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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발명된 신화 - 기독교 세계가 만들고, 시오니즘이 완성한 차별과 배제의 역사
정의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2월
평점 :
우리는 유대인의 우수한 능력을 다루는 서사에 익숙하다. 핍박과 박해를 이기고 끝끝내 팔레스타인으로 돌아와 '이스라엘'을 건국한 민족이 중심 인식이다. 저자는 이스라엘을 둘러싼 이야기들 속 진실을 찾아가는 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이렇게 유대인과 이스라엘의 문제를 살펴봄으로써, 바로 지금 우리 사회에서 뜨거운 '차별'과 '공정' 담론을 비추어보고자 한다.
기독교도가 유대인을 창조했고, 유대인은 팔레스타인인을 창조했다. 정의길 저자는 오늘날 우리 한국 사회에는 '우리'와 '저들'의 구분이 없는지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유대인, 발명된 신화 / 정의길 지음 / 한겨레출판
저자는 진실이라 알려진 사실의 기둥을 하나씩 부숴가면서 '만들어진 유대인과 이스라엘의 신화'를 면밀히 톺아보고 있다.
시작은 이스라엘의 기원을 파헤치는 작업부터다. 이스라엘의 건국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가 '성서'다. 성서는 이스라엘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 영향력을 줬다. 하지만 고고학적 발굴을 통해 성서의 내용에 바탕을 둔 이스라엘의 기원설은 붕괴되었다. 하지만 대중의 의식, 특히 보수적 기독교계 안팎에서는 여전히 정설이다.
그렇다면 야훼 유일 신앙에 바탕한 유대교와 성서의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고 진실을 판단해야 할 것이다.
1943년 교황 비오 12세는 '성신의 영감'에서 성서 비평 허용하였다. 이를 기점으로 비판적 성서 연구는 폭넓게 수행되었고, 이는 성서의 역사성 부정하는 결과로 모아졌다. 성서가 고대 이스라엘이 아니라 페르시아 헬레니즘 시대 때 작성되었다는 것이다.
추방, 유배, 유랑, 이산, 박해, 귀환.
유대인 하면 떠오르는 상징어들이며, 이스라엘 건국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의 근원으로 각인되었다. 그렇다면 팔레스타인에서 추방당해 지중해 전역으로 이산된 게 사실일까? 유대사를 근거를 들어 유대인의 추방은 자발적이며 기원 전후 지중해 세계 전역에서 유대교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은 이교를 믿던 현지인들의 개종이라 설명하고 있다.
유대인 공동체의 확산을 주제로 유대인을 혈통상 단일민족이라 보는 견해를 비판하고 있다. 유대인을 하나의 민족이라 가정한다면, 저자의 말대로 문화적 언어적 동질성을 바탕으로 형성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셰익스피어의 유명한 작품 <베니스의 상인> 속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은 유대인이다. 서구 기독교 문명 세계에서 쓰인 [유대인 = 고리대금업자]라는 프레임에 대해 강요인지 선택인지 설득력 있게 접근하고 있다.
중세 말기에 유대인들이 스스로 요청하여 형성된 자치구역인 게토 그리고 유대인의 특수한 사회적 위치에 대한 서술은 자연스레 게토로 대변되는 멸시와 천대 속의 유대인과 신흥 중산층으로 발돋움한 궁중 유대인의 양극화를 수용하게 하였다.
이제 여기까지 숨 가쁘게 달려온 우리는 유대인 음모론의 최고봉 <시온 장로 의정서>을 마주하게 된다. 이는 당시 유대인의 세계 지배 음모를 폭로하는 사실적 기록물로 받아들여져 반유대주의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로 인해 박해가 심해지자 동유럽 유대인들은 서유럽과 미국으로 집단 이주를 하였다. 서유럽에서는 반유대주의가 격화되어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로 귀결되었다. 이는 또 유대인들에게 팔레스타인 땅으로 돌아가 유대인 국가를 세우자는 시오니즘을 촉발하게 되었다.
드디어 팔레스타인으로 귀환한 유대인과 팔레스타인 현지 주민 사이의 대립과 갈등은 필연적 결과물이었다. 유대인이 기독교도에 맞서기 위해 정체성을 확립한 것처럼 팔레스타인 주민들도 이방에서 온 유대인이 새로운 집단으로 출현하자 그에 맞서는 정체성을 형성하게 되었다. 팔레스타인 민족으로서의 자각이 그것이다.
점령하고 있던 영국은 유대인과 팔레스타인 아랍 주민의 주장 모두 정당하다고 판단하고, 팔레스타인 땅을 분할하여 두 국가 해법을 내놓았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땅에 이스라엘 유대인 국가는 수립되고 난민으로 쫓겨난 팔레스타인 민족의 독립 국가 수립은 좌절되었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우경화되어 '유대 민족 국가 기본법'이 통과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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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유대인들의 역사적 조국이며,
그들은 배타적 자결권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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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길 저자를 따라 유대인의 신화를 살펴보았다. 유대인의 정체성은 과연 스스로 형성한 것인가 질문에 답을 구하고 있다. 그리고 배타적 민족주의에 의해 피해 받은 유대인의 나라 이스라엘이 배타적 자결권을 주장하는 상황을 마주하면서 '차별'과 '공정'에 대한 진정한 해답을 우리 스스로에게 묻고 있는 책이다. '우리'를 정의하기 위해 '저들'을 만들어내는 모순을 행하지 말자는 경각심을 일깨운다.
한겨레출판 하니포터5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