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동 헤리티지 - 공단과 구디 사이에서 발견한 한국 사회의 내일
박진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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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동헤리티지, #박진서,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7기

 

'당신은 구로동을 아십니까?' 혹은 '구로동 하면 떠오르는 게 있나요?'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구로디지털단지'를 언급할 것이다. 남편은 '구로공단'을 이야기했다. 제법 나이차가 나는 우리 부부는 같은 70년대생으로서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편이다. 그 결과 남편은 '역시 우리는 같은 세대야'라며 흐뭇해하곤 했기에 서로 다른 키워드에 실망했다. 특히 이 책에서 나온 구로동에 대한 세대별 반응의 차이를 전해 들은 후에 더 그랬다.

 



구로동 헤리티지/ 박진서 지음/ 한겨레출판


 


박진서 저자는 구로동 토박이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24년을 죽 한곳에서 살았다니, 그만큼 구로동에 대한 마음이 남다를 듯하다. 그런 마음이 <구로동 헤리티지>라는 책으로, 형태를 지닌 구체적인 결과로 발현되었다. 흥미롭고 참신하며 날카로운 시선으로 담아낸 '박진서의 구로동'은 구로동에 국한되지 않은 우리들이 생활하는 공간의 기록이었다. 구로동, 누군가에게는 중심이나 또 다른 이에게는 변방인 그곳. 보통 변화는 중심부에서 일어난다고 여겨지는 데, 저자의 시각으로 톺아본 구로동은 분명 변화의 흐름 위에 존재했고, 존재하고, 존재할 것이라는 사실이 명확하다.

 

이미 탄탄하게 갖춰진 중심부보다 빈 공간이 있는 여유로운 변방에서 죽 살아온 터라 저자의 목소리가 더 묵직하게 다가오는 지도 모르겠다. 혹은 그가 살고 있는 구로동과 지금 내가 발을 딛고 서있는 곳이 교집합이 많아서일지도 모르겠다. 공단이 있고, 중국인과 재한 중국동포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살고 있는 이곳에서의 일상 속 공기와 감정을 명징하게 기록한 그 덕분에 주위를 향한 나의 시선을 환기시킬 수 있었다.

 

 



 

 

24년을 살아온 동네. 그가 감각하는 동네 그 사적인 공간을 둘러싼 기억과 이야기들로 시대를 살피고 사회를 돌아본다. 잘 안다 생각했지만 익숙한 공간에서의 색다른 경험이나 동네라 인지하지 않았던 혹은 동네라 인지했지만 아닌 공간을 향한 낯선 기분들로 박진서 저자의 '나의 구로동 이야기'는 시작한다.

 

10년 전 모니터링했던 영화제가 건재할 뿐만 아니라 성장하여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에서 '화려함이 아닌 꾸준함'으로 오늘도 주어진 일을 묵묵히 헤쳐나가고자 하는 믿음을 노래한다.

 

혐오시설인 구치소 자리에 들어선 마천루에 대한 내용은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감옥은 싫지만 감옥 같은 집에서 살고 싶다?' 현대 공공 주택은 감옥과 공간적 속성이 유사한 부분이 많다. 효율성이 강조된 공간이기에 감옥 같다는 사실을 알고도 외면하고 더 많이 창출한다.

 


 

 

박진서 저자는 공항 때문에 고도 제한이 있는 동네에 들어선 고층 아파트를 보고 날카롭고 명민한 생각을 적고 있다. 이전한 구치소 자리에 들어선 마천루, 완화된 고도 제한 규정의 허가치 최대한을 적용한 45층, 재건축을 바라는 주민들과 떠나야 하는 공구 상가 주인들과 주민들의 상반된 입장 등 구치소가 떠나고 누군가의 삶의 터전이 된 공간을 보고 적어내린 문장들은 오늘날 주거 공간으로서의 '집'에 관한 상념에 젖어들게 만들었다.

 

 

'구로공단 - 구로디지털단지 - 중국인'

결혼으로 고향을 떠나 이사한 경우라, 아이들 중심으로 한정적인 관계를 맺었다. 또래 아이들을 키우면서 비슷한 고민을 공유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한 집단이다. 그런데 근년 마을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동네 사람들과의 교류가 확장되었다. 우리 동네의 역사를 배우고, 다양한 활동가분들을 알게 되면서 시야가 넓어졌다. 우리 동네만이 가진 가치를 발견하는 기쁨은 생각보다 일상에 활력을 부여했다. 아는 만큼 보이는 기적으로 좋은 점, 아쉬운 점이 예전보다 도드라져 보이게 되는 것이다.

 

 


 

 

저자가 구로동의 어제와 오늘을 바라보는 시선에서도 그와 비슷한 맥락을 읽었다. 기쁨과 자부심 그리고 걱정과 우려가 섞였지만 다채로운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었다.

공단에서 디지털단지로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산업의 형태는 달라졌다. 공단과 디지털단지에 찬사와 칭송은 쏟아지지만, 그 공간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는 관심이 부족하다. 실상 공단 시절처럼 디지털단지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노동 환경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이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여전히 그곳에서 일하는 당사자 본인들의 몫이다.

 

 


 

 

AI 시대, 최첨단 기술이 선도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간과하고 있었다. 기술 너머 사람을. 저자가 수면 밖으로 끌어올린 '사람'이 다시 가라앉지 않도록 기억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사람을 가릴수록 기술이 대단해 보이기 마련이기에 인간의 노동이 남긴 흔적을 지우려고 노력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고 떠올려야 한다는 저자의 말이 또렷하게 새겨졌다.

 

 

 

변방으로 떠넘겨지는 문제, 중국인과 재한 중국 동포에 대한 우려 그리고 이를 넘은 편견과 혐오를 다룬 저자의 시선 또한 인상적이다.

전가되어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저 우리로부터 멀어져 잘 보이지 않을 뿐이다. 어쩌면 해결되었다고 믿고 싶은 건 아닐까 자문해 보았다. 외면하고 회피하는 것이다. 저자는 중국인 관련 불안과 혐오도 그런 맥락으로 풀어나간다. 미디어에서 만들어낸 이미지에 불안을 키우는 건 아닌지 경계한다. 편가르기가 아니라 그들에게 다가가기를 권한다.

분명 중국인, 재한 중국 동포들을 포함한 외국인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다. 그렇다면 막연한 불안과 적대감은 잠시 내려놓고 그들을 제대로 알아가고자 하는 배려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쉬운 해결책일 것이다.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저자의 포용심에 감화되는 걸까 부드러워지고 있다.

 

 

자신의 몸과 마음에 새겨진 구로동을 기록하기 위해 기억을 되짚어나가고 외부인이 바라보는 구로동을 듣고 구로동을 바라보는 시선, 이미지의 의미와 진실을 쫓는 여정이 좋았다. 행정구역 상 구로동이 아닌 '나의 구로동'을 쓰기로 결심했더니 비로소 글쓰기가 수월해졌다는 표현에서 그가 무엇을 쓰고자 하는지 전해졌다. 그의 진심이 녹아있는 <구로동 헤리티지>는 부단히 애쓰며 살아가는 우리 한국 사회의 보통 사람들이 남긴 어제와 오늘과 그리고 내일의 기록이다. 세상에 대한 통찰과 사랑과 희망이 느껴지는 20대 청년의 글은 담담하면서도 열정적인 목소리로 다채로운 가능성을 들려주고 있다. 자신이 깨달은 이 경이로운 경험을 부디 많은 이들이 함께 하기를 바라는 저자의 바람이 이루어지는 그날, 구로동에서 만나요!

 

무조건 갈등을 피하고자 하는 나에게 큰 의미로 다가온 글을 남기며 마무리한다.

 


 

 

한겨레 하니포터 7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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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뉴타운 책 먹는 고래 46
정혜원 지음, 나미 그림 / 고래책빵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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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바다 민박> 시리즈로 정을 나누며 모여 살아가는 이야기로 우리를 훈훈하게 해주었던 정혜원 작가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이번에는 '도깨비'가 소재이다. 어린 시절 누구나 책 속에서 만났던 그 도깨비 말이다. 장난과 수수께끼를 좋아하여 고개를 넘으려 하면 씨름을 해서 이겨야 보내줬던 도깨비, 메밀묵 좋아하던 도깨비, 방망이로 뚝딱! 여러 가지 물건들을 불러내던 도깨비. 이번 정혜원 작가의 새로운 이야기에서 만나볼 '도깨비'는 '착한 사람 돕는' 도깨비다.

 

 

 

도깨비 뉴타운/ 정혜원 글/ 나미 그림/ 고래책빵



 

상권이 죽어서 빈 상가가 대부분인 '도깨비 뉴타운'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도깨비 마법 같은 동화 세 편을 만날 수 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요즘, <도깨비 빵집 1호점>, <낄낄낄 도깨비 책방>, <왕도깨비 만물상>, 이 세 편의 이야기는 움츠려드는 우리네 어깨를 포근히 감싸 안아 훈훈한 온기를 나눠줄 것이다.

그리고 삽화를 담당한 나미 작가의 그림은 전래동화에서 보았던 그림 같아 <도깨비 뉴타운> 이야기를 더 실감 나게 해준다. 정겨운 그림체가 이야기 맛을 한층 더 살려주고 있다.

 

 

상권의 붕괴로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긴 '도깨비 뉴타운'은 빈 상가들이 늘어만 간다. 길 건너 화려하게 새로 지은 상가들로 장사하는 사람들이 옮겨가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이 위기를 잘 극복하여 도깨비 뉴타운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정혜원 작가는 우리 전통문화 속에 잠들어있던 부의 신 '도깨비'를 소환하였다. 신통방통한 도깨비의 '도깨비 뉴타운 되살리기'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 도깨비 빵집 1호점 -

부쩍 잦아진 부모의 싸움, 허름한 맨션, 어둠컴컴한 동네 상가. 이 모든 것이 속상한 예찬이 앞에 도깨비처럼 빵집 사장님이 나타났다. 사장님이 주신 빵을 먹자 달콤한 맛에 기분이 풀렸다.

 

 


 

갑자기 생겨난 '도깨비 빵집'에 국내 제빵사 예찬이 아빠가 취직을 하게 되면서 꽁꽁 얼어붙었던 예찬이네에도 봄바람이 불게 된다. 국산 재료로 새로운 빵을 열심히 연구·개발하는 예찬이 아빠 덕분에 도깨비 빵집은 대박이 난다. 웃음꽃이 피어나는 예찬이네의 모습이 처음 안쓰러웠던 예찬이 모습과 대비되어 더 기뻤다.

하루하루 열심히 일하는 예찬이 아빠와 예찬이네 가족에게 과연 도깨비는 어떤 복을 내렸을까? 가슴 두근거리며 읽을 수 있는 기분 좋은 동화이다.

 

 


 

 

- 낄낄낄 도깨비 책방 -

'도깨비 빵집'이 대박 나자 다른 상가들도 상가명에 '도깨비'를 넣어서 장사하기 시작한다. 예찬이 엄마 친구인 황은결 동화 작가가 운영하는 '랄랄라 책방'도 '낄낄낄 도깨비 책방'으로 이름을 바꾸게 된다.

도깨비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도 있다. 일본 도깨비 오니는 방망이를 들고 뿔이 나고 무시무시한 모습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도깨비는 뿔도, 방망이도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 도깨비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동화가 바로 <낄낄낄 도깨비 책방>이다.

 

 

"부탁이 있어서. 도깨비 이야기를 쓰려면 제발 똑바로 써주시오.

일본 도깨비를 한국 동화책 안에 잔뜩 불러다 놓지 말고. 자존심이 상해서 죽을 지경이오. "

 

 

작가의 마음이 담긴 문장에 가슴이 뜨끔했다. 나 또한 혹부리 영감 속 도깨비를 당연히 우리나라 도깨비라 여겼으니까 말이다.

 

 


 

 

이제서야 누린내가 나고 패랭이를 쓰고 한복을 입으며 메밀 묵을 좋아하는 구릿빛 피부색을 가진 사람 모습이 우리나라 도깨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깨달음 하나만으로도 이 책을 만난 의미는 매우 크다.

 

 

- 왕도깨비 만물상 -

도깨비 뉴타운에 새로운 인물이 나타났다. 바로 만물상을 차리는 왕도식, 왕도깨비 아저씨다. 만물상, 요즘에는 보기 힘든 곳이다. 어린 시절에 친구 집이 만물상이라 놀러 가면 정말 없는 거 빼고 다 있었던 기억이 난다.

 

 


 

 

이번 이야기는 왕도깨비 왕도식 아저씨의 신부 찾기다. 도깨비 빵집 예찬이네 엄마와 낄낄낄 도깨비 책방 준영이네 엄마는 왕도깨비에게 여러 아가씨를 소개해 준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인연을 만나지는 못한다. 왕도깨비 아저씨는 앞 동화의 주인공들처럼 기이한 일을 겪으면서 도깨비 뉴타운에 적응해간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허름한 상가 '도깨비 뉴타운'에 갑자기 생겨난 '도깨비 빵집'을 시작으로 신기한 일들이 일어난다. 도깨비가 나타나 열심히 살아가는 착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다. 왜 도깨비 뉴타운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도깨비 뉴타운' 상가 사람들은 힘겨운 상황에서도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챙기며 돈독한 정을 나눈다. 서로 배려하고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그들은 마치 한 가족 같다. 그들의 얼굴에도, 도깨비 뉴타운 상가에도 환한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하하하 호호호 히히힛."

잘 들어보면 도깨비 뉴타운 이웃들의 밝고 경쾌한 웃음소리 속에 바람을 타고 온 도깨비 웃음소리가 멀리 퍼지고 있다. "낄낄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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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행성 1 - 영원의 숲
스가 히로에 지음, 정경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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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행성, #힐링, #김초엽, #SF, #소설추천, #아름다움, #예술

 

<박물관 행성 - 영원의 숲>

세상의 모든 예술품을 모은 별, 박물관 행성 아프로디테를 배경으로 다양한 인생 이야기들이 벌어지는 매혹적인 시리즈 1편이다.

 

 

 

박물관 행성1. 영원의 숲/ 스가 히로에/ 한스미디어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이 소설은 그리스 신화부터 뇌에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을 연결한 직접 접속 학예사까지 고대와 미래를 망라하고 있다. 2000년에 출간된 이 SF 소설 속 여신의 이름을 지닌 데이터베이스 시스템들은 지금의 AI처럼 학예사 삶 속에 자연스럽고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하긴 내 뇌 속에 여신이 들어와 있다고 생각하면 생경하면서도 아찔하다. 이런 독창적인 설정은 이 소설이 지닌 강점이자 매력이다.

 

 


 

첨단 기술로 미의 세계를 지키고 구현해나간다는 큰 틀 안에서 '아름다움'에 관한 질문이 계속된다. 학예사 다시로 다카히로는 다양한 예술 영역에서 벌어지는 사건사고들을 동료들과 함께 풀어나간다. 학예사들의 일상과 예술 작품에 얽힌 다채로운 이야기는 읽는 내내 상상의 나래를 펼쳐 마음을 뒤흔들었다. 아름다움에 끌리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라 저자 스가 히로에가 선보인 미의 세계를 탐닉하고, 그가 던지는 날카롭고 심오한 질문이 일으키는 파장을 즐겼다. 판타지 공간에서 마음껏 뛰노는 그의 펜 덕분에 다카히로는 힘겨웠지만, 지켜보는 이로서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아름다움, 예술, 사랑. 삶을 빛내고 풍요롭고 해주는 이 소중한 의미들을 아프로디테에서의 환상적인 경험으로 되새길 수 있었다.

 

 

학예사 다카히로는 좋아하는 예술 작품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일에 치여 아름다움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되어간다. 예술 전담 부서들 간의 다툼을 조정해야 하는 그이기에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즐기기보다 대화하고 설득하는 등 관계 개선에 힘써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직접 접속자, 권한 A라는 이유로 자신에게 부과되는 책임, 요구가 다소 과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테나의 네네와 칼, 데메테르의 롭 등 동료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아프로디테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를 풀어나간다.

 

 

 

 

총 9가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각각의 에피소드 모두 아름답고 매력적이다. 작가의 특별하고 섬세한 상상력과 통찰력이 잘 녹아들어 다양한 관점에서 예술과 삶, 예술과 과학, 삶과 사랑을 살펴볼 수 있다.

 

<이 아이는 누구?>에서 '인형'에 대한 정보는 무지막지했다. 그 고통을 상쇄시키는 다카히로의 제안은 참으로 인정 넘쳤다. 그리고 고객의 요구를 해결하고자 접근하면서 그의 어린 시절 상처를 치유하는 대목도 인상적이었다. 작가의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엿볼 수 있었다.

 

<포옹>에서는 직접 접속자들의 고뇌를 한층 더 살펴볼 수 있었다. 학예사로서 예술 작품의 가치를 평가하는 그 행위의 기준이 무엇이 되어야 하느냐에 대한 고민이 잘 드러났다. 아름다움을 오감이 아닌 직감이나 육감으로 받아들이는 환희와 행복을 다시금 느끼고자 아프로디테를 찾은 전 학예사 마삼바로 우리는 환상의 심해어를 낚을 수 있는 방법을 엿보았다.

 

<영원의 숲>, <반짝반짝 빛나는 별>, <러브 송> 등 박물관 행성은 사랑 이야기다. SF와 판타지로 그려낸 순수한 사랑의 힘은 세상 모든 예술품이 모인 별, 아프로디테를 아름답고 행복하게 만들었다. 예술을 향유하는 이들에게 주어지는 선물이다.

 

 

가상 공간인데도 예술 작품을 두고 벌이는 부서 간 다툼이나 예술을 관리하기 위한 용도로 첨단 기술의 적용과 발달이 가져온 변화에 대한 묘사는 현실적으로 몰입하게 만든다.

다시로 다카히로와 매슈 킴벌리 그리고 다시로 미와코 세 명이 직접 접속 학예사로서 보여주는 모습은 선명하게 다르다. 우리 모두에게 의미하는 바가 크다. 당신은 예술을 어떻게 바라보나요? 작가가 묻는 듯하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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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연금책 - 놀랍도록 허술한 연금 제도 고쳐쓰기
김태일 지음, 고려대학교 고령사회연구원 기획 / 한겨레출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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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연금책/ 김태일/ 한겨레출판



 


 

읽는 내내 불편함과 답답함을 느꼈다. '연금'에 대해 알고자 하지 않았던 무관심하고 무지한 내가 불편했고, 연금을 제대로 운용하지 못한 정부가 답답했다. 책을 덮으면서 저자 김태일 교수가 남긴 마지막 글이 가슴에 돌처럼 묵직하게 내려앉았다.

 

 

"수십 년간 성실히 일하면서 꾸준히 보험료를 납부했다면,

국민연금과 퇴직연금만으로도 웬만큼 노후 소득이 보장되어야 한다.

또한, 이는 미래 세대도 동등하게 누려야 한다.

이는 복지국가의 당연한 책무이다.

이를 못 한다면 정치권과 정부의 직무 유기다."

- 불편한 연금책/ 김태일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인 김태일 저자는 연금 개혁이 화두가 된 요즘 연금에 관한 '사실들'을 널리 공유하고자 <불편한 연금책>을 저술하였다. "아는 만큼 보인다." 저자는 전문적인 내용이라 다소 무리가 가더라도 전문서 대신 대중서를 택하여 더 많은 이들에게 연금의 실상을 알리고, 연금 개혁의 공감대를 넓히고자 하였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 같다. 그의 대안에 100% 공감하기는 어렵지만, 우리나라 연금 제도의 실상과 개혁이 미비하고 어려운 실정과 다양한 벤치마킹 해외 사례들을 잘 정리해 줘서 이해하기가 편했다. 연금에 대한 대중서로, 배경지식 습득에 적정한 입문서였다. 전문적인 용어와 이론, 수치, 도표 등을 일반 대중들이 받아들이기 쉽도록 설명해 주는, 친절한 책이다. 무리 없이 연금에 대한 의미와 필요성 그리고 세계 각국의 연금 제도와 우리나라의 연금 제도의 차이점 등을 파악할 수 있다.

 

 

<불편한 연금책>은 크게 3 소주제로 나누어

[연금 제도 바로 알기] -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제안] - [모두를 위한 연금 개혁]

총 10장으로 구성되었다.

 

대부분 공적연금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연금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퍼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의 연금 운영을 신뢰하지 못하는 국민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가 되겠다. 나 또한 국민연금에 대해 회의적이다. 과연 우리가 노후에 국민연금으로 일상생활을 누릴 수 있을까? 아니다. 적어도 현행대로 운용된다면 말이다.

 

우리가 연금에 대해 신뢰할 수 없는 이유는 크게 지속 가능성과 노후 소득 보장에 대해 의문이 들기 때문일 것이다. 김태일 교수는 구체적인 자료를 들어 이런 불안감을 명백히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연금제도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현주소를 살펴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시장 소득과 가처분 소득 빈곤율 차이가 가장 작다. 이는 공적 이전 소득이 실제 노인 빈곤에 도움이 별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김태일 교수는 우리 국민연금이 기형적이기 때문이라 말한다. 1. 낸 것보다 너무 많이 받는 구조라서 2. 가입률이 낮고 가입 기간이 짧아서 수급률이 떨어지고 수급액이 적으며, 소득·성별 격차가 매우 심해서

 

기존에 접했던 뉴스나 기사와는 다른 결이라 사실 충격적이었다. '더 내고 덜 받기'나 '재정 고갈'을 강조하는 내용이 아니라 연금 본연의 역할을 상기시키고 있다. 국민연금의 노후 소득 보장 기능과 소득 재분배 기능에 관한 정리는 흥미롭다. 국민연금이 '국민'의 연금이 되기 위해서 '가입 기간' 문제와 낸 것만큼 받기/수익비 1보다 작지 않기/소득 재분배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가입 기간을 늘이기 위해

1. 가입 상한 연령 높이기

2. 군 복무 기간 전체 인정

3. 출산 크레딧 확대

4. 18세 자동 가입

5. 실업 크레딧과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

다음과 같은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처럼 사회보험 방식 연금 체계를 지닌 다른 국가들은 대부분 저소득층에게는 재분배를 적용하고, 중간 이상 소득 계층에게는 소득 비례를 적용하고 있다. 그러면 저소득층은 수익비가 1보다 크고 중간 이상 소득 계층의 수익비는 1이 된다고 한다. 효율적인 적용 방식이라 사료된다. 이렇게 연금 제도에 대해 하나하나 알고 보니 연금 개혁은 분명 불가피한 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김태일 교수는 이를 위해 단순히 보험료율, 가입 기간 등 변수를 조정하는 모수 개혁이 아닌 구조개혁을 논하고 있다. 뒷받침해 주는 근거를 다양하게 들어 조목조목 상세하게 설명해 준다. 서구 복지국가의 연금제도 변천사를 통해 우리나라 연금 제도에 알맞게 적용하자는 실용적인 자세를 보여준다. 단순히 내가 내고 못 받는 게 문제가 아닌 연금의 실효성에 대한 접근을 할 수 있는 유용한 정보들이 가득했다.

 

 

 

기초연금, 국민연금, 퇴직연금에 이어 특수직역연금까지 공적 이전 소득을 둘러싼 비정상을 정상화하기 위한 과정을 담고 있는 <불편한 연금책>이다.

재정적 지속 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재정 목표를 정하고 달성할 수 있도록 보험료율을 매년 조금씩 높이는 방안을 제시한다. 보험료율을 올리는 일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그리고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사회보장세 신설을 통한 일반 재정을 투입하는 방안과 적극적인 기금 운용으로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김태일 교수의 바람대로 우리의 공적 연금인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그리고 퇴직연금이 사회적 합의를 거쳐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최소한의 소득 보장'과 '그 이상의 소득 보장' 기능을 수행할 수 있기를 바란다. 연금 개혁 특위까지 구성되었지만 임기 내 합의 도출에 실패한 점이나 모수 개혁안을 발표한 점을 보면 정상적인 공적 연금까지의 길이 먼 것 같다.

 

하지만 세대 간 계약으로 미래 세대에게 큰 책임을 넘기는 기성세대가 되지 않도록 진정성 넘치는 자세로 정부와 정치권의 공적연금 운영을 관심 있게 살펴야 할 것이다. 고령화 시대로 가고 있는 오늘날 복지국가로서 국민의 안정된 노후를 보장해야 하는 당연한 책무를 정치권과 정부가 간과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바로 국민의 눈과 귀와 입이 아닐까.

 

한겨레 하니포터 7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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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거리 수사대 1 : 한양풍문기의 진실 사계절 아동문고 110
고재현 지음, 인디고 그림 / 사계절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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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아동문고 <책방거리 수사대 - 한양풍문기의 진실> 한양 책방거리에 바람처럼 떠도는 소문을 접하고 진실을 찾고자 수사를 하는 아이들을 그리고 있다.

 


책방거리 수사대 - 한양풍문기의 진실/ 고재현/ 사계절출판


 

 

 

평소 수사물을 좋아하는 나에게 안성맞춤인 동화였다. 진실의 실마리를 찾아 동분서주로 뛰어다니는 수사대 삼총사 지전 아씨 연이, 지전 하인 동지, 포졸 두태와 한 팀인 양 사건 해결에 함께 하였다. 다른 이들은 모른 체한 '최 여인과 다섯 아이의 죽음'에 의문을 품은 그들의 따스한 심성에, 험난한 수사 과정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굳건한 심지에 감복하며 어느새 그들의 뒤를 따르고, 옆을 지키게 되었다.

 

조선시대가 배경이라 차별이 깔려있는 사회이지만, 진실을 향한 길에 남자도 여자도, 양반도 하인도 상관없다는 '책방거리 수사대'의 시대를 초월한 당찬 포부는 우리 어린이들에게 깊은 귀감이 되어줄 것이다. 차별과 시련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진실에 한발 한발 다가서는 용기와 의지가 결국에는 변화를 만들어내고야 만다는 사실을 잘 녹여내고 있다. 같은 사건을 수사하던 중 우연히 만나 결의를 다지는 모습은 괜스레 보는 이에게도 힘이 솟게 만들었다.

 

 


 

 

우찬성 댁 자제 '이윤휘'가 바람 같은 소문을 만들었다면, 책방거리 수사대는 소문에 근거 없이 퍼져나가는 비난의 댓글들을 경계하고 댓글의 내용을 참고하여 진실을 세상 밖으로 드러내게 하기 위해 힘썼다. 세책점에서 빌린 '장화홍련전'에 붙여놓은 '한양풍문기'는 마치 인터넷 세상 같다. '한밤중 과부 여인과 다섯 아이가 사라졌다'라는 글에 이에 대해 아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도 글을 남긴다. 사정을 모르는 이들은 가벼이 비난의 글을, 모욕의 글을 남긴다. 가짜뉴스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잘 보여준다. 이에 대해 지전의 주인 나리와 연이와 동지가 나눈 대화가 인상적이다.

 

 


 

그렇기에 연이 또한 윤휘의 행동에 반감과 우려를 표했던 것이리라. 연이로 인해 틀을 깨고 나온 윤휘 도령의 행보는 놀라웠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그의 모습은 당당하고 빛이 났다.

 

글의 힘은 말보다 강하다. 그래서 더욱더 신중해야 할 것이다. 이렇기에 연이의 한양풍문기는 끝이 나는가 싶어 내심 아쉽고 안타까웠다. 그런데 또다시 바람이 분다고 하니 책방거리 수사대 삼총사의 활약은 계속 기대해도 좋겠다.

 

 

"말은 쉽게 나오고, 빠르게 옮겨진다.

입에서 입으로 말이 도는 동안에는 사실이 멋대로 바뀌기도 하지만

흥미를 잃으면 곧 사라지기도 한다.

글은 많은 생각 끝에 힘들게 나오고, 퍼지는 속도는 느립니다.

하지만 내용이 변하지 않고, 쉽사리 사라지지 않습니다."

 

 

한양풍문기에 달린 댓글에서 단서를 찾아 진실에 가까워져가는 수사 과정이 매우 흥미롭다. 납치가 되거나 구정물을 뒤집어쓰는 등 위험천만한 일들이 벌어지는 긴장 가득한 수사였다. 하지만 수사대의 진정 어린 모습에 차츰 마음을 여는 관계자들이 늘어나 비로소 사건의 진실이 밝혀졌다.

 

 


 

- 광나루에서 시신을 보았다. 모두 여섯이었다.

- 어른 횡포에 아이들까지 죽었으니 가엾고도 가엾다.

- 그자의 횡포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지.

- 참나무 토막이 문제다.

 

 

 

 

<책방거리 수사대 - 한양풍문기의 진실>은 억울한 죽음을 밝혀내는 수사 과정뿐 아니라 수사대가 여섯 죽음을 무시하지 않고 억울한 마음을 풀어주고자 마음먹은 이유를 설득력 있게 표현하고 있다. 선한 영향력이 힘을 얻는 다정한 동화라 더 빠져들어 읽었다.

매력 넘치는 등장인물과 탄탄한 구성 그리고 시대를 관통하는 인간 본성을 바탕으로 벌어지는 사건을 담아 조선시대의 차별과 신분사회의 한계를 뛰어넘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도 공감하며 몰입하게 만드는 창작동화이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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