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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을 만나러 갑니다 - 함께 우는 존재 여섯 빛깔 무당 이야기
홍칼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평점 :
홍칼리 인터뷰집 『무당을 만나러 갑니다』
무당을 만나러 갑니다/ 홍칼리 인터뷰집/ 한겨레출판
칼리 무당이 다른 빛깔을 내뿜는 여섯 무당에게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는 책 『무당을 만나러 갑니다』
저자도 수차례 책 속에서 언급했듯이 무巫당, 무巫교, 무巫속 신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우리 사회 저변에 깔려 있다. 나 또한 무無교이면서도 무巫교에 대한 반감이나 미신이라 치부하는 업신여기는 마음이 있었다. 그런 내가 무당을 만나러 갑니다 책을 읽은 이유는 호기심 때문이다.
지난달에 읽은 《우리는 중독을 사랑해(도우리 저, 한겨레출판, 2022.10.21) 》책 내용 중 <사주풀이> 꼭지에서 대안 종교로 MBTI와 사주·점성술·수비학 등을 포괄하는 내용이 나왔다. 요즘 세대들은 공동체 소멸이나 대체로 인한 공백을 각자 스타일에 맞는 여러 사상, 종교들을 조합하여 자신만의 대안 종교로 치유받고 있다고 한다. 공동체 안에서 정립되었던 정체성, 자기발견을 이제는 스스로 발견하고 만들어가야 하는 개인의 몫이 되었다. 이 글을 읽으면서 궁금증과 호기심이 생겨 타로점도 한번 봐보지 않았던 내가 이 책을 통해 무당을 만나러 가게 된 것이다.
가벼운 호기심으로 만난 인연이었지만, 생각지도 못한 묵직한 무게의 글과 인생사에 절로 고개가 수그러들었다. 평소 나는 '무당'에 대해 진짜 교류하고 소통하는 존재인가 하는 의심과 신비로운 존재라는 두려움, 상반되는 두 가지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전자가 더 크긴 했지만 굿판 등 영상을 통해 접하는 그들의 위용에 압도되기도 하였다. 타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그들에 대한 감상은 거기까지였다.
하지만 무당인 저자 본인이 직접 만나보고픈 여섯 빛깔 무당들의 인터뷰 이야기는 예상과는 달랐다. 개인의 안위와 재물, 복에 국한되지 않고 그를 뛰어넘어 공동체를 아우르고자 힘쓰는 큰마음이 전해졌다.
어떤 사람이 무당이 되나, 궁금했던 마음이 부끄러울 정도로 개인적 고통과 상처를 겪은 이들이 내림굿을 받고 타인의 아픔에 기꺼이 공명하고 이를 덜어주기 위해 기도하고 굿을 하는 무당이 되었다.
배우고 베푸는 무당 ☆ 혜경궁 김혜경
- 돌아가신 분하고 산 사람의 매개자 역할을 해요.
트랜스젠더 무당 ☆ 예원당
- 우리는 절대 인간을 믿고 살면 안 돼요.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느끼는 무당 ☆ 송윤하
- 남의 인생을 제가 책임질 수 없다는 걸 알아요.
함께 울어주는 무당 ☆ 무무
- 공감을 잘하는 연습을 지속해야 해요.
대동굿판을 여는 무당 ☆ 솔무니
- 미래는 모르겠고 뭐가 답답한지만 얘기해 보라고 했죠.
무당의 자활을 돕는 현대 무당 ☆ 가피
- 다 같이 행복해야 내가 비로소. 행복해지더라고요.
고 김금화 만신의 조카인 혜경궁 김혜경 무당과 예원당 무당은 '무당', '무녀'하면 떠오름직한 연륜이 느껴졌고, 시각장애를 안고 안마사가 주업인 송윤하 무당은 다른 방식으로 소통하는 이답게 무당 스테레오타입과는 다르게 다가왔다. 그리고 젊은 무당인 무무, 솔무니, 가피로 분류되었다. 무당이면 무조건 점사를 보고, 굿을 해야 하는 등 정해진 직업 규칙이 있는 게 아니고 모시는 신령에 따라 특색이 달라지니 제각각 뿜어내는 빛깔이 다채로웠다. 칼리 무당이 왜 무당을 인터뷰하러 했는지, 왜 여러 명을 만났는지 읽다 보니 자연스레 이해가 되었다.
무당은 남의 인생을 사는 사람이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자신을 위해 비는 기도가 아니라, 타인의 소리와 고통을 듣고 그를 위해 빌고 또 빈다. 그래서 자신을 텅 빈 그릇처럼 비워야만 살 수 있다. '개인'과 '자신'에 몰입하는 세태에 배반되는 그들의 삶은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끝없는 공부가 필요한 직업 옷이 오히려 종교인이 아닌가 생각해요."
신내림에 대한 흔한 인식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신내림을 받아야 될 사람이 신내림을 받으면 힘든 문제가 다 풀린다고 생각들 하는데 칼리와 무무의 답변은 아니다!였다.
무무는 모든 문제가 딱 풀렸다기보다는 개인과 사회의 이분법을 벗어난 더 깊고 넓은 영적인 차원과, 만물의 존재를 깨달을 수 있는 차원, 내가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모두 연결되어서 더욱 다양한 존재들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차원이 새롭게 열려 새로운 언어와 힘이 생긴 것 같다고 표현했다.
칼리는 '나'의 정체성을 우주 전체로, 과거·현재·미래를 모두 품은 만물로 확장하는 수행을 시작하겠다는 의식·의례라고 정리했다.
"치유는 여럿이 함께하는 끝없는 여정"
신내림으로 신병이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그 증상을 이웃의 삶에 더 많이 공명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받아들이게 되면서 괴로움을 다른 태도로 인식하게 되었다고 한다. 같은 고민을 가진 손님을 받아 들어주다 보면 어느새 같이 풀리게 되니, 치유는 여럿이 함께하는 끝없는 여정이다.
Q. 무당이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세요? 질문에 송윤하 무당은 바른 선택을 안내해 주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바른 마음을 강조하는 송윤하 무당은 만물에 깃든 신령님에게 기도하며 스스로를 정화하고, 사람들이 모두에게 이로운 선택을 하도록 돕는 것, 그것이 무당의 길이라고 생각했다. 바른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수행하는 그분의 뜻이 전해져 마음이 따뜻해지고, 공감과 연대의 힘을 나누는 이들에 대한 경외와 함께 걸어가고자 나서야 하는 책임감이 들었다.
"자신에게 좋은 선택이 아니라 모두에게 이로운 선택을 하도록 돕는 것이 무당"
노래하는 사람이고, 은퇴한 무당이자 은퇴한 스님인 가피는 칼리 무당과 함께 수행하는 도반, 영혼의 친구 그리고 스승이라고 한다. 스스로를 아무것도 아니지만 모든 것을 하는 사람으로 정의한 그는 그냥 자신이 믿은 것이 현실이 됐을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전한다. 위에서 누가 내려오는 게 아니라 잠재되어 있던 신이 깨어난 것 같았다는 칼리에게 가피 또한 신이 곧 나라고 공감한다.
"누구나 할 수 있어요."라고 말하던 가피는 그냥 당신이 좋다고 말해준다. 지금 모습 그대로 정말 사랑스럽다고. 왠지 그 말에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고, 편안해진다. 참 신기한 일이다.
"당신은 직업이나 역할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고,
그것보다 더 큰 당신이 있음을 믿는 우리와 우주가 있다."
낙인과 벌전을 내세워 두려움으로 속박하지 않고, 소수자와 약자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돌봄의 공동체를 지향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실천하고 행동하는 무당들을 만나러 오세요. 무교에 대한 편견은 사라지고, 함께 울어주는 무당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유튜브, 브런치, 블로그 등 여러 채널로 소통하니 편하게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면 어떨까.
"나 여기 있다! 우리는 존재한다."
한겨레출판 하니포터5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