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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의 무능한 탐정들 ㅣ 두 번째 원고
김혜빈 외 지음 / 사계절 / 2024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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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의 무능한 탐정들/ 두 번째 원고/ 사계절
사계절 출판사의 두 번째 원고 시리즈 <하지의 무능한탐정들>을 만났다. 2023년에 등단한 새로운 작가 5명을 만났다. 세로로 살짝 긴 직사각형의, 얇은 두께의 책 속에 세상을 향해 떠들고 싶은 게 많은 소설가들의 틈새를 비추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이렇게 한 권으로 각양각색 인물들을 만나 인사하고 이야기 듣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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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소설가가 포착한 사회 속 낙차, 그 사이에 머무르는 존재들의 이야기'라는 부제로 알 수 있듯이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발산하는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작가가 선보이는 인물에 집중하고 좇아가면서 그를 공감하고자 애쓰게 된다. 자연스레 읽으면서 앞으로 가 제목과 작가 이름을 다시 보고 와 읽게 되는 작품들이 있었다. 그렇게 새로운 작가를 기억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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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 인간'을 소재로 하여 타인과의 쌍방 소통에 관한
사유를 담고 있는 [솔리터리 크리처 * 김혜빈] 작품으로 문을 열었다.
기억 속 '현아' 대신 '명우'로 다시 나타난 이십여 년 전 친구. 그와 만남을 가지면서 주변과 자신의 변화를 자각하게 되는 과정을 서서히 그리고 있다. 혼자가 될 생각은 없다고 단호히 말하는 늑대 인간 명우를 곁에서 지켜본 덕분에 '나'는 변화를 잘 소화할 수 있었다.
"어떤 순간에는 진실을 대면할 힘도 필요하잖아요?"
흥미로웠다. 외로워서 늑대 인간이 된 이들이 동족과 소통하고자 여행하고 다가가는 모습이. 그들이 짖는 하울링이 흩어져 사라지지 않고 메아리처럼 울려 서로에게 닿기를, 그리고 힘차게 내달려 만나기를 고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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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l : 안 은밀한 대화
떠나버린 이의 뒷모습을 품고 살아가는 이들을 무겁지 않게 그려낸 [정원사 * 김사사] 작품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등장인물 영이, 해조, 승수 모두 '가족이 떠났다'라는 상실을 안고 있다. 동생이, 언니가, 남편이 떠난 이들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엮어 가족 비슷한 느낌으로 연대하며 일상을 공유한다. 서로를 알게 되는 계기가 독특하고, 서로를 대하는 거리나 마음가짐이 느슨하지도 지나치지도 않은, 딱! 적당했다. 그래서 그들을 지켜보는 내내 편안했다.
소설 속 인물들을 둘러싼 환경이 마냥 밝지 않건만, 그 공기가 건조하지 않아 작가를 눈여겨보게 되었다. 담담하게 아픔을 그려내 적당한 정도를 유지하는 김사사 작가의 완급 조절에 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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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능 * 공현진]은 헤아리기 힘든 소설이었다. 초희 이모와 나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가장 속을 가늠할 수 없는 인물은 '엄마'였다. 그토록 친절하고 신실하다는 신자가 보여주는 공감력과 배려는 작품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초희 이모의 지나친 집착과 날카로운 말과 행동은 감정이 무겁게 실려있어 공감하기는 힘들어도 그 사람의 상처 입은 속내를 가늠할 수 있다. 그래서 싫다, 밉다, 나쁘다, 미쳤다 등 다양한 반응을 불러일으켰지만, 엄마는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존재이다. 그 사이에 낀 내가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이 독자로서 깊이 공감되는 부분이었다.![](https://image.yes24.com/blogimage/blog/d/k/dkdtlksu/SPZlo5LfVzuHjY46.png)
표제작인 [하지의 무능한 탐정들 * 하가람]은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이야기가 존재했다. 이혼 소송 중인 호정과 추리소설가 지망생 기우는 탁구장에서 알게 되어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다.
기우는 탁구를 하고 싶어 탁구장에 갔지만, 기본기를 배우다 지쳐 그만두었다. 남들과 랠리를 주고받기를 하려면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제가 하고 싶은 건…… 진짜인데요. 진짜 탁구요."
기우는 무능한 탐정들이 나오는 시작만 있고 끝이 없는 소설을 쓴다. 호정은 제도가 보장해 주는 관계의 평온함 혹은 평온함이라 믿었던 것들을 결혼 생활이라 생각했다. 기우가 바라는 진짜 탁구와 호정이 바라는 관계가 결국에는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과 주고받는 랠리를 하려면 무엇이 필요하려나. 아무려나. 호정과 기우의 이야기는 시작되었으니 지금은 외롭지 않으리라.
[이주 * 신보라]는 어려웠다. 이토록 타인과 긴밀하게 연결되거나 결합되었다 분리된 경험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주와 나는 한 사람 같다. 그만큼 가깝고 잘 아는 것 같다. 또 극진히 챙기고 사랑한다. 하지만 부정하고 잘 모르는 것 같기도 하다. 또 창피해하고 불쌍하게 여긴다. 양가감정을 느끼는 관계, 떨어지기 힘든 관계 같다. 함께 있으면서 한 사람은 허기를 느끼고 있고, 다른 사람은 계속 먹고 있는 광경은 지독히도 이질적이다. 그들의 연대를, 공존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어려웠다. ![](https://image.yes24.com/blogimage/blog/d/k/dkdtlksu/4hMgUZGhdGtbKw29.png)
외로움에 대한 여러 글을 읽고 주변을 둘러보게 되었다. 한 공간에서 아니면 자기 공간에서 편한 자세로 원하는 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가족들이 보였다. 갑자기 마음이 찡해졌다. 소소한 일상이 빛나는 시간으로 마음에 채워진다.
[하지의 무능한 탐정들]을 읽으면서 등장인물들의 "외로우니까." 이 말의 무게에 눌렸던 가슴이 새살이 차오르듯 봉긋 솟아오른다. 혼자가 아닌 우리로 존재하는 지금을 감사하게 만드는 소설집이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