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빗방울의 이름을 알았다
데니스 존슨 외 지음, 파리 리뷰 엮음, 이주혜 옮김 / 다른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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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단편집이다.

장르의 대가 열다섯 명에게 <파리 리뷰>에서 발표한 단편소설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 하나를 고르고 그 이유를 서술해달라고 부탁하여 만들어진 책이다.

그동안 접해본 단편집은 한 작가가 일정 기간 동안 쓴 단편소설들로 엮은 책이나 동일한 주제에 대한 앤솔로지 책이었다. 그래서 결이 약간씩 다르긴 하지만 무언가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덩어리였다. 그런데 이 책은 색다른 시도처럼 각자의 빛깔을 발산하고 있다.

 


모든 빗방울의 이름을 알았다/파리 리뷰 엮음/이주혜 옮김/다른 출판

 

1950년대 작품부터 2010년대 작품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채워진 이 단편집은 나를 작은 문 앞에 서있는 앨리스처럼 느껴지게 했다. 저 문 너머 무언가 색다르고 재밌는 일들이 펼쳐질 것만 같아 꼭 문을 열고 들어가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 두리번거리던 그 호기심 가득한 작은 소녀로 말이다.

 

열다섯 편의 소설을 읽으면서 단편소설만의 묘한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짧은 분량 안에 말하고자 하는 바를 녹여내는 작업이 얼마나 힘겨웠을지 가늠할 만한 작품들을 편안히 읽다 보니 괜스레 미안한 마음마저 들었다. 그리고 어떤 작품은 생경한 흐름에 추상화를 앞에 둔 미술 초보자처럼 작가의 의도를 읽어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한자 한자 눈에 힘을 주며 읽어나갔다. 어떤 작품은 이해가 되지만 공감까지 이끌지 못했고, 어떤 작품은 물웅덩이에 던져진 단어들을 건져내다 끝나버렸다. 하지만 서문에서 언급된 것처럼 '존재조차 몰랐던 세계를 발견하는 일'에 대한 순수한 기쁨이 넘치는 시간이었다. 좋아하는 작가인 F. 스콧 피츠제럴드 같은 느낌을 받은 『궁전 도둑』나 『춤추지 않을래』, 『방콕』, 『늙은 새들』, 『라이클리 호수』, 『플로베르가 보낸 열 가지 이야기』, 『브리지 부인의 상류사회』 등 대부분의 단편들이 각기 다른 맛으로 인생을 묘사하고 다양한 삶의 단면들을 나열하고 있다. 때로는 비겁하게 침묵하다가도 마지막에 비틀고, 성실하면서도 은밀한 유혹을 즐기고, 불안정한 현실을 인식하면서도 애써 모른체하다가 위기를 맞게 되는 모습들이 펼쳐진다.

 


 

『플로베르가 보낸 열 가지 이야기』 중 '치과 방문' 중 인상적인 구절이 있다.

'생각이 움직일 수 있는지,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로 아래로 흐르는지 궁금해.'(353)

이야기의 힘이 느껴지는 구절이다. 이렇게 자연스레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건 좋은 글의 힘이자 역할일 것이다.

중장편에 비해 짧은 분량 안에 서사를 담기 위해서는 '생략'의 미학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절히 느낄 수 있었다.

'제프리 유제니디스'가 『히치하이킹 도중 자동차 사고(데니스 존슨 작)』를 고른 이유를 설명하는 글에서 1,000개의 단어가 조금 넘는 이야기에서 어느 비 오는 밤에 일어난 사고를 통해 개인이 영원에 맞서는 서사를 전달한다는 놀라운 사실을 밝히고 있다. 아마도 데니스 존슨이 발표한 『예수의 아들』에 수록된 작품 같아 찾아봤지만 아쉽게도 국내 번역본은 없는 듯하다. 단편소설이니 한편 그 자체로 완성도가 훌륭하겠지만, 단편집으로 나왔으니 같은 결을 지닌 단편들과 같이 감상하면 좋았을 텐데 서운함이 크다.

 

말에서 떨어지면서 의식을 잃었다가 깨어난 이후로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풍요롭고 날카로웠다. ...... 그는 마비 상태가 최소한의 대가라고 합리화했다. 이제 그의 지각과 기억은 절대적으로 정확해졌다. (모든 걸 기억하는 푸네스_288)

 

신이 나면서도 슬픔을 닮은 피로함을 느끼며 천천히 내 방 창문을 향해 올라갔다. 몸을 숙이고 창틀을 통과해 침대에 뛰어들어 잠들었다. (하늘을 나는 양탄자_202)

 

우리 작가들은 어쩌면 너무 많은 이야기를 지어내는 지도 모르지. 그런데 언제나 현실이 훨씬 더 나빠! (플로베르가 보낸 열 가지 이야기_354)

 

어떤 사람들은 끝까지 삶에 무지한 채로 생이 담고 있을지도 모르는 것들을 전혀 보지 못하고 오랜 세월을 스치듯이 지나 서서히 잔잔한 무덤으로 가라앉는다. (브리지 부인의 상류사회_423) 그녀는 세상이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아 투표기의 손잡이를 당겼다. (428)

 

이 책을 통해 우리는 30명의 작가를 소개받았다. 와우~ 놀랍지 않은가.

우리가 아직 가보지 못한 세계가 이렇게나 넓고 무한하다는 사실에 새삼 감복한다.

 

『브리지 부인의 상류사회』처럼 부드러운 연민을 자아내는 작품에서부터

▶▶성장하고 싶은 욕구가 있고,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잊지 않지만, 위선은 아니지만 깨치지 못한 우물 안 개구리처럼 무지한 채로 살아가는 브리지 부인의 모습은 서글프기 그지없다.

『스톡홀름행 야간비행』처럼 기괴한 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색깔이 존재하는

▶▶위트 넘치게 <파리 리뷰>에 작품을 간절히 올리고 싶어 하는 초로의 소설가가 에이전트와의 거래를 통해 자신의 신체 부위를 조건으로 소설가로서의 명성을 쌓아간다는 내용이다. 훼손되는 신체 부위와 함께 편집상의 조언들이 계약 조건으로 거론되는 데 기괴하기 그지없다.

 【모든 빗방울의 이름을 알았다】 

파리 리뷰가 전하는 매력적인 단편집을 추천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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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의 집 - 불을 켜면 빵처럼 부풀고 종처럼 울리는 말들
안희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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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연 시인의 산문집 <단어의 집>

. 시를 대하는 게 버거워 잠시 내려놓은 게 벌써 몇 년이 흘렀는지 모르겠네요.

그래서 근래 시를 접한 건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적혀있는 시,

활동하는 동아리의 슬로건을 정하기 위해 검색해 본 시,

리뷰어 클럽 활동으로 아이와 함께 읽은 시

...... 뿐인 것 같네요.

빈약함에 볼이 붉게 달아오르네요.


어. 자꾸 머물지 않고 흩어지고 달아나는 단어들을 정리하고 있어요.

분명히 제안에 존재하는 느낌, 감정, 생각들을 끄집어내는 건데도 형체가 잡히지 않아 답답해서 생각나는 대로, 발견하는 대로 적어놓고 있어요.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사전적인 의미만을 나열한 저의 <단어의 집>을 허물고 다시 시작해야겠어요. '아, 내 글이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였던 게 이런 이유였구나.' 조금은 깨닫는 시간이었어요.


희연 시인.

시인이신데 산문집으로 처음 만나게 되었네요.

하지만 산문집을 통해 시가 드러나 시 또한 반짝이는 마음으로 읽어보려고 합니다.

시가 너무 아프고 무겁다. 다른 목소리에 대한 갈망을 토로하는 작가님께 "그건 잘하는 사람이 따로 있겠지요. 하던 걸 하세요." 직언하신 K 선생님처럼 저도 안희연 시인님의 글이 좋아하던 걸 하자고 적혀진 페이지에 응원의 마음을 담습니다.

"살아있다는 이유로 필연이 되는, 그 흔하디흔한 슬픔으로부터." (단어의 집 '기저선' 212)


'단어 생활자' 안희연의 따뜻한 허밍이라는 문구처럼 <단어의 집>은 생경한 단어 속으로 파고들어가 그녀의 삶과 연관된 고리 하나를 발견하면 수많이 가지를 쳐 뻗어나가는 마인드맵처럼 자유롭게 유영을 하는 이야기입니다. 단어 하나가 삶에 던지는 파동이 이렇게 클 수 있다는 사실을 목도하였습니다. 부드럽게 감싸 안아주다가도 눈이 번쩍 뜨이게 할 만큼 날카롭게 찌르기도 하고 실수해도 다 받아줄 만큼 녹아드는 애정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단어 하나로 시작된 사유의 세계가 '안희연' 자체를 오롯이 드러내는 글이 쌓이고 쌓여 단어의 집에 '안희연'이 투영되어 아는 사람처럼 친근해집니다.(저만 이렇게 마음이 깊어지네요.)


오늘 아침에 등교 준비를 하는 딸이 우당탕탕 소리를 냅니다. 분명히 세수를 한다고 들어갔는데 화장실 문 앞에 여러 가지 물건들이 떨어져 있습니다.

"너 정말 가시손이구나." 했더니 "가시손?"

"만지면 고장 내거나 아프게 하는 손"했더니 "인정" 쿨한 딸입니다.

어찌 보면 가시손 또한 저한테서 딸에게 전해진 유전정보이니 결국 저한테 돌아오는 부메랑입니다.

멀쩡한 물건이 제 손에 들어오면 삐삐거리고 어긋나게 되었던 일상을 딸 주연으로 보게 되니 저를 바라보던 남편의 시선에 담긴 한줄기 빛이 이제서야 와닿네요. 그래도 저와 딸이 품고 있는 다른 손들이 오늘 하루를 무사히 보낼 수 있도록 가시손을 감싸줄 것이라 믿습니다.

가시손 - 다른 사람의 몸을 만지거나 때리는 느낌이 찌르는 듯한 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단어의 집 '가시손' 117)


저도 안희연 시인처럼 사물, 식물에 말을 잘 겁니다. 물을 주면서도 "시원하지?" "아, 목말랐구나. 말을 하지. 미안해." "조금만 힘내자." "오늘은 이만큼 더 자랐네." 하곤 합니다. 저도 그들이 제가 하는 말을 좋아한다고 생각해요. 식물들이 우리 삶의 목격자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 우리의 영혼이 탁해지지 않게 우리를 지켜주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알게 모르게 헤아리며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드러내고 있네요. 따져 묻고 판단하지만 말고 의지를 가지고 애쓰며 헤아려 가며 살아가고 싶어집니다. (단어의 집 '삽수' 40)


45편의 글. 45편의 단어.

스쳐 지나갈 수 있는 단어들을 집어내 사유하는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읽고 쓰는 자의 고단함을 경외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깨어있는 자를 선망합니다. 특히나 코로나19로 관성적으로 늘어져 하루를 채우고 있는 저를 보면서 '버력'이라는 단어가 크게 다가옵니다. 저 스스로가 저를 버리는 행위를 계속하지 않도록 깨우쳐주네요. 저를 바로 세우고 세상을 향한 시선을 확장해나가는 작업을 시도해갈 수 있도록 달금질해 줍니다.


"애야, 삶이란 흘러가버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손에 잡히기도 한단다. 지금 여기 네 손안에 분명하게 들려 있잖니." (단어의 집 '블라이기센' 83)

고대하던 2021년 서울국제작가축제 녹화 날, 세 단어가 적힌 종이를 뽑아 한 문장을 완성하는 퀘스트 일화는 역시 시인도 사람이구나.라는 위안으로 다가옵니다. 지우고 싶은 흑역사이지만 차로 이어져 찻잎이 거치는 '덖음'을 끄집어 냅니다. 본디 시작이었던 친구의 양자역학 이야기에서 중학교 1학년 생물 시간까지 이어지는 필! 연! 적! 인 흐름을 강조하는 시인의 대범함은 시는 비약과 도약의 장르로 마무리됩니다.

단어 하나로 수천수만의 분수대를 만들어 우리를 향해 시원한 물줄기를 형용색색 무지개를 보여주고 있는 읽고 쓰는 자, 문학하는 자의 소망이 고스란히 전해져 그가 열어주는 문을 통해 단어를 만나고 싶어집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단어의 문을 열어보는 쪽으로 나의 시가 움직였으면 좋겠다."

(밤이라고 부르는 것들 곳에는 _ 빚진 마음의 문장)





<단어의 집>을 세워 단어들에게 공간을 만들어 주고 다양한 의미를 부여해 주는 작업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고 현상 너머의 무언가를 갈망하게 만들어주는 귀한 여정을 관람했네요. 하나의 주제로 다듬어진 글이 아니라 글을 쓸 소재나 글을 채울 단어를 수집하는 전단계를 살짝 엿본 것 같습니다.

단어에서 시작되는 사색, 사유를 권하는 멋들어진 책, <단어의 집> 여러분도 놀러 오세요.


<한겨레출판 서평단 하니포터1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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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의 키스 스토리콜렉터 98
아나 그루에 지음, 송경은 옮김 / 북로드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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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의 키스/아나 그루에/북로드


사람이 사람을 만나서 사랑을 느끼게 되는 과정에서 중요한 게 무엇일까? 그 사람을 알아가면서 호감을 느끼고 호감이 점점 커져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게 되는 것이 사랑이라면 그 사람을 믿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믿으려면 우선 그 사람에 대해 알아야 하는 데 이 책을 읽다 보니 '사람을 안다'라는 게 무엇인지 의문이 든다.

 


 

우리가 사람을 소개할 때 먼저 말하는 이름, 직업 등의 정보는 제외되고 신체적 특징으로만 묘사되었다. 왜 그럴까? 그에게는 수많은 이름과 직업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거짓된 모습으로 접근하여 여인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속여 그들의 돈을 훔치고 사라진다.

 

 


 

 

'단 소메르달' 시리즈

<유다의 키스>는 '대머리 탐정'으로 전작에서 이름을 알린 단 소메르달이 딸의 부탁으로 맡게 된 사건과 단의 절친 플레밍 토르프 형사의 살인사건이 연결되면서 또다시 우정을 담보로 공동수사를 전개하면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유다의 키스> 차례. 마치 거미줄에 걸려들 위기에 처한 나비 모양 같다.

 


 

 


싱글 중장년 데이팅 사이트를 통해 위에 있는 정보로 '이 남자를 찾습니다.' 광고를 게재하자 온갖 제보들이 이어진다. 부인의 말을 믿지 못했던 단에게는 놀라울 뿐이다. 그리고 나에게도 놀랍기도 하지만, 현대 사회의 단면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제는 오프라인 보다 온라인에서 수많은 세상들이 펼쳐지는 시대이니까.

시간이 없고 서로에 대한 관심도 줄어든 현대인에게 자신의 프로필을 올리고 어느 정도의 조건들이 충족된 상황에서 만남을 시작하는 게 어색하지 않다.

 

요하네스 한센이 이런 거짓된 삶을 살게 된 배경에는 '주님의 집' 사이비 종교집단이 크게 자리 잡고 있다.

사이비 종교집단은 이상한 교리를 신도들에게 전파하고 신도들은 이에 물들어 꼭두각시처럼 조종당한다. 요하네스의 가족 또한 사이비 종교집단에 의해 자식의 수혈을 거부하고 요하네스는 이를 참지 못하고 가출하게 되었다. 그리고 동생을 다치게 한 자신을 자책했다.

사이비 종교집단은 정신세계를 파괴시켜서 외부인이 보기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을 순순히 받아들이게 한다. 교리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신도를 파문하고 파문당한 이는 죽은 이 아니 존재하지 않은 이로 입에 담지 않으며 사이비 종교에서 허락한 세상만이 그들의 전부이다. 사고의 폭이 사이비 종교 교리를 벗어날 수 없으니 일상생활 또한 정상적이지 않다. 카마처럼 결혼을 하지 않은 이가 주체적인 자신의 삶을 살아가지 않고, 교구의 신도들을 돌보는 생활에 순응하고 자신을 사탄으로부터 그들을 지켜내야 하는 보호자라고 각인하는 모습은 경악 그 자체였다.


 


 


인간의 나약한 부분을 자극하여 기대게 만들고는 사람을 조종하는 사이비 종교집단, 사기 등을 소재로 하여 현대사회의 취약점을 잘 드러내고 있다. 현대인들이 느끼는 고독과 허무를 잘 파고들고 있다. 그리고 탄탄한 구조 속에서 얽히고설킨 등장인물 간의 관계를 파악해나가는 과정이 흡입력 있게 펼쳐진다.

 

<유다의 키스> 요하네스(제이)는 스스로를 '유다'라 칭한다.

예수가 직접 뽑은 12사도 중 한 명인 유다는 은화 30전에 예수를 팔아넘겼다. 예수에게 입을 맞춰 그를 알려주었던 것처럼 유다의 키스는 배신을 의미할 것이다. 제이가 남겼던 키스로 인생이 망가져 버린 이의 증오와 분노는 큰 죄악으로 이어졌고 결국에는 제이도 무너뜨렸다.

 



 


'프레야시타' 속죄를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제이는 저주와 유다의 역할에서 자유롭게 해주고 다른 사람들에게 은총이 될 수 있는 방법을 통해 속죄할 수 있는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믿었다. 성적인 매력을 무기로 50대 이상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사기를 벌이고 속죄의 길을 이야기한다. 이런 모순적인 태도는 인지 부조화에 따른 자기합리화가 아닐까? 사기극의 대상이 되었던 여성들의 서사는 철저히 외면한 그의 태도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단의 거침없는 질주는 이 소설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앞뒤 재지 않고 뛰어드는 그를 보면서 신중한 플레밍과의 공조는 계속될 것이라는 강한 확신이 들었다.

이제 시작인 '대머리 탐정'의 활약이 기다려진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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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자들
정혁용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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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혁용 소설가의 신작 <파괴자들>

"결코 거부할 수 없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초대장이 도착했다!"

 

파괴자들/정혁용/다산책방

 

 

분명 소설의 무대는 우리나라이다. 경북 장송군 소울리 산66-6. 하지만 이 주소에 위치한 대저택을 중심으로 이제 벌어질 일들은 결코 대한민국에서 가능한 일들이 아니다. 아니, 그렇다고 믿고 싶다.

장송, 소울, 666. 죽음과 파괴, 악마 등 온갖 불길한 기운을 뿜어내는 주소는 예고하고 있다.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 한복판에 서게 될 것임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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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K는 산전수전 다 겪은 용병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작전 수행 중 팀 절반을 잃은 후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헤어진 동료에게 5년 만에 전화가 왔다. "부탁이 있어."

 

K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안나에게 "부탁이 있으면 전화하라"라는 말을 전하고 안녕을 고했다. 설령 부탁할 일이 있어도 절대 부탁하지 않을 것임을 K도, 안나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안나는 전화를 하였고, K는 아무 말 없이 그곳으로 갔다.

 

찾아간 대저택에서는 왕국 통치자 자리를 두고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통치자 자리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는 부인과 그 자리를 노리는 손자 삼 형제 해왕, 해성, 해창 그리고 손녀 해서가 벌이고 있는 처절한 싸움이다. 승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 속에서 안나와 K만이 돈이 아닌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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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자들>은 추악한 욕망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적백내전 당시 러시아에서 도망쳐 나온 혈기왕성했던 귀족은 친일파 백작의 딸과 결혼하여 일제 강점기에 재산을 축적하고 미 군정, 이승만 정권까지 승승장구하다가 박정희 정권 때 경북으로 자리를 옮겨 그만의 왕국을 완성하였다. 그 왕국을 물려받은 이가 부인으로, 모든 비극을 부른 원흉이다. 뼛속까지 귀족의 피가 흐른다고 생각하는 그녀는 이 완벽한 왕국을 물려줄 후계자를 신중히 고르고 있다. 하지만 사업을 온전히 소유하고 싶은 그녀의 손자 손녀들은 그에 반발하여 최후의 전쟁을 준비하고 K와 안나는 그 한복판에 서 있다. 과연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풀 수 있는 자는 누가 될 것인가?

 

그들이 사업이라 부르는 마약, 매춘, 도박 범죄의 트라이앵글로 이루어낸 왕국은 마을 사람들을 비롯한 부인과 손자 손녀 사람들의 피와 살로 이루어진 일그러진 세상으로 살아도 지옥이요, 죽어서도 지옥이다. 그 처절한 싸움을 그린 담백하고 건조한 문장들을 읽다 보면 참혹한 광경이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진다. 하나의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형제자매들을 죽였던 역사 속 칼부림이 똑같이 되풀이되는 것은 인간의 아둔함 때문인지 인간의 멈출 수 없는 탐욕 때문인지 모르겠다.

 


 

특권의식에 사로잡힌 이들이 벌이는 전쟁터 한복판에서 싸우다 죽는 건 그들이 돈으로 고용한 사람들이었다. 돈이 오가는 공간이니만큼 적군, 아군의 구별이 눈에 보이는 것처럼 명확하지 않아 소설 마지막까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각자의 사연들이 전하는 인생의 팍팍함이 이 싸움판을 정당화시켜주지는 못하지만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그들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저택 층층마다 겹겹이 쌓인 시체들은 돈이 지배하는 세상에 던지는 통렬한 메시지이다. 다들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는 아비규환 속에서 살아남은 이도, 죽은 이도 어느 것 하나 얻는 것 없는, '파괴'만이 유일한 승자이다.

 

 


 

<파괴자들> 등장인물 중 유일한 아이인 마리!

검은 염소를 유니콘이라 여기며 소원을 간절히 비는 순수한 영혼의 아픔이 소설을 읽는 내내 콕콕 내 심장을 찔러댔다.

상실과 결핍이 필수조건처럼 따라다니는 이들이 가득한 <파괴자들>

이 암울하고도 잔혹한 왕국 속에서 마리의 당돌함과 k의 위트와 독특한 태도는 사람 내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죽음이 지배하는 저택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죽기 전에 죽여야 한다!

욕망과 돈, 죽음과 배신이 난무한 전쟁터의 결말은 직접 확인해 보기 권한다.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누아르의 세계를 맛볼 수 있는 정혁용 작가의 <파괴자들> 초대장을 보낸다.

 


 

Winter is coming. - 왕좌의 게임

맞소, 난 악당으로 태어났죠. 당신은 스스로 악당이 됐고 - 프로페셔널

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오마주가 있는 책.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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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된 여우 - 어른도 함께 읽는 동화
금관이야(박미애) 지음, 김경수 그림 / 고래책빵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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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된 여우/금관이야/고래책빵



삵에게 새끼 한 마리를 잃은 후 아침마다 비명과 함께 눈을 뜬다.

끝을 알 수 없는 어미의 고통은 과연 사그라질 수 있을지……

금붕어가 사는 빨간색 목도리를 감고 산을 올라 소나무 옆에서 소원을 빈다.

작은 발이 남긴 자국이 소나무에게 새겨질 만큼 매일 오르는 그 아이의 소원은 과연 이루어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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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을 경험한 어미 여우와 애나는 붉은 실로 연결되어 있었다.

애나 엄마가 뜨개질로 처음 뜬 빨간 목도리. 그 붉은 실이 둘을 운명으로 묶어 놓은 것처럼 느껴졌다.

 

애나에게서 부모님을 빼앗아간 사고 후 여우가 새끼를 품에 안고 더 깊고 깊은 골짜기로 떠날 수밖에 없는 현실이 가슴 아팠다. 사람과 동물의 공존은 정말 불가능할까? 동물에게 사냥은 생존이다. 죽고 사는 문제이건만 인간에게는 재미이자 돈벌이일 뿐이다. '인간의 재미가 되기 위해 동물은 피를 흘려야 한단 말인가?' 여우의 피 끓는 탄식은 사과의 말로 가볍게 넘길 계제가 아니다.

 

"여보 눈을 떠 봐! 여보…" "애나야…, 애나야…"

남자의 울부짖음이 여우의 가슴속에 박혔다.

새끼를 떠나보내고 나니 묻어두었던 울부짖음이 여우를 사로잡는다. 여우는 애나를 찾아 떠날 수밖에 없다.

 


 

소나무는 그렇게 애나와 여우를 어루만져 주고는 그 자리를 그대로 지키며 서 있다. 무한한 시간의 강을 건너서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그곳에서 우리네 삶을 굽어살피는 듯하다. 달이 오케이 하는 날, 애나는 그토록 소망하던 언니를 얻었다.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 둘이 합쳐져 하나가 되었다. 순수한 마음으로 서로를 받아들인 애나와 여우, 손을 꼭 잡고 마을로 내려오는 두 사람 그림자가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책에서 나오는 99번의 재주넘기. '9'자가 가지고 있는 결핍, 부족의 의미가 상징적으로 다가온다. 그 부족한 '1'을 채우는 것은 간절함으로 표현된다. '한 방울의 물에 잔이 넘친다'라는 말처럼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 필요한 하나가 꼭 있다. 여우가 애나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정체가 드러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용기와 사랑을 보여주는 간절함처럼 말이다. 부족한 '1'을 채울 수 있는 간절함이 있느냐 없느냐가 '9'가 혹은 세상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인 듯하다.

 

어른도 함께 읽는 동화 <언니가 된 여우> 안에서 우리는 다양한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키울 수 있다.

부모를 잃고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애나의 시선으로,

새끼를 다 떠나보내고 애나를 지켜주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마을로 내려온 어미 여우의 시선으로,

온갖 나쁜 짓을 저지르는 거미코 아저씨, 애나, 여우, 마을 사람들을 한결같이 지켜보고 있는 소나무의 시선으로,

그리고 세상에 가장 많이 존재하는 마을 사람의 시선으로.

각각의 입장이 되어서 읽어보고 느껴지는 감정들을 이야기 나눠보면 좋을 것 같다.

 


 

언제나 작가님의 든든한 곁이 되어주는 여우씨와 거미씨의 추천서가 기억에 남는다.

우리 지구는 인간의 시선만이 아니라 다양한 존재의 다채로운 눈으로 바라볼 때 훨씬 더 행복해지는 것이라고 말해준 그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본연의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사랑해야 한다고 말해준 애나, 여우 언니에게도 고마움을 담아 인사를 전한다.

"행복하길 바라요."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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