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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는 열다섯은 없다 ㅣ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16
손현주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3월
평점 :
<가짜 모범생> 손현주 작가의 신작 [울지 않는 열다섯은 없다]를 만나보았다. 문제의식을 가지고 날카로운 현실 반영과 환기를 통해 청소년 세대를 살피고 들여다보는 일을 멈추지 않는 작가이기에 묵직한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로 우리를 깨워줄까?
책은 깔끔한 표지로 감싸져 도착하였다. 앞표지에는 주인공 주노가 눈가를 훔치고 있고, 뒤표지에는 주노 가족들이 사는 공터 내 낡고 허름한 버스와 십여 마리가 넘는 개들이 그려져 있다. 시간 배경이 밤이라 주노 가족 뒤로 펼쳐진 고층 건물에서 반짝이는 하얀 불빛과 주노 가족을 감싸고 있는 듯한 노란 불빛이 인상적이다.
"결국 우리 가족은 거리로 쫓겨났다."
- 첫 문장
첫 문장처럼 세상에서 쫓겨난 주노 가족이 있다. 소설은 열다섯 살 사춘기 소년 '이주노' 시선으로 가족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주노의 목소리로 그들의 일상 속 갈등이 곪아서 종국에는 터지는 과정을 들었다. 주노는 힘겨운 상황에서도 모든 것을 견뎌내려고 애쓰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한다.
주노의 시련은 안팎을 가리지 않는다. 집에서는 아빠의 죽음 이후 개에 집착하고 가정을 돌보지 않는 엄마 때문에, 학교에서는 자신을 괴롭히는 '밥통들' 때문에 사는 게 힘겹다. 청소년들이 겪을 수 있는 고난을 주노에게 몰아준 듯하다.
이 비극적인 상황에서 '어른'들이 보여주는 행태에 같은 어른으로서 부끄럽고 미안하고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어쩜 이리도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이고 나태하고 비열한지. 주노는 기댈 곳이, 의지할 든든한 어른이 없어서 더 막막하고 무섭고 고된 하루를 보내야 했을 것이다.
주노가 이 시련을 헤쳐나가고자 각성하는 계기가 공감이 되고 감사했다.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를 위해 그전에 자신을 위해 두드렸지만 열리지 않았던 문을 다시 두드리고 더 큰 용기를 내 암묵적으로 외면되어 인정되었던 불의를 '나쁘다. 잘못되었다' 외쳤다.
이 과정에서 나름 후련하고 통쾌한 반전이 있었다. 이번에도 여의치 않은 사정에 주노는 엄마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못했다. 하지만 엄마가 왔다.
그리고 주노의 편이 되어주었다.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엄마, 어쩌면 누구에게는 당연한 얘기일 테지만 주노에게는 큰 변화이자 시작이다.
그리고 외면했던 반친구들도 힘을 보태주었다. 주노가 한방울 물이 되어 변화의 물결을 만들어낸 것이다.
어른스럽지 못한 어른들 때문에 고통받는 아이들을 보면서 생각이 많아진다.
부모의 역할은 무엇인지? 어른의 역할은 무엇인지?
책 속 아이들은 나름의 고민이 있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이야기를 주도하는 주노뿐 아니라 아빠의 사업 때문에 좋아하는 통영을 떠나 서울로 와야 했던 예지와 엄마가 이끄는 대로 꼭두각시처럼 미국 유학을 갔다 상처 입고 귀국해 힘없는 동급생을 괴롭히며 '인간 차별'을 내뱉는 효재의 상처도 눈여겨보게 된다.
읽는 내내 얹힌 듯 답답한 마음이었다. 언제쯤 주노가 울음을 멈출 수 있을까? 애타고 먹먹하였다.
다행히 주노는 작은 심장을 키울 수 있는 이들을 만났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위장전입처럼 되어버린 껄끄러워진 명문 신운중학교를 다니면서 위축되었다. 그런 자신처럼 '외톨이'라 느껴진 전학생 예지를 만나 우정을 나누면서 변화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했던 주짓수 체육관 관장에게 운동을 배우고 인정받고 신뢰를 얻으면서 성장하게 되었다. 고개를 숙이고 땅을 바라보던 주노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마주하게 되었다. 외면당하고 거부당하고 배척당한 기억 대신 위로받고 신뢰받으면서 세상을 보는 눈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하였다.
"결핍. 때로는 부족한 게 힘이 될 때가 있어.
상대를 제압하는 게 진정으로 이기는 것이다.
공포를 이기는 방법은 공포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거야.
상대를 이기려면 내가 강해지는 수밖에 없어.
꼭 주먹이 아니라 너만의 방법으로 말이지."
- 주짓수 체육관 관장님 말씀
인생의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어른을 만나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은 아름다운 기적이다. 그리고 미워했던 대상인 '개'를 입양시키고자 고군분투하면서 한층 더 자란 주노를 마주했다. 버려진 존재들이 다른 가족들을 찾아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돕고 바라게 되었다. 개는 그렇게 미움의 대상이었다가 애증의 대상이었다가 생명의 빛을 나누게 해준 뭉클한 추억의 대상이 되었다. 주노가 알을 깨고 나오는 성장을 지켜보고 응원하면서 행복하고 감사했다.
나라면 견디지 못했을 그 상황에서도 엄마를, 예지를, 개들을 먼저 배려하는 주노를 보면서 단단한 힘을 느꼈다. 주노의 말처럼 세상은 혼자가 아니다. 세상은 차갑기만 한 게 아니다. 세상은 느리지만 변한다. 이제 주노는 언제든 황금버스를 탈 수 있다.
P.S.
'개', '버스', '철없는 엄마'
좋아하는 책 중 바바라 오코너 작가의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 떠올랐다. 그래서 책 내용 중 주노가 애견 분양 카페에 올린 글 제목 '개를 버리는 완벽한 방법'을 보고는 반갑고 웃음이 나왔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