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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광고인이다 - 희망도 절망도 아닌 현실의 광고 이야기
임태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8월
평점 :
어쩌다 광고인으로 살고 있는 임태진 저자의 진솔한 에세이 <이것이 광고인이다>
이것이 광고인이다/ 임태진 글, 그림/ 한겨레출판
에세이는 내가 모르는 타인이나 세상을 내밀하게 만날 수 있는 장르라, 읽을 때마다 선물상자를 여는 기분이다. 이번에는 광고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현실의 광고인 임태진 작가는 광고일을 직업으로 삼고 싶은 이들에게 참고할 만한 내용을, 호기심 차원에서 광고 만드는 사람들은 어떻게 사나 궁금한 사람들에게는 읽어볼 만한 내용을 꾹꾹 눌러 담아 전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광고를 잘 '팔아야 하는' 숙명처럼 광고의 세계 이모저모를 공감할 수 있게 잘 풀어내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15초가량의 짧은 광고 너머 수많은 광고인들이 남긴 피와 땀, 열정, 걱정, 불안 그리고 자부심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극한 직업? 노는 게 일?
임태진 작가의 말처럼 광고의 세계는 우리에게 보이는 것이 100%가 아니었다. 그냥 그럴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한 것이 사실처럼 굳어버려 '광고업', '광고인'의 스테레오타입이 되었던 거다. 종합 광고대행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고정관념의 외피를 깨뜨리고 전쟁터 같기도 하고 타임 루프 같기도 하지만 꽤 재밌는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기록하고 있다.
아트 디렉터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작가는 글뿐만 아니라 그림도 직접 그렸다. 사실 글보다 그림의 임팩트가 크다. 더 많이 실어주었다면 바랄 정도로 깨알 같은 코멘트가 폭소와 실소를 자아낸다. 노안으로 힘들지만 한 글자 한 글자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읽은 보상은 달콤했다.
영화, 드라마, 예능 촬영 스텝들을 보면서 '참 많은 사람들이 필요한 작업이구나.'라고 깜짝 놀랐다. 한 편의 광고 역시 수많은 사람들과 수많은 작업을 거쳐야지만 비로소 우리가 볼 수 있었다. 이 사실을 마주하니 어떤 광고라도 허투루 보지 말아야겠다는 묵직한 마음이 들었다.
'광고'하면 참신한 아이디어와 전달력이 떠오른다. 별로 창의적이지 못한 사람인지라 그들의 능력에 무한한 동경을 가지고 있었다. 드디어 그 비결이 밝혀졌다.
<4장.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오는가>에서 들려주는 갖가지 노하우와 노력들을 통해 지름길은, 쉬운 길은 없다는 진리를 또다시 깨닫는다. 모두 각자의 방식대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설명하는 아이디어 회의 또한 성장의 기회로 거듭난다. 경쟁자이기도 하지만 팀이기도 한 그들은 열린 마음으로 동료의 생각과 고민을 듣고 배워가는 것이다.
오티 브리프부터 시사까지 한편의 광고가 나오기까지의 고군분투를 생생하게 전하고 있어서 광고업계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는 좋은 지침서이자 현장 보고서가 되어주리라. 임태진 작가는 종합 광고대행사에서 근무하고 있어 그 구조에 맞춰서 설명하고 있다. 세분화되고 전문화된 직업에 대한 정보를 접할 수 있으니 좋은 듯하다. 자신이 지켜본 촬영 현장 스케치까지 알차게 담아내 광고 전반에 걸친 이해를 돕는다. 다 먹자고 하는 일, 밥차와 커피차에 대한 무한 애정에도 깊이 공감했다.
그는 광고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넨다. 창조자이지만 직장인으로서 느끼는 불안과 만족도, 고민들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그이기에 그 말의 무게에 더 신뢰가 갔다.
그리고 완성된 광고 이면에 존재하는 진솔하고도 생생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 즐거웠다. 저 사실 이 브랜드 안 좋아해요, 사랑의 작대기, 콘티 깎는 노인, AI 시대에 필요한 광고인 등 일화를 통해 임태진 작가의 광고에 대한 진득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임태진 작가 본인의 경험으로 쌓인 광고에 대한 내용뿐 아니라 전현직 광고인들의 Q&A가 실려있는 집대성이다. 광고계에서 숨 가쁘게 달려온 전문가들이 들려주는 현실과 전망 그리고 그들의 고민과 비전은 분명 광고에 뜻을 둔 이들만이 아니라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새내기들에게 좋은 자양분이 되어줄 것이다.
* 팁 하나 풀자면 <부록>모르면 대화의 맥이 끊기는 '필수 실무용어 90'부터 읽고 책 읽기를 시작하는 게 내용 이해가 빠르다.
"니들이 광고를 알어?
네, 덕분에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즐거웠습니다."
한겨레 하니포터7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