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앤더
서수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제목 [올리앤더]가 무엇일까? 궁금했다. 인터넷에 검색해 볼 수 있지만 책을 펼쳐들고 읽기 시작했다. 그 안에서 답을 발견하리라 생각하며.


올리앤더/서수진 장편소설/한겨레출판

 

[올리앤더]는 호주 시드니 썸머힐 하이스쿨을 배경으로 해솔, 클로이, 엘리 세 아이의 이야기를 교차하여 보여준다.

 


우리나라 사교육 1번지 대치동에서 자라온 해솔은 고등학생이 되면서 갑자기 호주로 유학을 떠나게 된다. 엄마의 재혼으로 버려지게 된 것이다. 아는 이 하나 없는 곳으로 내몰린 해솔은 홈스테이를 하는 집에서 클로이를 만나게 된다.

 

한국의 빡빡하게 짜인 사교육 프로그램에 익숙한 해솔에게는 호주의 교육 시스템과 문화가 낯설고 불안하기만 하다. 해솔은 공부하고 시험과 성적으로 평가받고 인정받으므로 자신을 채워가는 생활에 길들여진 아이였기에 당연하다. 자신이 하고 싶고, 되고 싶은 무언가를 고민하는 과정 없이 부과된 과제들을 수행하고 결과를 내는 반복 속에서 일단 한국에서는 최상위권 성적으로 안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호주에서는 다르다. 불안감과 외로움 그리고 버림받았다는 상처는 해솔을 변하게 했다.

 

"신이 날 내다 버린 거야."

"원래 신은 그렇게 탄생하는 거야. 버려지면서.

버려진 아이는 모든 걸 할 수 있게 되잖아.

온갖 제약이 사라지면서. 그렇게 신이 되지."

"아냐, 너는 신이야, 나를 믿어. 너는 버려졌어."

(버림받은 신. p.212)

 

 

클로이는 어린 시절부터 의대 진학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했다. 부모의 꿈이자 희망이었고, 클로이 본인도 의대만을 향해 직진이었기에 의문도 고민도 없었다. 아니 없어야만 했다. 그런데 모르겠다.

 

"죽으려던 적은 한 번도 없었어. 죽고 싶었던 적은 많지만." (버림받은 신 p.207)

 

 

엘리는 클로이 옆집 창고에 세 들어 산다. 엘리는 열쇠를 목에 걸고 다니는 아이였다. 엄마 아빠는 비자 없이 호주에서의 삶을 버티기 위해 하루 종일 일해야 했다. 엘리를 위해서 버티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엘리는 외롭다.

 

엘리를 위해.

엘리가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잠을 자고,

혼자 학교에 다니도록 하기 위해. (멍청하게 p.190)

 

 

외로운 아이들의 위태로운 연대는 큰 파장을 일으켰다. 누구도 그들을 제대로 바라봐 주지 않고 이해해 주지 않는다. 이제 아이들은 달라지기로 했다. 믿어주는 이가 없는 지금에서 벗어나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으로 멀리, 아주 멀리 떠날 것이다.

 

 


 

이 소설을 통해 우리나라와 호주의 교육 제도와 학력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어떻게 다른지를 조금은 파악할 수 있었다. 또 유학 생활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이나 우려를 깨고 인종 내 차별에 주목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인 부모와 호주에서 자라난 아이와의 갈등은 호주 시드니가 배경이지만, 한국 중산층 가정에서 자녀의 계급 향상이라는 세습적 욕망을 위해 교육에 열을 올리는 그것과 똑 닮아있었다.

 

몇 년 전 큰 반향을 일으켰던 <스카이캐슬> 드라마를 보고 충격을 받은 클로이를 보여주지만, 클로이도, 해솔도, 엘리도 그들의 의사는 물어보지 않은 채 부모들에게 강요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고입을 준비하는 십 대 자녀를 둔 부모로서 고민이 깊은 시기에 십 대들의 심리를 심도 있게 그려낸 [올리앤더]를 접해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자녀를 독립된 개체로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사실은 알지만, 실질적으로 그 선을 지키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올리앤더]같은 청소년 소설을 즐겨 읽는다. 그 성장통을 되새기면 어른으로서의 나, 부모로서의 나를 바로 세우려고 애쓰는 노력이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 마땅히 해야 할 수고이다. '죽고 싶었던 적이 많았다'라고 말하는 아이가 한 명이라도 줄어들 수 있다면.

 

해솔은 유독 창작 에세이를 힘겨워했다. 자신의 이야기가 없다는 것, 그것을 부끄러워해야 할 이는 해솔이 아니라 해솔 주변의 어른들이다. 해솔에게는 만족감, 충만함, 행복을 오롯이 느낄 추억과 시간이 없었으니까. 이제서야 해솔은 자신 스스로 선택을 하기 시작했다. 그 아이가 써내려갈 자기만의 서사가 궁금하다. 그리고 엘리도 클로이도 산불이 토해내는 연기에서 벗어나 후회도 자책도 없이 당당하게 그 불길을 뚫고 새로운 세상으로 걸어나가길 응원한다.

 

책 제목 [올리앤더]는 나무 이름이었다. 꽃과 잎, 가지와 줄기까지 독소가 있는 이 나무는 황량한 클로이네 뒷마당에 유일하게 살아남아 여름이면 진분홍 꽃을 피운다. 클로이는 잘 관리된 옆집 뒷마당과 비교하며 올리앤더가 자기네 가족을 조롱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그 강인한 생명력에 끌린다. 독이 있다고 예뻐하지도 가까이하지 않아도, 꿋꿋이 매년 진분홍꽃을 피우는 올리앤더는 클로이 같기도, 엘리 같기도, 해솔 같기도 하다. 돌보는 이도 감상하는 이도 없지만, 자신의 이야기에 충실한 올리앤더를 보면서 해솔, 클로이, 엘리가 떠올랐다.

 

한겨레출판 하니포터5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일 1단어 1분으로 끝내는 지구공부 - 지구의 탄생부터 미래까지 이해하는 가장 쉬운 방법 1·1·1 시리즈
마틴 레드펀 지음, 이진선 옮김 / 글담출판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일 1단어 1분으로 끝내는 지구공부] 

 

1일 1단어 1분으로 끝내는 지구공부/마틴 레드펀 저/글담출판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 대한 호기심은 가지고 있지만, 쉽게 이해되는 영역은 아니다. 46억 년 전 탄생한 지구답게 많은 이야기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구에 관한 현상 중 주요 50가지를 선별하여 지구의 탄생부터 미래까지 풀어낸 책이라면 어떨까.

 

먼저 [1일 1단어 1분으로 끝내는] 시리즈는 알아두면 쓸모 있는 1분지식을 핵심 단어로, 주제에 관해 흥미로운 사실이나 의견을 한 문장으로 제시하면서 시작한다.

 

이 책의 시작 001. 알아두면 쓸모 있는 1분지식은 '탄생'이고, 한 문장은 '응축하는 힘 때문에 지구가 생겨났다고?'이다.

 


 

 

이렇게 시선을 집중시키고 오늘의 1분지식 1단어를 환기시킨 후, 상세 설명에 들어간다. 실제 1분에 끝나는 내용은 아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설명이라 001부터 050까지 순차적으로 읽는 것을 추천한다.

 

1. 지구의 기원에서 시작하고, 2. 그 지구의 내부를 샅샅이 파헤쳐 보고, 3. 다시 지구 표면으로 올라와 지구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현상들을 알아본다. 4. 인간 중심 관점에서 벗어나 살아 있는 지구의 시간을 살펴보고 생명의 진화와 인류의 출현을 이야기한다. 5. 지구의 미래를 예측해 본다.

 

이 책은 우리 인류가 살고 있는 지구를 공간의 개념이 아닌 살아 있는 행성으로 와닿게 한다. 그렇기에 지구의 탄생부터 마지막까지 여정을 함께 하면서 지구의 긴 사이클에서 한 점같이 짧은 순간을 살아가고 있는 인류가 이리도 지구를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면하는 순간들이 더 가슴 아렸다.

 

지구는 자체적으로 대기와 기후의 균형을 조절하는 데 인류는 무분별한 개입으로 이 균형을 파괴하고 있다. 1·1·1 지구공부는 '지구와 인간의 공존'에 대한 고민으로 귀결된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터전이자 수많은 생명체들이 출현하고 멸종을 반복하는, 살아 있는 유기체인 지구를 제대로 바라보기를 권한다.

 

 

 

1분 지식으로 총 50가지 현상을 정리해 주고 있는

 [1일 1단어 1분으로 끝내는 지구공부] 는 핵심적인 내용 중심으로 간결하게 풀어 설명하고 있기에 글뿐만 아니라 사진, 그림, 도표 등을 잘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지면 구성이 깔끔하고 단순하여 집중도를 높여준다. 지면 하단에 연대순으로 관련 내용을 표시해 줘서 정리하기 편한 점이 강점이다.



 


중고등학생 시절 들었던 내용과 최신 과학정보까지 다채로운 지식들이 관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 초대륙 판게아에 대해서는 알지만 윌슨 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대륙이 다시 합쳐질 것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이번에 알았다.

☆ 지구의 모습은 한순간에 변했을까, 서서히 달라졌을까? 18세기부터 맹렬히 이어진 이 논쟁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한다.

☆ 책에서는 찰스 다윈의 시대에는 캄브리아기보다 오래된 화석이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믿지 않았고 이제는 다르다고 나온다. 부끄럽지만 나는 찰스 다윈 시대에 머물러있었나 보다. 에디아카라 구룽 지대에는 약 6억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화석이 풍부하게 발견되고 있다고 한다.

☆ 인류가 떠난 자리에 대한 흥미로운 예측과 '판게아울티마'라는 미래의 초대륙에 관한 내용 그리고 새로운 지구를 찾아 우주로 향하는 탐색까지 지구의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1일 1단어 1분으로 끝내는 지구공부] 

하루에 짧은 시간을 투자하여 지구를 알아가고 이해하면서 공존하는 내일을 바라보는 시선을 길러주는 과학 교양서이다. 중고등학생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최신 과학뉴스 및 지구에 관한 지식과 관심을 쌓을 수 있는 책으로 가족끼리 같이 읽고 대화하기를 추천한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크리스마스 타일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새 2022년도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12월이 시작되고 예년보다 포근했던 날씨가 변덕을 부르듯 아니 겨울을 제자리로 불러들이듯 쌀쌀해졌다. 쌀쌀해진 날씨로 한껏 움츠린 어깨와 등 위로 겨울에만 허락되는 감성에 대한 기대가 피어올랐다. 하얀 입김으로 전하는 서로의 안녕, 형용색색으로 반짝이는 전구로 장식되는 건물과 조형물과 새하얀 눈을 기다리게 된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사랑이 샘솟아 넘쳐흐르게 되는 크리스마스도 있다. 겨울이 되면 종교적인 이유를 떠나서라도 사랑과 용서를 소중한 이들과 나누고픈 그 밤을 절로 떠올리게 된다.




크리스마스 타일/김금희 연작소설/창비




[크리스마스 타일]은 겨울 감성과 크리스마스에 대한 인상이 녹아있는 일곱 편의 이야기들이 벽난로같이 뭉근하게 타오르는 김금희 작가의 첫 번째 연작소설이다. 상실과 이별을 경험한 이들이 상처를 인식하고 치유하는 시간을 같이 보내면서 올 한 해 나의 인연과 이별과 감각들을 톺아보았다. 내 안에서 감정의 물결들이 거세졌다가 잦아들었다 몰아쳤다가 잔잔해지기를 오롯이 느끼면서 충만감에 젖어들었다. 그들의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가 너의 이야기가, 너의 이야기가 다시 그들의 이야기가 되는, 공감 어린 연대였다.



연작소설이라 한 이야기 속 등장인물이 다른 이야기에 관련 인물로 등장하면서 관계가 엮어지는 구조가 이 책의 또 다른 묘미다. 이야기 한 편 한 편 완성도와 감정이 훌륭해서 단편 자체로 만족감이 높다. 더 나아가 '연작' 형식으로 묶어낸 [크리스마스 타일]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 확실하고 탁월하게 그려내는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연결되지 않는 이야기인데도 동일한 인물이 다른 비중과 시선으로 그려지면서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의 틈 안에서 일어났을, 일어날만한 사실을 상상하는 재미를 선사한다.



연작의 시작인 「크리스마스에는」 단편이 [[크리스마스 타일]의 마지막에 위치한다. 하나의 이야기가 담고 있는 세계가 얼마나 큰지를 실감하게 하는 대목이었다.

'지민 - 현우' 이 두 사람의 만남과 사랑 그리고 이별에서 뻗어나간 일곱 편의 이야기들이 숨을 내쉬고 있다.






 밤  

⊙ 방송국 교양예능국 피디인 '지민'의 동료인 방송작가 '은하'의 각성을 그린 「은하의 밤」

참여자 없는 연극이자 듣는 이 없는 아리아,

만남이 불발된 채 혼자서 나누는 열렬한 악수 같은 것. (11)

"아프지 마라. 죽어서도 아프덜 말고

살아서도 아프덜 말고 그 말벢에 더 있겄어." (54)



⊙ 지민의 또 다른 동료인 방송작가 소봄의 남동생인 '한가을'의 짝사랑을 담은

「데이, 이브닝, 나이트」

"너무 가까우면 …… 차라리 눈을 감게 되니까." (69)

"실내에만 있으니까 그 사람들한테는

우리가 그날의 계절이나 날씨 같은 풍경이겠지.

병원 밖 사람들도 다 그렇잖아.

날씨나 풍경 때문에 기분이 나쁘고 좋고.

난 심각해질 필요 없다고 생각해." (73)

 


⊙ 지민과 현우가 이별한 이유인 문학동아리 선배 '옥주'의 도피 이야기 「월계동 옥주」

세상 어디에서는 호숫물로 등잔을 밝힐 수도 있다는 얘기를

기꺼이 믿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상심이 아물면서

옥주는 옥주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136)




눈파티  

⊙ 맛집 알파고로 유명해진 데이터 분석가인 '현우'의 소개로 어린 시절 사랑하는 이를 다시 만나게 된 '진희' 「하바나 눈사람 클럽」

그렇게 한 단어씩 더할 때마다 우리는

우리가 과거의 어느 날을 향해 가고 있는지를 깨달았다.

처음 만났던 크리스마스이브의 밤이었다.

그때는 해명할 수 없었지만 늘 녹진하게 달라붙어 있던 어떤 감정들을

처음으로 공유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의 서글픔, 애석함, 손 내밀어보고 싶던 충동들을. (155)

창을 열어 손을 내밀자 밤바람이 불었고 순간순간 세기가 다른

그 바람들은 나를 자꾸 붙드는 찬 손들처럼 느껴졌다. (164)

내가 지녔던 슬픔을 세상에 흔하고 평균적인 기성의 슬픔으로

만들기에 충분한 반응이었다. (172)



⊙ '소봄'이 상실을 극복하고자 혼자만의 힘으로 첫눈 사이로 걸어들어가는 성장기

「첫눈으로」

"소봄씨가 했던 말들은 차갑거나 못됐거나 그런 말이 아니야, 그냥, 뭐어랄까, 그냥."

"그건 그냥 너어무 두려워서 움츠러든 사람이 하는 아주 작은 말일 뿐이었을 거야." (181)



 하늘 높은 데서는  

⊙ 이십 년의 세월을 뒤로하고 떠난 반려견 설기의 빈자리를 받아들이고자 최선을 다하는 '세미'의 고군분투기 「당신 개 좀 안아봐도 될까요?」

"이상하지. 당신 개 좀 보자고 해서 사람들을 만나면

자꾸 내 얘기를 듣게 돼. 나라는 인간이 분명해져."

"그 말 너무 좋고 다행으로 들리네." (249)



⊙ 헤어진 옛 연인 현우를 취재해야 하는 수렁에 빠진 '지민'이 그에게 전하는 마지막 인사 「크리스마스에는」

"잘 지내."

복수도, 화해도, 용서도, 기적적인 능력에 대한 찬탄이나 입증,

아무것도 가능하지 않던 부산행이지만

적어도 생일 축하는 있었다고 생각하면서.

그러니 홀리 하긴 홀리 했다고 여기면서. (302)




극적인 변화가 아니라 자연스럽고 담담한 깨달음을 그리고 있어서 더 공감되고 이해되는 따뜻한 크리스마스 이야기들이었다. 그 사람과의 시간과 공간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아 죽음과도 같은 이별 그리고 실제 죽음은 이 순간 살아가는 누구나 겪고 겪을 수 있는 상실과 피폐다. 그 허전함과 공허함, 죄책감 그리고 분노를 짊어지고 살아가기에는 버겁다. 등장인물들이 상실에 대한 실질적 두려움과 고독을 어떻게 잠재워가는지를 작가는 애정을 담아 성실히 적어내려간다. 그래서 우리는 그 글 안에서 인물들과 같이 치유받고 위로받으며 흰 눈 속으로, 똑같은 결정이 하나도 없다는 신비로운 눈 속으로 당당히 발을 내디딜 수 있다.

나는 크리스마스의 기적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감사하게도 다시 일상으로 고개를 들고 나를 마주할 수 있는 힘이 차오르고 있으니 말이다.



평온한 하루를 보내세요. 한 손에는  [크리스마스 타일]책이 들려있기를 바랍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김금희 작가 친필 크리스마스 카드엽서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날아라! 푸른 피리 소리 고래책빵 그림동화 22
최미선 지음, 김순영 그림 / 고래책빵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래동화처럼 우리 것의 색채와 정서가 가득 담긴 고래책빵 그림동화 22번째 이야기 [날아라! 푸른 피리 소리]를 소개합니다.



날아라! 푸른 피리 소리/최미선 글/김순영 그림/고래책빵


 

은은하게 푸른빛이 나는 피리를 불면 청명하고 아름다운 소리가 퍼져나갑니다. 상쾌한 바람이 불어오고, 향긋한 냄새도 밀려오네요. 피리 소리를 들으면서 향기로운 공기를 마시니 어느새 몸과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신기한 피리 소리를 따라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예전에는 마을에 흉악한 전염병이 퍼지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아프고 죽는 일이 허다했어요. 주인공 엄지머리 총각도 전염병에 부모를 여의고 남의 집에 나무를 해주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주인의 명령으로 나무를 하러 간 곳에서 신기한 푸른 피리를 발견합니다. 이렇게 피리를 지니게 된 엄지머리 총각은 놀라운 일들을 경험하게 됩니다.

 

흉악한 전염병으로 아이를, 부모를 떠나보내는 동화 속 마을 사람들 모습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3년여의 시간을 긴장과 염려로 보내고 있는 오늘날 우리의 모습과 기나긴 시간차를 훌쩍 뛰어넘어 겹쳐집니다.


 


 

예전처럼 의원이 적거나 치료법이 없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열악한 의료환경이 아닌 오늘날에 전 세계를 그대로 멈추게 한 코로나19의 위력은 실로 대단했습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대문에 숯을 걸고, 황토를 뿌리고, 팥죽을 뿌리는 등 온갖 방법으로 마마를 극복하려 한 마을 사람들처럼 코로나19를 이기기 위해 마스크, 백신, 손소독제, 거리 두기 등 여러 방면으로 노력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코로나19는 우리 일상을 제한하고 있네요.

 

만약 지금 푸른 피리가 떡하니 우리 앞에 나타나면 어떨까요? 청명하고 아름다운 소리가 퍼지고 향기로운 바람이 불어오는 상상만으로도 절로 기분이 좋아집니다. 동화 속 덩실덩실 춤을 추는 마을 사람들처럼 말이죠.

 


<날아라! 푸른 피리 소리>는 전염병에 대한 우리 선조들의 두려움과 상처가 얼마나 컸는지를 글과 그림으로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염병에 걸린 자식을 산속나무에 걸어둔 채 돌아서야 하는 마음, 살아돌아온 자식을 이미 죽었다며 모른 체하며 내쫓는 비정한 마음속에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과 무지가 잘 드러나 있네요. 큼직한 그림체라 인물들의 표정과 동작들이 생생하게 표현되어서 어린이 독자들에게 보는 재미가 선사합니다. 부드러운 그림체와 밝은 색채는 마음을 편하게 해주네요. 엄지머리 총각 곁을 떠나지 않는 작은 새를 눈여겨보게 됩니다. 기쁠 때는 같이 기뻐하고, 슬플 때는 같이 울어주는 진정한 지음이네요.

 

 

우리네 전래동화처럼 고난과 역경을 슬기롭게 이겨낸 마음씨 곱고 듬직한 엄지머리 총각과 김 정승 셋째 딸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권선징악, 제가 전래동화를 좋아하는 이유랍니다.

어디선가 상쾌하고 향긋한 바람 타고 푸른 피리 소리 들리나 귀 기울이게 되는 오늘입니다. 다들 건강하세요.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미래를 꿈꾸는 이주민입니다 - 더 나은 ‘함께’로 나아가는 한국 사회 이주민 24명의 이야기
이란주 지음, 순심(이나경) 그림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한민족, 단일민족을 강조하던 시대가 있었다. 자연스레 이를 자랑스럽게 여겼다. '하나'라는 의식은 개개인을 결집시켜 사회적 연대를 이뤄 나라를 강건하게 하는 힘을 보여주었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나라 간 경계가 느슨해져 온 오프라인 소통 모두가 자유로운 세계화 시대가 되었다. '지구촌', '세계시민' 등 국적이 아닌 전 세계적 관점에서 생활하는 현대인이 낯설지 않다. 국경은 희미해지고 디지털 스페이스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는 인류의 모습이 익숙한 요즘이라 '국가'의 존재, 울타리를 의식하지 않았다. 아니, 약해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계화 국제화 시대에 역설적으로 '국가' & '국적'이 강조되는 현상이 두드러질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벌어진 국가 이기주의를 떠올려 보자. 강대국들의 백신 선점으로 가난한 나라들은 코로나19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전 세계적 위기 앞에서 각국은 '국경'을 단단히 봉쇄하고, 자국민을 우선으로 지키는데 힘을 쏟았다. 정책과 제도로 보호받을 수 없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고려되지 않았다. 이런 배타적인 자세는 차별을 야기한다.

 

한 나라 안에서든, 나라 간에든 차별은 존재한다. 차별로는 건강한 사회를 이룰 수 없다. 차별이 만드는 생채기의 주인은 특정인이 아니다. 누구나 될 수 있다. 오늘 '내 일'이 아니라고 내일 '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 않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을 함께 살아가는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고민해야 할 사안이다. 

 

나는 미래를 꿈꾸는 이주민입니다/이란주 글/한겨레출판

 


이주민에 대한 차별을 다룬 [나는 미래를 꿈꾸는 이주민입니다] 책은 '이주민'에 관한 총체적인 접근이다. 그들의 현주소뿐만 아니라 그들의 꿈과 미래를 담고 있다. 우리의 눈으로 바라본 그들이 아닌, 그들의 목소리로 직접 들려주는 본인의 이야기는 선명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이 책으로 세상을 바라보니 얕고 좁은 시야에 갇힌 '나 자신'이 보였다. 의도가 분명한 배제와 차별이 큰 벽이고 높은 산이지만, 자신도 모르게 구분 짓고 선을 긋는, 선량한 차별도 이주민에게는 깊은 상처가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주 노동자, 이주민과 연대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 이란주 작가는 이주민 24명의 삶과 꿈을 '공존'이라는 키워드로 엮어 풀어내고 있다.

이주 1.5세대와 2세대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함께 자라다 -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그린 함께 일하다 - 다양한 이주민의 삶과 꿈을 보여준 함께 살다 - 새로운 시대를 향해 힘껏 나아가는 이주민의 따뜻하고 당찬 용기가 가득한 함께 변화하다


 

 


 

<이주노동자가 웬 헌법 소원이냐고요?>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 우다야 라이 씨의 이야기 중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 강제노동 피해 증언대회' 발표 사례가 나온다. '기막힌 이야기에 놀라지 마세요.'라는 당부처럼 비참하고 끔찍한 노동 현실에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이었다. 그리고 이주 노조가 청구한 위헌소송 결정에 관한 대목에서는 분노하다 염치가 없어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헌법재판소는 2021년 12월 23일 재판관 7 대 2의 의견으로 청구를 기각했어요.

외국인의 직장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사용자가 안정적으로 인력을 확보하도록 돕기 위한 것이므로 정당하고, 또 더 나은 근무 환경과 임금이 있는 직장에 외국인이 접근하지 못하게 하여 내국인의 고용을 보호하는 것이므로 외국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딸에게 '독도는 한국 땅' 야무지게 말하라고 가르쳤다> 혐오에 대응하는 일본 출신 사토미 씨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출신 민족이나 국가는 자기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출신 배경을 이유로 차별하고 놀려서는 안 됩니다. 여러분은 앞으로 다양한 나라 사람을 만날 기회가 많을 거예요. 누구를 만나든, 그 출신 배경만 보고 섣불리 판단하지 말고 개인의 생각과 처한 상황을 잘 살펴보며 좋은 관계를 맺기 바랍니다."

 

<왜 외국인들을 여기 모아놨어?> 함께 일하고 함께 늙어갈 한국인 조니 씨 이야기도 마음을 먹먹하게 만든다. 귀화를 했어도 "한국 사람은 아니잖아."라는 말을 듣는 그의 처지와 심정이 어쩔지 헤아릴 수 없다.

 

우리는 차별에 익숙해요. 직장에서 겪는 하대와 무시는 그냥 일상이어서 우리에겐 공기와 같은 일이죠.

한국은 신기하게도 두 가지가 다 있는 나라예요.

무시와 차별이 심하면서도 따뜻한 정이 있어요.

"야, 돈 많이 벌었어? 나라 언제 가? 돈 벌었으면 빨리빨리 나라 가야지?"

"어디 가? 또 일하러 가? 한국 사람 됐다고 너무 한국 사람처럼 일만 하는 거 아냐?"

 

너무 정겨운데 예의는 없는, 무례하고 다정한 참견을 견디며 노후를 준비하는 조니 씨께 고마움이 전한다. 한국인 아내를 만나 사랑해서 귀화까지 했는데 한국인으로 대해주지 않는 사회 속에서 열심히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는 그는 굳세다.

 

<뒷짐 진 열 살 소년 한달라를 아시나요> 팔레스타인에서 온 유학생 마흐무드 알나자. 표지에 등장하는 뒷짐 진 소년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팔레스타인 만화가 '나지 알리'가 그린 '한달라'라는 캐릭터다. 뒷짐 진 손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미국식 해결책을 거부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고슴도치 같은 머리를 하고 기운 옷을 입고 항상 뒤돌아서 있는 아이는 맨발의 난민캠프 아이들 모습 그대로다. 아이의 얼굴과 표정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팔레스타인이 자유와 평화를 되찾는 날 한달라가 함박웃음을 보여줄 거라는 믿음이 있다고 한다. 열 살 소년 한달라가 뒷짐을 풀고 활짝 웃을 수 있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각각의 이야기들이 생명을 지니고 힘차게 뻗어나갔으면 좋겠다. 이주민이 내게 들려주었던 그들의 상처, 고통, 고민은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이고, 그들의 사랑, 행복, 꿈은 가볍게 흩어지지 않을 것이기에 그들이 속한 이곳, 한국 사회에 널리 퍼져 나가길 염원한다. 자연스레 우리에게 스며들어 이주민에 국한된 현실이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의 화두가 되는 날을 그려본다.


 

 

 


약 30년 전인 1980년대 후반부터 우리나라에 이주노동자가 들어와 일하기 시작했다. 30년의 세월 동안 우리나라는 그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솔직히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 서로의 필요와 이해관계에 의해 시작된 교류이기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새 그들은 우리 사회에 필요한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이주 1세대뿐만 아니라 2,3세대까지 확장되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 잡았다. 이주민을 동료 시민으로 받아들이고 평등하고자 노력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도록 힘써야 한다는 저자의 의견에 수긍한다.

 


얼굴을 맞대고 나누는 대화는 아니지만, 쉽게 접할 수 없는 이주민의 진심 어린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한 시간을 마련해 준 이란주 작가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진실되고 따뜻하고 용기 있는 이야기들을 만나 미처 알지 못했던 내 안의 선을 알았고, 넘게 해주었다. 어느 나라 출신이든 우린 같은 '사람'이라는 중요한 사실을 잊지 말자. 함께 사는 세상, 더 나은 미래를 여는 첫걸음이 되어줄 것이다.

 

한겨레출판 하니포터5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