 있었다. 관객이 넘치는 완벽한 오늘의 공연은 지켜보는 나에게도 짜릿함 그 자체였다.

 

드디어 메탈의 시대가 돌아왔다.(p.147)

 

 

[제발 조금만 천천히]

신선한 접근이다. '빨리 더 빨리'를 외치는 요즘 세태에 경종을 울리는 작품이다. 상당히 획기적이다.

 

 

먼 미래가 아니라 눈앞의 일에만 집중하면 된다는 사실이

약간은 마음이 편한 것 같기도 해.(p.251)

 

 

시간을 촘촘하게 나눠서 치열하게 사는 삶. 내일의 성공을 위해 여유와 휴식을 포기하고 열심히 달리는 삶. 그러다 사람들이 속인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완인들을 살해한다. 이유도 모른 채 벌어지는 무참한 살육의 현장에서 채하와 지원 그리고 그들이 구해낸 아이 예빈은 큰 깨달음을 얻는다. 좀비의 고정관념을 비틀어버리는 작가의 배포에 큰 박수를 보낸다.

 

 

 

 


 

 

죽어도 죽지 않는 좀비는 인간의 탐욕이 부른 재앙일까? 좀비는 인간만 공격하는 걸까? 좀비는 본능만 남을까?

좀비가 '왕'이 되고자 하고, 인간에 의해 '신'이 되기도 하고 도리어 일반인을 '좀비'라 부르는 그림을 통해 '좀비'에 대해 다양한 해석과 접근을 시도할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이었다. 결과적으로 '인간'을 들여다본 셈으로, '산다' 아니 '어떻게 살지'를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아포칼립스를 뒤집는 희망의 내일을 그리기 위해 '아침'이 다가오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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