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할 수밖에 네오픽션 ON시리즈 5
최도담 지음 / 네오픽션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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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할 수밖에"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이렇게 말한다. 나라면? 문학 읽기의 대표적 방법을 대입해 본다면 90%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 공감한다. 10%는 현실에서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싶은 두려움이다. 최도담 작가의 글을 처음 접했는데 흡입력이 강한 문장으로 이야기에 집중하게 해주었다.  



그렇게 할 수밖에/최도담 장편소설/네오픽션/자음과모음



 

 

「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인내심이다. 」

이 소설의 첫 문장이다. <봄날>이라는 상큼한 제목으로 시작하는 글의 시작이라 보기에는 거리가 있다. 소설은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조손가정을 배경으로 복수와 증오 그리고 이를 허무는 사랑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 라경은 어린 시절 계부로부터 본인은 성적 학대를 받고 엄마는 폭력을 당했다. 이혼 후 엄마는 죄책감과 자책감에 무너졌고, 기어이 사랑하는 딸과 엄마(할머니) 앞에서 햇빛 속으로 뛰어들었다. 찬란했던 빛은 그녀를 흡수하였다. 제대로 치유되지 않은 상처는 곪아 기어이 고름이 터졌다. 그렇게 상처의 무게는 더욱더 무거워져 라경과 할머니의 인생을 짓눌렀다. 서로가 살아야 하는 이유가 되었던 두 사람. 그 슬픈 삶은 어떤 목적에서 교차되고 갈라진다. 소설을 읽으면서 서로에게 최선의 앞면만 보여주고 싶어 했던 두 사람이 떠나지 않아 먹먹한 마음이 지속되었다. 라경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할머니가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모두가 이해되고 공감되었다.

 


 


악은 되돌아왔다. 더 크고 더 악랄하고 더 잔혹한 악이 사라진 악의 자리를 채웠다. 라경이 느꼈을 무력감과 절망감을 나도 글 너머에서 똑같이 느꼈다.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전개로 무력한 자신을 탓하고 달라지지 않는 세상을 원망하는 라경이 아니라 제자 상하의 일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대응할 수 있도록 곁에 있어주는 어른 라경이 그려졌다. 과거가 제대로 매듭지어지지 않으면 과거는 과거로 남을 수 없다. 라경은 자신 같은 현재를 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상하에게 손을 내민다.

 

 

"그 사람을 죽이고 싶어요."

"우리 죽이지는 말고 할 수 있는 걸 하자."

"죽이는 거 말고 다른 건 다 싫은데."

"그럼 죽일까?"

 

 

'정의'는 '진리에 맞는 올바른 도리'이고 '개인 간의 올바른 도리'라고 뜻풀이되는데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정의'는 귀한 듯하다. 약자, 소수자의 정의가 권력과 자본에 의해 짓밟히고 왜곡되는 경우는 빈번하게 목도하지만, 반대는 흔치 않다. 소설 속에서도 악은 사회적 제도와 법 안에서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지 않는다. 그래서 라경은 직접 그를 벌하기로 결심한다. 왜 피해자가, 약자가, 개인이 직접 심판해야 하는지 개탄스러웠다. 라경과 연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내가 죽이려 했던 놈이 의문의 사고로 죽었다.

 

 

나쁜 놈을 죽이는 사람의 이름을 '연'으로 지은 작가의 센스가 마음에 든다. 연을 끊다. 확실한 결과를 보장하던 그가 라경의 의뢰를 실패한 진짜 이유를 쫓다 마침내 마주한 진실 앞에 가슴이 미어졌다. 라경과 할머니 영혜가 서로의 존재 하나로 버텨온 삶 자체는 가엾고도 아름다웠다. 떠나는 이가 남겨진 이를 위해 살피고 살펴 엮어놓은 인연의 고리는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십자수를 놓듯 촘촘하게 완성한 끝은 라경만은 다른 삶,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라는 할머니의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사랑이었다.

 

 "행복하게 살아야 해. 행복해야 다 괜찮아진다." 

 "지금도 행복해." 

 

 

라경같은 존재가 없길 바라지만, 있다면 부디 그 곁에 할머니처럼, 지나처럼 삶의 균형을 잡아줄 수 있는 건강한 이들이 함께 하기를 바란다. 라경의 달라진 삶을 응원한다. 부디 행복하기를…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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