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는 게 뭐 어때서 - 씩씩한 실패를 넘어 새로운 길을 만드는 모험
김수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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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는 게 뭐 어때서/ 김수민 저/ 한겨레출판




“언제나 도망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연기한다”

 

좋아하는 배우 김태리 씨의 인터뷰 내용 일부이다.

“치열하게 고민하며 오래 연기자로 남을 것 같다”는 말에 “언제나 도망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연기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모든 사람이 언제든지 자신이 하는 일에서 도망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어요. '정답은 이거 하나뿐이다'라고 생각이 환기되지 않으면 삶이 너무 힘들잖아요. 저도 연기를 언제 때려치울지 몰라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오래 못할 것 같아요. 정말 도망쳐야겠다고 확신이 서면 그땐 다른 고민을 해야겠죠."

(2017.12.26 문화일보 인터뷰 中)

 

아~ 한방 제대로 맞은 기분이었다. 힘들어도 버티는 것이 어른스러운 것이다. 훗날 분명 포기하지 않고 도망치지 않은 걸 다행이라 여길 것이다. 이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견디며 살아가는 시기가 다들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도망칠 수 있다는 생각이 주는 숨통, 여유를 말하는 배우를 만났다. 그래, 우리네 인생에 '정답'이라는 게 있을까? 공감되고 위안받았다. 그리고 진짜 도망친 이의 이야기를 마주하게 되었다.

 


 도망치는 게 뭐 어때서  


 

 

이 책의 저자는 만 21세의 나이로 SBS에 입사한 前 김수민 아나운서이다. SBS 역대 최연소 입사로 화제가 되었다. 그리고 입사 3년 만에 퇴사하였다. 이 책은 왜 퇴사를 하게 되었는지와 그 이후 이야기를 담고 있다.

 

김수민 저자는 퇴사를 '도망'이라 당당하게 칭하며 마음의 소리에 귀기울이며 살아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털어놓는다. 너무 솔직한 그의 필담에 오히려 당황하는 것은 독자인 나이다.

 

그가 달려온 20대 전반전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 기록을 자신의 선택에 대한 변명이자 선언이라 말하는 그에게 "뭐 어때서" 말해주고 싶다. 그가 자신이 쓴 글을 읽고 위안받았다 말하는 대목에서는 뭐지? 의아했지만, 그만큼 고군분투하거나 도망치고 싶거나 하는 이들에게 깊이 와닿는 위로의 글이 되어줄 것이다.

 

김수민 저자는 남다른 이력의 소유자이다. 어린 시절부터 미술 공부를 해 한예종에 입학했으나 더 이상 못 할 것 같아 진로를 모색하다 아나운서를 준비하게 된다. 그렇게 1여년 준비하여 최연소 아나운서가 되었다. 남이 보기에는 부러워할 만한 성공인데 왜 '퇴사'를 선택한 것일까?

 

우선 애기라 부릴 정도로 사회경험이 전무후무하였다. 그리고 말이 하고 싶어서 아나운서가 되었는데 오히려 말을 아껴야 했다. 화면에 맞춘 몸 크기와 짙은 화장, 평소 말하기 습관과는 괴리가 있는 대본, 변화무쌍한 방송 스케줄로 삶의 1순위를 절대적으로 일에 양보해야 하는 등 미처 몰랐던 업무의 경직성에 대해 알아갈수록 자유에 대한 갈망은 커졌다고 한다. 그에게 자유는 '나만'이 '나의 시간'을 써서 '성장'이든 '창작'이든 이뤄낼 수 있다는 자율성이었다. 그래서 그는 도망쳤다. 실패했다. 하지만 씩씩하게 실패를 넘어 새로운 길을 만드는 모험을 시작하였다. 매 순간 자기의 내면에ㅣ 귀 기울이는 그의 노력과 자세에서 나이를 떠나 '어른'의 모습이 엿보인다.

 

책 속에서 진로를 서식지에 비유하고 있다. 저자 자신이 미술에서 방송국으로 진로를 바꾼 것처럼 원하는 서식지에서 살아보기를 권한다. 비록 도망칠지라도, 실패할지라도, 두려울지라도 살아보자, 후회하지 않도록.

 

사회생활을 시작한 자신을 홀로서기를 시작한 사람이라고 여겼다고 한다. 많은 것을 혼자 해결하려고 하면서 외로워졌다고 한다. 지독하게 공허해지고서야 깨달았단다. 어른은 사랑하는 사람과 기꺼이 연대하고 나 아닌 누군가를 책임지는 사람이었다는걸.

 

퇴사 후에도 끊임없이 뭘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뚜벅뚜벅 걸어나가는 그가 멋졌다. 하지만 그보다 나아가는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변수를 만나 당혹스러웠음에도 불구하고 큰 변화를 받아들이는 그에게 더 눈길이 갔다.

엄마가 된다는 건 자기 인생에 '자기보다 중요한 사람'이 생긴다는 거다. 그는 힘이 세져서, 씩씩해져서 인생 최약체를 보호해야 했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열심히 살 '이유'가 생기는 것이다.

 

이제 20대 중반인 김수민 저자의 20대 전반전 기록은 스펙터클하다. 성공, 실패, 도망, 모험 등 온갖 요소들이 버무려져

있다. 하지만 답답하게 닫혀있지 않다. 꿈꾸는 일에 주저하지 않는 저자는 도망칠 자유에 대해 당당히 말한다. '도망'이 세간의 시선으로 '실패'로 읽힐지라도 "도망치는 게 뭐 어때서" 호탕하게 대응한다. 그리고 새로운 길을 고민한다. 이 책 속의 '도망'이 '자유', '날개', '용기', '도전'으로 읽히는 것은 삶에 성실하고자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를 멈추지 않는 저자의 용기 덕분이다.

 



 

 

한겨레출판 하니포터6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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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는 열다섯은 없다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16
손현주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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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모범생> 손현주 작가의 신작 [울지 않는 열다섯은 없다]를 만나보았다. 문제의식을 가지고 날카로운 현실 반영과 환기를 통해 청소년 세대를 살피고 들여다보는 일을 멈추지 않는 작가이기에 묵직한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로 우리를 깨워줄까?

 

 

 

 

 

책은 깔끔한 표지로 감싸져 도착하였다. 앞표지에는 주인공 주노가 눈가를 훔치고 있고, 뒤표지에는 주노 가족들이 사는 공터 내 낡고 허름한 버스와 십여 마리가 넘는 개들이 그려져 있다. 시간 배경이 밤이라 주노 가족 뒤로 펼쳐진 고층 건물에서 반짝이는 하얀 불빛과 주노 가족을 감싸고 있는 듯한 노란 불빛이 인상적이다.

 

 

 

"결국 우리 가족은 거리로 쫓겨났다."

- 첫 문장

 

 

첫 문장처럼 세상에서 쫓겨난 주노 가족이 있다. 소설은 열다섯 살 사춘기 소년 '이주노' 시선으로 가족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주노의 목소리로 그들의 일상 속 갈등이 곪아서 종국에는 터지는 과정을 들었다. 주노는 힘겨운 상황에서도 모든 것을 견뎌내려고 애쓰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한다.

 

 

 

 

 

 

주노의 시련은 안팎을 가리지 않는다. 집에서는 아빠의 죽음 이후 개에 집착하고 가정을 돌보지 않는 엄마 때문에, 학교에서는 자신을 괴롭히는 '밥통들' 때문에 사는 게 힘겹다. 청소년들이 겪을 수 있는 고난을 주노에게 몰아준 듯하다.

이 비극적인 상황에서 '어른'들이 보여주는 행태에 같은 어른으로서 부끄럽고 미안하고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어쩜 이리도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이고 나태하고 비열한지. 주노는 기댈 곳이, 의지할 든든한 어른이 없어서 더 막막하고 무섭고 고된 하루를 보내야 했을 것이다.

 

 

 

 

주노가 이 시련을 헤쳐나가고자 각성하는 계기가 공감이 되고 감사했다.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를 위해 그전에 자신을 위해 두드렸지만 열리지 않았던 문을 다시 두드리고 더 큰 용기를 내 암묵적으로 외면되어 인정되었던 불의를 '나쁘다. 잘못되었다' 외쳤다.

이 과정에서 나름 후련하고 통쾌한 반전이 있었다. 이번에도 여의치 않은 사정에 주노는 엄마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못했다. 하지만 엄마가 왔다.

그리고 주노의 편이 되어주었다.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엄마, 어쩌면 누구에게는 당연한 얘기일 테지만 주노에게는 큰 변화이자 시작이다.

그리고 외면했던 반친구들도 힘을 보태주었다. 주노가 한방울 물이 되어 변화의 물결을 만들어낸 것이다.

 

 

어른스럽지 못한 어른들 때문에 고통받는 아이들을 보면서 생각이 많아진다.

부모의 역할은 무엇인지? 어른의 역할은 무엇인지?

 

책 속 아이들은 나름의 고민이 있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이야기를 주도하는 주노뿐 아니라 아빠의 사업 때문에 좋아하는 통영을 떠나 서울로 와야 했던 예지와 엄마가 이끄는 대로 꼭두각시처럼 미국 유학을 갔다 상처 입고 귀국해 힘없는 동급생을 괴롭히며 '인간 차별'을 내뱉는 효재의 상처도 눈여겨보게 된다.

 

 


 

읽는 내내 얹힌 듯 답답한 마음이었다. 언제쯤 주노가 울음을 멈출 수 있을까? 애타고 먹먹하였다.

 

 

다행히 주노는 작은 심장을 키울 수 있는 이들을 만났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위장전입처럼 되어버린 껄끄러워진 명문 신운중학교를 다니면서 위축되었다. 그런 자신처럼 '외톨이'라 느껴진 전학생 예지를 만나 우정을 나누면서 변화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했던 주짓수 체육관 관장에게 운동을 배우고 인정받고 신뢰를 얻으면서 성장하게 되었다. 고개를 숙이고 땅을 바라보던 주노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마주하게 되었다. 외면당하고 거부당하고 배척당한 기억 대신 위로받고 신뢰받으면서 세상을 보는 눈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하였다.

 

 

"결핍. 때로는 부족한 게 힘이 될 때가 있어.

 

상대를 제압하는 게 진정으로 이기는 것이다.

공포를 이기는 방법은 공포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거야.

 

상대를 이기려면 내가 강해지는 수밖에 없어.

꼭 주먹이 아니라 너만의 방법으로 말이지."

- 주짓수 체육관 관장님 말씀

 

 

 

인생의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어른을 만나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은 아름다운 기적이다. 그리고 미워했던 대상인 '개'를 입양시키고자 고군분투하면서 한층 더 자란 주노를 마주했다. 버려진 존재들이 다른 가족들을 찾아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돕고 바라게 되었다. 개는 그렇게 미움의 대상이었다가 애증의 대상이었다가 생명의 빛을 나누게 해준 뭉클한 추억의 대상이 되었다. 주노가 알을 깨고 나오는 성장을 지켜보고 응원하면서 행복하고 감사했다.

 

 

나라면 견디지 못했을 그 상황에서도 엄마를, 예지를, 개들을 먼저 배려하는 주노를 보면서 단단한 힘을 느꼈다. 주노의 말처럼 세상은 혼자가 아니다. 세상은 차갑기만 한 게 아니다. 세상은 느리지만 변한다. 이제 주노는 언제든 황금버스를 탈 수 있다.

 

 

P.S.

'개', '버스', '철없는 엄마'

좋아하는 책 중 바바라 오코너 작가의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 떠올랐다. 그래서 책 내용 중 주노가 애견 분양 카페에 올린 글 제목 '개를 버리는 완벽한 방법'을 보고는 반갑고 웃음이 나왔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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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까리, 전학생, 쭈쭈바, 로댕, 신가리 - 제5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57
신설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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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문학이 그려낸 권력에 대한 항거

- 권력에 대항하는 보통 아이들의 연대 -

 


따까리, 전학생, 쭈쭈바, 로댕, 신가리/ 신설 장편소설/ 자음과모음



 

아이들의 이름은 모른다.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따까리, 전학생, 쭈쭈바, 로댕, 신가리였다. 학창 시절 친구들끼리 친근하게 약간은 장난기를 실어 부르던 별명이라기보다는 의도가 담긴 별명이다. 도대체 무슨 조합이지 싶은 별명을 가진 고등학생들의 연대가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기대가 커진다.

 

"감영고 2학년 2반 엑스트라들, 회장 선거에 나가다!"

 

 


 


감영고 2학년 2반에 한 학생이 전학을 왔다. 전학생에 대한 관심은 반짝였다가 곧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며칠 후 담임의 한국 지리 수업에서 한바탕 소란이 일어난 후 '미친놈'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친일파와 친일파 청산에 대한 담임의 의견에 저항하여 "이 새끼야!"와 삿대질로 대응하였던 것이다. 범상치 않은 전학생의 행보에 담임에게 저항한 멋진 놈이 될 수 있었으나 전학생은 자신의 의지로 '미친놈'이 되었다. 결코 그 별명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말이다.

 


감영고 역시 여느 학교처럼 학년별로 서열이 정해져 있고 암묵적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자와 당하는 자가 존재한다. 자신만 아니면 된다, 폭력은 무섭고 두렵다. 이런저런 이유로 침묵하는 공간이 되어버린 학교에서 오늘도 따까리는 힘겨운 일상을 버텨낸다. '난 친구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이다.' 마인드 컨트롤을 하면서 '따까리'를 역할, 계급이 아닌 별명으로 한계 지으려는 눈물겨운 노력을 한다.

 


그런데 이 전학생은 독특하다. 일반적으로 두려워하는 권력자, 절대자에게 굴복하지 않는다. 폭력에 폭력으로 대응하지도 않는다. 오직 그만의 논리로 해결하고자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실은 친구를 가려 만난다는 것이다.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 칭찬할 일은 칭찬하고, 잘못은 바로잡으려 한다. 그런데 왜 전학을 왔을까? 소설 마지막에 궁금증이 풀릴 단서가 나온다. 예전 학교에서도 전학생은 본디 자신으로 생활하였고, 마찰로 본인이 전학을 오게 된 것이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홍태고의 싸이코와 감영고의 미친놈은 전학생 별명이다. 그렇다면 전학생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친구의 존재 유무가 답일 것 같다. 감영고에 와서 따까리, 쭈쭈바, 로댕, 신가리와 친구가 되고 전교회장 선거에 출마하였다. 아니 선거에 출마하면서 친구가 되었다. 전학생처럼 따까리, 쭈쭈바, 로댕, 신가리도 주변에서 중심으로 자리를 옮겨 자신의 목소리를 내게 된 것이다. 혼자가 아닌 '우리'라는 연대가 그들이 두려움을, 무서움을 이겨낼 수 있는 단단한 발판이 되어주었다.

 

 



 

 


허황되고 무모한 도전처럼 여겨졌던 따까리, 전학생, 로댕, 신가리의 전교 회장단 출마 이야기는 손에 힘이 들어가게 만들었다. 추천인 명부를 채우는 일부터 난관에 봉착한 이들의 도전기는 웃프면서도 멋졌다. 자신을 폭력으로 짓누르려고 했던 피제이를 이기기 위해 시작한 도전이지만, 학생회장의 본분과 역할을 잘 알고 있는 전학생이기에 진심으로 응원하게 되었다.

 


 

"싫어!"

이 말 한마디를 내뱉기까지 얼마나 무섭고 두렵고 힘들었는지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게 수없이 실망했을지 가슴 저렸다. 목이 터져라 외치면서 달려나간 대찬 용기에 박수를 보냈다.

 


따까리, 전학생, 쭈쭈바, 로댕, 신가리 5인방 모두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라 그려지는 그림이 재밌었다. 그리고 보통 아이들의 연대와 대항으로 이루어낸 쾌거가 매우 통쾌하다. 각자 주인공인 삶을 살아가기를 응원하는 멋진 소설 『따까리, 전학생, 쭈쭈바, 로댕, 신가리』를 청소년들이 두루 읽기를 바란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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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딜 수 없는 사랑
이언 매큐언 지음, 한정아 옮김 / 복복서가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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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딜 수 없는 사랑/ 이언 매큐언 지음/ 한정아 옮김/ 복복서가


 


마지막 장을 덮고 시간이 한참 흘렀건만 전율이 멈추지 않는다.

책 표지에 적힌 질문들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어지럽히고 있다.

이언 매큐언 작가가 그려낸 이상한 나라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문이, 열쇠가 보이지 않는다. 멍한 기분이다.

 

 

"사랑은 질병인가, 신성한 열정인가?

이성과 과학은 신뢰할 만한가?

믿음은 망상인가, 아니 망상이 믿음인가?"

 

 

소설은 돌풍에 휩쓸린 헬륨 기구를 발견하고 달려가는 이들로 시작한다.

바로 조 로즈, 제드 패리, 조지프 레이시, 토비 그린, 존 로건 이렇게 다섯 명이었다.

위험을 감지하고 주저 없이 달려간 사람들은 기구에 매인 수많은 밧줄을 잡았다.
 

 

기구 바구니 속에 있는 열 살가량의 사내아이를 구하고 싶은 마음 하나로 달려갔지만,

갑자기 모여 한 팀이 된 그들에게는 리더가 되어 이끄는 이가 없었다.

서로 고함만 지르다 강렬한 바람으로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

'우리냐, 나냐' 하는 해결할 수 없는 아주 오래된 도덕성의 딜레마에 직면한

그들은 결국 선택하였다.

누군가 밧줄을 놓았고, 뒤따라 하나둘 놓았다.

다섯 명 중 한 명만이 손을 놓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바구니 속 아이는 무사히 착륙했다.

오직 마지막까지 밧줄을 놓지 않고 하늘로 올라가 점이 된

존 로건만 추락한 것이다.

이타적이었던 로건의 추락을 기점으로 삶을 지탱하던 단단한 바닥이,

사랑이, 관계가 허물어져가게 된다.

로건에게 일어난 사고를 지켜보면서 조가 보여준 행동은

그가 자신의 선택으로 말미암아 벌어진 이 참극을

온몸으로 온정신으로 부정하거나 회피하는 것처럼 보였다.

 

 

"기구와 바구니는 서쪽으로 둥둥 떠가고 있었고,

로건의 모습이 작아질수록 공포감은 더 커졌다.

너무 무서운 마음에 갑자기 웃긴다는 생각이 들었고,

곡예나 농담, 만화같이 느껴져서 두려움으로 뒤범벅된

웃음이 내 가슴속에서 터져 나왔다."

 

 

<하나> 장에서 서술된 비극에서 빠져나오기도 전에

작가는 조 로즈와 클래리사 멜런 그리고 제드 패리가 얽히고설킨

이례적인 사랑 이야기로 인도한다.

사랑인지, 집착인지, 망상인지 도무지 분간할 수 없는 패리의 행동에

행복하고 충만한 생활을 누리던 연인 조와 클래리사의 일상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우리는 무엇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을까?"

 

 

소설에는 다양한 커플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들은 다양한 사랑의 형태로 그려진다.

대부분 존 로건의 추락사로 상처 입고 고통받고 슬픔을 공유한다.

그렇기에 '제드 패리'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조에게 보여주는 모든 행위가 기이하고 공감되지 않는다.

소설의 마지막 부록까지 읽어도 사실은 사실대로, 감정은 감정대로 겉돌아

진실을 마주 한다는 게 끝이 아니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지독하게도 무서운 진실이었다.

 

그래서 큰 줄기인 조-패리 이야기 외에

존 로건의 부인인 진 로건의 이야기가

다른 줄기로 뻗어나가서 좋았다.

현실로 다가오지 않는 이야기에 진부함을 더하더니 또다시 비틀었다.

이러니 이언 매큐언 작가에게 빠져들 수밖에 없다.

 

 

"개인의 드라마에서는 다양성을 볼 수 있었다."

 


 

 

소설 내용을 차치하더라도 문체만으로도 너무나 매혹적인 소설이다.

문장이 놀라워 글을 음미하면서 읽어나갔다.

그리고 조 로즈는 과학 칼럼니스트,

클래리사 멜런은 국문학과 교수로,

소설 속 심리 묘사, 대화 곳곳에서 지적 향유가 넘쳐흘렀다.

 

 

"그는 기나긴 집착의 겨울을 날 땔감용으로 모든 것을,

내 모든 몸짓과 말을 모으고 쌓고 비축하고 있었다."

 

 

이언 매큐언의 상상력은 어디까지일까?

<영국 정신의학 리뷰> 중 하나의 사례를 몸통으로

이토록 생생하게 숨 막히는 소설을 써냈다니……

흡입력 있게 독자를 이끄는 서스펜스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또 처음에는 의식하지 않았던 표현들이 어느 순간 눈에 들어오면서

작가의 의도를 파헤쳐 가는 호기로운 도전으로 이어져 짜릿한 기분을 선사하였다.

'사랑'의 본질에 대해서

그리고 삶의 가치를 논리와 이성에 두느냐, 감정에 두느냐에 따른 갈등과 차이를

밀도있게 그려내면서 풍성한 심도깊은 주제를 담고 있다.

정말 허투루 쓰인 문장이 없어 무거운 책, <견딜 수 없는 사랑>이다.

 

"여기도 이렇게 아름다운데, 우린 아직도 불행하잖아."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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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 나는 제약 바이오 회사에서 일할 거야! job? 시리즈 39
주성윤 지음, 옥민호 감수 / 국일아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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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우리는 혹독한 겨울을 맞이하게 되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는 장장 3년여의 시간을 잠식하였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류는 많은 것을 잃었고, 또 많은 것을 깨달았고, 그래서 더 큰 꿈을 품게 되었다. 정확한 정보가 없어 공포와 불안을 조성하고 수많은 이들의 아까운 목숨을 앗아간 코로나19, 하지만 인류는 결국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을 만들어냈다. 당연히 촉박한 일정으로 생산된 백신에 대한 불신과 우려는 있었다. 이 백신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신뢰할 수 있을까? 일반적인 예방접종과는 다르게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관심이 매우 컸고, 언론에서는 이를 집중적으로 다루었었다.

 

100세 시대를 맞이한 지금, 코로나 팬데믹까지 겪고 나니 '건강'에 대한 관심과 주의가 어느 때보다 높은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약'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커졌다. '약'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레 약을 만드는 '제약 회사'로 이어졌다. 그래서  『 job? 나는 제약 바이오 회사에서 일할 거야! 』 도서를 흥미롭게 읽게 되었다.

 

 

job? 나는 제약 바이오 회사에서 일할 거야!/ 주성윤/ 국일아이

 


이 책은 할머니를 무척 좋아하는 지민이와 갑자기 갓난아이가 집에 오게 되어 불편한 루미가 주인공이다.

지민이는 할머니의 팔순 생신을 축하드리고자 용돈을 모아 신발을 살 정도로 할머니를 좋아한다. 그런데 그 할머니가 갑자기 병원에 입원하신다.

루미네 막내 이모가 육아 도움을 받고자 갓난아이를 데리고 루미네 집으로 왔는데 계속 울기만 하는 아이 때문에 일상생활이 흩트려져서 루미는 싫어한다. 그런데 어느 날 아이가 엄청 아파 병원에 가게 된다.

두 친구 모두 가족이 갑자기 아프게 되니 속상해 얼른 낫기를 바라게 된다. 지민이는 할머니의 병을 낫게 해주는 약을 만들고 싶고, 루미는 약을 잘 먹지 않는 동생을 위해 아기가 잘 먹는 약, 붙이는 약을 만들고 싶어 한다. 이런 두 친구를 위해 제약 회사에서 일하는 막내 이모부가 회사에 초대해서 <약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배우게 되는 내용이다.

 

이 책을 통해 1. 약과 제약회사에 관해 상세히 알 수 있다. 기본적으로 약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환기시키고, 필요한 이들이 잘 치료받을 수 있도록 이익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야 한다는 중요한 사실도 짚어주고 있다.

 


 

 

2. 약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차근차근 알려준다. 단순히 '약'을 만드는 것만을 떠올린 근시안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총체적인 과정을 경험한 시간이었다.

 

 신약 기획 -> 신약 개발 -> 임상시험 -> 판매 허가 

새로운 약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많은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날 수 있었다.

 

◈ 신약 개발자

: 화학물질, 생물체에서 얻은 물질로 약을 개발하거나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편집해서 새로운 백신을 만드는 등 새로운 효능을 가진 의약품을 연구, 개발한다.

 

◈ 임상코디네이터

: 새로 개발한 약의 안전성과 약효를 검증하기 위해 사람에게 적용해 보는 임상시험과 관련된 모든 일정을 관리하고 진행한다.

 

 


 

 

◈ 의약품인허가 전문가

: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신약 개발 업무의 허가를 획득하고, 시판된 의약품을 안전하게 지속적으로 관리한다. 기획부터 판매까지 모든 과정에서 규제의 내용에 합당한지 확인한다.

 

◈ 의약품품질 관리 기술자

완성된 약이 개발한 약과 똑같이 만들어졌는지 확인하고,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에 따라 의약품 생산 전반을 관리한다.

 


 

 

3. 제약회사 - 병원, 제약회사 - 약국의 관계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임상코디네이터, 의약품 마케터, 약사를 통해 약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여러 단계의 시험, 약의 종류 및 약이 실생활에서 어떻게 유통되는지 자세히 알 수 있다.

 


 

 

새로운 약이 나오기까지 보통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고, 새 약이 개발부터 의약품 허가까지 받는 성공률이 10%도 안된다고 한다. 하나의 약이 출시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의 노력과 시간 그리고 자본이 소요되는지 확실하게 깨달았다.

 

 

4. 약과 관련되어 생각거리들을 환기해 준다.

먼저, '병은 사람을 죽이지 않으나 약은 사람을 죽인다.'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올바르게 약을 사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주지시킨다.

신약개발 시 안전성 검증을 위해 동물 실험을 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동물실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어린이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비판적인 사고를 키우고,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가치, 신념에 대해서 고민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된다.

 

 

5.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으로 흥미와 호기심을 키운다.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기대가 큰 바이오의약품은 생명공학과 유전공학이 발전하면서 매년 급성장하고 있다. 어린이 독자들에게 새로운 도전과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job>시리즈는 '꿈을 가진 아이가 미래를 이끈다!'라는 슬로건으로 다양한 직업과 꿈의 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아이들은 커가면서 '꿈'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질문을 받기도 하고, 주변 어른들을 보고, 책·인터넷· TV 등 다양한 매체 등을 통해서 자신의 미래를 꿈꾸게 된다. 물론 확실한 '꿈'을 찾은 아이도 있고, 확신이 서지 않는 아이도 있다.

'꿈'을 키우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과 정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에게 맞는 '꿈'을 찾을 수 있는 힘은 '동기'에 있는 것 같다. <job> 시리즈는 이런 '동기'를 잘 녹여낸 스토리텔링으로 다채로운 직업의 세계를 펼쳐 보이는 강점을 지녔다.

 

 『 job? 나는 제약 바이오 회사에서 일할 거야! 』

이번 이야기도 '제약 바이오 회사'에서 일하고 싶은 '동기'를 가지게 된 루미와 지민이가 제약회사를 방문해서 약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배우게 된다. <약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차근차근 알아가면서 '개발자'만이 아닌 다양한 전문가들이 필요한 제약 회사 시스템을 파악할 수 있었다. 

탄탄한 스토리로 다소 어렵고 복잡할 수 있는 정보를 적정한 수준과 내용으로 풀어내고 있다. '직업 체험 학습 만화'답게 '학습 & 재미 & 흥미' 모두 잘 담고 있어 아이들에게 유용한 책임에 분명하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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