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자들
정혁용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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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혁용 소설가의 신작 <파괴자들>

"결코 거부할 수 없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초대장이 도착했다!"

 

파괴자들/정혁용/다산책방

 

 

분명 소설의 무대는 우리나라이다. 경북 장송군 소울리 산66-6. 하지만 이 주소에 위치한 대저택을 중심으로 이제 벌어질 일들은 결코 대한민국에서 가능한 일들이 아니다. 아니, 그렇다고 믿고 싶다.

장송, 소울, 666. 죽음과 파괴, 악마 등 온갖 불길한 기운을 뿜어내는 주소는 예고하고 있다.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 한복판에 서게 될 것임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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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K는 산전수전 다 겪은 용병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작전 수행 중 팀 절반을 잃은 후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헤어진 동료에게 5년 만에 전화가 왔다. "부탁이 있어."

 

K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안나에게 "부탁이 있으면 전화하라"라는 말을 전하고 안녕을 고했다. 설령 부탁할 일이 있어도 절대 부탁하지 않을 것임을 K도, 안나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안나는 전화를 하였고, K는 아무 말 없이 그곳으로 갔다.

 

찾아간 대저택에서는 왕국 통치자 자리를 두고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통치자 자리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는 부인과 그 자리를 노리는 손자 삼 형제 해왕, 해성, 해창 그리고 손녀 해서가 벌이고 있는 처절한 싸움이다. 승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 속에서 안나와 K만이 돈이 아닌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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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자들>은 추악한 욕망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적백내전 당시 러시아에서 도망쳐 나온 혈기왕성했던 귀족은 친일파 백작의 딸과 결혼하여 일제 강점기에 재산을 축적하고 미 군정, 이승만 정권까지 승승장구하다가 박정희 정권 때 경북으로 자리를 옮겨 그만의 왕국을 완성하였다. 그 왕국을 물려받은 이가 부인으로, 모든 비극을 부른 원흉이다. 뼛속까지 귀족의 피가 흐른다고 생각하는 그녀는 이 완벽한 왕국을 물려줄 후계자를 신중히 고르고 있다. 하지만 사업을 온전히 소유하고 싶은 그녀의 손자 손녀들은 그에 반발하여 최후의 전쟁을 준비하고 K와 안나는 그 한복판에 서 있다. 과연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풀 수 있는 자는 누가 될 것인가?

 

그들이 사업이라 부르는 마약, 매춘, 도박 범죄의 트라이앵글로 이루어낸 왕국은 마을 사람들을 비롯한 부인과 손자 손녀 사람들의 피와 살로 이루어진 일그러진 세상으로 살아도 지옥이요, 죽어서도 지옥이다. 그 처절한 싸움을 그린 담백하고 건조한 문장들을 읽다 보면 참혹한 광경이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진다. 하나의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형제자매들을 죽였던 역사 속 칼부림이 똑같이 되풀이되는 것은 인간의 아둔함 때문인지 인간의 멈출 수 없는 탐욕 때문인지 모르겠다.

 


 

특권의식에 사로잡힌 이들이 벌이는 전쟁터 한복판에서 싸우다 죽는 건 그들이 돈으로 고용한 사람들이었다. 돈이 오가는 공간이니만큼 적군, 아군의 구별이 눈에 보이는 것처럼 명확하지 않아 소설 마지막까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각자의 사연들이 전하는 인생의 팍팍함이 이 싸움판을 정당화시켜주지는 못하지만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그들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저택 층층마다 겹겹이 쌓인 시체들은 돈이 지배하는 세상에 던지는 통렬한 메시지이다. 다들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는 아비규환 속에서 살아남은 이도, 죽은 이도 어느 것 하나 얻는 것 없는, '파괴'만이 유일한 승자이다.

 

 


 

<파괴자들> 등장인물 중 유일한 아이인 마리!

검은 염소를 유니콘이라 여기며 소원을 간절히 비는 순수한 영혼의 아픔이 소설을 읽는 내내 콕콕 내 심장을 찔러댔다.

상실과 결핍이 필수조건처럼 따라다니는 이들이 가득한 <파괴자들>

이 암울하고도 잔혹한 왕국 속에서 마리의 당돌함과 k의 위트와 독특한 태도는 사람 내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죽음이 지배하는 저택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죽기 전에 죽여야 한다!

욕망과 돈, 죽음과 배신이 난무한 전쟁터의 결말은 직접 확인해 보기 권한다.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누아르의 세계를 맛볼 수 있는 정혁용 작가의 <파괴자들> 초대장을 보낸다.

 


 

Winter is coming. - 왕좌의 게임

맞소, 난 악당으로 태어났죠. 당신은 스스로 악당이 됐고 - 프로페셔널

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오마주가 있는 책.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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