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 할머니 마음 빵빵 그림책 12
정은영 지음, 박성원 그림 / 밥북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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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빵빵 그림책 12

<잘 가! 할머니> 정은영 글/박성원 그림


잘 가! 할머니/정은영, 박성원/밥북


 

특별한 이 책은 모녀의 합작품이다.

어머니를 보내고

외할머니를 보내고

딸과 손녀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 함께 세상에 내놓은 한 권의 그림책이다.

 

소중한 가족을 잃은 후 남은 이들이 서로 감정을 다독이며 함께 한 추억을 나누면서 잘 보내드리고 이별을 받아들이는 치유 과정을 그린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아이의 그림체가 정겹다.

전문가처럼 완벽하지는 않지만 아이의 마음이 담긴 그림이 책 내용을 풍성하게 해주고 색감이 따뜻해서 좋다.




 

"할머니가 돌아가셨어."

엄마의 말에 유치원생 딸은 '돌아가? 어디로?' 의문을 드러낸다.

처음 겪는 사랑하는 가족과의 이별이었기에 '죽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딸은

할머니의 장례식에 가셔도 할머니가 왜 안 계시는지 궁금해한다.

"할머니 어디 있어?"

 

순수한 아이의 의문에 가족들은 둘러앉아 할머니가 어디 계실지 이야기를 나눈다.

아이도 할머니가 어디 계실지 생각해 본다.

 

장례식이 지나고 어느 날 내리는 작고 하얀 눈송이를 할머니처럼 두 팔 벌려 안아준다.

할머니의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주위에서 할머니를 자연스레 떠올리며 추억하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죽음에 대한 공포는 죽음 자체가 갖는 의미보다 죽음을 더 부정적인 이미지로 만드는 것 같다. 하지만 죽음을 삶의 연장선상 어느 지점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삶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 이렇게 죽음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변하면 남은 이들 또한 살아있는 오늘을 더 행복하게 즐겁게 생활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사실은 할머니가 어디 계실지 잘 모르겠다는 아이의 말처럼, 어른인 우리도 모른다. 하지만 함께 사랑을 나누며 쌓아온 소중한 시간이 있기에 우리는 떠나보낸 가족을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 한다.

"잘 가! 할머니!"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 예쁜 그림책,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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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 절을 걷다 - 누구나 찾지만 잘 알지 못하는 사찰을 구석구석 즐기는 방법
탁현규 지음 / 지식서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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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 절을 걷다>

- 누구나 찾지만 잘 알지 못하는 사찰을 구석구석 즐기는 방법


국내 여행을 가게 되면 언제나 들리게 되는 사찰. 우리나라는 유명한 산마다 유명한 절들이 자리 잡은 듯하다. 그래서 꼭 들리게 되지만 건물 곳곳 제대로 살펴보지 못하고 기웃기웃거리다 사진 몇 장 찍고 내려오는 게 전부였다. 아쉬움에 두어 번 돌아볼 만큼 무언가를 놓치고 절을 떠나는 기분에 발걸음이 무거웠다.

그래서 <아름다운 우리 절을 걷다> 서평단 자격으로 알게 되어서 행운이었다. 사찰을 좀 더 세세하게 돌아볼 수 있는 정보가 가득 담긴 책이다.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절은 한국인과 뗄 수 없는 심리적 유대관계가 있기에 이 책을 통해 절과 불교 신앙의 존재 이유에 대해 돌아볼 수 있고 이해를 통해 더 친밀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그래서 <아름다운 우리 절을 걷다> 서평단 자격으로 알게 되어서 행운이었다. 사찰을 좀 더 세세하게 돌아볼 수 있는 정보가 가득 담긴 책이다.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절은 한국인과 뗄 수 없는 심리적 유대관계가 있기에 이 책을 통해 절과 불교 신앙의 존재 이유에 대해 돌아볼 수 있고 이해를 통해 더 친밀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우리 절을 걷다/탁현규 지음/지식서재



이 책의 장점은 전공자답게 세세한 설명과 각 사찰의 차이들 속에서 뽑아낸 공통점을 소개해 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글을 통해 전반적인 사항을 정리하고 다양한 사진, 그림 등을 보충하여 시각적 이해를 더해 종합적으로 설명해 줘서 흥미롭다.


이 책을 통해 절 여행자들이 가지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 절에는 왜 여러 집이 있을까?

- 절집 조각상들은 왜 다 다르게 생겼을까?

- 절에 갈 때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이유는?

- 절 입구를 지키는 우락부락한 근육질 조각상들의 정체는?

- 절에서 최고 경치를 즐길 수 있는 장소는?

- 불교 신자가 아니어도 절에 가야 한다?




절 배치도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사찰을 방문하는 여행자가 되어 무지개다리를 건너 일주문을 거쳐 스님의 무덤인 부도까지 거닐게 될 것이다. 그 안에 깃든 불교 신앙과 이를 형상화한 미술 작품들을 통해 한국 미술의 정수에 흠뻑 빠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절에 있는 많은 건축물과 미술품에 대한 설명 중 몇 가지가 인상적이다.

우리나라 절들은 계곡 옆에 터를 잡는 경우가 많아서 돌다리를 세우게 된다. 불교의 목적은 차안(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피안(깨달음의 세계)으로 건너가는 것이다. 이렇듯 무지개다리는 차안에서 피안으로 건너가는 장소로 볼 수 있다.




선암사 입구에 있는 무지개다리인 승선교


깨달음의 세계로 들어가는 3개의 문인 일주문, 금강문, 천왕문은 초입에 있고 사천왕 등 조형물이 거대하여 평소 관심 있게 보았다. 설명과 사진을 보니 무섭다 느껴졌던 사천왕이 험상궂으면서도 자비롭고 익살스러우며 호탕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호탕하면서도 자애로운 얼굴로 유명한 <순천 송광사의 동방 지국천왕>



3개의 문을 통과한 후 마주하게 되는 루(다락집). 절마당에 닿기 위해 계단을 걸어 올라간 후 2층 다락집에 들어갈 수 있다.


부석사 안양문과 안양루


많은 다락집 중 영주 태백산 부석사 안양문과 안양루가 기억에 남는다. '안양'은 '극락'을 뜻하는 말로, 1층에는 안양문 현판이 있고 2층에는 안양루 현판이 있다. 순례객은 극락으로 가는 문인 안양문을 통과해 극락에 있는 다락집인 안양루에 도착하게 된다. 건물 하나를 두고 방향에 따라 다른 공간을 연출했다.(59쪽)


많은 다락집 중 영주 태백산 부석사 안양문과 안양루가 기억에 남는다. '안양'은 '극락'을 뜻하는 말로, 1층에는 안양문 현판이 있고 2층에는 안양루 현판이 있다. 순례객은 극락으로 가는 문인 안양문을 통과해 극락에 있는 다락집인 안양루에 도착하게 된다. 건물 하나를 두고 방향에 따라 다른 공간을 연출했다.(59쪽)


부처가 사는 집으로

대웅전은 '대웅'은 '석가모니불'을 뜻하는 말로

석가모니불이 가장 많은 설법을 하신 영취산 모임을 재현해 놓은 집이라 한다.



한국의 모든 대웅전 가운데 건축미에서 으뜸인 수덕사 대웅전




팔상전은 팔상탱(부처님 일생에서 일어난 8가지 사건을 8폭에 담은 탱화)를 건 집이며, 대광명전은 부처님 법이 몸을 갖춘 비로자나불이 사는 집이다.

극락전은 아미타불의 극락정토를 재현한 집이며, 누군가의 극락왕생을 위해 지어진 절이라면 극락전이 절의 중심이 된다. 약사전은 약사불의 유리광정토를 재현한 집이다.


여러 종류의 탱화도 소개되어 있다.

탱화 자체의 색감이 강렬해 시각적으로 압도된다.

중국과 일본에는 없는 조선 고유의 탱화인

수륙재 축제를 잘 묘사한 감로탱

하늘. 땅. 지옥의 무리들이 함께 자리한 삼장탱이 있다.


수륙재는 물과 육지에서 떠도는 외로운 혼령들이 극락왕생하도록 지내는 재를 말한다. 아귀가 감로를 받는 대표로 나오고 인간사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죽음 장면들이 묘사되어 있다. 또 '무차 수륙재'라 신분과 남녀의 차별 없이 누구나 평등하게 참여하는 모습이 감로탱에 생생하게 그려진다.

여러 종류의 탱화도 소개되어 있다.

탱화 자체의 강렬한 색감이 시각을 자극한다.


선암사 서부도전 감로탱(부분)

대구 팔공산 동화사 대웅전 삼장탱과 배치도



보살이 사는 집으로

사후 세계 왕들에게 살아 있을 때 지은 업을 심판받는 집인 명부전

현실 고통을 없애주는 관세음보살이 사는 집인 관음전이 있다.


지옥의 왕들 으뜸은 염라대왕인 줄 알았는데 불교에서는 지장보살이라 하여 놀랐다. 불교 신앙의 핵심은 사후 세계 지옥의 형벌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옥에 있는 중생들을 구제하는 지장보살이 사는 집인 명부전이 없는 절은 없다고 한다.


한국 불교 제일 신앙인 관음신앙은 중생이 살아서 어려움에 처할 때 관세음보살을 부르면 관세음보살이 그 소리를 듣고서 중생 앞에 나타나 어려움을 바로 해소해 준다.




<아름다운 우리 절을 걷다>를 통해 불교 신앙을 총체적으로 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건물과 다양한 미술품을 통해 중생을 구제하고자 하는 지극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절 안에 한국 전통 미술의 혼과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음을 새삼 깨달았다.

다음에 절을 찾게 되면 좀 더 주의를 기울여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그 자리에 그대로인 부처와 보살, 사천왕이건만 이제와는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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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 (반양장) 창비청소년문학 106
이희영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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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서 '나'로 돌아갈 시간은 단 일주일!

그 짧고도 귀한 시간의 기록 <나나>를 만났습니다.


나나/이희영/소설Y/창비


소설Y대본집 # 01 [나나]

투명한 나와 또렷한 나가 만난 '나나'

영혼과 육체가 분리된 투명한 '나'가 서로를 받아들여 또렷한 '나'가 되는 의미가 느껴집니다.



버스 교통사고 후 육체를 이탈한 두 영혼 ♡ 18살 한수리와 17살 은류.






그들 앞에 스산한 냉기를 내뿜는 검은 후드를 뒤집어쓰고 보랏빛 눈을 가진 존재가 나타납니다. 그는 자신을 '선령'이라 소개하고 단 일주일, 크리스마스까지! 육체 안에 들어갈 수 있는 기간이라 알려줍니다.


이렇게 만난 수리와 류와 선령, 3인방이 일주일을 어떻게 보내게 될지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대본집을 펼쳤습니다.





대본집이라 해서 신기한 마음으로 기다렸는데 대본집 형식으로 제본된 소설책이었습니다. 홍보용 문구 #K_영어덜트, #페이지터너 처럼 판타지 설정과 맞물려 지극히 현실적인 십대들의 세계가 더 깊숙이 내 가슴을 파고들었습니다. 너무나 다른 듯 비슷한 수리와 류의 이야기에 몰입되어 순식간에 읽었습니다.

단순히 육체에서 튀어나온 영혼이라 쉽게 들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보이지 않는 투명한 벽, 결계에 가로막혀 자신의 육체를 제삼자처럼 실시간으로 바라보는 두 영혼. 영혼이 없어도 다들 예전과 똑같이 대하는 수리의 육체와 류의 육체를 보면서 영혼만이 느낄 수 있는 이질감이 색다르게 다가옵니다.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느낄지는 모르겠지만 영혼이 없어서 벌어진 일인지는 알 수 없겠죠.


생혼을 데려가야 하는 임무를 맡았다는 '선령'은 그 역할을 마땅치 않아 하면서도 진짜 형처럼, 오빠처럼 육체에서 튀어나온 영혼들을 인도해 주더군요. 바늘처럼 콕콕 찌르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던지는 보랏빛 시선을 지닌 선령은 묘한 존재입니다. 자기 자신을 진심으로 마주 보지 않는 수리와 류에게 차갑게 몰아붙이다가도 그들의 성장을 이끌어주는 츤데레네요. 염라대왕에게 올리는, 투정 어리고 애정 넘치는 '서'를 읽노라면 다들 선령의 매력에 퐁당 빠질 겁니다.


신령의 두 번째 서



작가 미상으로 신청받은 서평단이기에 작가님 맞추는 재미도 있을 것 같았어요. 설정과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신인 같지 않아 청소년 소설을 내셨던 작가님들 중 한 분이시지 않을까 했는데 역시나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 <페인트> 이희영 작가님이셨어요. 탄탄한 구조와 참신하고 흥미로운 이야기 소재(영혼 이탈, 예스맨으로 무장한 겉모습 안에 생존하고자 애쓰는 어린아이, 자신이 쌓아올린 이미지로 포장한 모습을 지키기 위한 끝없이 채찍질하는 가련한 아이, 선령)로 기존 작품에서와같이 억눌린 십대의 심리를 위로하고 그대로의 자기를 사랑할 수 있도록 보듬아주는, 포근한 이야기였습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싶어." 토닥토닥. "괜찮아. 누구나 그럴 수 있지."


감성 넘치는 십대 청소년뿐만 아니라 자신을 미워하고 용서하지 못하는 어른,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해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어른도 같이 읽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했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에게 조금의 자비가 없다."

뜨끔한 이 문장을 지우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

따뜻한 이 문장을 새기렵니다.

<창비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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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와 함께 산책을 - 세상의 속도에 휩쓸리지 않고 나를 여행하는 법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김윤경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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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생활을 지탱해온 세속적 가치관을 무시하고 부정하는, 도끼 같은 책 <니체와 함께 산책을>을 만났다.


니체와 함께 산책을/시라토리 하루히코/김윤경/다산북스




"진정 위대한 모든 생각은 걷기로부터 나온다."

니체



많은 철학자, 사상가, 문학가, 예술가들은 산책과 명상을 즐겼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이 책은 그들이 인생에서 일관되게 체험한 관조, 명상, 초월에 대해 알아보고, 그를 우리가 일상에서 체험할 수 있는 법을 정리해 주고 있다.

'관조'는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을 뜻하며 이는 사고와 감정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다.

'명상'은 언제나 관조와 연결되어 깊어지면 '깨달음'에 이르기도 한다. 따라서 이 세 가지는 경계 없이 서로 이어져 있다. 모든 것을 내려놓았을 때 비로소 깨달음이 불현듯 찾아온다.


1장. 철학자처럼 자유로워지는 법

▶니체, 괴테, 릴케, 프롬, 부버, 다이세쓰, 도겐 선사




소개된 철학자들 중 독일의 종교철학자인 마르틴 부버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나와 너』는 현실 세계에서 잃어버리기 쉬운 인간성을 회복시켜야 한다는 주제를 담고 있다.



"세계는 사람이 취하는 이중적인 태도에 따라서 사람에게 이중적이다."

마르틴 부버 『나와 너』 첫머리




인간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세계는 두 가지 모습이 된다고 한다. '나와 너' vs '나와 그것'

마음을 열고 진실로 서로를 대할 때 이루어지는 관계인 '나와 너'와

상대가 사람인데도 물건인 양 취급하는 것으로 상대의 조건이나 속성을 자기 이익을 위해서만 이용하는 태도인 '나와 그것'이라는 냉담한 관계이다.

부버는 어린 시절부터 36세까지 수시로 종교 체험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청년이 찾아와 질문을 하였고, 얼마 후 그 청년은 제1차 세계대전 중에 죽었다고 한다. 부버는 그 청년의 친구에게 청년이 생사의 결단을 내리기 위해 자신을 찾아왔다는 것을 전해 듣고는 충격에 빠졌다. 그 당시 아침의 종교 체험에서 현실로 막 돌아왔을 때여서 멍한 상태로 청년과 대화를 나누어서 그 깊은 의미를 미처 헤아리지 못한 것이었다. 청년이 머뭇거리며 찾아와 '나와 너'의 관계를 원했는데 부버는 자신도 모르게 '그것', 즉 잡다한 용건의 하나로 응대한 것을 깊게 후회했다. 이 경험으로 부버는 자기만족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느껴 종교 체험과 이별하고 현실의 삶을 소중히 하기로 결심한다.

▷ '나와 너', '나와 그것'의 관계가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이 책에서 말한 깨달음은 머리로, 뇌로 아는 것이 아니라 체험하는 것, 체감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부버 같은 종교철학자조차 이런 경험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다. 관조하지 않으면 중요한 바를 놓치게 되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라는 사실이 크게 다가왔다.


2장. 일상에서 깨달음을 얻는 법

▶ 나만의 가치관을 창조하라

▶ 관조와 명상을 생활화하라

▶ 누구나 자신을 구원할 수 있다.

한두 시간의 산책이 아니라, 8,10시간 혼자 숲속을 거닐고 자연과 함께 하는 순수한 산책을 하던 철학자들을 떠올려 보면 '생각의 눈을 감는다'라는 명상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모든 고통은 조용히 앉아 혼자가 될 수 없는 곳에서 생겨난다."

앤서니 드 멜로의 책 중 스승이 제자에게


이렇게 혼자 자연 속에서 거닐 때 어느 한순간 자신과 자연의 경계가 사라지는 깨달음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알았다. 우리 또한 어느 순간 벅차오르는 환희와 감동에 휩싸일 때가 있다. 하루 일과에 지쳐 문득 고개를 들었는데 창밖 하늘이 붉은 해를 품고 그 벅참을 우리에게 선보이는 광경에 헉, 숨을 참게 되는 순간이 그렇다. 몇 년 전 오랜만에 대학교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지방으로 내려가기 위해 버스터미널로 가던 중 가로수 길에 발을 딛자마자 나를 환영하는 듯 일제히 울어대던 매미 소리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 순간의 환희는 떠올릴 때마다 생명이 넘친다. 이런 체험들이 깨달음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렇듯 깨달음은 외부, 세상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로, 일상에서 체험할 수 있는 극히 개인적인 사건이다.

이 마을에서 공놀이하며 아이들과 노는

봄날은 저물지 않아도 좋으련만.

아이들과 손잡고 봄의 들판에서

봄나물을 따는 것이 즐겁지 아니한가.

- 료칸 스님의 시


현대인들은 매사를 머리로만 파악하려는 습성이 있다. 직접 체험하지 않고 다양한 상황을 논리적으로 '이러할 것이다'라고 예측한다. 뇌로 무언가를 이해하거나 아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세계를 체험해서 아는 것이다. 체험으로 이해하는 일이야말로 세상을 살아가는 의미이자 인생의 유일하고도 가장 중요한 의의다.

(151~153쪽)

<니체와 함께 산책을> 이제까지의 관념을 깨는 도끼 같은 책으로

'나와 너'의 관계를 형성하며 세상을 온몸으로 체험해서 깨닫는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워준다.


명상하듯 차분히 한자 한자 읽다 보면 스며드는 책,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산북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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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MESTER AT SEA : 바다 위의 학교 - 스무 살, 크루즈로 4대륙 12개국 세계 여행한 기록
임태우 지음 / 바른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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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크루즈를 타고 4대륙 12개국 세계를 여행하면서 대학 1학기 학점이 인정되는 프로그램이 있다? 없다?

<Semester at Sea>이 바로 그런 프로그램이다.

크루즈를 타고 여행을 다니는데 대학 학점까지 인정받는다.

이 놀라운 소식을 바른북스 출판 블로그에서 보는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

이 프로그램을 직접 체험한 임태우 저자가 친절하게 책을 출간하였다.


SEMESTER AT SEA : 바다 위의 학교/임태우/바른북스


호기심 가득으로 펼친 책은 다양한 사진과 각국의 여행 정보뿐만 아니라 Semester at Sea 크루즈 학교 프로그램도 설명이 되어 있어서 유익했다.



이후 저자는 6월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프랑스어 학교에 다니면서 어학연수와 문화 체험을 하고, 유럽 여행을 했다고 한다.




Semester at Sea(SAS)는 1963년 Institute for Shipboard Education(ISE) 단체에서 설립한 교환학생 프로그램이다. SAS의 가장 큰 특징은 크루즈가 학교라는 점이다. 600여 명의 대학생들이 크루즈를 타고 세계 일주를 한다. 그 안에서 원하는 수업을 듣는데, 방문하는 국가에 대해서 자신이 선택한 과목의 관점에서 배우게 되며, 에세이도 쓰고 시험도 본다. 배에서 내리면 보통 한나라당 5~6일 정도 방문을 하는데 개별 여행도 할 수 있고, 프로그램에서 단체여행도 인솔해 준다. 그렇게 4개월 정도 세계 여행을 하면서 수업을 들으면 1학기 학점(보통 12~15학점)이 인정되며, 자기 본교로 학점이 넘어가게 되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이다.


여행에 필요한 준비부터 각국에 대한 지리적 정보, 여행지 정보, 맛집 정보 등 다양한 정보들이 잘 정리되어 있어서 여행 가이드북으로 참고하여도 괜찮을 것 같다. 가족여행 위주로 다녔기 때문에 저자의 스무 살 젊은 감성이 즐기는 세계여행을 접하니 여행을 다녀온 나라들도 색다르게 다가왔다.

그리고 수천 명이 타는 크루즈이고 수업을 하는 학교이기 때문에 크루즈 내부 설명도 재미있었다. 실내수영장, 마사지 스파, 대강당 베를린 홀, 베를린 레스토랑, 도서관, 헬스장, 캠퍼스 스토어, 이용실, 영화관 키노 시네마, 조종실, 야외 수영장, 농구 코트 등 다양한 시설들이 갖춰져 긴 여정 동안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을 것 같다.


세계 여행뿐만 아니라 크루즈를 타고 움직이는 동안에 수업이 진행되는데 저자는 국제학, 해양학, 세계 음악학, 언어학 개론을 선택하였다. 항구에 도착하기 전 그 나라에 대한 역사, 문화, 경제, 정치 등을 배우고 현지에서 수업하는 현장체험까지 겸하니 더 알찬 수업이 될 듯싶다. 방문하는 나라의 전통 음악과 현대 음악을 배우고 악기를 연주해 보기도 하고, 언어학의 기초를 익히고 방문하는 나라의 언어 현황과 언어 경관을 배웠다고 한다.

언어학 수업 프로젝트로 각 지역의 간판을 사진으로 찍어서 언어 지형을 알아보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그 나라 언어 경관에 대해 체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프로젝트가 인상적이었다.




계속 태평양의 서쪽으로 넘어가면서 매일 한 시간을 얻어 자기 전 시계를 한 시간 뒤로하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1월 15일 국제 날짜 변경선을 넘어가면서 16일 하루가 사라지고 바로 17일이 되었다고 한다. 쥘 베른의 <80일간의 세계일주>가 떠올랐다.

아시아 대륙의 중국, 홍콩, 베트남, 미얀마 여행 내용은 좀 더 친숙하게 느껴졌다. 홍콩의 디즈니랜드에서 재밌게 놀았던 기억이 있어서 상하이 디즈니랜드 소개 글이 눈에 들어왔다.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큰 테마파크라 즐길 거리가 많을 것 같아 가족여행으로 갈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티피 국수, 우육면, 딤섬 등 지역별 유명한 음식과 맛집도 소개해 줘서 여행할 때 참고할 만한 정보가 가득하다.



베트남 호치민 중앙 우체국이 프랑스 에펠탑을 지은 구스타브 에펠 작품이라는 깜짝 정보도 획득하고, 신발을 벗고 타는 버스 얘기도 상상하며 웃으면서 읽었다. 같은 아시아 대륙에 있는 나라들이지만 제각기 다른 문화들이 존재하기에 책을 통해 간접 체험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요즘 군부 쿠데타로 고통받고 있는 미얀마도 여행한 나라였다. 아픔을 겪기 전 너무나 평화로운 사람들이 찍힌 사진과 글들이라 더 고통스러웠다. 부디 잘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접한 미얀마는 새로움이 가득했다. 부계, 모계 사회가 아니라서 성이 없는 나라로, 일주일에 8일이 있고 그에 따른 8명의 신이 있다고 믿는다 한다. 미얀마식 이름은 자신이 태어난 날이 들어가서 무슨 요일에 태어났는지 알 수 있다. 숫자도 아라비아 숫자가 아닌 다르게 쓴다고 해서 놀라웠다. 미얀마의 명소들을 많이 소개해 줘서 미얀마 사정이 안정화되면 가보고 싶어졌다.




인도, 모리셔스, 남아프리카 공화국, 가나, 모나코 등 12개국의 독특한 문화와 장소, 음식, 역사들을 한 권으로 접할 수 있는 색다른 책이었다. 저자의 말처럼 이런 세계 여행도 있구나, 신세계였다.

크루즈 안에서는 수업과 함께 대학 캠퍼스처럼 운동회, 넵튠데이, 장기자랑 등 다양한 행사도 펼쳐져서 600여 명의 학생들이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장이 펼쳐지는 점도 흥미로웠다. 이런 활동들을 통해서 국적이 다른 학생들이 자유롭게 어울리고 소통하면서 인맥 네트워크가 넓어지는 일련의 과정들이 청춘들에게 좋은 자극이 될 것 같다. 저자가 국제고를 다니고 어학연수를 다녀서 외국 곳곳에 친구들이 있어 여행 간 나라에서 현지 친구를 초대해 만나는 시간을 가졌는데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이 SAS 프로그램으로 더 많은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어 세상이 더 팽창되었다.





일반 여행이 아니라 4개월의 기간 동안 학업과 세계 여행을 다양한 외국 학생들과 함께 한 시간의 기록이라 한 권이 묵직하고 정보가 가득하다. 스무 살 이 여행 전과 후 성장하고 변화된 저자의 에필로그를 읽으면서 경험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는다. 결과를 중요시하던 예전과는 달리 과정 중심이 되었다는 저자, 여행을 통해 예측할 수 없는 인생을 실감하고 신념과 방향성을 가지고 살아가면서도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결과를 받아들이자는 자세를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경험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찾았으니 소중한 시간들이었으리라.

세계 여행을 이렇게도 할 수 있다.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는 책, 신기한 간접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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