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광고인이다 - 희망도 절망도 아닌 현실의 광고 이야기
임태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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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광고인으로 살고 있는 임태진 저자의 진솔한 에세이 <이것이 광고인이다>

 


이것이 광고인이다/ 임태진 글, 그림/ 한겨레출판


에세이는 내가 모르는 타인이나 세상을 내밀하게 만날 수 있는 장르라, 읽을 때마다 선물상자를 여는 기분이다. 이번에는 광고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현실의 광고인 임태진 작가는 광고일을 직업으로 삼고 싶은 이들에게 참고할 만한 내용을, 호기심 차원에서 광고 만드는 사람들은 어떻게 사나 궁금한 사람들에게는 읽어볼 만한 내용을 꾹꾹 눌러 담아 전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광고를 잘 '팔아야 하는' 숙명처럼 광고의 세계 이모저모를 공감할 수 있게 잘 풀어내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15초가량의 짧은 광고 너머 수많은 광고인들이 남긴 피와 땀, 열정, 걱정, 불안 그리고 자부심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극한 직업? 노는 게 일?


 

 

임태진 작가의 말처럼 광고의 세계는 우리에게 보이는 것이 100%가 아니었다. 그냥 그럴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한 것이 사실처럼 굳어버려 '광고업', '광고인'의 스테레오타입이 되었던 거다. 종합 광고대행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고정관념의 외피를 깨뜨리고 전쟁터 같기도 하고 타임 루프 같기도 하지만 꽤 재밌는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기록하고 있다.

 


아트 디렉터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작가는 글뿐만 아니라 그림도 직접 그렸다. 사실 글보다 그림의 임팩트가 크다. 더 많이 실어주었다면 바랄 정도로 깨알 같은 코멘트가 폭소와 실소를 자아낸다. 노안으로 힘들지만 한 글자 한 글자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읽은 보상은 달콤했다.

 


영화, 드라마, 예능 촬영 스텝들을 보면서 '참 많은 사람들이 필요한 작업이구나.'라고 깜짝 놀랐다. 한 편의 광고 역시 수많은 사람들과 수많은 작업을 거쳐야지만 비로소 우리가 볼 수 있었다. 이 사실을 마주하니 어떤 광고라도 허투루 보지 말아야겠다는 묵직한 마음이 들었다.

 

 

'광고'하면 참신한 아이디어와 전달력이 떠오른다. 별로 창의적이지 못한 사람인지라 그들의 능력에 무한한 동경을 가지고 있었다. 드디어 그 비결이 밝혀졌다.

<4장.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오는가>에서 들려주는 갖가지 노하우와 노력들을 통해 지름길은, 쉬운 길은 없다는 진리를 또다시 깨닫는다. 모두 각자의 방식대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설명하는 아이디어 회의 또한 성장의 기회로 거듭난다. 경쟁자이기도 하지만 팀이기도 한 그들은 열린 마음으로 동료의 생각과 고민을 듣고 배워가는 것이다.

 


 

 

 

 

오티 브리프부터 시사까지 한편의 광고가 나오기까지의 고군분투를 생생하게 전하고 있어서 광고업계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는 좋은 지침서이자 현장 보고서가 되어주리라. 임태진 작가는 종합 광고대행사에서 근무하고 있어 그 구조에 맞춰서 설명하고 있다. 세분화되고 전문화된 직업에 대한 정보를 접할 수 있으니 좋은 듯하다. 자신이 지켜본 촬영 현장 스케치까지 알차게 담아내 광고 전반에 걸친 이해를 돕는다. 다 먹자고 하는 일, 밥차와 커피차에 대한 무한 애정에도 깊이 공감했다.

 

 

 


 

 

그는 광고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넨다. 창조자이지만 직장인으로서 느끼는 불안과 만족도, 고민들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그이기에 그 말의 무게에 더 신뢰가 갔다.

그리고 완성된 광고 이면에 존재하는 진솔하고도 생생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 즐거웠다. 저 사실 이 브랜드 안 좋아해요, 사랑의 작대기, 콘티 깎는 노인, AI 시대에 필요한 광고인 등 일화를 통해 임태진 작가의 광고에 대한 진득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임태진 작가 본인의 경험으로 쌓인 광고에 대한 내용뿐 아니라 전현직 광고인들의 Q&A가 실려있는 집대성이다. 광고계에서 숨 가쁘게 달려온 전문가들이 들려주는 현실과 전망 그리고 그들의 고민과 비전은 분명 광고에 뜻을 둔 이들만이 아니라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새내기들에게 좋은 자양분이 되어줄 것이다.


* 팁 하나 풀자면 <부록>모르면 대화의 맥이 끊기는 '필수 실무용어 90'부터 읽고 책 읽기를 시작하는 게 내용 이해가 빠르다.

 

 

"니들이 광고를 알어?

네, 덕분에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즐거웠습니다."

 

 


한겨레 하니포터7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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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의 일곱 개의 달
셰한 카루나틸라카 지음, 유소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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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낯설고 친절하지 않은 문체지만 어느새 소설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소설은 일곱 개의 달의 시간을 담고 있지만, 아쉽게도 나는 첫 번째 달만 함께 했다. 찰나의 시간, 말리에 대해 스리랑카의 현실에 대해 이제 막 알아가기 시작했는데 마지막 장을 덮어야 했다. 첫 번째 달로만 구성된 티저북 서평단이기에 느끼는 갈증이었다. 얼른 본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만이 강렬하다.

 


이 놀라운 작품은 심사위원이 만장일치로 선택한 2022년 부커상 수상작 셰한 카루나틸라카 작가의 <말리의 일곱 개의 달>이다.

 

 



말리의 일곱 개의 달/ 셰한 카루나틸라카/ 인플루엔셜


 

 

 

소설은 살해당한 사진작가 말린다 앨버트 카발라나가 자신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파헤쳐 가는 이야기다. 그는 기억을 잃은 채 죽은 자들의 대기실인 중간계에서 눈을 뜬다. 여기서 일곱 개의 달이 뜨고 지기 전까지 빛으로 들어가야 한다.

 

 

 

 

 

 

소설은 첫 번째 달부터 일곱 번째 달 그리고 빛 순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우리는 말리와 함께 말리의 죽음과 얽힌 진실을 찾아다닐 것이다. 그가 바람을 타고 그의 이름이 들리는 곳을 찾을 때마다 그가 잃어버린 조각들이 나타나고 기억을 맞추어나간다.

 

 

티저북으로 제작된 <첫 번째 달> 챕터에서는 죽었는지 환각인지조차 헷갈려 하는 말리가 자신의 죽음을 인지하고 살해된 날의 흔적을 쫓는다.

주요 등장인물들이 등장하여 서로 간 관계를 파악할 수 있다. '스리랑카'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무후무한 나로서는 소설의 배경이 되는 종족 간의 대립과 갈등 그리고 전쟁을 정리해가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 익숙하지 않은 인물 이름과 도시 이름 그리고 여러 세력들의 대립을 머릿속에 그려나가는 과정이 한 챕터만으로는 미흡했다. 그래서 왜 자신이 중간계에 있는지 몰라 헤매는 말리에게 더 빠져들어 읽었다.

 

 

 

주인공 말리가 '빛'으로 갈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망각의 빛이 아닌 죽음의 진실을 찾기 위해서 그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세나 파띠러너를 따라가선다.


 

 

 

주인공 말리는 죽었다. 사진작가였던 그는 스리랑카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폭력과 비극을 사진에 담았다. 그리고 원하는 이들에게 팔았다. 영국 정부에게도, 스리랑카 정부군에게도, 타밀 반군에게도. 누군가 말리의 죽음을 원했다면 그의 사진이 이유지 않을까. 죽은 그는 암마와 딜런, 재키를 만나 사진을 어디에 숨겨두었는지 말해주고자 했다. 그 사진이 세상에 드러낼 진실의 파장이 얼마나 클지 떠올리니 입술이 바삭 마르고 심장이 쿵쿵 뛰었다.

 


 

 

 

 

삶과 죽음, 육체와 정신의 철학적인 영역을 판타지로 그려내고, 종족 간의 치열한 대립과 분열 그리고 그 안에 웅크리고 있는 탐욕뿐인 실상을 잘 드러내고 있다. 다양한 종족들로 구성되어 주도권 전쟁이 팽배한 스리랑카를 건조하게 그리고 있지만 말리가 모아둔 사진들에서 착한 편을 찾을 수 없는 사회에 대한 분노와 정의를 갈망하는 진심이 느껴졌다.

 

 

 

 

 

 

말리를 '너'라고 지칭하여 서술되는 이야기는 기억을 잃어버린 말리에게 말해주는 듯하기도 하고, 독자인 우리에게 말리의 이야기를 대신 들려주는 듯하기도 해서 이색적이다. 그리고 비참하고 끔찍한 상황을 감각적인 문체로 전달하여 통렬한 고통이 마음을 더 깊숙이 파고들게 한다. 두 번째 달이 뜨고 지는 동안에는 또 무슨 이야기로 우리를 뒤흔들지 궁금하다. 일곱 번째 달까지 뜨고 지고 과연 말린다 앨버트 카발라나는 망각의 빛으로 들어갈 것인지? 그 여정에 우리는 무엇을 보고 듣고 느끼고 깨달을는지… 갈증이 해소되지 않아 괴로울 뿐이다.

 

 

"나는 전쟁과 분열을 다룬 이 소설이 언젠가

판타지 코너에 놓이게 될 날을 기다린다."

- 셰한 카루나틸라카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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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행동경제학에 진심 세상을 바꾸는 10대들의 챌린지
바운드 지음, 이정현 옮김, 이누카이 케이고 감수 / 봄나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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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 리처드 탈러와 법률정책자 캐스 선스타인이 2017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이후, 전 세계는 넛지 이론 열풍이 불었다. '팔꿈치로 쿡 찌르듯이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올바르게 행동하도록 이끄는 이론'으로 우리를 행동경제학의 세계로 인도하였다.

 


 

우리는 행동경제학에 진심/ 바운드 지음/ 봄나무


 


봄나무에서 출간된 <우리는  진심>은 행동경제학에 관한 내용을 10대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정리한 책이다.

'세상을 바꾸는 10대들의 챌린지' <우리는 진심> 시리즈 4번째 권으로 이번에도 주제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명확하게,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프랑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인생은 B와 D 사이의 C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인간은 태어난 날(Birth)부터 죽는 날(Death)까지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선택(Choice)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하는 선택들이 모여 '나'를 완성한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더 나은, 좋은 선택을 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다.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을 하고 나름 신중하게 선택을 하지만, 그 결과가 항상 올바르지는 않다. 바로 은 왜 인간이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지 밝혀내는 학문으로, '심리학'과 '경제학'이 더해져 탄생했다. 심리적인 측면에서 인간의 행동을 탐구하는, 실용적인 학문이다.

 


 


 

 


이 책은 인간을 합리적인 존재로 간주하고 자신의 이익만 생각한다는 경제학적 관점에서는 어긋나는 일상 내 일반적인 선택과 상황을 제시하여 의 배경과 이론을 쉽게 인지하도록 한다. 

 


 


 

 

한때는 실컷 입었던 비싼 옷을 버릴까 말까?

'A, B, C'에서 무엇을 선택할까?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다면 하루를 더 기다릴까 말까?

둘 다 '5,000원 이익'인데 똑같이 느껴질까?

'죄수의 딜레마' 상대방의 행동에 따라서 결과가 바뀌니 어렵다?

당첨되기 어려운 복권을 왜 사는 걸까?

무료라면 몇 시간이나 줄을 서서 기다릴 가치가 있을까?

돈을 준다는데도 거절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은 자신만 이익을 얻기 불편해한다?

 


위의 예시처럼 일상에서 우리가 하는 일반적인 선택과 상황을 통해 인간의 행동을 살펴보고 그에 대한 질문을 통해 확장된 사고와 시선을 유도한다. <생각해 보자> 코너에서 제시된 질문을 통해 행동경제학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팔고 있는 '연금복권 720+'을 알아보고 기댓값을 예측해 보세요.

기댓값이 높은 선택지가 이익이라는 생각이 드나요?

용돈이 올랐을 때 느끼는 기쁨과 부모님을 향해 감사하는 마음은 얼마나 가나요?

용돈이 줄었을 때 서운한 마음이 오래가지 않나요?

감이 맞을 때와 틀릴 때 가운데 어떨 때가 더 많나요?

 


이렇게 우리의 선택에 대해 알아보고 왜 이런 선택을 하게 되는 이유를 살펴보기 때문에 더 이해가 쉽다. 인간을 비합리적이게 하는 다양한 편향에 대한 설명을 통해 나의 선택을, 가족의 선택을, 친구의 선택을 이해하게 되면서 행동경제학에 대한 관심과 재미가 커졌다. 다른 편향들은 뭐가 있을까? 흥미로웠다.

 


 


 

 

우리가 인정하기는 싫지만 빠지기 쉬운 여러 편향들을 접하게 되면 우리는 비합리적인 선택을 바로잡을 수 있다. 여기가 행동경제학의 포인트다. 우리가 바람직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우리의 삶을 더 나아가 우리의 사회를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도록 돕는 학문이 바로 인 것이다.

 


 


 

 

인간의 마음을 자연스럽게 이끄는 행동경제학의 넛지 이론을 네 가지 요소 'EAST'로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어 10대 어린이 독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강점이 돋보인다. 넛지를 활용한 사례로 남자 화장실 소변기의 파리 스티커가 소개되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넛지에게 영향을 받아 넛지가 없더라도 좋은 선택을 하게 되는 부스트까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이렇게 개념으로 알아본 행동경제학을 우리의 일상에 알맞게 활용하기 챕터와 좋은 선택을 위해 행동경제학을 이용할 때 주의해야 하는 마음가짐 챕터까지 담고 있다. 이 책 한 권으로 <>에 입문한 우리는 선택의 순간에 되짚어보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진심>

왜?에서 시작해 어떻게?를 제시해 주는 흥미로운 학문인 행동경제학을 부담 없이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고마운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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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상담심리가 만나다 - 엉켜버린 마음을 마법처럼 풀어주는 영화치료의 모든 것
김은지 지음, 소우 그림 / 마음책방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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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영화치료 상담실입니다."

 

 

 

영화와 상담심리가 만나다/ 김은지 저/ 마음책방


 


현대인들 대부분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할 정도로 정신적인 부분에서 상당히 지쳐있다. 예전보다 빠른 속도로 변하는 세상에서 '자신'의 위치를 지키며 살아간다는 일은 상당히 버거운 일이다. 예전처럼 가족, 마을 등 공동체가 한 가지 역할을 한 사람이 오롯이 책임지지 않고 유연한 관계와 소통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도 흔치 않다. 예전보다 마음에 귀 기울이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 '상담'을 통해 문제를, 상황을 해결하고자 하는 이들이 늘어나 다행이라 생각한다.

 

몸이 지치고 아픈 이에게 치료가 필요하듯 마음이 지친 이도 마땅히 치료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는 머릿속에서만 당위성을 지니고, 행동으로, 실천으로 나아가는 일은 어렵다. 그래서 힘겹게 도움을 청하는 이의 손길을 잡아주는 치료가 중요하고 의미가 깊다.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자신의 약점, 치부, 상처를 고스란히 타인에게 드러내는 일이니 큰 용기가 필요하다. 나 또한 그렇다. 그 두려움과 거부감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 생각이 들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에 알게 된 영화치료 상담은 조금은 결이 다르게 다가왔다. 친숙한 매체인 '영화'를 사용하기 때문에 한결 편안한 접근이 가능한 것 같다.

 

영화를 이용한 상담치료의 세계가 궁금한 우리에게 김은지 저자는 그 모든 것을 친절하게 펼쳐 보여준다. 국내 영화치료의 선구자로서 생생한 사례 중심으로 상담 노하우를 정리해 주었다. 이는 후배 상담자들을 위한 배려에 머무르지 않고 제각각 크고 작든 상처를 안고 사는 우리 현대인들에게 좋은 메시지를 건넨다.

 

 

 

 

상담자로서 예술치료의 한 영역인 '영화치료'에 대한 깊은 애정과 효능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마음에 공명했다. '영화'를 매개로 한 개인의 상처를 안에서 밖으로 드러내어 그 안에 엉켜있는 감정, 관계들을 합리적으로 분석하는 통찰의 시간을 함께 걷는다. 적절한 방향으로 인도할 적절한 질문을 적절한 타이밍에 건네는 상담자의 능력은 치유에 큰 도움이 된다.

 

 

 

 

물은 99도까지는 끓지 않는다. 상담자는 1도에서 99도까지 가는 긴 변화의 과정을 내담자와 함께 버티며 곧 끓어오를 물을, 내담자를 기다려야 한다. 상담이 지난한 여정이 필요한 것임을 새삼 느꼈다.

 

유희로 즐기는 영화로 치료를 한다는 발상부터 신선하다. 김은지 저자는 일반적인 오락적 관점으로 보는 영화 시청과 치유적 관점으로 보는 영화 시청의 차이로 문을 연다. 자신의 경험담(친구와의 대화와 상담 사례)을 통해 일반인들이 차이를 분명하게 인지하도록 돕는다.

 

 


 

 

스토리에 초점을 두고 배우들의 행동을 보면서 인과관계를 추론하는 오락적 관점의 영화 시청은 재미가 최종 목적이다. 오락적 관점에서는 무의식적·정서적으로 영화 속 등장인물에 동일시되어 몰입한다.

 

치유적 관점에서는 영화 속 등장인물에 집중한다고 한다. 등장인물이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을 살피는 것이다. 그렇기에 치유적 관점에서는 결말보다는 등장인물의 관계 역동이 어떻게 진행되어 가는가가 중요하다.

 

오락적 관점에서 영화 속 등장인물인 배우에게 집중하며 본 것과 달리 치유적 관점에서는 나 자신에게 집중한다. 의식적으로 자각하며 계속 분석하며 보는 것이라고 한다. 이는 새로운 통찰로 이끈다.

 

 

이 책은 생생한 상담사례를 통해 많은 상담 기법과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영화치료를 처음 접하는 문외한인 나도 호기심과 관심을 가지고 집중할 수 있었다. 전문용어가 등장하지만 익숙한 영화와 드라마가 다수라 부담감 없이 살펴볼 수 있었다.

후배 상담자들에게 실질적인 노하우를 전수하는 게 목적인지라 하나의 상담 사례가 길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상담 기법과 방법을 담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상담자로서 지녀야 할 자세와 마음가짐 그리고 기술을 전달하고자 고민한 흔적을 책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삶 속에서 스스로를 돕기 위해 영화를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일상에서 영화치료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가 지금의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통찰해 본다면 자기 조력적 영화치료라는 것이다.

 

영화치료의 지시적·연상적·정화적 접근을 살펴보면서 영화 속 등장인물을 통해 결국에는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통찰의 시간으로 귀결되는 여정을 함께 하였다.

 


 

 

 

영화치료뿐 아니라 상담 심리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덕분에 상담에 대해 좀 더 유연한 시선을 갖게 되었다. 화제의 영화 <기생충>의 기택을 내담자로 설정해 구성한 가상 상담 축어록과 영화 치료 10문 10답은 이 책의 핵심을 압축하여 담고 있다. 영화의 보편성이 건네는 다정한 위로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영화치료의 세계를 접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영화와 드라마를 찬찬히 살펴보고 싶어졌다. 나는 왜 이 영화를 좋아하는지? 어떤 인물이 기억에 남는지? 어떤 마음이 들었는지? 왜 그런 마음이 들었을까? 나 스스로 상담자가 되어 질문하고 내담자가 되어 답하다 보면 내 안의 작은 아이가 말하는 소리도 들리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한결 유연한 시선으로 나 자신을 인정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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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데칼과 불행한 코마니 상상초과
김영서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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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행복해지면,

나와 연결된 데칼코마니가 불행해진다!

 

 

행복한 데칼과 불행한 코마니/ 김영서 장편소설/ 고즈넉이엔티

 

 


나만 이렇게 힘든가? 나만 이렇게 불행한가? 나는 지금 다 그만두고 싶은데 저 사람들은 왜 행복하지? 웃고 있지?

살다보면 문득 이런 생각에 빠지는 날이 있다. 세상 모든 불행과 악운을 내가 짊어지고 있는 듯한 느낌에 짓눌리는 날이. 하지만 '삶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라는 말처럼 진실은 모르는 일이다. 이 행복과 불행에 대한 흥미로운 생각을 담은 청소년 소설 <행복한 데칼과 불행한 코마니>를 접했다.

 

 

이 소설은 데칼코마니가 행복과 불행을 주고받는다는 독특한 설정을 취하고 있다. '좌우의 균형'이라는 시미트리 시스템이 작동되는 이 세상은 세상의 행복과 불행을 똑같은 양으로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태어날 때부터 두 사람씩 무작위로 짝을 지어서 행복과 불행을 주고받게 한다.

 

 

주인공 정물처럼 미술 기법으로 알고 있는 데칼코마니가 이런 의미로 사용되다니 묘했다. 대칭인데 서로의 행복과 불행을 +-해서 균형을 이루는 존재들로 불리다니 참신했다. 세상의 균형은 중요하지만 행복과 불행마저 균형을 이뤄야 한다니 씁쓸하다고 생각하면서 책을 읽어나갔다.

 

 

정물은 부모님의 이혼 문제로 심란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소설을 쓰겠다는 자신 때문인 것 같아 속상하기만 하다. 어떻게 하면 이혼을 막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그 앞에 관리자 카일이 나타난다. 카일은 행복해지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자신을 도와달라는 제안을 한다. 시미트리 시스템과 데칼코마니에 대한 이야기는 정물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어릴 때부터 들었던 요정이 그려진 동전 소리의 진실을 알게 되었다. 데칼코마니는 서로 만나서는 안된다는 카일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정물은 데칼코마니 미화를 만나서 자신을 위해 불행해지기를 부탁한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미화는 자신이 불행해지는 거 대신 카일의 제안을 같이 해주겠다고 하는데……

 

 

 


 

 

 

다들 자신의 행복을 우선적으로 챙길 수밖에 없다. 정물도, 미화도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 카일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불행한 다른 친구들을 돕다 보니 조금씩 불행과 행복 그리고 시미트리 시스템, 데칼코마니에 대한 생각들이 깊어져 갔다. 그리고 자신들의 도움으로 불행하지 않은 친구들과 주변을 보면서 조금씩 달라지고 깨닫게 된다.

 

 

행복한 일이 생겨도 행복할 수가 없겠어.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의 행복을 빼앗을 권리는 없어.

 

 

 

부모님의 이혼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힘들어하는 정물,

부모님 가게가 잘 되어 경제적으로는 풍족한 지금보다 가난했지만 온 가족이 함께 보낼 수 있었던 옛날이 더 행복하다는 미화,

정물의 곁에서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주는 긍정적이고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아는 승현,

큰 몸집 때문에 오해를 받는 따뜻하고 바른 마음씨의 성철.

정말 다양한 십 대들이 등장하는데 저마다의 사연이 현실적으로 잘 표현되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이야기를 탄탄하게 해주고 있다. 그리고 주제의식 또한 십 대에 한정되지 않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충분히 공감하고 고민하고 돌아봐야 할 내용이다.

 

 

자본 경제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행복, 불행의 감정적인 영역까지 '돈'에 영향을 받는다. 사람마다 돈의 가치는 다르겠지만 현실적으로 돈은 살아가는 데 필수조건이다. 이 소설에서도 가난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십대가 나온다. 이 죽음이 트리거가 되었다.

 

 

 

 

 

 

행복과 불행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작동하는 시미트리 시스템 그리고 이를 관리하는 관리자의 존재는 인간의 영역 밖인데도 인간의 욕망에 반응하여 움직였다. 이로 인해 시작된 균형 속 불균형은 비극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이를 뒤집기 위해 카일과 그에 동조하는 관리자들 그리고 조력자들은 힘겨운 싸움을 한다. 조금씩, 느리지만 꾸준하게 이 세상은 변할 거라는 믿음을 잃지 않는 그들을 보면서 울컥했다. 더 이상 희망은 없다 생각되는 절망에서도 끝이 아닌 내일을 보고 일어서는 이들이 있어 지금껏 세상은 지탱되는 게 아닌가.

자신의 행복만이 아닌 우리가 불행해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소설 속 결말이 현실이 되기를 바란다.

 

 

불행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행복 주머니와 불행 주머니를 차고 있는 우리는 우리의 의지와 생각으로 불행 주머니를 굳게 매듭지을 수 있고, 행복 주머니를 굳게 매듭지을 수도 있다. 또 정물처럼 행복 동전인지 불행 동전인지 더 이상 연연해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대로 눈을 들어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 정물이 어린 시절의 상처로부터 벗어나 홀가분하게 자신의 꿈을 향해 도전하는 모습에서 행복한 삶의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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