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는 게 뭐 어때서 - 씩씩한 실패를 넘어 새로운 길을 만드는 모험
김수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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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는 게 뭐 어때서/ 김수민 저/ 한겨레출판




“언제나 도망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연기한다”

 

좋아하는 배우 김태리 씨의 인터뷰 내용 일부이다.

“치열하게 고민하며 오래 연기자로 남을 것 같다”는 말에 “언제나 도망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연기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모든 사람이 언제든지 자신이 하는 일에서 도망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어요. '정답은 이거 하나뿐이다'라고 생각이 환기되지 않으면 삶이 너무 힘들잖아요. 저도 연기를 언제 때려치울지 몰라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오래 못할 것 같아요. 정말 도망쳐야겠다고 확신이 서면 그땐 다른 고민을 해야겠죠."

(2017.12.26 문화일보 인터뷰 中)

 

아~ 한방 제대로 맞은 기분이었다. 힘들어도 버티는 것이 어른스러운 것이다. 훗날 분명 포기하지 않고 도망치지 않은 걸 다행이라 여길 것이다. 이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견디며 살아가는 시기가 다들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도망칠 수 있다는 생각이 주는 숨통, 여유를 말하는 배우를 만났다. 그래, 우리네 인생에 '정답'이라는 게 있을까? 공감되고 위안받았다. 그리고 진짜 도망친 이의 이야기를 마주하게 되었다.

 


 도망치는 게 뭐 어때서  


 

 

이 책의 저자는 만 21세의 나이로 SBS에 입사한 前 김수민 아나운서이다. SBS 역대 최연소 입사로 화제가 되었다. 그리고 입사 3년 만에 퇴사하였다. 이 책은 왜 퇴사를 하게 되었는지와 그 이후 이야기를 담고 있다.

 

김수민 저자는 퇴사를 '도망'이라 당당하게 칭하며 마음의 소리에 귀기울이며 살아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털어놓는다. 너무 솔직한 그의 필담에 오히려 당황하는 것은 독자인 나이다.

 

그가 달려온 20대 전반전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 기록을 자신의 선택에 대한 변명이자 선언이라 말하는 그에게 "뭐 어때서" 말해주고 싶다. 그가 자신이 쓴 글을 읽고 위안받았다 말하는 대목에서는 뭐지? 의아했지만, 그만큼 고군분투하거나 도망치고 싶거나 하는 이들에게 깊이 와닿는 위로의 글이 되어줄 것이다.

 

김수민 저자는 남다른 이력의 소유자이다. 어린 시절부터 미술 공부를 해 한예종에 입학했으나 더 이상 못 할 것 같아 진로를 모색하다 아나운서를 준비하게 된다. 그렇게 1여년 준비하여 최연소 아나운서가 되었다. 남이 보기에는 부러워할 만한 성공인데 왜 '퇴사'를 선택한 것일까?

 

우선 애기라 부릴 정도로 사회경험이 전무후무하였다. 그리고 말이 하고 싶어서 아나운서가 되었는데 오히려 말을 아껴야 했다. 화면에 맞춘 몸 크기와 짙은 화장, 평소 말하기 습관과는 괴리가 있는 대본, 변화무쌍한 방송 스케줄로 삶의 1순위를 절대적으로 일에 양보해야 하는 등 미처 몰랐던 업무의 경직성에 대해 알아갈수록 자유에 대한 갈망은 커졌다고 한다. 그에게 자유는 '나만'이 '나의 시간'을 써서 '성장'이든 '창작'이든 이뤄낼 수 있다는 자율성이었다. 그래서 그는 도망쳤다. 실패했다. 하지만 씩씩하게 실패를 넘어 새로운 길을 만드는 모험을 시작하였다. 매 순간 자기의 내면에ㅣ 귀 기울이는 그의 노력과 자세에서 나이를 떠나 '어른'의 모습이 엿보인다.

 

책 속에서 진로를 서식지에 비유하고 있다. 저자 자신이 미술에서 방송국으로 진로를 바꾼 것처럼 원하는 서식지에서 살아보기를 권한다. 비록 도망칠지라도, 실패할지라도, 두려울지라도 살아보자, 후회하지 않도록.

 

사회생활을 시작한 자신을 홀로서기를 시작한 사람이라고 여겼다고 한다. 많은 것을 혼자 해결하려고 하면서 외로워졌다고 한다. 지독하게 공허해지고서야 깨달았단다. 어른은 사랑하는 사람과 기꺼이 연대하고 나 아닌 누군가를 책임지는 사람이었다는걸.

 

퇴사 후에도 끊임없이 뭘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뚜벅뚜벅 걸어나가는 그가 멋졌다. 하지만 그보다 나아가는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변수를 만나 당혹스러웠음에도 불구하고 큰 변화를 받아들이는 그에게 더 눈길이 갔다.

엄마가 된다는 건 자기 인생에 '자기보다 중요한 사람'이 생긴다는 거다. 그는 힘이 세져서, 씩씩해져서 인생 최약체를 보호해야 했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열심히 살 '이유'가 생기는 것이다.

 

이제 20대 중반인 김수민 저자의 20대 전반전 기록은 스펙터클하다. 성공, 실패, 도망, 모험 등 온갖 요소들이 버무려져

있다. 하지만 답답하게 닫혀있지 않다. 꿈꾸는 일에 주저하지 않는 저자는 도망칠 자유에 대해 당당히 말한다. '도망'이 세간의 시선으로 '실패'로 읽힐지라도 "도망치는 게 뭐 어때서" 호탕하게 대응한다. 그리고 새로운 길을 고민한다. 이 책 속의 '도망'이 '자유', '날개', '용기', '도전'으로 읽히는 것은 삶에 성실하고자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를 멈추지 않는 저자의 용기 덕분이다.

 



 

 

한겨레출판 하니포터6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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