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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허스토리 - 여성과학자 대백과 사전
애나 리저.레일라 맥닐 지음, 구정은 외 옮김 / 학고재 / 2022년 12월
평점 :
<사이언스 허스토리>는 과학사에 숨겨진 여성의 이름을 찾아가는, 힘겹지만 벅찬 여정을 통해 오늘날을 살아가는 여성에게 힘을 실어주는 책이다.
사이언스 허스토리/애나 리저 & 레일라 맥닐 지음/학고재
<사이언스 허스토리>는 잊힌 여성과학자들을 수면 위로 올리는 목적 외에 여성과학자들에 대한 환기를 게을리한 반성 또한 담고 있어 더 눈길이 간다.
과학의 역사에서 여성들이 한 일이 누락된 것은 증거가 부족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잊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억하는 것 또한 행위를 통해 이뤄진다. 증거가 폭넓게 존재할 때조차 자연의 연구에 여성들의 기여를 간과한 것은 태만함 때문이기도 하다. (17쪽)
약자로서 시대의 편견과 차별에 굴복하지 않고 개인적 명예를 넘어 여성 흑인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위한 권리를 확대하는데 이바지한 과학사 속 여성과학자들의 업적과 기여에 무관심했던 나는 날카로운 비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우리는 기억하고 잊지 않아야 변화는 힘을 얻어 계속될 것이다.
책을 읽고 있는 나에게 남편이 물었다. "고대에도 여성과학자가 있었나?" 천문학, 점성술 분야와 이집트 여성 의사를 알려주니 깜짝 놀랐다. 당연하고 일반적인 반응일 것이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역사에 '여성'이 자신의 이름을 남긴 경우가 드물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니까.
여성의 사회적 진출은 어느 분야나 힘겨웠다. 특히 과학 분야는 '여성성', '감성'을 표면으로 내세워 여성학자들의 능력을 폄하하고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천문학, 산과에 집중되었던 분야들이 해부학, 식물학, 간호학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어갔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 대부분은 남자 동료의 조력자, 비서로 인식되거나 감정적 글쓰기로 아마추어적인 '숙녀들의 과학'으로 폄하되거나 인종 차별을 겪기도 하였다. 우리가 잘 아는 남성 과학자들 이야기도 등장해서 그들의 업적 이면을 들여다 보면서 우리가 아는 과학의 역사의 순수성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과학의 역사적 순간에 존재했지만 기록되지않은 수많은 여성과학자들을 만나면서 솔직히 놀랐다. 그럴거라는 상상과 확실한 현실은 다른 것이었다. 안타깝고 화가 나면서 고마웠다.
"천문학에서 (여성 계산원의) 능숙한 실행, 세부사항에 주의를 아끼지 않는 인내심, 빠른 이해력 등이 재차 돋보였다. 그들에게 명성을 안겨준 이런 요인들은 주부이자 가정 관리자 능력의 더 넓은 표현일 따름이다.
과학의 세계에서 여성들은 얼마나 뛰어난 성과를 거뒀든 남성의 경쟁자가 되지 못했다.
오히려 남성들의 일을 보완하고 확장하며 때로는 협력자로 제안하고 계획하여 그들의 일을 완성할 수 있게 도왔다."
[뉴잉글랜드 매거진]
'최초'의 수식어를 달았던 여성과학자 뒤에는 잊히거나 왜곡되거나 지워진 수많은 여성들이 존재했다. 업적에 지대한 공헌을 하거나 본인의 업적임에도 인정받지 못하는 기분은 어떨까.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다. 하지만 고대부터 현대까지 여성과학자들은 억압받고 차별받고 무시당하면서도 그들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였다. 그리고 연대하여 미래세대들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학교를 세워 인재를 키우고, 제도 마련을 위해 투쟁하고 목소리를 내었다.
<사이언스 허스토리> 저자들은 잡지 레이디 사이언스 공동창립자이자 공동 편집장인 애나 리저와 레일라 맥닐이다. 이들은 이 책을 통해 과학의 역사 속에 숨겨진 여성과학자들의 서사를 꼼꼼하게 그려냈다. 그들의 인생을 통해 과학을 사랑하고 지식을 탐구해온 여성들의 유구한 시간을 증명하였다. 그리고 그들을 부정하고 폄하하고 지운 구조적·제도적인 힘을 설명하였다. 그리고 이 글을 마주한 오늘날의 우리에게 당부한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