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사회 - 안전한 삶을 위해 알아야 할 범죄의 모든 것
정재민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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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달라졌다. 범죄가 더 이상 뉴스 속 이야기가 아니라, 주변 이야기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특히 무차별 범죄가 늘어나게 되면서 범죄에 대한 불안을 일반인들도 쉽게 느끼게 된 것이다. 


범죄사회/ 정재민 지음/ 창비



이번에 출간된 <범죄사회>에서 정재민 저자는 '범죄를 사회적 문제로 접근하여 바라보고 대응책을 모색해야 함'을 명확하게 풀어내고 있다. 


[알쓸범잡] 방송 이후 듣게 된 일반 시민들의 범죄 대응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나 불안을 반영해서 분야별로 한두 개씩 중요한 화두를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서술하였다. 






Q1. 과학수사는 어디까지 발전했는가

Q2. 판사의 형량은 왜 낮을까

Q3. 교도소는 감옥이 아니다

Q4. 범죄의 원인은 무엇인가

Q5.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범죄예방 시스템은 현실화될 수 있나

Q6. 사는 듯 사는 삶을 위한 입법





판사, 법무부 심의관, 국제전범재판소 연구관 등 법과 관련된 다양한 직종에서 활동한 이력이 통찰과 사유로 이어져 우리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주제를 전달하고 있다. '법'하면 떠오르는 딱딱한 이미지 대신 다양한 예시를 들어 핵심 내용을 잘 짚어준다. 그리고 법조인으로서 자신의 견해를 진지하게 피력한다. 범죄를 줄이기 위한 대응책을 모색하고자 다각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는 자세가 인상적이었다.


범죄대응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나 불안으로 제시된 분야들이 평소 가지고 있던 의문과 비슷하여 더 빠져들어 읽었던 것 같다. 정재민 저자가 실제 사건을 예시로 들어 설명해 주니 설명이 뇌리에 쏙쏙 박혔다. 


과학수사 발전 분야에서는 미숙한 과학수사의 예시로 든 '화성 연쇄살인사건'이나 우리나라의 DNA 분석기술이 인정받게 된 '서래마을 영아살해사건', '웰컴투비디오' 아동성착취물 다크웹 등 잘 알려진 사건 외에 법대생이었을 당시 특강을 한 변호사가 변론했던 치과의사 모녀살인사건, 군검사시 JSA 김훈 중위 사망사건 등을 들어 과학수사의 발전을 잘 설명해 주었다. 그러면서도 신기술이 나올 때마다 그에 따라 생길 신종 범죄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이를 예측하고 그에 걸맞은 과학적 수사기법을 서둘러 마련하는 프로세스가 제도화될 필요를 피력하였다.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분야는 '판사의 형량은 왜 낮을까'이다. 관심이 가는 사건의 판결을 보면 정말 민심이나 여론에 못 미치는 형량인 경우가 많아 답을 찾고자 꼼꼼히 읽었다. 






형사재판에 관한 상세한 설명은 오해를 줄여주었고, 판사로서의 고뇌가 느껴지는 문장들도 많아 양형에 관한 저자의 심적 부담이 전해졌다. 재밌게 시청한 드라마 '천 원짜리 변호사'에서 접했던 '의심스러우면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법언을 되새겼다. 구성요건해당성, 위법성, 책임 이 세 가지 모두를 증명해야 하는 검사와 정의로운 판결과 양형을 내려야 하는 판사 모두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었다. 


정재민 저자는 판사의 형량과 시민들의 형량 사이에 괴리가 큰 이유를 여섯 가지나 들어 설명하고 있다. 여러 이유 중 기억에 남는 것은 기존 판결들의 관성의 힘이

상당히 강하다 와 강력한 처벌이 범죄를 막지 못한다는 명제가 엄벌주의보다 과학적 ㆍ 합리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양형에 영향을 미친다이다. 

양형을 현실화하는 방법으로 형량을 특별히 높일 필요가 있는 범죄에 대해서는 그 범죄의 법정형을 상향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도소는 감옥이 아니'라는 깨달음은 법무부에 와서 교도관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얻었다고 한다. 그의 다양한 이력은 다각적 관점에서 법의 영향력을 체감하게 했고 이 책에 잘 녹아 있었다. 우리나라의 정서와는 살짝 엇나가는 듯하지만 범죄자들이 퇴소 후 사회에 잘 적응하는 게 중요하다는 논점에는 동의한다. 노르웨이와 독일의 교도소, 유엔 구치소 등 다른 나라의 상황까지 살펴보며 범죄 재발률을 줄이고, 사회 구성원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떤 제도적 지원과 변화가 필요한지 말하고 있다. 


판결로 정해지는 형량은 책임주의의 관점에서 엄정하게 정하되, 대신 가석방은 수형자의 재범 가능성을 좀 더 면밀하게 심사해서 현재보다 적극적으로 확대 실시해야 한다. 


정재민 저자는 일일이 범죄의 원인을 분석하는 방대한 작업 대신 학계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전반적인 범죄의 원인을 개관하고 있다. 범죄 경제학, 범죄 생물학, 범죄심리학, 범죄사회학. 그리고 더 나아가 경제·정치·사회적 환경이 범죄에 미치는 영향까지 두루 살펴본다.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범죄를 억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회의 환경과 구조를 바꾸는 것임을 강조한다. 





마무리는 범죄를 막는 일이다. 범죄 예방 시스템과 입법을 통한 '정의'를 말한다. 전과자가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힘쓰는 '특별 예방' - 보호관찰, 전자팔찌, 화학적 거세, 조현병 치료 -의 현실과 효과 그리고 한계를 살펴보면서 추가적인 대응책들을 제시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우리 사회 범죄의 현황과 범죄 대응 시스템에 대한 정확하고 자세한 교육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한다. 


진정 어린 글을 통해 범죄를 좀 더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판사, 법무부 심의관, 국제 전범재판소 연구관 등 법조인으로서의 시선에. [알쓸범잡] 패널로서의 시선이 더해져 전문가로서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춰 법이 수호하는 '정의'를 전해주었다. 그리고 범죄를 판결하는 사법의 관점에서, 범죄를 예방하는 입법의 관점에서 범죄를 억제하여 오늘날 사회구성원들이 느끼는 범죄에 대한 불안을 줄여나가는 방안들을 다루었다. 

사회적 관심과 노력, 변화를 통해 정재민 저자가 갈망하는 '사는 듯 살 수 있는 사회'가 한발 가까워졌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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