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러라, 공! - 각자의 방식으로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11
박하령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굴러라, 공!/ 박하령 저/ 자음과모음



 

 

만날 때마다 묵직한 한 방을 선사하는 박하령 작가님.

이번 청소년 소설 『굴러라, 공!』 역시 울림이 큰 책이다. 「나의 스파링 파트너」(자음과모음, 2020. 02. 06) 속 첫 번째 단편 <굴러라, 공!>에서 시작된 연작 소설이다. '나를 비추는 거울'의 한 조각이었던 이야기가 다양한 아이들의 입장으로 뻗어나간다.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는 각기 다른 생각과 태도를 통해 부대끼며 살아가는 타인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다. 이를 토대로 현실을 유연하게 바라보고, 자신의 사고를 확장시킬 수 있는 자세를 익힐 수 있다.

 

 

 

"홍모는 나쁜 짓을 했으므로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

 

사건은 '주홍모'라는 아이가 남자아이들 단체 톡방에서 반 여자아이들 외모 순위 투표를 한 데서 시작한다.

 

바르고 정의로운 성격의 하윤이는 이를 공론화하여 홍모에게 벌을 주고자 하는데 오히려 역풍을 맞는다. 그것도 여자아이들에게 말이다.

하지만 홍모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생각에 하윤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공을 굴렸다. 하지만 그 공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틀어버렸다. 과연 그 공은 어디를 향하게 될 것인가!

 

 


 

하윤이가 정의라고 생각하여 던진 공은 의도와는 다르게 굴러가게 된다. 공을 던진 당사자 하윤뿐 아니라 관련된 혹은 엮이게 된 이들의 입장과 고민들은 제각각이다. 이 시점이 바로 이 소설의 의의가 아닐까. 사실 속 드러나지 않은 진실을 살펴보게 되면서 왜 그렇게 생각하고 저렇게 행동했는지 가늠해 보면서 청소년 스스로 자신을 바라보고 깨닫게 될 것이다.

 

 


 

생김새부터 처한 상황, 입장 모두 다른 우리들은 자신이 배운 대로, 아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선택하고 행동한다. 이 책 속 다섯 명의 아이들 또한 자라온 환경에서 체득한 대로 행동하다 맞닥뜨린 현실 앞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번뇌하게 된다. 성장통을 겪는 것이다.

 

 

 

선의의 목적을 가지고 시도한 일이 도둑질을 부추기게 되거나(하윤)

헛헛함을 벗어나기 위해 불법 도박에 빠져들게 되거나(홍모)

세상은 평등하지 못하다고 믿으며 바라는 것 없이 포기하면서 살아가게 되거나(인섭)

연예인을 꿈꾸며 선한 이미지로 자신을 포장하여 남에게 인정받아야지만 비로소 존재한다고 느끼거나(지희)

자기 확신이 강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으면 주눅이 들어 그 사람에게 선택권을 넘겨버리게 되는(시연)

아이들의 입장을 담아내고 있다.

 

다른 누구보다 <다윗과 골리앗이 함께 사는 법> 낮은 포복으로 각자도생 : 정인섭 편이 기억에 남고 가슴 아팠다.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 엄마 때문에 세상 바라는 것 하나없이 포기하고 살아가게 되는 아이의 이야기는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더 아프게 하고 싶지 않고 더 크게 번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을까? 굳이 인섭이 모가 그렇게 한 행동한 이유를 좋게좋게 생각하고자 하지만, 그로 인해 무너져 버린 인섭이 세상이 불쌍하고 미안했다. 그냥 억울한 마음을 알아주고 위로해줬더라면, 자기 편을 들어주는 이가 한 명이라도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하윤과 홍모, 인섭, 지희, 시연은 각자의 방식으로 공을 굴리고 의도하지 않은 곳으로 향하는 공을 응시하며 벗어나고자, 해결하고자 고민한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터널 속을 헤매는 듯한 막막한 현실 속에서 자기의 생각과 행동을 되돌아보면서 뉘우치기도 하고 자책하기도 하고 답을 찾아 헤매기도 한다. 청소년의 널뛰는 감정을 생동감 있게 그려내어 바로 앞에서 듣는 진짜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이 막막한 동질감이 아이들에게는 자신이 처한 일처럼 부딪쳐 고민하고 아파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주리라 믿는다.

 

'같은 옷 다른 느낌'이라는 박하령 작가님의 말처럼 하나의 사건과 개인의 작용·반작용은 천차만별이었다. 또 책 속 방황하는 십 대 청소년들의 고민과 성장이 좀 더 크고 뼈아프게 다가오는 것은 우리 어른들이 보여준 어른답지 못한 모습 때문이었다. 자신을 바로 보고자, 바로 세우고자 분투하는 성장통은 아이들에 국한되는 일이 아니었다.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내내 굴러가는 공을 주시하며 건강하고 바른 방향으로 향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이유를 『굴러라, 공!』 다섯 아이가 격렬하게 외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