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야 할 세계 - 제13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문경민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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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제12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 작가 신작

 

지켜야 할 세계/ 문경민 장편소설/ 다산북스



 

 

문경민 작가의 신작 『지켜야 할 세계』는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30년 차 국어 교사 정윤옥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지켜야 할 세계』는 특히 그가 쓰러지기 전 마지막 한 해를 조명하고 있다. 하지만 가제본이라 도입부만 볼 수 있어 아쉬운 마음이 크다. 그의 죽음을 알고 읽기 시작하니 이야기가 더 아리고 먹먹하게 다가와 중간중간 감정을 추슬러야 했다.

 


그가 지켜야 할 세계는 무엇일까?

어릴 적 헤어졌던 장애를 지닌 동생인지,

좋은 교사가 되고자 마음먹고 들어선 학교인지,

학교에서 만난 동생과 비슷한 학생 시영인지.

그가 포기하지 않고 굳건히 지켜내고자 했던 세계가 무척이나 궁금하다.

 

 


"세상이 바뀌고 사람이 변하더라도,

누구에게나 지켜야 할 자신만의 세계가 있다."

 



정윤옥, 그를 두고 고집스럽고 다른 이를 불편하게 하는 사람이라 이가 있고, 단단하고 외로워 보이는 사람이라는 이도 있다.

내가 지켜본 그는 후자에 더 가까웠다. 옹골찬 사람으로 자신의 바람과 기대를 부정하는 현실의 시선과 잣대에 상처 입으면서도 의연하게 나아가는 이었다.

 


사범대에 진학하였으나 다른 길을 가고자 하는 동기들과는 달리 '교사'를 꿈꾼 정윤옥. 자신이 겪었던 교사와는 다른 교사가 되어 학생들과 함께 하고 싶어 한 그였기에 교직 생활이 순탄치 못했으리라.

80년대 군부독재 시절에 대학교를 거쳐 청운을 품고 중학교 국어교사가 되었을 그를 감히 헤아려보면 가슴이 지끈거린다.

 

 

윤옥이 어릴 때 아버지가 사고로 갑자기 돌아가시고, 이제 서른 초반의 어머니가 홀로 두 아이를 키우기 위해 독해져야만 했던 산동네 생활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을 대신해 장애를 가진 동생을 돌보느라 집에 매어버린 어린 딸이 눈에 밟혔으리라. 지호한테도 나으리라 생각했고, 그보다 윤옥이 살고 어머니가 살고자 힘들게 떠나보냈건만 마음의 묵직한 돌덩이가 되어버렸다.

 

윤옥이 시영 학생을 보면서 챙기고자 하는 애틋한 마음의 기저에는 눈물 그렁한 눈으로 헤어진, 떠나보내버린 동생 지호에 대한 죄책감과 슬픔이 깔려 있을 것이다.

그가 시영을 계속 자신의 그늘에 두려고 하는 행보가 고등학교 관리자에게 거슬리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 학부모들이 작성한 '수업 관찰 분석 보고서' 내용으로 보아 입시에 전념해야 할 고2 학생을 담당하고자 하는 게 탐탁지 않은 것이라 예상되어 씁쓸하였다.

 



국어 교사로서 지식의 전달과 이해를 위해 쉼 없이 수업 내용과 교수법을 고민하는 윤옥을,

가족 같은 존재였던 수림 엄마를 보내는 장례식장에서 부쩍 수척해지시고 멍든 얼굴에 다리까지 저는 어머니를 보고 충격받은 윤옥을,

목사에게 떠나보낸 동생 지호를 찾아가서 비참한 진실을 마주하고 부서져내린 대학생 윤옥을 만나는 내내 그가 지켜야 할 세계에 대해 생각이 깊어져만 간다.

 

그가 걸어온 굴곡 깊은 인생길에 남들은 어쩔 수 없다고 다독일지라도 그는 인정할 수 없는 건 무엇이었을지. 부러지더라도 날선 삶의 태도를 잃지 않았던 윤옥이 보낸 마지막 한 해가 얼마나 우여곡절이 많았을까 염려가 되면서도 그가 지닌 투지를 알기에 응원을 보내게 된다.

 


 

"어쩔 수 없는 일도 있는 거 같더라.

정말로 그런 걸까.

정말로 어쩔 수 없었던 걸까."

 

 


 

어쩔 수 없다.

이 문장으로 우리는 소중한 무언가를 놓치고 자책과 죄책감을 애써 외면하며 괜찮다고 앞만 보고 살아가는 게 아닌가 싶어 두려워졌다.

 

문경민 작가가 정윤옥을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지켜야 할 세계』는 과연 무엇일까. 본책으로 치열하게 촘촘하게 지켜봐야겠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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