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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의 키스 ㅣ 스토리콜렉터 98
아나 그루에 지음, 송경은 옮김 / 북로드 / 2021년 11월
평점 :
유다의 키스/아나 그루에/북로드
사람이 사람을 만나서 사랑을 느끼게 되는 과정에서 중요한 게 무엇일까? 그 사람을 알아가면서 호감을 느끼고 호감이 점점 커져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게 되는 것이 사랑이라면 그 사람을 믿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믿으려면 우선 그 사람에 대해 알아야 하는 데 이 책을 읽다 보니 '사람을 안다'라는 게 무엇인지 의문이 든다.
우리가 사람을 소개할 때 먼저 말하는 이름, 직업 등의 정보는 제외되고 신체적 특징으로만 묘사되었다. 왜 그럴까? 그에게는 수많은 이름과 직업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거짓된 모습으로 접근하여 여인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속여 그들의 돈을 훔치고 사라진다.
'단 소메르달' 시리즈
<유다의 키스>는 '대머리 탐정'으로 전작에서 이름을 알린 단 소메르달이 딸의 부탁으로 맡게 된 사건과 단의 절친 플레밍 토르프 형사의 살인사건이 연결되면서 또다시 우정을 담보로 공동수사를 전개하면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유다의 키스> 차례. 마치 거미줄에 걸려들 위기에 처한 나비 모양 같다.
싱글 중장년 데이팅 사이트를 통해 위에 있는 정보로 '이 남자를 찾습니다.' 광고를 게재하자 온갖 제보들이 이어진다. 부인의 말을 믿지 못했던 단에게는 놀라울 뿐이다. 그리고 나에게도 놀랍기도 하지만, 현대 사회의 단면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제는 오프라인 보다 온라인에서 수많은 세상들이 펼쳐지는 시대이니까.
시간이 없고 서로에 대한 관심도 줄어든 현대인에게 자신의 프로필을 올리고 어느 정도의 조건들이 충족된 상황에서 만남을 시작하는 게 어색하지 않다.
요하네스 한센이 이런 거짓된 삶을 살게 된 배경에는 '주님의 집' 사이비 종교집단이 크게 자리 잡고 있다.
사이비 종교집단은 이상한 교리를 신도들에게 전파하고 신도들은 이에 물들어 꼭두각시처럼 조종당한다. 요하네스의 가족 또한 사이비 종교집단에 의해 자식의 수혈을 거부하고 요하네스는 이를 참지 못하고 가출하게 되었다. 그리고 동생을 다치게 한 자신을 자책했다.
사이비 종교집단은 정신세계를 파괴시켜서 외부인이 보기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을 순순히 받아들이게 한다. 교리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신도를 파문하고 파문당한 이는 죽은 이 아니 존재하지 않은 이로 입에 담지 않으며 사이비 종교에서 허락한 세상만이 그들의 전부이다. 사고의 폭이 사이비 종교 교리를 벗어날 수 없으니 일상생활 또한 정상적이지 않다. 카마처럼 결혼을 하지 않은 이가 주체적인 자신의 삶을 살아가지 않고, 교구의 신도들을 돌보는 생활에 순응하고 자신을 사탄으로부터 그들을 지켜내야 하는 보호자라고 각인하는 모습은 경악 그 자체였다.
인간의 나약한 부분을 자극하여 기대게 만들고는 사람을 조종하는 사이비 종교집단, 사기 등을 소재로 하여 현대사회의 취약점을 잘 드러내고 있다. 현대인들이 느끼는 고독과 허무를 잘 파고들고 있다. 그리고 탄탄한 구조 속에서 얽히고설킨 등장인물 간의 관계를 파악해나가는 과정이 흡입력 있게 펼쳐진다.
<유다의 키스> 요하네스(제이)는 스스로를 '유다'라 칭한다.
예수가 직접 뽑은 12사도 중 한 명인 유다는 은화 30전에 예수를 팔아넘겼다. 예수에게 입을 맞춰 그를 알려주었던 것처럼 유다의 키스는 배신을 의미할 것이다. 제이가 남겼던 키스로 인생이 망가져 버린 이의 증오와 분노는 큰 죄악으로 이어졌고 결국에는 제이도 무너뜨렸다.
'프레야시타' 속죄를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제이는 저주와 유다의 역할에서 자유롭게 해주고 다른 사람들에게 은총이 될 수 있는 방법을 통해 속죄할 수 있는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믿었다. 성적인 매력을 무기로 50대 이상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사기를 벌이고 속죄의 길을 이야기한다. 이런 모순적인 태도는 인지 부조화에 따른 자기합리화가 아닐까? 사기극의 대상이 되었던 여성들의 서사는 철저히 외면한 그의 태도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단의 거침없는 질주는 이 소설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앞뒤 재지 않고 뛰어드는 그를 보면서 신중한 플레밍과의 공조는 계속될 것이라는 강한 확신이 들었다.
이제 시작인 '대머리 탐정'의 활약이 기다려진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