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 더 독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5
황모과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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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 더 독/ 황모과 지음/ 현대문학/ 핀시리즈 005




명치를 정통으로 맞은 듯 강한 충격을 선사한 황모과 작가의 [언더 더 독]


유전자 편집이 상용화된 미래는 편집인과 비-편집인으로 철저히 구분되는 사회이다. 경제력으로 태어나는 순간 결정된 차이는 비-편집아들의 내일을 끝없이 없는 수렁으로 이끈다. 황모과 작가는 놀라운 상상력과 인간에 관한 성찰로 '삶의 존엄성'을 이야기한다. 



부모의 경제력으로 결정되는 능력이 곧 신분이 되는 사회에서 비-편집인 한정민이 죽을 이유를 아니 살아야 할 이유를 찾는 여정을 신랄하게 보여준다. 그 서사를 따라 아래로 아래로 가라앉다 보면 한정민으로 대변되는 수많은 비-편집인들이 겪는 비참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인간이 인간 이하로 살아가면서 내릴 수 있는 선택지가 얼마나 될까? 기회라 여겼던 선택들이 누군가에 의해 기획되고 예견된 결정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경악과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 



"선생님의 마지막 순간을 인류를 위해
쓰게 해주십시오."



소설 속에서 인공지능은 비-편집인과는 반대의 이유로 다운그레이드 된다. 인간을 능가하는 그들이 세상에 인간이라는 종을 불필요하다고 여겨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장치와 인공지능에 결핍을 설정하게 만들었다. 장치가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인간, 그 인간 부류에 속하지 못하는 한정민은 다운그레이드 된 장치들과 교류한다. 이 시간은 정민이 삶의 존엄을 깨우치게 되는 겸허한 경험이었다. 




인간과 기계는 양극단이 아니었다. 

두 개의 점이라고만 생각했던 사이에 

수많은 지점이 있었다. 인간들이 그러하듯. 

다른 종들이 그러하듯.




나는 인간인가,라는 질문조차 오만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비-편집인이라는 세상이 씌운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스스로 다운그레이드 한 그는 자신이 인간 이하가 아니라 기계 이하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이 또한 우열이 전제되어 있음을 알고 겸허해졌다. 




비-편집아 한정민은 스스로 사육장 철창 안으로 걸어들어가 죽음을 갈망할 정도로 다운그레이드 되고 나서 연구소에 자신을 일임한다. 그곳에서 더티 워크 작업을 수행하다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다.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을 것이라 여긴 그에게 세상은 바닥 아래 심연을 열어 보였다. 그렇게 그는 활짝 열린 어두운 아가리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다시 사육장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모과 작가는 마지막까지 이름이 없는 비-편집인들에게 '이름'을 부여하고 서로 관계 맺어가는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인간 한정민이 편집인, 비-편집인 원을 뛰어넘어 기억 속 가족(진짜 가족이든 환상 속 가족이든)으로 인지한 현실의 타인과 함께 일어서려는 결의를 보여준다. 비로소 삶다운 삶, 존엄한 삶을 향해 내딛는 힘겨운 발걸음이 또다시 세상의 개입으로 방해받지만, 또 다른 공간과 만남으로 살아가야 할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인간을 학습한 다운그레이드 당한 장치들이 인간다운 삶을 위해 멈춤을, 소멸을 선택했다. 편집인을 대변하는 노아는 이들의 고귀한 선택을 조롱하지만, 정민은 새로 만난 노인과 함께 꽃을 올리며 추모한다. 명령을 내리는 자와 명령을 수행하는 자인 듯했지만, 결국 노아도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역할일 뿐이다, 타협하고 조율하고 체념하면서 살아가는. 이 대목이 씁쓸하고 서글프고 아찔하게 다가왔다. 



디스토피아, 좌절과 포기로 점철된 삶의 마지막 순간 누군가에게 우회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잔인하게 짓밟혔지만 돌고 돌아 살아남았다. 소멸 대신 노파의 이야기를 듣고자 마음먹은 정민의 남은 시간이 궁금해진다. 









인간, 존엄, 삶, 죽음에 대해 질문하고 나름의 답안을 찾아가는 소설 [언더 더 독]이었다. 자신을 버렸던 한 인간이 다른 존재를 구원하고자 손을 내밀게 되고, 살아남은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오늘을 맞이하였다. SF 형태로 존엄한 삶과 인간성을 그려낸 [언더 더 독], 그 깊이 있는 통찰을 추앙한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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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랑
장다혜 지음, 바나 그림 / 북레시피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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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랑/ 장다혜 글/ 바나 그림/ 북레시피




2025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신작 드라마 

미스터리 멜로 사극 《탄금》 그림판 버전 『홍랑』


《탄금》의 서스펜스를 살짝 드러내고 세 남녀의 비극적인 엇갈린 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절절한 사랑 하지만 어긋난 운명으로 파사삭 무너져내리는 삶의 그림자를 화폭에 매혹적으로 담아낸 그림판이다. 






홍랑, 재이, 무진.

민상단의 단주 심열국의 아이들인 이들이 소설의 주인공들이다. 씨받이 소생인 외동딸 재이, 민상단의 실세인 민씨 부인의 아들로 실종되었다 십 년 만에 돌아온 홍랑 그리고 홍랑의 실종 후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들인 양자 무진이다. 

심열국이 짠 판에서 말로 소모될, 가엽고 아름다운 세 영혼은 처음부터 뒤틀린 운명을 손에 쥐고 있었다. 한 사람의 야욕이 불러온 비극은 야금야금 갉아먹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이글이글 타올라 모든 것들을 송두리째 집어삼키려 들었다. 하지만 그 참혹한 어둠 속에서도 피어나는 사랑은 큰 변수가 되었다. 





인물들 간의 연결고리가 제법 그려질 즘부터는 민상단을 둘러싼 세 남녀의 기구한 운명의 수레바퀴가 멈추는 날, 마주하게 되는 결말을 받아들일 수 있을는지 마음 졸이며 한 줄 한 줄 읽어나갔다. 어느 누구 한 명도 가슴 시리지 않은 이가 없으니, 지독히도 이지러진 운명이었다. 꼬일 대로 꼬여버린 운명은 풀 매듭마저 보이지 않아 마음이 답답한데, 바나 작가의 화려한 그림이 시선을 붙잡는다. 사계절 흘러가는 사이에 만나 엮이고 흔들리다가 길을 정하는 그 모든 선택과 감정들을 가느다란 선 따라 형상화된 인물들이 토해내고 있었다. 

민상단의 심열국과 민씨 부인 그리고 그들 주변 인물들이 세 주인공에게 벌이는 일과 세 주인공의 주변 인물들이 그들을 위해 진심을 다하는 모습이 대비되어 마음을 더 쓰라리게 한다. 주인공 외에도 인회, 을분 어멈, 귀곡자 등 생생한 캐릭터들이 극에 긴장과 활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어 눈에 띈다. 





《탄금》의 서스펜스 대신 큰 줄기가 된 세 남녀의 사랑 이야기는 탐욕과 타락, 거짓으로 점철된 어두운 현실에서 유일한 빛이었다. 처음으로 느끼는 강렬한 이끌림, 도저히 말이 안 되는 상황에서 일어나는 몸과 마음의 반응을 소설 『홍랑』은 설득력 있게 그려내고 있다. 


복수의 칼날을 드리워야 할 집안의 자식에게 흔들리는 심정을, 십 년 만에 돌아온 아우에게 끌리는 혼란스러운 마음을, 모든 것을 손에 쥘 그날만을 그리며 인내해왔건만 다 어긋나 부서져버린 감정을 절절히 담아내고 있다.




"내가, 널! 내가 널 …… 걱정하였다. 

죽었을까 봐. 다신 안 돌아올까 봐!"





"그렇게 왁자지껄, 복작복작……  

투덕거림이 끊이지 않는 집에 막내로 태어나게 해달라고 …… 

그리 빌었다."





일생에 한번 볼까 말까 한 꼬리별에 가난을 소원하는 재이와 누이의 소원을 꼭 이뤄달라고 비는 홍랑의 모습이 깊은 여운을 남겼다. 소설 『홍랑』은 상단과 왕실의 결탁으로 벌어진 추악한 비밀과 목숨을 내던진 복수보다 이 애절한 사랑에 마음이 쓰였다. 그래서 《탄금》이 궁금해졌다. 홍랑과 재이, 무진이의 남은 이야기가 말이다. 






붉은 동백꽃, 하백 꽂이 흐드러지게 핀 『홍랑』의 향기가 진하게 퍼지는 하루이다. 소설 《탄금》, 드라마를 접하기 전 『홍랑』부터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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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 제20회 마해송문학상 수상작 문지아이들 179
김지완 지음, 경혜원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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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김지완 지음/ 경혜원 그림/ 문학과지성사




<아일랜드>라는 제목에 호기심을 안고 읽기 시작했다. 근미래에 줄라이 국제공항을 배경으로, 공항 안내로봇유니온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은 SF 동화다. 






주인공 유니온은 열 살 남짓한 어린아이로 보이는 크기의 인공지능 안내 로봇으로, 줄라이 공항 내 편의시설을 안내하고 탑승구까지 동행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여행지로 떠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거치는 통로로 깊게 생각해 보지 않던 공간인 '공항'이 유니온에게는 전부였다. 공항을 벗어난 적이 없고 벗어날 생각조차 하지 않는 유니온에게 공항은 삶이 녹아있는 공간이자 삶 그 자체였다. 스쳐 지나가는 공간에 불과했던 '공항'을 색다르게 인식하게 만들어준 동화이다. 







유니온은 로봇이지만, 주변에 관심을 가지는 호기심 많다. 특히 탐지견 티미와 공항 미화원 안다오 사이의 끈끈한 유대감이 인상적이다. 프로그래밍된 역할에만 한정되지 않고 끊임없이 관찰하고 질문하고 사색하여 세상과 연결되려는 유니온의 자세에서 '사는' 게 아니라 '살아 있는' 존재의 의미를 배웠다. 





연한 분홍색을 띠고, 

꼭 커튼처럼 살랑살랑 나부끼는 형태야. 

신기하지 않니? 

네가 그런 따뜻한 영혼을 가진 존재라는 게.

- 안다오가 유니온에게 p.64




객관적인 사실을 저장하고 학습하는 유니온은 인간에 관해 호기심이 커질수록 이상한 경험을 한다. 안다오와 '영혼'에 대한 대화를 나눌 때 강렬한 진동을 느끼거나 경험하지 않은 무언가를 상상하려고 하면 머릿속이 새까매지고 반사 신경이 느려지는 듯했다. 




"살아있고 싶었어. 

살아 있는 것들 틈에서, 그 펄떡펄떡 뛰는 생명력 안에서 

내 인생을 느끼고 싶었어. 세상의 모든 인종을 다 만나고

싶었고, 그들에게서 무언가를 배우고 싶었어."

- 안다오가 고향을 떠나온 이유 p.64



"꼭 영원히 친해야만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아. 
아주 잠깐만 친했어도, 우리가 친했던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이 흘러가 버린다 해도, 
우리는 친구지? 그렇지?"
- 이민을 가게 된 초등학생이 친구에게 보내는 메시지



유니온은 공항 손님인 제인이 물어본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차크라마 섬에 관한 생각을 멈추지 않는다. 자신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제인과 차크라마 섬을 향한 탐구는 계속되었다. 그 깊고 따뜻한 여정이 유니온의 공항 일상에 녹아들었다. 유니온이 제인을 향해 보내는 수많은 메시지들이 공항 고객의 메시지가 되어 전 세계로 전달되었다. 마음과 마음이 연결되는 다정한 순간이었다. 제인은 모를지라도 유니온의 진심을 줄라이 공항을 이용하는 지구 곳곳의 사람들이 선택하여 공감해 주었다. 가슴이 찌르르 저렸다. 아프면서도 감격스러웠다. 




당신의 여행은 당신이 원하는 모양이길 바라요. -p.132





<아일랜드>는 시종일관 담담한 어조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만남, 우정, 이별 등 삶을 아우르는 다양한 사건들이 전개되는 데 담백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요동치는 감정은 독자의 몫이자 역할로 남는 듯하다. 아파도, 슬퍼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유니온 대신 힘껏 감정을 토해냈다. 


나는 그렇게나마 내 슬픔을 표현하고 싶었다. -p.109




그렇게 유니온의 이야기가 끝났다. 하지만 유니온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차크라마 섬, 그곳에서 티미를 비롯한 수백 명의 입주민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유니온은 '이해하기 어려운 질문,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그것들이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끌어 준다'는 것을 안다. 얼마나 용기 있고 지혜로운가. 


다정한 호기심을 품고 주변을 살피는 유니온의 이야기는 유한한 삶 속에서 우리가 나눌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일깨워 준다. 마음을 헤아리고 진심을 나누는, 이름을 불러주는 내 주변의 존재들이 새삼 그립고 고마워지는 시간이었다.




"믿을 수 있다면 차크라마로 떠나 주시겠습니까?"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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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크의 해학 - 인문학 그래픽 노블
폴 브리지.가에탕 브리지 지음, 이세진 옮김, 오느레 드 발자크 원작 / 학고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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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크의 해학/ 오노레 드 발자크 원저/ 폴&가에탕 브리지/ 학고재





웃음은 인간에게만 허락된 특권이잖소.

그냥 즐겨주시오! 내 사랑들이여,

편안한 몸으로 즐겁게 사용하시오!






『고리오 영감』으로 친숙한 오노레 드 발자크가 쓴 『해학 이야기 100』 중 4편의 이야기가 그래픽 노블로 각색되었다. 폴과 가에탕 브리지의 스케치로 재탄생한 『발자크의 해학』은 원작의 결말이나 전개가 달라진 부분이 적지 않다. 이를 염려에 두고 읽더라도 19세기에 쓰인 발자크 특유의 풍자가 21세기 현대인이 즐기기에 충분하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이는 존경하는 프랑수아 라블레에 대한 오마주로 시작한, 특별한 프로젝트였다. 30편까지 집필하고 중단된  『해학 이야기 100』  중 폴과 가에탕 브리지의 선택을 받은 작품은 <미녀 앵페리아>, <가벼운 죄>, <악마의 상속자>, <원수 부인> 4편이다. 







이야기 시작 전 발자크가 등장하여 호흡을 환기시킨다. 호탕한 발자크를 만나는 재미가 있다. 발자크를, 작품을, 19세기 프랑스 분위기를 짧으면서 강렬하게 드러내고 있다. 한 페이지의 힘이란 놀랍다.



'앵페리아'는 발자크 원작  『해학 이야기』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인물이다. <미녀 앵페리아>와 <결혼한 앵페리아> 두 편을 합쳐 각색된 <미녀 앵페리아>가 폴과 가에탕 브리지가 선보이는 첫 번째 이야기다. 


공의회 참석차 콘스탄츠에 온 수도사 필리프 드 말라는 앵페리아를 우연히 거리에서 마주친 후 홀린 듯 빠져든다. 수도사로서 마음을 다잡으려는 그는 세치의 혀로 현혹하는 자에게 이끌려 앵페리아와의 만남을 계속하게 되는데……. 



순진한 청년 필리프와 농염한 앵페리아의 극적인 대비와 함께 고위층 성직자들의 부끄러운 민낯의 대향연이 눈길을 끈다. 수도사 필리프의 순수한 사랑이 결실을 맺기까지의 해프닝은 다 그의 새파란 용기 덕분이었다. 인간의 호기심을 부추기는 악한 존재에게 퉁명하게 안녕을 고하는 그와 그의 부인에게 축복이 내리기를 기원한다. 소박한 미래에 관한 담소를 나누며 고향 투르로 떠나는 그들의 뒷모습이 아름다웠다. 이제와는 전혀 다른 운명을 향해 당당히 걸어나가고 있지 않은가.



<가벼운 죄>와 <원수 부인>은 남녀 간의 정에 관해 전혀 다르게 접근하고 있다. 열정적인 그들의 사랑 앞에 죄와 구원, 남편의 복수라는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거침없는 전개와 반전 그리고 사실적인 그림체가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가장 눈여겨본 작품은 <악마의 상속자>다. <미녀 앵페리아>에서 출연한 '우연'씨(악마)가 재출연하고 있다. 유산만을 바라고 아버지의 죽을 날만 학수고대하는 두 아들과는 다르게 외삼촌을 잘 보살피는 우직한 조카 시콩이 주인공이다. 

양치기 시콩은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는 사실에 마냥 좋은 순진한 사나이다. 하지만 '모생주(못된 원숭이)', '피유그뤼(도둑 두루미)라 불리는 코슈그뤼 형제는 아버지와 잘 어울리는 그를 제거할 끔찍한 계획마저 세우는데…….

인간의 탐욕과 악마의 유혹이 만나 펑펑 터졌다. 인간의 검은 속내가 악마의 속삭임으로 현실화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자신이 말한 대로 맞이한 결말, 당하는 자가 다를 뿐인 잔혹한 끝을 이끌어낸 악마 그리고 악마의 상속자였다. 




"사랑하는 양들아, 너희는 무슨 죄를, 무슨 회개를, 

무슨 속죄를 말하는 것이냐? 

보아라! 너희는 가련한 피조물에 불과하거늘! 

온종일 밭과 농장에서 죽어라 일하는 

가련하고 불쌍한 자들아, 어떠냐? 

너희는 보상을 받을 자격이 있지 않느냐? 

아, 그렇고말고! 너희는 그저 피땀 흘려 수고하려고 

이 땅에 태어났느냐? 하찮은지고!"








위선과 허세를 벗어던진 날것 그대로의 글과 그림으로 인간이 지니는 욕망의 본질에 접근하고자 한 작품집이었다. 놀라고 웃고 궁금해하면서 즐기는 사이에 마지막 장을 덮고 있었다. 자신의 욕구를 드러내는 데 주저함이 없던 발자크의 발칙한 프로젝트 『해학 이야기』 덕분에 탄생한 『발자크의 해학』이 발자크의 묻힌 작품 하지만, 그가 애정해 마지않은 작품에 숨을 불어넣었다. 폴과 가에탕 브리지의 손길이 더해져 감각적인 그래픽 노블로 찾아왔다. 






그들이 건네는 치료 약 『발자크의 해학』으로

지친 현대인들이 잠시나마 억압과 시선을 벗어나 익살의 광장에서 자유롭게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 옮긴이 이세진의 친절하고 상세한 작품 설명이 이해를 돕는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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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왜왜 동아리 창비아동문고 339
진형민 지음, 이윤희 그림 / 창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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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왜왜 동아리/ 진형민 장편소설/ 이윤희 그림/ 창비




<왜왜왜 동아리는 인류세에 살고 있는 우리 현대인 특히 어른의 생태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민망하고 부끄러우면서도 반갑고 고마운 책이다. 어린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어 변화를 향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삶의 터전인 지구에 관심을 기울여 선택하고 행동하는 그들의 발걸음과 목소리에서 희망이 싹튼다. 그리고 그 희망의 씨앗들은 공감을 타고 널리 펴져나간다. 닿는 그곳에 자신이 살아갈 내일을 챙기는 사람들이 웃음 지으며 의지를 담아 외치는 소리가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다. 어렵고 힘겨운 싸움을 응원하는 진형민 작가의 마음과 염원이 전해지는 <왜왜왜 동아리>이다. 




용해시 푸른초등학교에는 '왜왜왜 동아리'가 있다. 

왜? 왜? 왜? 궁금한 것을 끝까지 파헤칩니다!


5학년 록희가 아무것도 안 하고 혼자 놀려고 만든 동아리에 예기치 않은 부원 2명이 들어온다. 그리고 그들의 궁금증을 다 같이 파헤쳐 간다. 강아지 다정이의 실종이 산불과 가뭄으로, 누나의 머릿속이 석탄발전소로 확장되면서 '기후 위기'를 체감하게 된다. 그렇게 왜왜왜 동아리 부원들은 용해시 푸른 바다를 지키는 선봉장이 되었다. 




<왜왜왜 동아리>는 기후 위기로 벌어질 수 있는 재해들을 용해시를 배경으로 실감 나게 그려내고 있다. 재해로 인한 변화와 피해로 고통받는 어린이·청소년들의 심리와 행동 변화를 세심하게 묘사한다. 




요즘 기주는

낡아서 여기저기 구멍이 뚫린 옷을 입고 

사람들 앞에 서 있는 것 같았다. 

한쪽을 겨우 여며 놓으면 다른 쪽이 또 벌어져 

남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속살을 

자꾸만 들키는 것 같았다.




어른들은 끔찍한 재난으로 큰 변화를 겪은 아이들에게 '괜찮아' 다독이기만 하거나 자세히 알려주지 않고 그저 결정을 따르라고 할 뿐이다. 어쩌면 아이들은 재난보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냥 살기를 바라는' 어른들에게 더 상처받을지도 모르겠다. 



나한테 물어본 적 없잖아. 이사 가도 괜찮은지. 

나는 안 가고 싶다고. 내 생각은 그렇다고.




산불로 한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기주네 가족, 

석탄발전소 건설공사로 바닷가 생태계가 파괴되어 바닷가를 떠날 수밖에 없는 진모네 가족뿐 아니라

기온이 높아져 명태잡이를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 어부 집안,

겨울 기온이 높아져 죽지 않는 병충해 때문에 사과나무를 묻어야만 했던 과수원  할아버지 등등 

다양한 아픔들을 '왜왜왜 동아리' 부원들은 학교 전교생에게 알린다. 그리고 지금 가장 시급한 '석탄발전소 건설'을 막고자 서명을 받는다. 어린이들의 뜻을 모아 시청 문을 두드리는데…….








<왜왜왜 동아리>는 '기후 위기'라는 중요한 주제를 다루는 작품이다. 전 세계가 우려하고 변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문제지만, 일상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미미하다. 소설 속 석탄발전소 공사처럼 '환경'보다는 눈앞의 '경제 발전', '일자리'를 위한 정책과 사업이 펼쳐진다. 그리고 편리한 현대 생활에 익숙한 우리도 일상 속 실천이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점점 더워지는 지구를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진형민 작가는 앞장서는 실천가 록희, 진경, 석주 같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작은 도움을 주는 이들을 잊지 않는다. 결정적일 때 큰 도움이 아닐지라도 작은 관심과 친절도 보탬이 된다고 말한다. 

'미래를 지키는 금요일', '왜왜왜 동아리'처럼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활동도 이들의 활동에 귀 기울여주고 응원하는 작은 관심과 친절이 뒷받침되어야 힘을 얻는다. 관심이 지속되다 보면 왜왜왜 동아리 부원들처럼, 미래를 지키는 금요일 부원들처럼 이런저런 소동을 벌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역시나 어른들은 이것저것 따지는 게 많아서 

용감해지기가 어려웠다. 








<왜왜왜 동아리> 부원들 모두 개인적인 문제에서 시작했지만 사회·공동체 문제가 된 궁금증을 파헤쳐 가면서 성장해가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자기 생각을 말하기 시작하고, 뜻을 모아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하나씩 준비해나가는 우리 아이들의 유쾌한 선전포고가 벅찬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수찬이는 기주, 진모처럼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거나 록희처럼 관련되지 않았다. 하지만, 친구들과 활동하고, 동아리 부원들 가족들과 다 함께 부침개를 먹거나 아이들과 나란히 서서 밤바다를 바라보는 순간을 소중히 여긴다. 가족의 인정을 받기 위한 모임의 결과보다 함께 하는 순간이, 마음이 중요하다는 걸 아는 수찬이 대견했다. 


기주는 불타버린 산 밑 집이 그립고  할 수만 있다면 다시 돌아가고 싶다. 왜 하필 우리한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나 붙잡고 따지고 싶고, 불쑥불쑥 화가 치밀었다. 그런 기주가 왜왜왜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마음을 다잡아간다. 예전처럼 다 괜찮아지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차츰 받아들인다. 


'후회하지 않으려고' 왜왜왜 동아리에 가입한 진모는 록희와의 특별한 인연과 약속을 지키고 싶어 한다. 그리고 새로운 바람이 생겼다. 록희 옆에서 힘이 되어주는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는. 그래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고마워, 아빠."

"뭐가?"

"아빠가 틀렸다고 말할 수 있게 해 줘서."

"당연히 록희도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지."




대척점에 있는 록희와 아빠. 긴장과 갈등이 커질 거라 생각했는데, 지혜롭게 해결해나가고자 노력하는 록희 가족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부녀는 서로를 존중하며 소신대로 행동한다. 누구나 자기 인생을 사는 거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할머니가 중심을 잘 잡아주는 것 같다. 







<왜왜왜 동아리>는 기후 위기 시대에 자기 생각을 당당히 말하고 생각이 같은 이들과 연대하며 성장하는 이들의 발자국을 기록하고 있다. 록희와 진모, 수찬, 기주, 진경이 브레이크를 힘껏 밟고 있는 이 순간, <왜왜왜 동아리>를 읽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고민해 보자.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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