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점 때문에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13
이상권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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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점 때문에/ 이상권 지음/ 자음과모음




"1점 때문에 아이들 운명이 바뀝니다."





청소년 소설을 즐겨읽고 좋아한다. 십 대 청소년 남매를 키우는 부모로서, 학부모로서 다양한 경로를 통해 아이들이 겪을 수 있는 감정과 상황, 실태를 접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이들과 대화를 자주 하고, 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내 아이'만 알아서는 안되는 경우들이 종종 있었다. 그래서 요즘 십 대들의 문화와 감정을 들여다볼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느꼈다. 청소년 소설 읽기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리고 어른들의 세상과는 다른 풋풋함과 미숙함이 느껴지는 아이들의 세상에서 같이 웃고 울고 화내고 떠들다 보면 재밌었다. 그들의 성장을 마치 현실의 우리 아이들이 한 단계 한 단계 밟아가는 성장처럼 흐뭇하게 바라보고 응원하였다. 이맘때쯤이면 이런 일들을 고민하고 저런 때는 이런 도전들을 하겠구나, 미리 상상해 보기도 하면서 읽었다. 




이번에 읽은 <1점 때문에>는 상황이 좀 달랐다. 받아들이는 나의 마음이,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큰아이가 작년에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1학기를 보낸 후, 처음으로 학원에 보내달라고 했다. 혼자서 공부하던 아이가 갑자기 늘어난 학습량과 수준에 좌절감을 느끼고 SOS를 보낸 것이다. 부랴부랴 학원을 알아보고 등록을 해주었다. 하교 후에는 여유 있게 생활했던 아이가 학원 일정에 맞춰 늦은 귀가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괜스레 짠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입시 전쟁에 발을 내딛게 되었다.




큰아이는 진로를 명확하게 정하지 못해서 더욱더 내신에 힘을 쏟았다. '1문제' 차이로 등수가, 등급이 달라지는 힘겨운 상황들이 벌어졌다. 그때마다 자책하는 아이의 모습에 마음이 먹먹해졌다. 다행히 금방 털고 밝아지는 아이였지만 그렇게 1년을 보내고, 다시 맞이할 1년 6개월을 그려보면 가슴이 따끔따끔하다. 

그래서인지 <1점 때문에> 소설을 읽는 내내 힘들었다. 감정이입이 되면서 소설 속 상황이 피부에 와닿았다. 현실이지만 더할 나위 없이 비현실적인 그 상황을 부정하면서도 입시 전쟁의 현주소라는 생각에 암담해졌다. 소설에서도 나오지만 결국에는 어른들이 문제인 것이다. 








'교육'은 사라지고, '입시'만이 남은 오늘날의 학교가 서글프게 그려진다. 꿈과 미래를 위해 배움의 씨앗을 뿌리는 '과정'이 이루어지는 공간이 아니라 좋은 대학, 좋은 과를 가기 위해 부족한 빈칸을 채우는 '결과'를 내기 위한 전쟁터로 변해버렸다. 




하지만 그곳에도 바람은 분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이파리들이 햇살을 잘게 부수어 아래로 쏟아낸다. 학교를 끝까지 지키고 있는 몇 그루의 나무들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그 자리에 서서 바람을 맞고 햇살을 뿌리듯이 학생들을 늘 일관되게 원칙적이면서도 따뜻하게 대하는 '선님'으로 남고자 하는 김민식 선생님이 계셨다. 






평교사로 퇴임을 꿈꾸는 민식 선생님은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한 '시험문제 오류 민원'에 휘말리고 만다. 소설은 이 사건을 중심으로 다른 시험문제에 대한 민원으로 벌어지는 각양각색의 상황들과 구성원들의 반응과 대처를 다루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교육'보다는 '성적'을 두고 벌이는 힘겨루기는 승자는 없고, 구성원들에게 커다란 상처를 남기고 끝난다. 수학, 물리, 국어. 여러 영역에서 불거진 민원들은 원인도, 대처도, 반응도 달랐다. 다양한 경우의 수를 보여주면서 흡입력 있게 이끌어나가는 구성에 몰입하여 읽으며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었다. 






제대로 물리에 대해 논해보고자 했던 순수한 민식 선생님을 뒤로 한 채, '1등급'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얻자마자 떠나버린 이들은 승자인 양 의기양양했다.

한 편의 연극을 벌인 배우들의 모습 사이로 이 사건의 당사자인 민식 선생님과 채니 학생만이 황당한 결말을 마뜩잖다. 그래도 선생님과 학생의 마지막은 훈훈하게 내일을 기약하고 있다. 들끓었던 마음이 그들이 나눈 잠깐의 대화로 조금씩 잠잠해지기 시작한다. 





이상권 작가님이 소설 속으로 끌어당긴 학교의 모습이 결코 허구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으며, 저자 또한 이 글의 시작을 밝히고 있다. 이제 50대를 바라보는 나이에 돌아본 학창 시절 속 특별한 선생님은 없다. 체벌이 일상이었던 시절, 막강했던 교권이 답은 아니라 생각한다. 그리고 교권과 학생 인권이 상반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힘의 논리로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고자 했던 채니 주변의 어른들이, 일련의 사태로 경쟁자를 떨쳐내려 한 부장 선생님이 눈에 띌 뿐이다.



'친구'를 '경쟁자'로 만들어버린 우리 사회에서 성장하고 있는 청소년과 학교의 내밀한 속내를 잘 포착한 작품으로, 씁쓸하지만 꼭 읽어봐야 할 소설이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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