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가 된 여우 - 어른도 함께 읽는 동화
금관이야(박미애) 지음, 김경수 그림 / 고래책빵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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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된 여우/금관이야/고래책빵



삵에게 새끼 한 마리를 잃은 후 아침마다 비명과 함께 눈을 뜬다.

끝을 알 수 없는 어미의 고통은 과연 사그라질 수 있을지……

금붕어가 사는 빨간색 목도리를 감고 산을 올라 소나무 옆에서 소원을 빈다.

작은 발이 남긴 자국이 소나무에게 새겨질 만큼 매일 오르는 그 아이의 소원은 과연 이루어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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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을 경험한 어미 여우와 애나는 붉은 실로 연결되어 있었다.

애나 엄마가 뜨개질로 처음 뜬 빨간 목도리. 그 붉은 실이 둘을 운명으로 묶어 놓은 것처럼 느껴졌다.

 

애나에게서 부모님을 빼앗아간 사고 후 여우가 새끼를 품에 안고 더 깊고 깊은 골짜기로 떠날 수밖에 없는 현실이 가슴 아팠다. 사람과 동물의 공존은 정말 불가능할까? 동물에게 사냥은 생존이다. 죽고 사는 문제이건만 인간에게는 재미이자 돈벌이일 뿐이다. '인간의 재미가 되기 위해 동물은 피를 흘려야 한단 말인가?' 여우의 피 끓는 탄식은 사과의 말로 가볍게 넘길 계제가 아니다.

 

"여보 눈을 떠 봐! 여보…" "애나야…, 애나야…"

남자의 울부짖음이 여우의 가슴속에 박혔다.

새끼를 떠나보내고 나니 묻어두었던 울부짖음이 여우를 사로잡는다. 여우는 애나를 찾아 떠날 수밖에 없다.

 


 

소나무는 그렇게 애나와 여우를 어루만져 주고는 그 자리를 그대로 지키며 서 있다. 무한한 시간의 강을 건너서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그곳에서 우리네 삶을 굽어살피는 듯하다. 달이 오케이 하는 날, 애나는 그토록 소망하던 언니를 얻었다.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 둘이 합쳐져 하나가 되었다. 순수한 마음으로 서로를 받아들인 애나와 여우, 손을 꼭 잡고 마을로 내려오는 두 사람 그림자가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책에서 나오는 99번의 재주넘기. '9'자가 가지고 있는 결핍, 부족의 의미가 상징적으로 다가온다. 그 부족한 '1'을 채우는 것은 간절함으로 표현된다. '한 방울의 물에 잔이 넘친다'라는 말처럼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 필요한 하나가 꼭 있다. 여우가 애나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정체가 드러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용기와 사랑을 보여주는 간절함처럼 말이다. 부족한 '1'을 채울 수 있는 간절함이 있느냐 없느냐가 '9'가 혹은 세상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인 듯하다.

 

어른도 함께 읽는 동화 <언니가 된 여우> 안에서 우리는 다양한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키울 수 있다.

부모를 잃고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애나의 시선으로,

새끼를 다 떠나보내고 애나를 지켜주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마을로 내려온 어미 여우의 시선으로,

온갖 나쁜 짓을 저지르는 거미코 아저씨, 애나, 여우, 마을 사람들을 한결같이 지켜보고 있는 소나무의 시선으로,

그리고 세상에 가장 많이 존재하는 마을 사람의 시선으로.

각각의 입장이 되어서 읽어보고 느껴지는 감정들을 이야기 나눠보면 좋을 것 같다.

 


 

언제나 작가님의 든든한 곁이 되어주는 여우씨와 거미씨의 추천서가 기억에 남는다.

우리 지구는 인간의 시선만이 아니라 다양한 존재의 다채로운 눈으로 바라볼 때 훨씬 더 행복해지는 것이라고 말해준 그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본연의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사랑해야 한다고 말해준 애나, 여우 언니에게도 고마움을 담아 인사를 전한다.

"행복하길 바라요."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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