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 쑥 크니까 고래책빵 어린이 시 4
모모도서관 친구들 15명 지음, 임숙자 엮음 / 고래책빵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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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에게 말걸기 작은도서관'

너무나도 이쁜 이름의 도서관에 모여 책을 읽고 놀이를 하며 언니, 오빠, 동생, 친구가 된 어린이 15명의 시와 그림으로 채워진 『금방 쑥 크니까』 시집이 나왔다.

 

금방 쑥 크니까/모모도서관 친구들 15명 글.그림/임숙자 엮음/고래책빵



'모모'는 예상대로 미하엘 엔데의 <모모>였다. 이 시집의 엮은이인 임숙자 관장님은 마을에 모모 닮은 한 사람 있어도 좋겠다는 마음으로 소박하게 마련한 공간에 '모모에게 말걸기 작은도서관' 이름을 붙여주었다고 한다. '모모'라니, 국민학생 때 모모를 처음 읽고 빠져들었던 그 시간이 떠올라 노란 빛깔이 나를 감싸듯 따뜻하고 포근해졌다. 이런 모모 도서관의 꼬마 작가들이 직접 쓰고 그린 시집은 어떤 책일까? 콩닥거리는 마음으로 읽어보았다.

 

 


 

먼저 꼬마 작가의 멋진 인사말과 사인을 만날 수 있었다. 또박또박 직접 쓴 인사말들에는 두근거리는 마음과 자랑스러운 마음, 시를 사랑하고 즐기는 마음이 한가득 담겨있다. 그리고 연습을 많이 한 듯한 사인들이 멋지게 반짝이고 있다. 시를 통해 소통하고자 하는 작지만 커다란 꼬마 작가들의 초대장을 받았다. ♡행복해지세요!

 

초등학생들의 시상은 참 다양했다. 깨끗하고 순수하고 따뜻하고 예측불가한 감정들이 담겨있었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제각기 다른 감성을 가지고 시를 짓는 어린이들이 그려지고, 그들이 말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서 깜짝깜짝 놀랐다.

어린이의 생각이라 얕볼 생각은 결코 없었지만 생각의 깊이에 감명받은 시들도 있었다. 그리고 어린이 특유의 발랄함이 녹아든 시들도, 나도 그랬었지 하면서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그리운 시들도 있었다. 시를 어렵게 생각하는 나와는 달리 일상의 소재들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꼬마 작가들이 크게 보이는 순간이었다. 시 씨앗들을 잘 심고 시 꽃들을 활짝 피우는 작업이 그들의 삶에 스며들기를 바란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길은 여러 가지이고, 그중 시가 발산의 창구가 된다면 좀 더 관찰하고 사색하는 시간이 많아질 것이다.

 


 

구멍 난 양말 - 강연송(1)

구멍 난 양말을 보면서 상처가 나서 아프겠다고 염려하는 순수하고 훈훈한 마음이 와닿는 시이다.

 

개미 - 강연송(1)

개미는 작다

개미를 안 발블라고 하는데

자꾸만 발핀다

글의 맛을 살려 그대로 싣는다는 주석처럼 맞춤법이 맞는다면 이 맛이 안 살 것 같다. 옆에서 읽어주는 것처럼 길에서 개미를 밟아 안타까운 것처럼 생생하게 와닿는다. 생명을 귀히 여길 줄 아는 마음이 사랑스럽다.

 

. , ! ? - 강연서(5)

'오늘은 '시'라는 요리를 만들어 볼 거예요'로 시작하는 이 시, 독특한 발상이다. 시를 요리에 비유해서 풀어내는 내용들 중에서 '비유법' 가루와 '감동 양념'을 탄 '고운 마음 물'을 3큰술 넣어주세요. 시구가 눈에 들어온다. 시를 짓기 위해서는 고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어린이의 곱고 보드라운 심성이 전해져오는 어여쁜 시였다.

 

세 친구 - 김세이(3)

홀수이면 생기기 마련인 상황들에 대한 마음이 잘 드러나는 시이다. 적절한 그림까지 더해져 자기 빼고 둘이서만 속닥거리는 친구들을 바라보는 아이의 속상한 마음이 전해져 온다. 어른인 나도 그럴 때가 있으니 너무 속상해하지 말렴. 토닥토닥, 쓰담쓰담 해주고 싶다.

 

하지 - 강연서(5)

늦게 들어간 해가 해 엄마한테 혼이 난다. 하지라 너무 늦게 들어갔나 보다. 이렇게 재미나게 표현된 24절기를 만나니 절로 '하지'가 기억된다.

 

비 - 김하영(6)

'구름도 엄마와 싸웠나 보다' 표현을 보고는 아들이 아직 어려서 그런다고 평했다. 좀 더 크면 '구름도 엄마한테 혼났다'라고 했을 거란다. 순간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렇게 혼이 냈나? 생각이 들기도 하고 옆에서 같이 읽으면서 종알거리는 그 입이 귀여워 한참 바라봤다. 그런데 시인과 똑같은 나이라는...

 

가을 - 강연경

오늘부터 봄! 내가 정했다. 나도 이렇게 정하고 따뜻한 봄을 맞이하고 싶은 마음이다. 날씨의 변화를 인식하고 계절을 느끼고 받아들이는 모습에 자연과 주위 환경에 관심을 기울이는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얼른 이 겨울이 끝나 봄이 오길 바라는, 코로나19가 끝나 함께 뛰놀 수 있는 간절한 소망을 담아 오늘부터 봄! 오늘부터 코로나 끝! 외치고 싶다. 내가 정했다.

 

말 한마디 - 강연준(3)

말 한마디가

웃게 하고 울게 하고

기쁘게 하고 슬프게 하고\

 

말 한마디가

친하게 하고 싸우게 하고

힘 나게 하고 힘 빠지게 하고

 

말 한마디가

우리를 조종한다

말 한마디의 힘을 잘 표현한 시이다. 주워 담을 수 없는 말, 진중한 생각 끝에 한마디 한마디 진실한 말을 하면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드는 무서운 시였다.

 

시를 쓴다는 것은 세상을 관찰하는 눈이 필요하다. 그리고 관찰한 무언가를 자신의 언어로 정리한 후 타인에게 들릴 수 있는 목소리로 이야기해야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위를 살피고 자신을 살피고 친구를 살피는 어린이들이 지은 시들을 만나 행복했다. 시를 쓴다는 것이 나의 행복이라는 꼬마 작가들의 작품을 계속 계속 만나고 싶은 팬으로서 즐거운 놀이처럼 이어나가는 <모모에게 말걸기 작은도서관 사계절 글 농사 프로젝트>가 계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모모 친구들이 두 번째 시 꽃을 피운 책 『금방 쑥 크니까』를 다 읽고 나니 첫 번째 시 꽃이 궁금해 찾아보았다. 《딱풀을 선물해 줄게》 이 책에 담긴 기발하고 순수한 시도 얼른 만나봐야겠다. 그리고 또다시 우리를 찾아올 모모 친구들의 세 번째 시 꽃을 기다려야겠다. 어떤 향기를 머금고 있을지 사뭇 기대된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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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동남아 이야기 : 제1권 바다와 교류의 시대 - 믿고 보는 신일용의 인문교양 만화 우리가 몰랐던 동남아 이야기 1
신일용 지음 / 밥북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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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일용 인문 만화가의 새로운 시리즈 『우리가 몰랐던 동남아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이 시리즈는

1. 바다와 교류의 시대

2. 탐욕과 정복의 시대

3. 독립과 냉전의 시대

4. 부패와 자각의 시대

총 4권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우리가 몰랐던 동남아 이야기 1.바다와 교류의 시대/신일용/밥북

 


첫 번째 책인 <바다와 교류의 시대>를 읽어보았습니다. 같은 아시아 대륙에 속했지만, 역사상 우리나라와 교류가 크게 없었던 지역이라 동남아시아에 대한 배경지식은 한정적인 편입니다. 벼농사, 향신료, 관광업 등 단편적인 이미지이죠.

이런 동남아시아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근래 시청한 KBS 역사저널 그날 <대항해 시대>편이었습니다. 서양의 신항로 개척사를 살펴보면서 그들의 오만함과 잔혹함에 휘둘려 고통받은 아프리카, 아시아 대륙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서양 세력의 제국주의로 전 세계가 식민지 전쟁으로 팽팽하게 긴장된 시대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철저히 자국의 이익에만 치중하여 다른 나라를, 다른 민족을, 다른 인간을 도구처럼 사용하고 버릴 수 있는지 분노가 치밀더군요. 그래서 제대로 아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철저히 서양 중심 시각의 세계사가 아닌 균형 잡힌 아시아 역사, 특히 동남아시아 역사를 알고 싶어졌습니다. 그러던 중 감사하게도 이 책을 만나게 되었네요.

 

저자는 한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왜곡되거나 부정적인 동남아관이 아쉬워 동남아시아의 비장한 역사와 극복해낸 인간의 역동성을 그려내 동남아시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자 했습니다. 시리즈 첫 번째인 이 책에서는 전반적인 동남아시아를 다루고 있습니다. 동남아시아의 지정학을 풀어내고, 이민사와 동남아시아에 세워진 위대한 제국들을 소개하였습니다. 그리고 동남아시아의 아픈 역사인 식민지 시대의 서막을 열었습니다.

 


 

유독 지리에 약한 저인지라 여러 나라와 지명, 지형들이 나와서 파악하는 데 힘들었지만, 만화로 소개된 책이라 활자 책보다는 좀 더 여유 있고 재밌게 따라갈 수 있는 호흡이었습니다.

'동남아의 지정학'과 '동남아의 이민사'는 동남아시아 역사의 전반적인 내용을 훑고 있는 꼭지라 4권 모두를 읽고 다시 읽으면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될 듯합니다. 물과 땅, 대륙과 도서지역으로 구분하여 역사적, 문명적 접근을 합니다.

 

 물은 연결하고 땅은 가로막는다. 

 

대륙지역에서는 힌두교가 불교로 대체되거나, 도서지역에서는 힌두교가 이슬람교로 대체되는 등 종교, 산업 여러 면면에서 다른 점을 보입니다. 이런 변화는 동남아시아의 지정학적 위치로 설명이 됩니다. 인도양, 태평양 두 개의 위대한 바다 사이와 인도 문명과 중국 문명 두 개의 문명권 사이에 위치한 동남아는 '세계의 교차로'로 수많은 이방인들이 흘러들어 왔다가는 흘러나갔고 그로 인해 다양한 문명과 민족이 섞여진 공간이 되었던 거죠. 중국인, 일본인, 아랍인, 유럽인, 미국인 등이 지나갔고, 그들이 남긴 저마다의 흔적들이 남아 모든 것을 내뱉지 않고 뒤섞은 카오스의 세계를 만들었습니다.

 



 

수백 년간 동남아 향신료 무역을 독점한 아랍 상인과 동남아 상인의 이슬람 카르텔 때문에 비싼 가격을 치를 수밖에 없었던 육식 문화의 유럽인들은 직접 향신료 항해 길을 개척하고자 합니다. 포르투갈이 시작한 대항해의 길을 스페인, 영국, 네덜란드 등 남서를 가리지 않는 유럽의 바닷길 진출은 동남아를 운명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합니다. 그리고 특용작물을 대규모로 재배하는 방식인 플랜테이션 도입으로 식민지 정책이 달라지게 됩니다. 클로브, 넛메그 등을 찾아 떠난 무역로를 장악하는 '점의 개념' 식민지에서 재배를 위한 땅을 정렴하기 위한 '면의 개념' 식민지로 확대되었던 것입니다.

 

동남아를 차지한 서양 강국들의 교묘한 정책을 지켜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국인과 인도인을 이용하여 동남아인들을 관리하게 하는 방식과 헐값으로 쿨리의 노동력을 사고 도박, 매춘, 아편 사업을 운영하여 그 돈을 다시 착취하는 구조 그리고 이를 정당화하는 기만적인 태도에 분노를 억누르기 힘들었습니다.

두 번째 책은 식민지 시대를 자세히 알아볼 『탐욕과 정복의 시대』으로 동남아시아의 가슴 아픈 현대사가 펼쳐질 것 같네요. 만화로 알아보는 『우리가 몰랐던 동남아 이야기』시리즈, 우리나라 옆에 있지만 제대로 알지 못하는 동남아시아를 열린 마음으로 알아갈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정복자 서양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균형 잡힌 세계사관을 확립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인도네시아 국기와 말레이시아 국기의 일화 이야기가 기억에 남네요. 책에서처럼 저도 네덜란드와 미국의 국기를 모방했다고 생각해서 부끄러웠습니다. 우리의 기준이 얼마나 서양에 맞춰 있는지 알 수 있는 예시였네요. 이 책을 통해 동남아와의 거리가 조금은 가까워졌다고 생각됩니다. 시리즈 다른 책들도 조만간 읽어봐야겠습니다.

 

너희들이 지금 지나가는 이 길로 수많은 자들이 지나갔다.

... 너희들도 곧 사라질 것이고 자기는 이 땅에 남을 거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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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집은 내가 되고 - 나를 숨 쉬게 하는 집
슛뚜 지음 / 상상출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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슛뚜 작가의 『가끔 집은 내가 되고』를 읽었다.

공간, 집에 대한 확고한 취향이 담긴 책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물리적 공간의 제약, 이동의 제한으로 2년여의 시간 동안 우리가 '집'이라는 공간에 머무르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증가한 요즘이라 더 와닿고 생각에 잠기게 하는 내용이었다.


가끔 집은 내가 되고/슛뚜 지음/상상출판



슛뚜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느낄 수 있는 공간에 목말라 있었다. 오롯이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방'을 선망하다가 결국에는 '독립'을 하게 되었다. 계획은 있었으나 가정사에 의해 전혀 준비하지 못한 채 타의에 벌어진 독립은 상상처럼 반갑고 따뜻한 시작이 아닌 지독한 현실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시작한 오피스텔 원룸 생활. 경제적인 면과 정신적인 면 모두 힘겨운 상황이었지만 베베(반려견)가 있어서 견딜 수 있었다고 말하는 슛뚜 작가를 가만히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나도 슛뚜 작가도 낯을 가리는 성격이지만 상상은 무한한 힘을 가지고 있으니 그 시절의 슛뚜 작가에게 쓰담쓰담~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졌다.





첫 번째 '4층 동쪽 집'을 거쳐 두 번째 '복층 오피스텔' 자취방 생활을 하다가 다시 '4층 동쪽 집'이 있는 건물의 동향 집. 월세로 살아가는 자취 생활이 그려진다. 집을 꾸며나가는 이야기, 자주 요리를 하지는 않지만 혼자 사는 삶을 묵묵히 지탱해 주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던 요리, 자취 밥상 이야기 그리고 베베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시작한 경제활동인 과외 이야기까지 소소하지만 특별한 슛뚜 작가만의 이십 대 인생 이야기를 감각적인 사진과 함께 담담하게 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친구랑 떠난 호캉스에서 도시와 사랑에 빠져 송도에서 월세가 아닌 '전세'로 새 출발을 하게 된다. 월세에서 벗어나 전세 계약을 마음먹으면서 프리랜서라 어려울 거라 생각했지만, 부동산 도움을 받아 수월하게 계약이 진행된 그 집에서 슛뚜 작가는 혼자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오랫동안 원룸에서 살았던 지라 방과 방을 오갈 때 공기의 흐름을 느꼈다는 대목, 아주 사소하지만 짜릿한 감촉이라는 표현에서 상상하고 꿈꾸었던 집을 스스로 이루어나가는 단단함에 울컥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자신의 새로운 면면들을 알게 된다.




월세 - 전세를 거쳐 버킷 리스트 마지막 '이십 대에 내 집 마련하기'를 기어코 실현한 슛뚜 작가.

'내 집 마련'으로 많은 일들이 달라지게 된다.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집을 구성하는 모든 것들을 바람대로 취향대로 다 변경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만의 감성과 취향을 담아 집을 디자인하고 채워가는 과정을 담아낸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시작했으나 이를 갈며 끝을 냈지만, 혼자 그 집에서 첫날밤을 보내는 순간 거짓말처럼 두근거림이 다시 온 마음을 채웠다.'라는 슛뚜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내 가슴도 콩닥콩닥 뛰고 있었다.




『가끔 집은 내가 되고』

슛뚜 작가가 '집'이라는 공간에 진심인 이유와 이를 마련하기 위해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슛뚜 작가가 부동산 '집'이 아닌 자신의 숨결, 취향, 생각, 인생이 묻어나는 '집'을 향한 갈망을 스스로 차근차근 채워나가는 여정을 함께 하다 보면 절로 '집'에 대한 생각이 깊어진다. 획일적인 디자인을 지양하고 자신만의 감성을 담아 집을 채워나가는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추억들이 몽글몽글 피어났다. 결혼 준비를 하면서 별다른 반대 의견을 내지 않았던 남편이 내가 고른 침구를 거부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꽃이 크게 프린트된 화사한 침구였는데 '이것만은 안되겠다.'라며 반대했다. 내가 맘을 접어 무난한 침구를 구입했고 이렇듯 2인 이상의 가족들이 함께 사는 집은 구성원들 간에 조율이 필요한 상황들이 벌어지게 마련이다. 그렇기에 시간과 관심을 들여 집대성한 취향으로 오롯이 채워진 자신의 집에서 살아가는 즐거움은 혼자 사는 그 시간에만 누릴 수 있다. 거실, 방, 부엌, 화장실 집 어디에서나 나를 느낄 수 있게 꾸민 슛뚜 작가의 특권인 것이다.


독립해 자신의 내면을 투영한 '집'에서 삶의 계획을 세우고 완성해나가면서 '살아지고 있다'의 수동적인 삶을 벗어나 '살고 있다'의 능동적 삶을 살고 있는 슛뚜 작가.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공간인 '집'이 안식처이자 직장이기도 하기에 '집'에 대한 마음이 큰 것도 있겠지만,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자신의 취향을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온전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공간인 '집'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깊어진 것 같다. '혼자 있는 방'이라는 표현이 책에서 나오는데 나 또한 공감한다. 사랑하는 가족이지만 나만의 공간은 소중하고 꼭! 필요하다. 홀로 쏟아내든 감싸 안든 무너지든 자신의 날 것을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은 필수요건이다. 그곳이 '집'안에 있을 수 있다면 더욱이 좋을 것이다.


코로나19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곳이 주로 '집'이 되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시간을 공유한 것처럼 시간을 공유하게 되었지만, 온전히 나에게 의존하지 않는 시간이기에 지금 우리 '집'은 좀 더 다양한 색채를 띠고 있다. 원래 집순이었던 나는 예전보다 더 다채로워진 우리 '집'이 훨씬 더 좋아지고 있다. '나만의 집'이 생기고 사계의 흐름을 느끼고 자연을 감상하며 베베와 웃으며 일상을 보내는 슛뚜 작가처럼 우리 가족들과 같으면서도 다른 취향을 공유하면서 하루를 살아가려고 한다.

『가끔 집은 내가 되고』 덕분에 오랜만에 집을 전체적으로 둘러보고 살펴봤다. 곧 다가오는 봄을 맞이할 방법들을 가족들과 이야기 나누면서 봄의 옷을 입은 '집'을 그려보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 감각적인 사진들과 QR코드로 볼 수 있는 유튜브 영상들이 깔끔한 인테리어에 관심있는 분들께 많은 팁이 될 듯 하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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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사랑 할매 - 실버 그림 동화
서동애 지음, 김진희 그림 / 밥북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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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시대인 오늘날, 노년층을 위한 동화책에 대한 필요성과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노년층의 신체 기능, 심리적 요인을 반영한 스토리, 그림, 타이포 등을 디자인한 '실버 동화'에 대한 요구가 강해지고 있죠. 노년층에게 심리적 안정을 안겨주는 책들이 다양해져 선택의 폭이 넓어졌으면 합니다. 이런 시대의 흐름을 만족시켜주는 예쁜 '실버 그림 동화' 『꽃 사랑 할매』를 소개합니다.



꽃 사랑 할매/서동애 글, 김진희 그림/밥북

 


『꽃 사랑 할매』는 책 제목처럼 어여쁜 꽃들이 함께 하는 그림 동화책입니다. 살구꽃, 개나리꽃, 진달래꽃, 복사꽃, 맨드라미, 들국화, 목단. 어여쁜 우리네 꽃들이 꽃할매의 퍽퍽하고 가난한 삶 속에 자리 잡아 고운 빛깔로 어여쁜 딸들에게 입혀주고픈 때때옷이 되기도 하고 공단 이불, 유똥 치마, 원앙금침 같은 멋진 혼수가 되어줍니다.

열네 살 신랑 민수는 일개미, 열일곱 살 신부 연이는 꽃순이가 되어 딸 셋을 키우는 시간이 흐르는 동화책입니다. 일개미 아빠 민수의 통박에도 아랑곳하니 않고 연이는 어느새 꽃할매가 되었습니다. 날마다 꽃잎만 따오는 꽃할매를 위해 일개미 할배는 꽃할배가 되기로 약속하고 손을 잡는 모습이 아름답게 그려진 결말이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이쁜 딸들을 제대로 챙겨줄 수 없었던 안타까움에 꿈속을 헤매던 꽃할매와 평생을 함께 했으나 이해할 수 없었던 아내의 손을 느지막에라도 잡아준 꽃할배가 우리네 어머님 아버님처럼 느껴져 가슴이 아릿해집니다. 고령화 시대에 수반되는 질병의 위험은 이리도 우리를 흔들어놓지만 꽃할매와 꽃할배의 마주 잡은 손을 기억하며 더 나은 미래를 한 단계 한 단계 만들어나가야겠습니다.

 

짧은 글 안에 꾹꾹 담긴 마음과 시간 그리고 산뜻한 색감의 그림이 깊은 감명을 전하는 '실버 그림 동화' 『꽃 사랑 할매』입니다. 사랑스러운 책 『꽃 랑 할매』가 화두를 던져 <실버 동화책> 시장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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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로열타운 케이스릴러
곽영임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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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지 않았어요"


소설은 '유샛별의 실종'으로 시작한다. 

모두에게 사랑받던 소녀는 어디로 사라진 것인가?

 

결국 그녀는 최고의 보안과 안전을 자랑하는, 프리미엄 주거공간 로열타운 뒤뜰 핑크뮬리 수풀에서 변사체로 발견된다.  샛별이는 꿈의 공간이라 불리는 '로열타운' 5층 VIP 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조무사로 이제 스무 살이다. 로열타운을 지은 원세권 회장의 병실을 야간에 지키면서 간호대학에 진학하려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다. 

밝고 상냥하고 성실한 소녀는 로열타운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존재였다. 


웰컴 투 로열타운/곽영임 지음/고즈넉이엔티


K스릴러 시즌3 <웰컴 투 로열타운>은 한 소녀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면서 하나둘 밝혀지는 추악한 욕망과 진실 그리고 지저분한 구렁텅이에서조차 빛나는 순수하고 따뜻한 영혼들을 만날 수 있는 서사가 펼쳐진다. 

 

원세권 회장은 '한국 최고의 기업 사냥꾼', '벤처 투자의 귀재'. '그가 가는 길이 곧 한국 M&A의 역사'라 평가받는 인물이다. JM투자증권의 경영권 분쟁에서 패하고 횡령과 배임, 자본시장법상 부정 거래 혐의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자신의 역작인 '로열타운' 본관 5층을 오랜 지병인 '파브리병'으로 인해 악화된 건강을 집중 치료하기 위한 병동으로 바꾸는 등 구속 수감에 대비하였다. 구속을 앞두고 쓰러진 그는 식물인간이 되어 누워있고, 샛별은 그를 돌보면서 자신의 미래를 계획하고 있었다.


이 이야기의 무대는 크게 현재 로열타운과 과거 종산보육원으로 볼 수 있다. 

등장인물들 대부분이 로열타운에서 일하고 있거나 종산보육원 출신들이다. 

기업 사냥꾼의 후계자가 되기 위해 어떤 짓도 서슴지 않는 딸 원주희 이사장과 탐욕을 위해 그를 따르는 이들이 있고, 그와 대치되게 원세권 회장을 위해 몸 바쳐 일했지만 식물인간이 된 그에게 어떤 보상과 미래도 보장받지 못해 꿍꿍이를 꾸미는 또 다른 세력들이 있다. 

그리고 종산보육원에서 자라서 함께 로열타운에서 근무하는 샛별, 민지, 준서가 있고, 그들과 함께 하기 위해 종산경찰서로 내려온 현수가 있다. 그들을 한 가족으로 묶어주는 종산보육원은 원장 지영옥에 의해 일반적인 운영방식과는 다르게 운영되었다. 기업의 사회공원 프로그램이나 국가기관과 공공기관의 사회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유치해 보육원의 아이들 감성과 자질을 키우는데 주력했다. 그래서인지 지 원장에 대한 마음이 샛별, 민지, 준서, 현수 모두 애틋했다. 

그 외 현수와 같이 샛별이 사건을 담당하는 박기훈 형사와 샛별이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떨쳐버릴 수 없는 천중일 보안팀장 그리고 샛별이를 예뻐해서 죽은 그녀를 편히 보내주고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마음을 써주는 로열타운 입주자 오드리 여사가 있다. 


모든 비극은 원세권 회장이 쓰러진 데서부터 시작한다. 

권력과 돈은 비뚤어진 욕망을 자극하고, 자신밖에 믿지 않는 사람은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조차 마음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로 인해 어린 영혼들은 또 상처를 입고 원치 않는 벼랑 끝에 서게 된다. 너무 쉽게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무시하고 짓밟는 이들은 '돈'의 노예가 되어 파멸의 길을 걷게 된다. 


왜 샛별이는 죽었을까?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길 위에서 각자의 인생이 펼쳐지고 엮였던 실타래가 풀리고 마음의 짐을 털어낼 수 있는 시간들도 함께 했던 점이 좋았다. 그리고 분명 자신이 정할 수 없는 샛별이의 운명은 가혹했지만, 스스로의 선택과 의지로 살아간 삶은 누구보다 밝고 따뜻하고 사랑스러웠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던 그녀가 남긴 수많은 사진들 속 피사체의 표정은 한결같이 사랑스러웠다. 샛별이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이들의 사진마저도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샛별이가 바라보는 세상은 이렇게 반짝반짝 빛났으리라. 


눈물을 잃어버린 삶을 살았던 준서와 현수 또한 샛별이의 죽음으로 다시 울 수 있게 되었다. 안으로 잠식된 슬픔은 끝내 곪아 터져 자신을 상처 입힐 수밖에 없다. 이제는 준서도 현수도 눈물을 흘릴 수 있게 되었으니 좀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옳은 일이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없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나의 행동이 선하든 악하든 아무런 의미가 없든 누군가에는 결과적으로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무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의와 호의, 배려를 담아 열심히 살아가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웃을 수 있는 결과를 그리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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