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살 할머니도 씩씩하게 살고 있습니다
오사키 히로코 지음, 최윤영 옮김 / 인디고(글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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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살 할머니도 씩씩하게 살고 있습니다/ 오사키 히로코/ 인디고

 

인생을 자신의 속도로 살아가는 이는 여유롭다. 여유롭고 느긋한 이가 내뿜는 에너지는 주변을 환하게 만들어 준다. 89살 할머니 오사키 히로코님이 그런 분이시다.


89살 할머니, 그를 대표하는 수식어이면서도 빛바랜 표현이다. 늙다, 젊다를 단순히 물리적인 시간의 흐름으로 표기하는 숫자인 나이로 판단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오사키 할머니는 젊다. 생명력이 넘치는 그의 일상과 사고방식은 나태한 일상과 귀찮음과 두려움으로 망설이는 계획이 넘쳐흐르는 나의 오늘을 되돌아보게 하였다. 나이 숫자가 적으나 오늘 하루의 나이는 부끄럽게도 내가 한참 늙다. 그래서 그가 내뿜는 온기에 몸을 데운다, 다시금 고개를 들고 앞을 바라보며 나아가고자. 삶의 지혜를 기꺼이 나눠주는 다정한 이웃 '오사키 히로코'를 만나 스쳐지나가는 삶의 찬란함을 놓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자세를 배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일상이 무너지고, 관계가 소원해지고, 건강을 위협받은 나는 포스트코로나를 준비하는 데 눈을 돌렸다. 하지만 급격한 변화의 시기라 힘에 겨운 게 사실이다. 그런데 오사키 할머니는 오히려 코로나19 팬데믹 그 혼란 속에서 답을 찾고자 하였다. 불필요하고 부담되는 관계를 정리하고 태극권을 배우면서 건강을 챙기며 마작을 하는 등 취미 생활도 즐기셨다. 그리고 트위터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였다. SNS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 나는 블로그 외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어쩌면 두려움일지도 모른다. 중독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각종 SNS 사용을 막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오사키 할머니는 특별한 이유로 트위터를 시작하여 타인들과 소통하고 있으니 신기하고 좋아보였다.

 


89살, 이혼하여 외동딸을 더 신경쓰고 보살피면서 키웠던 30대 시절을 회상하며 고난했던 지난날의 회한도 살짝 비쳤다. 하지만 곧바로 케세라세라 자세로 삶을 대범하게 유연하게 즐기는 본인의 모습을 보여주셨다. 이런 점이 지금의 오사키 히로코님을 존재하게 하지 않았을까. 외동딸이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도 붇잡지 않고 담담히 응원하였고, 취직 후 결혼까지 하여 영국에 정착한 후에는 컴퓨터를 배워 딸과 소통하였다. 딸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고 하실 때는 피식 웃음이 터지기도 했지만 부러웠다. 일본과 영국의 거리가 대한민국 지방과 수도권의 거리보다 체감상 가깝게 느껴져서 딸로서의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했다.

 

 


 

 

 

 

 

명랑하고 씩씩하게

- 많은 분들이 팔로우해주시고 좋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할머니가 대단한 걸 올리는 것도 아닌데

눈물이 날 정도로 기쁩니다 ♬

트위터는 지금 제 삶의 보람이기도 합니다. ♡!!

노망나지 않는 한 계속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2021.07.18)


느슨하지만 꾸준하게

나쁜 습관은 금방 몸에 배지만 좋은 습관은 노력하지 않으면 안 보입니다!

(2022.01.09)

무리하지 말고 즐겁게

소박한 생활이지만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삽니다.

되도록이면 핑계를 만들어서라도 매일 짧은 외출을 합니다.

집에 돌아오면 이 작은 공간이 더 아늑하게 느껴져 기분이 좋습니다.


느긋하고 자유롭게

작심삼일이 싫어서 시작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는데, 작심삼일도 좋습니다.

안 하는 것보다 나아요.

또 다른 걸 해보면 됩니다. 반복하다 보면 뭔가 발견합니다!

(2021.12.30)


가볍지만 단단하게

과거에 집착하지 마세요!

중요한 건 지금입니다.

지금을 소중히 보냅시다!

(2021.11.21)

 

 


 

 

 


자신의 힘으로 단단하게 삶을 다져온 그이기에 지금의 삶이 더 빛나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하지만 오사키 할머니는 자신의 오늘에 대한 감사를 주위로 돌린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그래서 더 애틋한 가족이라 감사하고, 평범한 일상을 올리는 트위터에 '좋아요!'를 눌러주는 팔로워들 덕분에 즐거워하고 감사를 전한다.

 


 



 


소소한 일상을 전하며 농축된 삶의 지혜를 전하는 이웃, 오사키 히로코님의 에세이

<89살 할머니도 잘 살고 있습니다>는 툇마루에 드리운 햇살처럼 우리에게 자연스레 스며든다. 그가 걸어온, 걸어가는 길이 전하는 단단한 힘이 즐기는 마음이 되어 우리를 달라지게 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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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한 문장부터 - 10대를 위한 글쓰기 기본기 창비만화도서관 9
이강룡 지음, 국민지 그림 / 창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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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글쓰기 선생님을 소개합니다. 우리 집에 찾아온 '고 선생님'의 글쓰기 비법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글쓰기는 한 문장부터/ 이강룡 글/ 국민지 그림/ 창비



 

 

 

"맞춤법에 자신감을 얻고,

올바른 표현을 골라서,

한 문장을 멋지게 써 보자!"

 

 

 <글쓰기는 한 문장부터> 

10대를 위한 글쓰기 기본기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은 이해하기 쉽고 실천하기도 쉬운 방법을 특별한 선생님이 전하고 있습니다. 바로 '고 선생'이죠.

 

마음씨 착한 서연이는 비 오는 날 길에 쓰러져 있던 고양이를 집으로 데리고 와 보살펴 주었는데, 정신을 차린 후 고양이가 말을 해서 깜짝 놀랐어요. 이 고양이는 신기하게도 고양이 말은 못 하는데, 인간의 말과 글쓰기는 능숙하답니다. 서연이네 집에서 함께 지내게 된 고양이는 잘못된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바로잡아주고, 글쓰기 비법을 알려줍니다. 일상에서 흔히 범하는 실수들을 바로잡아 올바른 표현으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문장으로 적는 글쓰기 여정을 떠나는 거죠.

 

글쓰기는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이자 중요한 소양입니다.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적확한 표현을 사용하여 문장으로 완성하는 능력은 쉽게 갖출 수는 없습니다. 우선,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잘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수많은 단어들 중 적확한 단어를 골라서 여러 한 문장 쓰기 공식 중 의미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것을 취해야 합니다. 모두 다 글쓰기 달인 고 선생이 알려준 글쓰기 기본기입니다.

 

 <글쓰기는 한 문장부터> 

이 책은 똑똑하고 귀여운 '고 선생'과 다른 매력을 뽐내는 서연·서윤이네를 등장시켜 현실적인 내용을 소재로 삼아 공감과 흥미 그리고 재미를 이끌어내는 것이 강점입니다.

 

 


 

 

십 대를 위한 책이기에 '글'보다는 '그림'으로 짧고 굵게 핵심 내용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십 대 독자들의 부담과 긴장을 크게 덜어줍니다.

이 책을 함께 읽은 중2 아들은 글이 아닌 만화 형식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고 피력했답니다. 글쓰기 기본기를 전하기에 앞서 책에 대한 거부감, 진입장벽을 낮춰 책을 읽기 시작하고 끝까지 읽을 수 있도록 해준 거죠.

 


 

글쓰기 비법을 단계별로 무리 없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맞춤법과 띄어쓰기 - 넓고 깊은 표현 - 한 문장 쓰기'

우리가 사용하는 표현들 중 헷갈리거나 틀린 경우를 친절하고 상세하게 설명해 주는 고 선생 덕분에 연습 문제를 푸는 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아이뿐 아니라 저도 잘 모르고 있던 부분을 깨우치게 되었답니다. 말로 할 때는 괜찮으나 글로 쓸 때는 안되는 경우나 예외적인 상황까지 상기시켜주는 세심함에 한자 한자 집중하게 되었어요.

 

저는 맞춤법보다는 띄어쓰기가 헷갈렸는데 고 선생 설명을 듣고는 무릎을 딱! 쳤네요. 조사는 붙이고, 홀로 쓰이진 못하고 앞에 꾸미는 말이 반드시 필요한 단어(의존 명사 - 것, 수, 뿐, 지, 만)는 띄어 써야 한다는군요.

 

 

 

아이는 '이에요'/'예요' 표현을 찬찬히 살펴봤어요. 받침이 있는 말 뒤에는 '이에요'를 붙이고 받침이 없는 말 뒤에는 '예요'를 붙이는 공식은 이해가 되는데, 예외들이 어렵다고 하더군요. "아니에요."/"얘가 민준예요."/"언제 만나요?" - "두 시에요."/"어디에 다녀왔어요?" - "충청도에요." 같이 공식을 벗어나는 경우들이 있어 어려워했습니다. 신경 써서 사용하다 보면 익숙해지겠죠.

 

"글쓰기란 어쩌면, '

ㅋㅋ'나 'ㅎㅎ'에 압축돼 있는

사람의 마음을 더 또렷한 표현으로 풀어헤치는

작업인지도 몰라."

 

 


 

 


예전에 본 방송에서 김영하 작가가 수업 듣는 학생들에게 '짜증 난다'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고 말씀하셨어요. 다채로운 감정을 뭉뚱그려 한 단어로만 표현하는 것을 안타까워하셨죠. 이 책에서도 넓고 깊으며 더 좋은 생각을 담는 다양한 표현의 세계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말이 곧 자신이다'라는 표현처럼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면밀히 살피고 이를 전달하기에 좋은 말을 사용하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나 다양한 단어들이 존재하는 한글을 모국어로 사용하는 우리가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싶어요. 이런 특권은 마땅히 누려야죠.

 

아이와 같이 연습문제를 푸는 시간이 기억에 남습니다. 표현을 달리해보면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의미 깊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네요. 글쓰기를 'ㅋㅋ'나 'ㅎㅎ'에 압축되어 있는 사람의 마음을 더 또렷한 표현으로 풀어헤치는 작업이라 말하던 고 선생의 모습이 생생합니다.

 

'ㅋㅋㅋㅋㅋ, ㄱㅅ, 이번 것은 ㅇㅈ' 이런 표현 대신

우리 아이가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전하는 힘을 갖춘 사람으로 자라나길 바라며 책을 읽어나갔습니다.

줄임말, 초성 표현으로 압축된 세상에서 생각과 감정의 표현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겠죠. '귀찮다'라는 이유로 표현하지 않고 드러내지 않은 생각과 감정은 점점 작아질까 봐 걱정됩니다. 구체적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이끄는 고 선생의 설명에 고개를 주억거리며 아이와 함께 글쓰기 비법을 깨우쳐 나가는 알찬 시간이었습니다.

 

 

"흥미를 유발하는 첫 문장

핵심을 드러내는 주제 문장

여운을 남기는 끝 문장"

- 한 문장 쓰기 실습

 

 

<3부. 한 문장을 멋지게 써 보자> 꼭지가 실전 편이었네요. 그만큼 아이가 어려워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한 문장 쓰기 공식과 실습으로 감각을 익혀나가는 게 보였어요. 수학과 과학을 좋아하는 이과형으로, 글쓰기 과제마다 단문으로 담백하게 서술하던 아이가 이런 연습을 통해 글쓰기에 눈을 떠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도전해 보았습니다. 한 번에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배운 내용을 적용해 보려 노력하는 모습이 보여 흐뭇하네요.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부터 차근차근하다 보면 서윤이처럼 생각이 깊어지고 글쓰기 실력도 성장하겠죠. 우리 모두 고 선생과 함께 글쓰기 달인에 도전해 봐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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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한 중국은 왜 성장하는가 - 부패의 역설이 완성한 중국의 도금 시대
위엔위엔 앙 지음, 양영빈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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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 위치한 작은 나라, 대한민국은 주변국의 영향을 받아왔다. 그중 '중국'은 고조선부터 대한민국에 이르기까지 한반도 정세에 크고 작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나라이다. 그리고 중국의 위세가 나날이 커지고 있는 지금, 흥미로운 책을 읽을 기회가 생겼다.

 

존스홉킨스대학교 정치학 교수로, 중국의 정치 경제와 글로벌 영향력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자 중 한 명인 위엔위엔 앙 저자의 <부패한 중국은 왜 성장하는가>이다.

 

 

 

이 책은 '부패의 역설이 완성한 중국의 도금 시대'라는 부제로 부패의 의미부터 중국의 반부패 운동 그리고 그로 인한 부패의 역설을 '미국의 도금 시대'와 비교하여 서술하고 있다.

총 7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번영과 부패의 역설을 조망하기 위해 다양한 자료와 방법들을 동원하려고 노력하는데 그 의미가 크다. 부록에서 엿볼 수 있듯이 다각적 접근은 기존 연구 경우 단편적 자료에서 도출된 일반화된 결론에서 보여준 한계나 오류를 극복하고 좀더 세분화하여 중국에 알맞은 분석과 전망을 이끌어내고자 하였다.

'부패'는 무조건 나쁘다, 척결해야 한다, 경제성장을 저해한다 등의 흑백논리가 아닌 '부패'와 '성장'의 관계를 각종 자료와 실례를 들어 성장을 이끄는 부패의 역설을 일반인도 알기 쉽게 풀어내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널리 쓰이는 부패지수인 부패인식지수가 아니라 저자가 세분화한 부패지수로 부패를 다각적 시선으로 분석해나간다. 이 지난한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부패와 공산당과 지방 정부의 통제 그리고 시장주의 경제 개혁을 중국의 정세, 역사, 문화에 비추어 이해할 수 있었다.

 


 

 

중국식 관료주의가 <이익 공유>구조를 허용하면서 중국의 부패는 좀 더 특수한 상황으로 이해된다. 국가 주도의 행정개혁과 맞물려 지역 정부 스스로 개혁 정책을 도입했다. 이는 특이하게도 중국 공무원의 보수가 세금과 세금이 아닌 수입에 모두 연결되었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낮은 공식적 급여를 다른 혜택으로 보상할 수 있도록 지방 정부가 용인해 주는 것이다. 또 특이하게도 중국의 관료들은 개인적인 금전적 이해가 경제 발전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당장의 갈취를 억제(지방 정부 주도의 개혁 정책)함으로써 장기적인 이익을 누릴 줄 안다고 한다.

 

 


 

 

수년간 많은 이들이 중국의 붕괴를 주장하였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미국 또한 부패와 관련된 위기를 반복해서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붕괴하지 않았는가에 대해 질문하는 이가 거의 없었다. 저자는 이점을 주목한다. 미국과 중국의 차이는 바로 회복력에 있을 것이다. 미국은 시민들이 선거로 정치인이나 정당을 바꿀 수 있지만, 중국은 행정과 경제를 분리할 수 없다. 따라서 거대한 실패는 전체 전제 정권마저 몰아낼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시진핑 주석의 반부패 운동은 큰 의미를 가진다. 시주석의 반부패 운동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부패의 진화 양상으로 교환을 동반하는 부패가 그중 합법과 불법 모두를 포함한 인허가료 관련 부패가 증가하고 있는 오늘날, 국가 주도의 강력한 경제 통제가 해법이 될 수 있는가 질문하고 있다.

 

 

부패와 경제 성장 그리고 중국 경제에 대한 깊은 통찰을 알기 쉽게 정리해 준 <부패한 중국은 왜 성장하는가> 덕분에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부패와 성장에 대해 유연하게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한겨레 하니포터6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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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망이세요?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03
부연정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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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냥 네 특기일 뿐이야, 이시온.

걔들이 네 인생의 방향을 정하게 두지 마.

네 인생은 네 거야.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면서 살 필요는 없어."

- 백준서가 이시온에게 

 

 

《소리를 삼킨 소년》으로 독자들에게 인상 깊게 다가온 부연정 작가의 신작 『피망이세요?』를 만났다.

 


피망이세요?/ 부연정 장편소설/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03


 


실물거래뿐만 아니라 재능기부 등 다양하고 기이한 거래로 핫한 중고거래 마켓 플랫폼인 당근마켓을 소설 속으로 가지고 들어와 물건에 깃든 원귀와 이를 소탕하러 온 저승사자를 자연스럽게 연결하였다. 재미있는 책을 써 청소년들이 결말이 궁금해 읽을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싶다는 작가의 당찬 포부가 청소년 추천 도서 『피망이세요?』를 탄생시켰다.

 

 

'평범'이 목표인 고등학교 1학년 이시온.

무당 할머니, 신부 큰아버지, 목사 작은아버지, 스님 막냇삼촌을 둔 집안의 평범한 맞벌이 부모님에서 태어난 시온이는 어릴 때부터 남들이 보지 못하는 세상을 보았다. 그로 인해 거짓말쟁이로 몰리고 왕따를 당하는 등 깊은 상처를 입은 후로는 '평범'하게 보이도록 노력하였다. 그래서 장래희망도 '공무원'이다. 가장 평범하니까. 그런데 저승세계의 9급 공무원 백준서를 만나면서 그 미래는 와장창 깨졌다.

 

전작에서는 세상과 소통하지 않는 소년이 우연히 살인사건의 목격자가 되면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성장소설이었다. 이번 역시 남과 다른 능력 때문에 고민하고 간절히 평범을 갈구하는 시온에게 원귀를 잡는 저승사자 준서가 나타나 같이 원귀를 잡게 되면서 성장하는 이야기다. 타인의 시선을 벗어나 '자기다움'을 잃지 않도록 퉁명스럽지만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네는, 고등학생 나이대의 얼굴을 한 백 살은 훌쩍 뛰어넘은 저승사자 준서를 만나 감추고 싶은 비밀이었던 단점을 다르게 보게 된다.

 

 

 

 

평범하다? 평범하지 않다? 프레임에 갇혀 자신을 감추다 보니 어느새 자신을 잃어버린 걸 깨달은 시온은 준서와 같이 원귀를 잡으면서 자신의 능력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이승이나 저승이나 퍽퍽한 공무원 세계가 준서 입을 통해 웃프게 펼쳐지니 시온은 이제 공무원 꿈은 안녕이다. 어차피 평범해 보이기 위해서 정한 진로이니 적성에도 맞지 않았다.

 

 

 

 

피망마켓에 올라온 거울, 운동화, 휴대폰 등 일상적인 물건들에 깃든 원귀들이 시온 주변 인물들에게 빙의되어 보여주는 행동들은 다 이유가 있었다. 사람이 죽으면 우선 저승으로 가야 한다. 미련, 한, 걱정 그리고 원망을 놓지 못해 이승에 남은 혼들은 원귀가 된다. 이마저도 잊고 이승에 머물다 보면 '악'만 남아 악귀가 된다.

이 소설에는 원귀뿐만 아니라 무시무시한 악귀도 나온다. 준서와 시온 둘이 함께이기에 원귀뿐만 아니라 게임처럼 조종하던 악귀 또한 소탕할 수 있지 않았을까?

 




 

평범하고자 노력하는 시온에게 자신의 인생 방향은 스스로 정하는 거라 알려준 준서이건만, 원귀에게는 무지막지하게 대해 원성이 자자하다. 원귀가 민원을 넣고 이로 인해 저승사자가 벌점을 받거나, 원귀가 칭찬을 하면 상을 받는다는 현실적인 설정이 재밌고 흥미롭다. 원귀를 처치해야 할 '것'으로만 대하던 준서가 원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위로해 주며 다독여주는 시온에게 조금씩 물들어가 성장하는 과정도 훈훈하다. 시온이처럼 원귀든 친구든 남의 고민을,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줄 수 있는 경청의 힘을 새삼 느꼈다.

 

 

 


 

'재미있는 책'을 써 청소년들이 게임보다 유튜브보다 이 책을 봤으면 한다는 작가의 높은 목표가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우리 집 십 대 청소년들에게는 목표 달성이기에 희망적이다.


 


 


친구가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청소년 시기에 시온과 가영의 진한 우정, 반 친구 정훈과 연아의 듬직한 신뢰를 편안하게 풀어낸 청소년 성장소설 『피망이세요?』가 전하는 짜릿한 재미와 힘이 솟는 감동이 널리 퍼지길 바란다. 적당히 나쁘고 적당히 착한 시온이가 한동안 잊히지 않을 것 같다. 나다움을 잃지 않으며, 단단하게 살아가는 이 세상 모든 시온이를 응원한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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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별 여왕 - 위험에 빠진 별
금관이야(박미애) 지음 / 고래책빵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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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험에 빠진 별 -

울림 있는 이야기로 우리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금관이야 작가의 새로운 책을 소개합니다.

 

 

달걀별 여왕/금관이야(박미애) 글/고래책빵


 


'달걀 여왕'이라는 제목에 걸맞은 노란색의 바탕에 두 눈을 감고 입을 다문 채 붉은 왕관을 쓴 여왕 그리고 그 뒤에 별이 그려진 표지가 인상적이네요.

 


 

'달걀 여왕' 책은 달걀별의 탄생과 폭발까지의 여정을 담고 있어요. 이 서사를 따라가는 길이 편치 않은 것은 이야기가 향하는 곳이 어디인지 우리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겠죠. 동화책 형식이지만 확실한 주제의식과 탄탄한 구성으로 다양한 연령대에게 다가가는 힘 있는 작품입니다.


 

우리는 <달걀별의 바이블>에 비추어 지구의 탄생과 인간 사회의 생성 과정을 톺아볼 수 있습니다. 달걀별은 새로운 생명 달걀족으로 인해 풍요로운 별이 되었으나, 자기 별을 아끼지 않는 이들로 전쟁이 끊이지 않는 별이 되고 말았습니다. 죽음에 이르는 순간까지 싸우는 비극이 펼쳐지지만, 결코 희망을 버려서는 안되겠죠. 여왕을 차지하기 위해 맹렬히 싸우던 여섯 부족의 대표들이 컴퓨터칩을 심은 '홍관'이라는 방법을 마련하여 전쟁을 멈춘 것처럼 말이죠.

 


'달걀 여왕'에서

홍관은 '공정한(의미) 합의(유래)를 거쳐 선택(역할)'하는 것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책에서 홍관의 선택 장면이 두 번 나오는데 그 선택의 기준을 찬찬히 살펴볼 여지가 있습니다. 왜 홍관은 푸미를 여왕으로 선택했을까요? 탈출 시 가지고 갈 수 있는 단 두 개의 알을 가장 크고 굵은 알로 안내했으나, 여왕 푸미가 가장 약해 마음 졸였던 알 2개를 선택했을 때 왜 잠잠했을까요?

 


 

 

 

홍관은 버그레이싱에서 선두였음에도 불구하고 충돌로 바닥에 떨어질 선수를 구한 푸미를 여왕으로 선택했어요. 여왕으로서 갖추어야 할 중요한 덕목을 지닌 푸미를 알아본 거겠죠. 만약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아이들과 이야기 나눠볼 수 있겠네요.

 


 


 

 

푸미는 여왕으로서 알들을 품지만 알들의 상태는 제각기 다릅니다. 푸미는 다 정성껏 돌보지만 특히나 약한 알들을 더 살뜰히 마음을 쓰지요. '약육강식'이나 일반적인 진화 과정을 고려하면 가장 굵은 알을 선택한 홍관이 옳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5차 대멸종으로 거대한 공룡들이 사라지고 작은 포유류들이 살아남아 오늘날의 지구에 이른 역사를 떠올려보면 남다른 푸미의 선택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궁금해집니다. 약하기에 마음이 가 선택된 알들이 달걀족의 희망이 되는 이야기, 왠지 가슴이 뭉클하고 먹먹하네요.

 


'달걀 여왕'

판타지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지만 골자는 우리별 지구에서 일어났고 일어나고 있고 어쩌면 일어날 일들입니다. 판타지스럽고 간략 단순하게 그려진 일련의 사건들이 빠르게 진행되어 집중하기 쉽지만 참혹한 결말이기에 씁쓸하고 두려워지기도 합니다. 설마 우리도? 우리의 현재가 변하지 않으면 닥칠 우리의 미래를 미리 엿보는 것 같아 콩닥거려요. 금관이야 작가의 노련한 문장이 단숨에 핵심을 꿰뚫어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답니다.

 


 

 

 

 

100페이지 남짓의 짧은 분량 안에 달걀별의 탄생과 죽음을 공감할 수 있게 담아낸 달걀별 여왕 이야기는 종족 간 갈등, 환경 파괴 그리고 책임지지 않고 누리려고만 하는 안일한 삶을 현실이 녹아든 판타지 세상으로 구현하였습니다. 권리만 부르짖고 영위하다 나쁜 결과마저 남 탓으로 돌리는 야알족의 민낯을 잘 보여주고 있어요. 생존을 위협받는 극지방의 구름곰과 야알족 부모에게서 태어나 버림받고 살아가는 떠돌이 아이들 - 짤짤이의 처참한 현실을 통해서 말이죠. 끝없는 욕심과 불만 그리고 분노는 결국 파멸로 우리를 인도할 뿐이라는 사실을 야알족이 잘 보여주고 있네요.

 


 


책을 읽기 전에는 표지 속 여왕의 표정이 궁금했는데, 다 읽고 나니 아마 무아 상태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책장을 다 덮자마자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집니다. 이 이야기의 시작은 비록 암울하나 그 안에서 지혜를 얻어 부디 우리의 별, 지구가 달걀별과 같은 결과를 맞이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권리만 부르짖는 야알족이 아니라 지구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함께 살아가려는 실천이, 자연을 아끼고 지키려는 실천이 오늘날의 우리에게 가장 필요하겠죠.



 

 


지금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들에 대해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달걀별 여왕의 다음 이야기를 상상해 보면서 여왕과 짤랑이의 다음 이야기가 우리를 찾아올 그날을 기다려 보는 것은 어떨까요? 온 가족이 함께 읽고 상상하고 이야기 나누고 실천하게 이끄는 '달걀 여왕'을 추천합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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