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 - 일터의 죽음을 사회적 기억으로 만드는 법
신다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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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의 죽음을 사회적 기억으로 만드는 법"

 

 

 

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 신다은 지음/ 한겨레출판


 


한겨레 하니포터 7기 9월 신간도서 목록 중 <일터의 죽음>이라는 가제의 책이 있었다. '산업 재해'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와 산재의 구조적 원인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당연히 알아야 할, 읽어야 할 책이었다. 누군가의 죽음 그것도 사고로 인한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읽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일터에서 매일 일어나는 노동자의 죽음을 외면하는 일이 더 무섭고 두려운 일이다. 저자의 말처럼 목숨을 빚진 자로서 사고로 잃은 이의 이름을 기억하고 어떤 꿈을 꾸었으며 그를 잃고 살아가는 남은 이들의 삶을 알아야 하기에 책을 펼쳤다.

 

사회적 참사와 재난, 안전할 권리 등을 주제로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인 신다은 저자는 그동안 모은 지식을 이 책에 담으면서 2가지 목표를 세웠다.

 

1. 그나마 알려진 산재 사망사고의 구조적 원인을 파악해

그 기저에 기업 조직의 어떤 관습과 인식이 있는지 탐구하는 것

2. 연간 800여 명에 달하는 산재 사망자의 조사자료가 왜 공개되지 않으며

이를 드러내려면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알아보는 것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산재 사망사고를 보도 내용대로 받아들인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사고로 일터에서 노동자가 죽었다'라는 사실과 매번 되풀이되는 '피해자의 과실' VS '사측의 안전 관리 소홀' 변명 같은 원인 분석을 보았다.

한 사람, 누군가의 아들이자 딸,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어머니였을 귀한 목숨이 허망하게 떠나버린 그 자리를 그냥 흘깃 보고 떠나버렸던 것이다. 아프고 안타깝지만 한걸음 뒤에서 남의 일이라는 방어 기제가 결국은 이름 없는 죽음을 만드는 일을 거든 게 아닌가 싶었다.

 


 


 


 

신다은 저자는 구의역 김 군,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 씨, 평택항 이선호 씨 등 기억하는 이들의 이야기로 산재 사망사고의 구조적 원인을 설명하였다. 이는 관련자의 위법사항을 수사하여 처벌하는 데 집중하는 현재의 산재 조사와 수사와는 결을 달리한다. 사고마다 벌어질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인 원인을 밝히고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을 세워 다른 사고를 방지·대비하는 게 목적이다.

산재가 일어나면 은폐하거나 사적으로 보상하는 '공상'으로 처리하기도 한다. 설사 수사를 한다 해도 제대로 처벌받은 이도 없고 사고를 촉발한 구조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조사도 없다. 정확한 원인이 빠진 분석으로는 또 다른 사고를 부를 뿐이다. 저자의 설명 덕분에 산재 사고에 대한 접근과 인식이 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산재가 일어나게 된 구조적 원인을 알게 되니, 사고를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하게 되었다. 분명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사고를 은폐하고자 하는 기업을 상대로 유족들이 대응할 수 있는 한계는 분명해 보였다. 그렇기에 연간 800여 명의 산재 사망자가 나오는 우리나라에서 알려진 사고는 연간 1,2명에 그칠 수밖에 없다.

 

저자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산재를 유형별로 분류하여 구조적 원인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다섯 가지 유형들을 살펴보면서 '안전'을 일부 부서나 일부 전문가의 영역에 한정 지어 책임을 부가하는 현 모습이 언제 어디서든 산재가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을 품고 있는 듯하여 불안하고 안타깝고 분통 터졌다.

 


 

"무고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사고는 비극적이다.

그러나 그것으로부터 배우지 않는 것이 더 비극적이다."

낸시 리브슨, <CAST 핸드북 : 사고로부터 더 많은 것을 배우는 방법>

 

 

 

그렇다면 산재 위험은 왜 숨겨지는 걸까? 기업, 정부 기관, 노조, 언론까지 4가지 영역으로 산재의 원인이 수면 위로 드러나지 못하는 사회 구조적 배경을 정리해 주었다. 산재를 둘러싼 소통의 부재가 드러났다.

 

기업 조직의 안전 관리에 대한 이해 부족이나 생산과 안전이 대립하는 경우 기업 조직의 무관심 그리고 안전 관리를 특정 부서에만 맡겨놓는 구조가 소통의 부재를 부른다.

 

또, 산업안전감독관의 역할에 대한 이해가 노동부와 현장에서 서로 다른 상황도 소통의 부재를 의미한다. 처벌과 예방을 동시에 수행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처벌과 원인 분석, 대안 제시가 함께 발맞춰가야 효과가 클 것이다.

 

안전한 일터를 구축하는 데 노조의 역할은 중요하다. 현장의 업무 위험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도 노조도 산업안전에 대해 최근에야 조금씩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노조 스스로 체계적인 역량 강화는 물론 노조 활동폭에 대한 제도적인 보완도 거론하고 있다.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전말이 잘 알려진 소수의 사건들은 용기를 낸 동료들과 그들을 돕고 보호하는 노조와 시민단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한다.

수사 정보 유출을 이유로 유족들에게는 아무런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이상한 구조 속에서 유족들은 단지 '무슨 일이 일어났으며 같은 사고가 다른 사람에게도 발생하지 않으려면 무슨 조치가 취해졌어야만 하는지'에 대한 답을 원할 뿐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이토록 힘겨운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다니. 온당 유족이라면 죽음에 대한 이유를 납득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과 배려가 필요한 시기에 투사가 되어야 하는 현실이 무참하게 다가온다.

 


 


 

 

 

생산을 목표로 하는 기업. 하지만 생산량, 납기에 우선하여 그 일터에 나와 일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게 기업이다. 그리고 몇 단계로 내려가는 하도급이나 원ㆍ하청의 안전 관리에 대한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

안전에 관해 누구나 경각심을 가지고 주의해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개인의 역량으로는 한계가 있다. 기업이, 정부 기관이 주도적으로 노동안전에 심혈을 기울이고 환경 개선과 인식 변화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그리고 시민들은 더 많이 물어야 한다. "왜?" 깊이 공감한다.

 

유족, 동료, 산재 활동가, 노조, 산업안전감독관, 안전관리자, 시민단체 등 다양한 창구로 조사하여 한 권의 책으로 묶어낸 저자의 노고에 감사를 표한다. 덕분에 산재와 안전 관리를 좀 더 면밀하게 지켜봐야겠다는 마음가짐이 들었다.

 


누구나 태어나 한번 죽는다. 죽음의 무게는 똑같다. 그 죽음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았다면 이는 살인이라 봐도 무방하지 않나.

스쳐 지나가는 뉴스가 아닌, 서사를 부여해 '노동자의 귀한 목숨이 스러진 중대한 사건'으로 인지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죽은 이를 추모할 수 있고 또 다른 죽음을 막을 수 있다.

 

김용균 씨, 김 군, 이선호 씨, 김다운 씨, 정창우 씨, 김재순 씨, 남현섭 씨…… 책 속에서 만난, 안타깝게 스러진 분들의 이름을 되뇌어 본다.

 

이름 없는 죽음을 밝히는 악전고투에 힘을 실어주는 걸음을 함께 하고자 기억하려 한다. 살고자 일하는 터전에서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하고 퇴근할 수 있는, 존중받는 사회는 우리의 관심과 연대가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한겨레 하니포터7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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