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밝은 검정으로 - 타투로 새긴 삶의 빛과 그림자
류한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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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타투'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 어린 시절에는 '타투'보다는 '문신'으로 불량한 이들이 하는 일탈 행위라고 생각했었다. 주변에서 타투를 한 이들을 접하지 않기에 특별한 감정은 생기지 않았다.

그러다가 구병모 작가님의 심장에 수놓은 이야기를 접하면서 문화권에 따라 달라지는 '타투'에 관한 인식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다.

 



가장 밝은 검정으로/ 류한경 사진집/ 한겨레출판



 

이번 하니포터6기 서평도서 중 하나로 《가장 밝은 검정으로》을 수령하였다. 류한경 작가의 사진집으로 10명 인터뷰이의 사진과 글이 실려있다. 그들이 생각하는 '타투'의 의미와 삶을 담백 담담하면서도 따스한 응원의 시선으로 담아내고 있다.

 

다양한 직업군에 속한 이들의 몸에 새겨진 타투.

비슷한 듯하면서도 다르고, 다른 듯하면서도 비슷하다. 삶과 죽음, 의미를 새기고 의미를 지우고, 예뻐 보여서 혹은 슬프고 고통스러워서, 새겨야 해서 혹은 그냥 새겼다는 이들의 글을 읽으면서 '타투'에게 힘과 의미와 생명력을 주는 건 결국 우리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무서워하거나 두려워할 필요가 없겠다. 과도한 타투는 부담스럽지만, 사진집에서 들려주는 대부분 타투는 그 스토리만큼 매력적이었다. 몸에 본인 스스로 새긴 귀엽고 사랑스러운 메시지가 자신을 자신답게 존재할 수 있게 한다는, 자신을 처음으로 돌아가게 한다는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된다.

 



배우 유이든 - 나답게 존재할 수 있는 울타리에서


 

 

타투의 매력이자 장애, 거리낌은 '영원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번 새기면 지울 수 없다는 전제가(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타투를 지금의 위치에 머무르게 하지 않았을까. 타투이스트 박카로의 <예쁜 죄를 새기는 의식>이라는 말이 그런 맥락에서 연결되었다.

 

 

"인간이 스스로 자기 몸에 상해를 입히려면 각오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뭔가를 절대 잊지 않으려는 각오, 타투를 새기려는 열망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봐달라는 간절함과 맞닿아 있다."

타투이스트 박카로 p.230

 

 

그는 타투를 각오가 필요한 일이면서도 성형을 하거나 살을 빼거나 옷 스타일을 바꾸는 행위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아주 자연스러운 인간의 일면으로, 좋아하는 이미지로 몸을 멋지게 꾸미면 치유가 될 수 있단다. 실제 그의 몸은 도화지처럼 다양한 타투가 새겨져 있다. 그의 말에 따른다면 얼마나 많은 각오가 필요했으며, 얼마나 자유로워졌으며, 얼마나 기뻤을까.

그런 그도 타투이스트로서 마음의 부담이 크다.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과 잣대로 인해 죄를 짓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는 그의 고백은 타투 시술에 대한 사회의 변화를 바라는 간절한 호소로 다가왔다.

 


타투에 대한 여러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신선한 경험이었다. 자신을 드러내고자, 기억하고자 새기는 행위라 생각했는데 좀 더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시인 김선오 - 의미가 없기에 가뿐한


 

 

몸과의 불화로 힘겨워했던 시인 김선오는 오히려 타투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 의미가 없기에 가뿐한 타투는 불가피하게 변하는 '의미에서 탈출하기 위한 수단'에 가깝다고 한다.

 


꽤 오랜 시간을 혼자였던 시인 계미현은 살기 위해 혼자서 살아가는 연습을 했다.

 

 

"그건 사랑하기를 바라지 않고, 사랑받기를 바라지 않는 연습이었다.

바라려고 하면 나를 죽이고, 그렇게 다시 태어나면,

새롭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을 수 있었다."

시인 계미현 p.149

 

 

그는 갑자기 꿀벌처럼 강하고 아름다운 동물이 되고 싶다는 열망에 바라는 연습을 시작했다. 그에게 타투는 바라는 연습의 일환인 것 같다고 한다. 벌 타투가 몸에 새겨져 있으니 든든하다는 그의 말에 빙긋 미소 짓게 된다.

 

 


사진가 황예지는 대체로 괴로울 때 타투를 새겼다. 통증으로 내 몸에 노크하듯 타투를 해 온 그는 '깨어있음, 살아있음'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몸에 대해 양가적인 감정을 느낀다. 몸에 갇혀 있는 게 싫으면서도 또 어떤 지점에서는 몸에 종종 감탄한다. 이런 몸에 대한 감정을 이겨낼 수단으로 타투가 좋다고 말하면서도 타투의 영원함에 진 기분을 토로하기도 한다.

 

 


상담심리사 임부영은 상담사가 되면서 타투한 걸 가끔 후회한다는 마음을 내비친다. 어느 날 타투가 사라진다면 후련할 것 같다면서도 후회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강하다고 말한다. 과거의 나, 사회의 시선에 순응하지 않고 억압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나를 이해하고자 하는 듯하다.

 

 

작가 홍승은 - 나를 돌보는 불꽃



 

그 외에도 타투와 타투에 관한 생각으로 자신의 삶과 그림자를 가감 없이 진솔하게 풀어내는 이들의 글을 만날 수 있다. 자신의 몸에 타투를 새기는 행위는 그들에게 고유한 자신을 받아들이는 일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의지와 권리를 표현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타투로 자신을 되찾고 살아있음을 명확하게 느꼈다.


한겨레 하니포터6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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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가 눈뜰 때 소설Y
이윤하 지음, 송경아 옮김 / 창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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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가눈뜰때 #소설Y #소설Y클럽 #대본집08

 

세계가 먼저 주목한 K-스토리가 온다!

화려한 수식어에 걸맞은 방대한 세계관과 친숙하면서도 매혹적인 한국 설화 속 캐릭터들로 꾸려진 이야기를 소설Y클럽 대본집 형식으로 미리 만나보았다. 'SF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휴고상에 3년 연속 노미네이트된 저력을 선보인 이윤하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인 '호랑이가 눈뜰 때'다.


 

 

호랑이가 눈뜰 때/ 이윤하/ 창비/ 소설Y클럽 대본집 08



 


호랑이령 세빈, 꿈꾸던 미래에 입성하다!

 

이야기는 '천 개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천 개의 세계' 동맹국으로 구성된 우주군과 대치하는 적들(불사조 제국, 태양 부족 등등)의 첨예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호랑이가 눈뜰 때'는 호랑이령 주황 부족의 '세빈'은 추앙하는 삼촌 '환' 선장처럼 전함 선장이 되고자 우주군 생도로 입대하나, 환 삼촌에 관한 진실을 마주하고 본인 스스로 판단·선택하여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동료들과 힘을 합쳐 나아가는 성장 소설이다.

호랑이뿐 아니라 용과 이무기, 천인, 고블린, 구미호 등 다양한 종족들이 등장하여 제각각 특별한 능력을 활용하여 위기 상황을 대처해나가는, 긴박감 넘치는 모험 이야기이다.

 


 

 

 

 


가족의 품에서 벗어나 홀로서기

 


세빈은 철저히 고립되고 분리된 사유지에서 모호한 적에 대비하여 긴장을 늦추지 않은 채 고도의 훈련을 받아왔다. 비록 13살의 나이지만, 우람하고 용감한 호랑이로서 늠름한 자태를 뽐낸다.

세빈이 우주군 생도 입대 허가서를 받은 날, 주황 부족은 환이 반역죄로 기소되어 수배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세빈은 환 삼촌을 나침반으로 삼아 미래를 그려왔기에 혼란스러운 마음을 지닌 채 입대한다. 복무 첫날부터 예상치 못한 험난한 역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입대 선서도, 오리엔테이션도, 훈련 코스도 하지 못한 채 해태호에 승선한 세빈은 충격적인 진실을 목도하게 된다.

 

호랑이령 주황 부족은 부족을 중요시한다. 세빈은 호랑이령으로서 자부심이 강하고 명예를 중히 여긴다. 엄격하고 용맹한 부족에 대한 긍지가 큰 만큼 세빈이 겪어야 할 성장통은 혹독하고 가혹할 것이다. 선택의 순간에서 세빈은 어떤 조건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신념과 명예, 가치에 맞는 방향을 고를 수 있을 것인지 사건이 진행되는 숨 막히는 긴장 속에서 독자인 우리도 진실을 쫓게 되고, 정의롭고 용기 있는 세빈을 응원하게 된다.

 

 

외부와 차단된 채 부족이 허용하는 훈련과 교육으로 성장한 세빈은 해태호에서 벌어진 반란을 겪으면서 호랑이령 주황 부족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이 흔들리고 스스로 깨치게 된다.

강요된 복종이 아니라 자유로이 선택한 충성을.

 

 


한국 신화와 SF 결합으로 탄생한 K-판타지

 

전작 '드래곤 펄' 주인공 '김민'이 특별 조사관 '이'의 조수로 나오기에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상황상 세빈과 얽힐 수밖에 없는 민. 13살이었던 지난 이야기에서보다 성숙해진 민과 여전히 함께인 오빠 준의 모습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부족원이자 가족인 환 삼촌의 배신으로 자신의 부족을 선뜻 드러내지 못하는 호랑이령 '세빈'이 자신의 정체성을 숨겨야만 하는 여우령 구미호 '민'을 이해하게 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동료애가 생기기도 전에 큰일을 겪게 되었지만, 정의를 위해 서로를 믿고 의지하면서 무시무시한 적과 대결해나가는 세빈과 지, 유나 생도와 용병 로쿠로의 투지에 감탄하였다.

 

 

인간과 초자연적 존재들이 공존하는 '천 개의 세계'

'호랑이가 눈뜰 때'는 SF 소설 포맷에 한국 정서를 덧입혀 판타지를 그리면서 현란한 액션까지 곁들어진 종합선물 세트이다.

어린 시절에 읽었던 전래동화 속 구미호, 호랑이, 용, 이무기 그리고 무당과 삽살개까지 친근한 구성원들이 색다른 공간과 시간 속에서 갈등과 혼란을 빚어내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예상치 못한 해결책으로 반전을 선사한다. 전기가 통한 듯 찌릿했다. 세빈의 두뇌회전, 행동력, 용기에 반할 수밖에 없다.

 

소설 전반부에 등장하는 음흉한 호랑이의 전설이 복선처럼 깔리는 이야기 흐름 속에서 세빈은 서쪽의 백호에게 한 맹세를 깨고,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 이제 세빈의 고향은 우주군이다. 그이의 앞날에 어떤 모험이,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지 무척 기대된다.

 

맹세를 깬 대가를 기꺼이 치러라.

 


 

디즈니+ 시리즈 영상화 확정

디즈니+ 시리즈 영상화가 확정되었다고 한다.

대본집을 읽으면서 계속 이미지화되었던 장면들이 실제로 구현된다고 하니 설렌다. 호랑이령, 여우령의 본모습과 고뇌를 얼마나 잘 담아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호랑이에서 인간으로, 인간에서 호랑이로 종횡무진 변신하며 적들과 싸우던 환과 세빈의 모습이 영상화된다니, 가슴이 벅차오른다.

'호랑이가 눈뜰 때'  - 한국 신화 속 존재들이 생명을 얻어 아름다운 우주를 지키기 위해 각자의 복무를 훌륭히 해내는 모습을 세계가 지켜본다고 생각하니 흐뭇하다.

 

 

소설Y클럽 7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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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짭짤 코파츄 1 달콤 짭짤 코파츄 1
다영 지음, 밤코 그림 / 창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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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100만의 메가 크리에이터가 온다!"

 

 

캐릭터들이 매력 넘치는 《코파츄》 과학동화 시리즈 첫 번째 이야기 『바람마을의 생태계를 지켜라』를 가제본으로 후다닥 만나보았다.

 

 

 

 

달콤 짭짤 코파츄/ 다영 글/ 밤코 그림/ 창비





저자는 현직 초등교사이자 EBS 교재 집필진인 다영 작가다. 최신 과학 교과 과정이 잘 반영되어 교과 연계가 풍부하다는 강점을 가진다. 그리고 밤코 작가의 귀여운 그림체가 상상력과 재미를 배가시켜준다.

 

 

달콤 짭짤 코파츄는 '코파츄의 달콤 짭짤한 과학' 채널을 운영하는 과학 크리에이터 코파츄와 버니가 바람마을의 별별 사건을 과학지식을 활용하여 해결하는 이야기다. 코파츄는 사건 취재를 담당하고 버니는 방송 PD를 맡고 있다. 평상시에는 노란 체육복을 입은 꾀죄죄하지만, 카메라 앞에서만큼은 최고의 멋쟁이로 변신하는 코파츄의 설정이 유쾌하다.

 

 

'파츄'라는 이름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코를 이용한 능력이 대단하다. 이야기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기상천외한 코파츄의 능력에 웃음이 빵빵 터진다. 등장하는 동물들은 이름만 들어도 어떤 동물인지 감이 딱! 온다.

 

 

 

 

나비, 잠자리부터 상어까지 상상을 초월하는 다양한 종들이 함께 하는 왁자지껄 유쾌 통쾌한 이야기로 웃음과 재미를 책임진다. 게다가 빌런의 등장으로 위험에 처하는 바람마을이 그려지면서 긴장감을 선사하기도 한다. 다채로운 사건들은 어린이 독자들을 '과학'의 양탄자를 타고 떠나는 모험의 세계로 인도한다.

 

 

천재 PD 버니는 완벽하고 확실한 일 처리로 어린이 독자에게 알찬 볼거리와 알거리를 선물하는, 멋진 친구다.

 

 

 

 

 

 

『1. 바람마을의 생태계를 지켜라』는 총 3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었다.

 

시리즈 시작을 화려하게 알리는 첫 번째 이야기는 「알의 사라진 부모를 찾아라!」 다.

물놀이를 간 코파츄와 버니가 바람해수욕장 모래사장에 파묻힌 정체불명의 알을 보고는 부모를 찾는 영상을 제작한다. 해변 지킴이 갈끼룩의 증언을 바탕으로 과학적으로 알의 부모를 추리해나간다.

 

 


 

 

두 번째 이야기는 「바람마을의 주민 대표는 누구?」다.

바람마을에서는 매년 마을 주민 대표 선발 대회를 개최한다. 관람석에는 촬영을 하는 버니와 구경 중인 코파츄가 보인다. 과연 이 신나고 뜻깊은 자리에서는 어떤 사건이 벌어질지, 무슨 과학 지식을 알 수 있을지 궁금증이 빵빵 샘솟는다.

 

 

 

 

 

 

세 번째 이야기는 「까시레나와 코파츄 구출 대작전」이다.

이 이야기는 정체불명의 어두운 그림자가 등장하여 바람마을을 사막으로 만들어버리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버니는 점점 재기 넘치는 활약을 보여준다. 이번에도 버니가 없었다면 어쨌을까? 싶을 정도로 멋진 과학 지식으로 위험에 처한 코파츄와 바람마을을 구한다. 셜록 홈스의 동료 왓슨처럼 코파츄의 듬직한 동료이다.

 

 

 

 

 

 

스토리텔링이 탁월한 과학 동화로 과학 지식과 더불어 살아가는데 필요한 소중한 가치를 어린이 독자에게 자연스럽게 전하고 있다. 공존하는 자연과 어린 생명을 가엽게 여기는 마음, 마을 주민 대표로서 갖춰야 할 자세와 타인의 상처를 따스하게 감싸 안아줄 수 있는 포용력 등 머리로 배우고 가슴으로 느끼는 과학 동화 달콤 짭짤 코파츄, 다음 이야기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과학 동화 《달콤 짭짤 코파츄》

1. 이름 등 사용되는 단어들이 특색 있고 개성 넘치다.

2. 잘 정리된 짧은 이야기로 집중력과 몰입감을 키운다.

3. 교과 연계 과학 지식을 효과적으로 정리하여 전달한다.

4. 코파츄의 과장된 설정과 버니의 수줍은 야무짐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5. 웃기고 재밌다.

 

 

 

마법사 스컹크, 그의 정체가 밝혀지나?

무섭지만 괜찮다. 멋진 코파츄와 용감한 버니가 우리 편이니까.

사건을 해결해 주세요. 코파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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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티 워크 - 비윤리적이고 불결한 노동은 누구에게 어떻게 전가되는가
이얼 프레스 지음, 오윤성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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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윤리적이고 불결한 노동은 누구에게 전가되는가

 

더티 워크/ 이얼 프레스/ 한겨레출판



 

르포르타주 작가 이얼 프레스는 '더티 워크'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세 번째 저서 <더티 워크>를 통해 우리에게 제기한다.

 

분명 불편하고 부끄러운 시간이 될 여정이 시작되기 전 나는 '더티 워크'의 구체적인 뜻을 이해하고자 하였다.

1. 다른 인간에게 또는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과 환경에 상당한 피해를 입히는 노동으로, 이따금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2. '선량한 사람들', 즉 점잖은 사회 구성원이 보기에 더럽고 비윤리적인 노동이다.

3. 그 일을 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다른 사람들에게 낮게 평가되거나 낙인찍혔다고 느끼게 함으로써, 아니면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을 스스로 위배했다고 느끼게 함으로써 상처를 주는 노동이다.

4. '선량한 사람들'의 암묵적 동의에 기반한 노동으로, 그들은 사회질서 유지에 그 일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명시적으로는 그 일에 동의하지 않음으로써 만약의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

 


이 의미를 읽는 것만으로도 먹먹하고 답답한데 어느새 나는 암묵적으로 위임한 사람이라는 전제하에 책은 감춰진 진실을 드러내고 있었다.

오늘날 미국 사회에서 수행되는 더티 워크는 무엇인지? 그중 사회가 무의식적으로 위임한 일은 얼마나 되는지? 얼마나 많은 '선량한 사람들'이 더티 워커들을 모른 척하는지? 어떤 사람들에게 더티 워크를 맡길 때 모르는 척하기가 수월한지?

이얼 프레스 작가는 우리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더티 워크를 현장의 고통스러운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 전하고 있다. 그들의 고통과 상처를 전달하면서 우리 사회의 도덕성을 관통하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며 시선과 행동의 변화를 촉구한다.

 



 


 

미국 사회의 더티 워크 중

이얼 프레스 작가는 교도소 담장 안에서, 드론 화면 너머, 도살장에서 벌어지는 더티 워크와 현대 사회의 뒤편에서 벌어지고 있는 더티 워크에 관한 몇 가지 사례 연구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전환 치료 병동 의료진 해리엇과의 인터뷰를 통해 교도관들의 학대와 폭력을 살펴볼 수 있었다. 정신보건 제제라는 사회통제 안에서 치료받지 못한 채 형사처벌 체제라는 사회통제 속으로 밀어 넣어져 감금되고 학대당하는 정신질환자의 수가 계속 증가하였다. 중증 정신질환자를 가장 많이 수용한 시설이 병원이 아니라 구치소 또는 교도소라는 2014년 조사 결과는 실로 끔찍했다.

적은 예산과 인력 부족 그리고 넘쳐나는 재소자를 관리하기 위해 교도관들은 폭력적인 방법을 취했다. 이는 재소자의 인간성뿐만 아니라 교도관의 인간성까지 필연적으로 말살시킨다.

시골의 외곽에 사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는 사람들이 교도관이 된다. 그는 재소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가해자가 된다. 그리고 이를 발견한 의료진조차 협박과 두려움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선택지와 기회가 적은 교도관과 의료진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는 게 맞는가? 비난을 받아야 할 진정한 세력이 사회가 일임한 역할을 수행하는 힘없는 더티 워커인지, 윗사람인지, 선량한 사람인지, 누구인지 잘 살펴봐야 한다.

 

 


 

드론 전투원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쟁으로 끔찍한 피해를 입은 미국은 드론 전쟁으로 아군이 피를 흘릴 위험이 없어져서 '선량한 사람들'은 표적 살인이라는 더러운 사업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군인에 대한 존경심이 강한 미국 사회에서 드론 전투원은 존경받지 못한다. 드론 전투원 크리스와 헤더의 경험과 고충을 공유하면서 더티 워크를 면밀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미국 군대는 전원 자원병 체제로 전환되었다. 헤더는 자원입대하였지만 그 외에는 뾰족한 다른 선택지가 없는 취약 계층이었다.

 

 

대농장식 자본주의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정육 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 대부분은 이주민이었다. 자신들의 권리를 수호하지 못할 거라 여겨지는 사람, 다른 선택지가 거의 없는 사람, 사회의 눈에 자신이 보이지 않는다고 느끼는 사람 말이다.

현대사회의 뒤편에 숨겨진 시추선 작업이나 실리콘 밸리의 더티 워크까지 저자는 묻고 듣고 살피고 있다. 그의 지치지 않는 끈기 있는 취재와 보도는 글에 힘을 싣는다.

 

실리콘 밸리의 더티 워크는 앞에서 살펴본 더티 워크와는 차이점이 있었다. 저자는 더티 워커의 사회적 위치로 이를 설명했다. 가난하고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다른 선택지가 없는 힘없는 사람에게 배정되는 더티 워크. 힘 있고 잘 사는 계층이 비윤리적이고 불결한 노동을 다른 누군가에게 떠넘기고 모르는 척하는 사이 그 불평등의 결과는 고스란히 더티 워커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도덕적 외상, 낙인, 트라우마, 수치 등 이런 도덕적 부담을 언제까지 모른 척할 건지 <더티 워크>는 묻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이기에 우리의 목소리가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작가의 뼈있는 통찰과 시선에 통감한다.

 

 


 

나치로 시작된 충격이 콩고 광산의 노동 현실로 마무리되는 마지막까지 미국의 더티 워크에 한정되는 메시지가 아니었다. 이제부터는 몰랐다는 외면과 무관심이 아닌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가 수동적 민주주의자이자 선량한 사람들의 자리에서 내려오기를 촉구하고 있다.

 

한겨레 하니포터6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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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 가면 마트에 가면 새소설 12
김종연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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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소설 <마트에 가면 마트에 가면>

지진으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이재민들이 모여있는 임시 숙소 이마트를 배경으로 '지금-여기'를 비추고 있다.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이재민들은 절망적인 상황에서 오히려 낙관을 꿈꾸고 키운다. 그들 중 성결과 재희, 덕규, 세 사람의 관계가 골자를 이룬다. 마트 화장실에 버려진 아이 '겨울'이가 구심체가 되어 세 사람이 연결된다. 태어난 지 오 개월 정도 되는 아이, 투정 없이 잘 웃는 아이, 그 아이가 이 겨울이 지나면 찾아올 봄처럼 희망을, 웃음을 이재민들에게 전염시킨다. 절실하고 간절한 이재민들에게 비추는 햇살 같다. 돌보는 책임은 버거워 선뜻 나서지 못하더라도 무탈히 커가는 아이의 존재는 분명 상실로 점철된 터널 끝에서 반짝이는 찬란한 빛, 희망이 되어주었다.

 

"난 난 난난난난 난난나 라라라라 랄라라 랄랄랄랄 랄라라 난나난나 난나 난나나

해피해피 해피월드 나나 나나 나나나 나난난나 ……

해피해피 맑은 날 우리 가족 손잡고 함께 가요 이마트 행복해요

이마트 해피해피해피 이마트 이마트!"

 


 

 

소설은 주인공 성결의 과거와 현재를 얼기설기 엮어서 보여주고 있다. 그가 직조하는 기억은 서투르고 다듬어지지 않았다. 불편하면서도 안쓰러운 기억의 잔재들이 희망차고 꿈꾸는 기억으로 대체되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매몰되어가는 기억의 생존자이자 새로운 기억의 가능성인 그가 만들어가는 현실의 모습은 블랙코미디다.

 

"한번 깊게 새겨진 상흔은,

이후를 후유증과 합병증 속에서 살게 만들었다."

 

 

재난 전 자신의 삶보다 재난 후 이마트에서 재희와 덕규 아저씨 그리고 겨울이와의 생활이 더 소중하고 진실되었다. 사람됨을 포기하고 맹목과 맹신으로 안온하고 편향적인 피난처에서 순종하며 살아가는 것에서 도망쳐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사라졌다고, 도망쳤다고, 잊혔다고 생각하는 것 모두 진실이 아니었다.

 

"이제 그만 꿈에서 깨어나야 하는데

도무지 깨어날 수가 없었다."

 

 

맑은 날 다시 가족 손잡고 함께 간다.

성결이는 이렇게도 살 것이다. 무엇 하나 뚜렷하지 않은 기억으로 자신의 상상 만으로 미래를 만들어 왔을 뿐이라 자조하며 이렇게도 살 수 있다는 글을 읽으면서 가슴이 아렸다. 계속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서 자신이 주인공인 삶을 찾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책을 덮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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