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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MESTER AT SEA : 바다 위의 학교 - 스무 살, 크루즈로 4대륙 12개국 세계 여행한 기록
임태우 지음 / 바른북스 / 2021년 8월
평점 :
절판
크루즈를 타고 4대륙 12개국 세계를 여행하면서 대학 1학기 학점이 인정되는 프로그램이 있다? 없다?
<Semester at Sea>이 바로 그런 프로그램이다.
크루즈를 타고 여행을 다니는데 대학 학점까지 인정받는다.
이 놀라운 소식을 바른북스 출판 블로그에서 보는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
이 프로그램을 직접 체험한 임태우 저자가 친절하게 책을 출간하였다.
SEMESTER AT SEA : 바다 위의 학교/임태우/바른북스
호기심 가득으로 펼친 책은 다양한 사진과 각국의 여행 정보뿐만 아니라 Semester at Sea 크루즈 학교 프로그램도 설명이 되어 있어서 유익했다.
이후 저자는 6월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프랑스어 학교에 다니면서 어학연수와 문화 체험을 하고, 유럽 여행을 했다고 한다.
Semester at Sea(SAS)는 1963년 Institute for Shipboard Education(ISE) 단체에서 설립한 교환학생 프로그램이다. SAS의 가장 큰 특징은 크루즈가 학교라는 점이다. 600여 명의 대학생들이 크루즈를 타고 세계 일주를 한다. 그 안에서 원하는 수업을 듣는데, 방문하는 국가에 대해서 자신이 선택한 과목의 관점에서 배우게 되며, 에세이도 쓰고 시험도 본다. 배에서 내리면 보통 한나라당 5~6일 정도 방문을 하는데 개별 여행도 할 수 있고, 프로그램에서 단체여행도 인솔해 준다. 그렇게 4개월 정도 세계 여행을 하면서 수업을 들으면 1학기 학점(보통 12~15학점)이 인정되며, 자기 본교로 학점이 넘어가게 되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이다.
여행에 필요한 준비부터 각국에 대한 지리적 정보, 여행지 정보, 맛집 정보 등 다양한 정보들이 잘 정리되어 있어서 여행 가이드북으로 참고하여도 괜찮을 것 같다. 가족여행 위주로 다녔기 때문에 저자의 스무 살 젊은 감성이 즐기는 세계여행을 접하니 여행을 다녀온 나라들도 색다르게 다가왔다.
그리고 수천 명이 타는 크루즈이고 수업을 하는 학교이기 때문에 크루즈 내부 설명도 재미있었다. 실내수영장, 마사지 스파, 대강당 베를린 홀, 베를린 레스토랑, 도서관, 헬스장, 캠퍼스 스토어, 이용실, 영화관 키노 시네마, 조종실, 야외 수영장, 농구 코트 등 다양한 시설들이 갖춰져 긴 여정 동안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을 것 같다.
세계 여행뿐만 아니라 크루즈를 타고 움직이는 동안에 수업이 진행되는데 저자는 국제학, 해양학, 세계 음악학, 언어학 개론을 선택하였다. 항구에 도착하기 전 그 나라에 대한 역사, 문화, 경제, 정치 등을 배우고 현지에서 수업하는 현장체험까지 겸하니 더 알찬 수업이 될 듯싶다. 방문하는 나라의 전통 음악과 현대 음악을 배우고 악기를 연주해 보기도 하고, 언어학의 기초를 익히고 방문하는 나라의 언어 현황과 언어 경관을 배웠다고 한다.
언어학 수업 프로젝트로 각 지역의 간판을 사진으로 찍어서 언어 지형을 알아보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그 나라 언어 경관에 대해 체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프로젝트가 인상적이었다.
계속 태평양의 서쪽으로 넘어가면서 매일 한 시간을 얻어 자기 전 시계를 한 시간 뒤로하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1월 15일 국제 날짜 변경선을 넘어가면서 16일 하루가 사라지고 바로 17일이 되었다고 한다. 쥘 베른의 <80일간의 세계일주>가 떠올랐다.
아시아 대륙의 중국, 홍콩, 베트남, 미얀마 여행 내용은 좀 더 친숙하게 느껴졌다. 홍콩의 디즈니랜드에서 재밌게 놀았던 기억이 있어서 상하이 디즈니랜드 소개 글이 눈에 들어왔다.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큰 테마파크라 즐길 거리가 많을 것 같아 가족여행으로 갈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티피 국수, 우육면, 딤섬 등 지역별 유명한 음식과 맛집도 소개해 줘서 여행할 때 참고할 만한 정보가 가득하다.
베트남 호치민 중앙 우체국이 프랑스 에펠탑을 지은 구스타브 에펠 작품이라는 깜짝 정보도 획득하고, 신발을 벗고 타는 버스 얘기도 상상하며 웃으면서 읽었다. 같은 아시아 대륙에 있는 나라들이지만 제각기 다른 문화들이 존재하기에 책을 통해 간접 체험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요즘 군부 쿠데타로 고통받고 있는 미얀마도 여행한 나라였다. 아픔을 겪기 전 너무나 평화로운 사람들이 찍힌 사진과 글들이라 더 고통스러웠다. 부디 잘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접한 미얀마는 새로움이 가득했다. 부계, 모계 사회가 아니라서 성이 없는 나라로, 일주일에 8일이 있고 그에 따른 8명의 신이 있다고 믿는다 한다. 미얀마식 이름은 자신이 태어난 날이 들어가서 무슨 요일에 태어났는지 알 수 있다. 숫자도 아라비아 숫자가 아닌 다르게 쓴다고 해서 놀라웠다. 미얀마의 명소들을 많이 소개해 줘서 미얀마 사정이 안정화되면 가보고 싶어졌다.
인도, 모리셔스, 남아프리카 공화국, 가나, 모나코 등 12개국의 독특한 문화와 장소, 음식, 역사들을 한 권으로 접할 수 있는 색다른 책이었다. 저자의 말처럼 이런 세계 여행도 있구나, 신세계였다.
크루즈 안에서는 수업과 함께 대학 캠퍼스처럼 운동회, 넵튠데이, 장기자랑 등 다양한 행사도 펼쳐져서 600여 명의 학생들이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장이 펼쳐지는 점도 흥미로웠다. 이런 활동들을 통해서 국적이 다른 학생들이 자유롭게 어울리고 소통하면서 인맥 네트워크가 넓어지는 일련의 과정들이 청춘들에게 좋은 자극이 될 것 같다. 저자가 국제고를 다니고 어학연수를 다녀서 외국 곳곳에 친구들이 있어 여행 간 나라에서 현지 친구를 초대해 만나는 시간을 가졌는데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이 SAS 프로그램으로 더 많은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어 세상이 더 팽창되었다.
일반 여행이 아니라 4개월의 기간 동안 학업과 세계 여행을 다양한 외국 학생들과 함께 한 시간의 기록이라 한 권이 묵직하고 정보가 가득하다. 스무 살 이 여행 전과 후 성장하고 변화된 저자의 에필로그를 읽으면서 경험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는다. 결과를 중요시하던 예전과는 달리 과정 중심이 되었다는 저자, 여행을 통해 예측할 수 없는 인생을 실감하고 신념과 방향성을 가지고 살아가면서도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결과를 받아들이자는 자세를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경험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찾았으니 소중한 시간들이었으리라.
세계 여행을 이렇게도 할 수 있다.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는 책, 신기한 간접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