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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와 함께 산책을 - 세상의 속도에 휩쓸리지 않고 나를 여행하는 법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김윤경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9월
평점 :
우리의 생활을 지탱해온 세속적 가치관을 무시하고 부정하는, 도끼 같은 책 <니체와 함께 산책을>을 만났다.
니체와 함께 산책을/시라토리 하루히코/김윤경/다산북스
"진정 위대한 모든 생각은 걷기로부터 나온다."
많은 철학자, 사상가, 문학가, 예술가들은 산책과 명상을 즐겼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이 책은 그들이 인생에서 일관되게 체험한 관조, 명상, 초월에 대해 알아보고, 그를 우리가 일상에서 체험할 수 있는 법을 정리해 주고 있다.
'관조'는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을 뜻하며 이는 사고와 감정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다.
'명상'은 언제나 관조와 연결되어 깊어지면 '깨달음'에 이르기도 한다. 따라서 이 세 가지는 경계 없이 서로 이어져 있다. 모든 것을 내려놓았을 때 비로소 깨달음이 불현듯 찾아온다.
1장. 철학자처럼 자유로워지는 법
▶니체, 괴테, 릴케, 프롬, 부버, 다이세쓰, 도겐 선사
소개된 철학자들 중 독일의 종교철학자인 마르틴 부버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나와 너』는 현실 세계에서 잃어버리기 쉬운 인간성을 회복시켜야 한다는 주제를 담고 있다.
"세계는 사람이 취하는 이중적인 태도에 따라서 사람에게 이중적이다."
인간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세계는 두 가지 모습이 된다고 한다. '나와 너' vs '나와 그것'
마음을 열고 진실로 서로를 대할 때 이루어지는 관계인 '나와 너'와
상대가 사람인데도 물건인 양 취급하는 것으로 상대의 조건이나 속성을 자기 이익을 위해서만 이용하는 태도인 '나와 그것'이라는 냉담한 관계이다.
부버는 어린 시절부터 36세까지 수시로 종교 체험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청년이 찾아와 질문을 하였고, 얼마 후 그 청년은 제1차 세계대전 중에 죽었다고 한다. 부버는 그 청년의 친구에게 청년이 생사의 결단을 내리기 위해 자신을 찾아왔다는 것을 전해 듣고는 충격에 빠졌다. 그 당시 아침의 종교 체험에서 현실로 막 돌아왔을 때여서 멍한 상태로 청년과 대화를 나누어서 그 깊은 의미를 미처 헤아리지 못한 것이었다. 청년이 머뭇거리며 찾아와 '나와 너'의 관계를 원했는데 부버는 자신도 모르게 '그것', 즉 잡다한 용건의 하나로 응대한 것을 깊게 후회했다. 이 경험으로 부버는 자기만족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느껴 종교 체험과 이별하고 현실의 삶을 소중히 하기로 결심한다.
▷ '나와 너', '나와 그것'의 관계가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이 책에서 말한 깨달음은 머리로, 뇌로 아는 것이 아니라 체험하는 것, 체감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부버 같은 종교철학자조차 이런 경험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다. 관조하지 않으면 중요한 바를 놓치게 되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라는 사실이 크게 다가왔다.
2장. 일상에서 깨달음을 얻는 법
▶ 나만의 가치관을 창조하라
▶ 관조와 명상을 생활화하라
▶ 누구나 자신을 구원할 수 있다.
한두 시간의 산책이 아니라, 8,10시간 혼자 숲속을 거닐고 자연과 함께 하는 순수한 산책을 하던 철학자들을 떠올려 보면 '생각의 눈을 감는다'라는 명상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모든 고통은 조용히 앉아 혼자가 될 수 없는 곳에서 생겨난다."
앤서니 드 멜로의 책 중 스승이 제자에게
이렇게 혼자 자연 속에서 거닐 때 어느 한순간 자신과 자연의 경계가 사라지는 깨달음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알았다. 우리 또한 어느 순간 벅차오르는 환희와 감동에 휩싸일 때가 있다. 하루 일과에 지쳐 문득 고개를 들었는데 창밖 하늘이 붉은 해를 품고 그 벅참을 우리에게 선보이는 광경에 헉, 숨을 참게 되는 순간이 그렇다. 몇 년 전 오랜만에 대학교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지방으로 내려가기 위해 버스터미널로 가던 중 가로수 길에 발을 딛자마자 나를 환영하는 듯 일제히 울어대던 매미 소리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 순간의 환희는 떠올릴 때마다 생명이 넘친다. 이런 체험들이 깨달음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렇듯 깨달음은 외부, 세상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로, 일상에서 체험할 수 있는 극히 개인적인 사건이다.
이 마을에서 공놀이하며 아이들과 노는
봄날은 저물지 않아도 좋으련만.
아이들과 손잡고 봄의 들판에서
봄나물을 따는 것이 즐겁지 아니한가.
- 료칸 스님의 시
현대인들은 매사를 머리로만 파악하려는 습성이 있다. 직접 체험하지 않고 다양한 상황을 논리적으로 '이러할 것이다'라고 예측한다. 뇌로 무언가를 이해하거나 아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세계를 체험해서 아는 것이다. 체험으로 이해하는 일이야말로 세상을 살아가는 의미이자 인생의 유일하고도 가장 중요한 의의다.
(151~153쪽)
<니체와 함께 산책을> 이제까지의 관념을 깨는 도끼 같은 책으로
'나와 너'의 관계를 형성하며 세상을 온몸으로 체험해서 깨닫는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워준다.
명상하듯 차분히 한자 한자 읽다 보면 스며드는 책,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산북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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