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 (반양장) 창비청소년문학 106
이희영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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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서 '나'로 돌아갈 시간은 단 일주일!

그 짧고도 귀한 시간의 기록 <나나>를 만났습니다.


나나/이희영/소설Y/창비


소설Y대본집 # 01 [나나]

투명한 나와 또렷한 나가 만난 '나나'

영혼과 육체가 분리된 투명한 '나'가 서로를 받아들여 또렷한 '나'가 되는 의미가 느껴집니다.



버스 교통사고 후 육체를 이탈한 두 영혼 ♡ 18살 한수리와 17살 은류.






그들 앞에 스산한 냉기를 내뿜는 검은 후드를 뒤집어쓰고 보랏빛 눈을 가진 존재가 나타납니다. 그는 자신을 '선령'이라 소개하고 단 일주일, 크리스마스까지! 육체 안에 들어갈 수 있는 기간이라 알려줍니다.


이렇게 만난 수리와 류와 선령, 3인방이 일주일을 어떻게 보내게 될지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대본집을 펼쳤습니다.





대본집이라 해서 신기한 마음으로 기다렸는데 대본집 형식으로 제본된 소설책이었습니다. 홍보용 문구 #K_영어덜트, #페이지터너 처럼 판타지 설정과 맞물려 지극히 현실적인 십대들의 세계가 더 깊숙이 내 가슴을 파고들었습니다. 너무나 다른 듯 비슷한 수리와 류의 이야기에 몰입되어 순식간에 읽었습니다.

단순히 육체에서 튀어나온 영혼이라 쉽게 들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보이지 않는 투명한 벽, 결계에 가로막혀 자신의 육체를 제삼자처럼 실시간으로 바라보는 두 영혼. 영혼이 없어도 다들 예전과 똑같이 대하는 수리의 육체와 류의 육체를 보면서 영혼만이 느낄 수 있는 이질감이 색다르게 다가옵니다.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느낄지는 모르겠지만 영혼이 없어서 벌어진 일인지는 알 수 없겠죠.


생혼을 데려가야 하는 임무를 맡았다는 '선령'은 그 역할을 마땅치 않아 하면서도 진짜 형처럼, 오빠처럼 육체에서 튀어나온 영혼들을 인도해 주더군요. 바늘처럼 콕콕 찌르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던지는 보랏빛 시선을 지닌 선령은 묘한 존재입니다. 자기 자신을 진심으로 마주 보지 않는 수리와 류에게 차갑게 몰아붙이다가도 그들의 성장을 이끌어주는 츤데레네요. 염라대왕에게 올리는, 투정 어리고 애정 넘치는 '서'를 읽노라면 다들 선령의 매력에 퐁당 빠질 겁니다.


신령의 두 번째 서



작가 미상으로 신청받은 서평단이기에 작가님 맞추는 재미도 있을 것 같았어요. 설정과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신인 같지 않아 청소년 소설을 내셨던 작가님들 중 한 분이시지 않을까 했는데 역시나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 <페인트> 이희영 작가님이셨어요. 탄탄한 구조와 참신하고 흥미로운 이야기 소재(영혼 이탈, 예스맨으로 무장한 겉모습 안에 생존하고자 애쓰는 어린아이, 자신이 쌓아올린 이미지로 포장한 모습을 지키기 위한 끝없이 채찍질하는 가련한 아이, 선령)로 기존 작품에서와같이 억눌린 십대의 심리를 위로하고 그대로의 자기를 사랑할 수 있도록 보듬아주는, 포근한 이야기였습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싶어." 토닥토닥. "괜찮아. 누구나 그럴 수 있지."


감성 넘치는 십대 청소년뿐만 아니라 자신을 미워하고 용서하지 못하는 어른,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해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어른도 같이 읽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했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에게 조금의 자비가 없다."

뜨끔한 이 문장을 지우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

따뜻한 이 문장을 새기렵니다.

<창비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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