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휴먼스 랜드 (양장) 소설Y
김정 지음 / 창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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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휴먼스 랜드/ 김정 저/ 소설Y클럽 대본집 09





유별난 장마를 겪고 있는 이 여름에 서늘하면서도 가슴 따뜻한 이야기 <노 휴먼스 랜드>를 만나다. 집중호우로 한반도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는 지금이라 '노 휴먼스 랜드'가 눈길을 끈다. 지구를 아프게 한 인류가 없는 땅, 그 땅 덕분에 미래의 지구는 기후 위기를 완화할 수 있었다는 소설 속 설정이 와닿는다.

 

기후 위기는 오늘날 우리 인류에게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노 휴먼스 랜드>는 근미래에 벌어질 수 있는 재난을 바탕으로 인류가 할 수 있는 대안을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무자비한 기후 재난을 2차례 겪은 후 한국 정부가 오클랜드 협약에 참여하면서 한국도 '노 휴먼스 랜드'로 지정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의 터전을 제한함으로써 기온을 안정화시키려는 프로젝트는 효과를 보고, 사람들은 '노 휴먼스 랜드'로 변해버린 고향, 조국을 다시 찾을 그날을 기대하고 있다.

 


기후 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긴급히 만들어진 국제기구인 유엔 기후재난 기구(UNCDE)는 출범 즉시 기후 난민을 구조하고 지원하는 동시에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세계 표준 환경법을 제정하는 등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기후 재난을 기점으로,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회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플래그리스'라는 단체가 UNCDE와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설은 UNCDE가 특별 조사단을 한국에 파견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UNCDE와 플래그리스의 충돌 그리고 자신의 이상을 절대적으로 믿은 나머지 타인의 삶을 무참히 짓밟고도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과학자들로 갈등이 고조에 달한다.

 


파커, 한나, 아드리안, 크리스 그리고 시은 아니 시은인 척 위장 잠입한 주인공 김미아. 이렇게 5명이 특별 조사단으로 한국에 발을 내딛는다. '노 휴먼스 랜드'라고 알려진 그곳에는 불법 거주민들이 존재했고 이는 긴장감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불법 거주민보다 더 무시무시한 상대가 미아를 기다리고 있었다.

 


 

"살다 보면 그런 때가 있더라고…….

당시엔 전혀 이해할 수 없었는데,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돌아보면

그게 그렇게 되려고 그랬나 보다,

그래서 그랬나 보다, 그렇게 느껴지는 때가."

 


 

미아는 X라는 존재에 의해 할머니가 그토록 다시 밟고 싶었던 고향인 한국으로 왔고, 맡은 임무를 무사히 수행해 돈을 받아 헤어진 엄마에게 가고 싶었을 뿐이다. 하지만 인류를 대상으로 한 무서운 프로젝트의 내막을 알게 되고 동료들과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된다. 동료들의 이야기와 불법 거주민들의 사연들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삶의 면면들을 비추고 있다. 이런 다양성과 정체성이 인류 본연의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근미래에 펼쳐지는 이야기가 무게감 있게, 현실감 있게, 생동감 넘치게 펼쳐진다. 지구의 미래를 위해 기술을 개발하는 과학자들의 신념이 얼마나 커다란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지 고통스럽게 일깨우고 있다. 앤 소장의 집착과도 같은 연구가 많은 이들의 삶을 부숴버린 내막을 쫓는 여정을 함께 하는 내내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내'가 없는데,

지구의 영원한 미래가 무슨 소용이에요?"

 

 

근미래에 우리 인류에게 닥칠지도 모르는 위기를 가늠해 보면서 지구를, 인류를 위한 진정한 대책이 무엇일까? 생각이 깊어졌다. <노 휴먼스 랜드>는 우리가 경계할 지점을 명확하게 짚어낸 작품으로, 어둠 속에서도 손을 내밀고 손을 마주 잡는 우리의 모습을 힘 있게 그리고 있다.

 

 

"불안을 모아서 변화를 만들겠다고.

그래서 집을 떠나야 하는 사람, 가족과 헤어져야 하는 사람,

자신을 잃게 되는 사람을 최대한 줄여 보겠다고.

무언가를 더 원해서가 아니라, 무언가를 원하지 않아서

간절한 사람들을 모아 새로운 환경단체를 만들 거라고."

 


소설Y클럽 8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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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화장실 고래책빵 그림동화 26
황미숙 지음, 박성은 그림 / 고래책빵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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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흑같이 캄캄한 밤,

새하얀 친구들을 만난 귀여운 아이 이야기 들어보시겠어요?

 


토끼 화장실/ 글 황미숙/ 그림 박성은/ 고래책빵  

 



예전에는 화장실 아니 뒷간이 집 안에 있지 않고 밖에 있는 경우가 많았죠. 그래서 어렸을 때 밤에 화장실 가는 일이 참 힘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토끼 화장실>은 그런 추억을 소재로 아이의 성장을 판타지하게 그려낸 작품이네요. 두려움을 이기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이 하나둘 늘어나는 신비로운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이면 아이는 어른이 되어가는 거겠죠. 부디 천천히 그 시간을 온전히 즐길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일곱 살 설아는 시골 할머니 집에 놀러 갔어요. 저녁에는 맛있는 떡볶이를 먹었죠. 저런, 깜빡했네요. 할머니 집에서는 물을 많이 마시면 안 되는데……

 


 

 


 

화장실은 밖에 있고,

할머니는 곤히 주무시네요.

설아는

"괜찮아요. 이제 곧 여덟 살인 걸요."

자신 있게 말한 자신을 후회하죠.

 

차마 할머니를 깨우지 못하는 설아의 마음,

오줌을 참는 설아의 모습이

그림과 글로 고스란히 전해지네요.

후회와 망설임 그리고 두려움까지.

꼭 쥔 주먹, 꼰 다리, 움찔거리는 발가락을

떠올리며 잠시 미소를 지어봅니다.

 

 


 

 


설아는 어떻게 용기를 내어 화장실에 갈 수 있었을까요? 펑펑 쏟아지는 눈이 설아를 설레게 했네요. 눈송이 따라 마당으로, 화장실로 이어지는 설아의 발걸음이 자연스럽네요.

 

 

"똑똑!"

 


눈처럼 희고, 곰만큼 커다란 토끼가 화장실로 쏙~ 들어가네요.

 



 

 


어느새 두려움은 저만큼 날려보내고, 토끼 똥 모양을 재밌게 상상하는 설아입니다.

아이의 특성을 잘 잡아서 이야기를 구성한 <토끼 화장실>이네요. 무언가에 집중하기 시작하면 다른 일은 금세 잊어버리는 게 아이들이죠. 눈송이와 곰만큼 커다랗고 눈처럼 새하얀 토끼 덕분에 '혼자서 밖에 있는 화장실 가기' 성공했어요.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선 아이의 성장은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죠. 오줌이 마려워도 무서워 꾹 참던 설아에서 커다란 토끼를 생각하며 스르르 잠이 든 귀여운 설아까지 설아의 사랑스러운 모습에 빠져드는 시간이었습니다. 무서움을 상상력으로 극복하는 경험은 우리 아이들을 건강하고 밝게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줄 거예요. <토끼 화장실> 오늘도 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겠네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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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향해 웃을 수 있다면 어른이 된 거야 - 사춘기 인문감수성을 길러주는 39가지 이야기
베레나 프리데리케 하젤 지음, 서지희 옮김 / 생각학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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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춘기 인문감수성을 길러주는 39가지 이야기 -


나를 향해 웃을 수 있다면 어른이 된 거야/ 베레나 프리데리케 하젤/ 생각학교


 


표지 속 친구의 모습이 해맑고 즐거워 보여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무거운 가방을 메고 지친 발걸음으로 터벅터벅 걸어들어오는 퀭한 눈을 한 친구가 아니라 주위를 살피며 갖가지 반응을 보이며 활짝 웃는 친구라 너무 예쁘다. 우리나라 중고등학생들이 이런 밝은 웃음을 장착할 수 있는 여유와 유연성을 키울 수 있기를 바라며 <나를 향해 웃을 수 있다면 어른이 된 거야>를 읽기 시작했다.

 

독일의 심리학자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베레나 프리데리케 하젤 저자는 이 책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당부한다. 총 39장, 주제에 관한 이야기와 주제와 연관 지어 생각해 볼 질문과 활동으로 구성된 1장을 1~2주 시간을 들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간다면 1년 정도 소요될 것이라 말한다. 생각의 힘을 길러 청소년을 여물게 할 시간, 그 소중한 시간을 과연 무엇으로 채우게 될지 궁금해진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을 하게 된다. 그 선택의 기준은 자신이 정한 가치, 보람, 의미가 될 것이다. 이런 취향의 차이로 세상 속 인생들은 수많은 이야기와 색을 띠고 있다. 자신의 삶이 무슨 색깔을 띨지? 무슨 향기를 풍길지? 궁금하다면 직접 알아가면 된다.

 




지금 이 책을 들고 이야기를 읽고 질문에 생각을 정리해 적어보고, 필요하고 하고픈 활동을 하다 보면 어느새 자신의 색을, 향기를 느끼게 될 것이다. '아,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나는 이럴 때 행복하구나. 나는 이럴 때 슬프고 저럴 때 화가 나는구나.' 세상의 값지고 유익한 이야기들과 함께 보낸 시간이 돌고 돌아 '나'를 찾아왔다. 나를 들여다보고, 나를 배우는 시간이 된 것이다. 나를 마주 보게 하고, 나는 나 자신으로 충분하다는 진실을 받아들이게 해줄 것이다.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하는 기분, 유대감을 소중히 여기게 될 것이다.

 




읽으면서 저자의 질문이 내 생각과 교집합을 이룰 때는 흥분했고, 차집합이 될 때는 마냥 신기했다. 차집합이든, 교집합이든 우리는 우주 속 적당한 위치에 딱 자리 잡은 지구에서 오늘을 살아가며 내일을 꿈꾸는, 생각보다 매우 가까운 사이라는 사실에 고무되었다.

 

 

책 내용 중 특히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이 있다.

* 죄송하지만 이제 사과는 그만해주시겠어요? - 나를 낮추는 것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다 -


 

* 오바마의 직진 사과법 - 진심, 마음을 녹이는 진정성의 힘 -

올바른 사과란 상대방의 눈을 쳐다보고, 상대방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고개를 끄덕이며 "용서해 줘"라고 말하는 것이다.

 

 


* 우리는 결코 게을렀던 적이 없다고? - 쉬지 않고 움직이는 우리 몸 -

이 이야기를 읽으니 쉼 없이 일하는 나의 몸, 보이지 않는 기관들에게 깊은 감사를 느꼈다.

Q. 여러분이 '세계 게으름 선수권 대회'에 나가서 반드시 우승을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엄청나게 게으른 행동을 해야 한다고 상상해 보세요. …… 여러분이 생각해낸 가장 게으른 행동은 무엇이었나요?



* 물이 반이나 남은 컵에만 행복이 있는 건 아냐 - 긍정적인 생각이 꼭 좋은 것일까 -

우리는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하고,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배운다. 하지만 긍정적인 생각과 감정만큼 부정적인 생각이나 감정도 당연하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 라일리의 머릿속 '기쁨이', '슬픔이'의 모험에서 얻은 귀한 깨달음처럼 다양한 감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잘 해소하며 성장해야 비로소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다.

 


* 침묵과 소음의 음악, <4분 33초> - 고요, 나를 만나는 시간 -

[BREAK - 알고 있나요?]

15분 동안 혼자 방 안에 앉아서 생각을 할지, 아니면 약 몇 초동안 찌릿하는 정도의 전기 충격을 받을지 결정해야 하는 실험에서 사람들은 대부분 전기 충격을 선택했다고 한다.

자극에 익숙해진 우리는 고요를 견디기 힘들어한다. 알고는 있었지만 이런 실험 결과는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나는 15분 생각하기를 선택할 것 같은데 말이다.

 


* 오늘을 축하하자 - 존재한다는 것에 대하여 -

<지구가 100명의 마을이라면>처럼 직관적으로 의미가 새겨졌다. 이렇게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오늘을 좋은 날로 만들어보려는 노력이 너무 당연하게 느껴진다. 우리는 존재하기에, 우리는 살아있기에, 좋은 오늘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게 다가왔다.

Q. 세 사람을 웃게 만들어보세요. 어떤 방법으로 성공했나요?

 



몇 가지 이야기와 질문에서 알 수 있듯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신의 생각 뉴런을 깨울 시간이다. 쓸데없는 생각은 존재하지 않는 포용력 넘치는 공간에서 재기 넘치는 생각과 상상력을 마음껏 펼쳐 보일 기회이다. 넓은 세상을 유연하게, 날카롭게, 따뜻하게 바라보면서 생각을 다듬어가 제 삶의 가치를 스스로 구축할 시간이다.

출판사 생각학교 편집팀 조언대로 자유롭게 읽을 것! 읽는 순서, 속도 모든 걸 자신의 취향대로,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책'을 만들어볼 시간이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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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의 음악 - 날마다 춤추는 한반도 날씨 이야기
이우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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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의 음악/ 이우진 저/ 한겨레출판

 


하루 종일 비가 쏟아지는 오늘에 적당한 <날씨의 음악>

기상학자 이우진 저자가 사계절 날씨로 4악장을 구성하여 각 악장마다 계절감 넘치는 날씨와 음악, 역사, 일상을 엮어 소개하고 있는, 색다른 과학 음악 책이다.

 

기상학자가 본업인지라 과학적인 접근이 익숙할 텐데 <이우진의 컬럼>을 통해 날씨를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 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흥미로운 시선으로 날씨를 조망한다. 그의 풍부하고 섬세한 상상력은 우리를 놀라운 세상으로 인도한다. 날씨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과학적 접근을 넘어 음악, 미술, 역사, 일상의 렌즈를 사용하여 이해하기 쉽게 서술하고 있다. 호기심을 충족시키면서 배워나가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있는 우리나라를 참 좋아한다. 계절마다 변하는 날씨와 자연을 통해 우리는 영원한 것은 없으나 반복으로 이를 수 있는 깨달음과 감사함을 배운다.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지 못하고 마냥 뛰어놀던 때가 있었다. 그 이후에는 때가 되면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가는 계절이 아쉽고, 오는 계절이 반갑다. 또 우리가 생활하기 좋은, 무난한 계절은 점차 짧아지고 있으니 새삼 소중하고 고맙다. 이런 흐름 안에서 바라보던 날씨를 좀 더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본 <날씨의 음악>은 몰랐던 분주한 바다와 땅 그리고 대기와 햇빛의 심포니를 들리게 해주었다.

 

 

날씨를 통해 음악을 듣고, 역사를 배우고, 풍광을 즐기며, 추억을 떠올려보는 아름다운 시간이 펼쳐진다. 그리고 날씨를 살피니 자연스레 기후 위기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우진 저자 또한 글 곳곳에서 기후 위기에 대한 걱정을 비춘다.

 

이우진 저자는 가장 익숙한 '날씨'라는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고 소통한다. 그가 들려주는 한반도 날씨 이야기는 절로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봄'하면 떠오르는 불청객 '먼지'를 다루는 [먼지 없는 세상]에서 저자는 질문을 던진다.

 

"먼지가 없다면 과연 세상이 더 아름다워질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답을 '구름'에서 찾았다. 먼지가 없다면 구름이 끼기도 어렵고 비도 보기 어려울 것이기에.

 

물이 지나치게 깨끗하면 물고기가 없듯이 대기도 너무 깨끗하면 구름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저자는 먼지가 있어 가능한 구름, 비, 눈, 무지개를 거론하며 세상의 이치를 이야기한다.

 

갖기 싫은 먼지가 대기 중에 떠 있어서 세상이 멋지게 돌아간다는 게 사람 사는 이치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개성이 다르고 생각이 달라서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함께 세상을 만들어간다는 느낌말이다.

 

 

 

날씨에 따라 토속 음악과 춤사위가 다르다는 [날씨의 리듬]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인류가 진화해 오는 동안 날씨의 리듬은 우리 몸속에 체화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리듬이 몸의 율동으로 드러날 때에도 지역 특유의 기후라는 프리즘을 거치면서 지역마다 다른 양식으로 다듬어졌을 것이다.

 

 

 

아침 출근길에 쏟아지는 비를 보면서 책을 읽는데 깨달음을 얻었다. 이 비는 왜 이렇게 많이 올까? 궁금했는데 새벽녘에 바람 풍속이 최고조에 이르러 강한 대기의 물살을 타고 바다의 수증기가 대거 비구름에 몰려든다고 한다. 그래서 아침 시간에 갑자기 큰 비가 쏟아지는 것이라는 글을 읽으면서 "유레카!"

 

지구온난화가 심해질수록 강수량의 지역 편차가 심해지고, 가뭄과 홍수의 양극단을 오가는 극심한 이상기후 현상도 빈발할 가능성이 커진다.

 

 


 

동장군이 병자호란의 청나라 군대가 되기도 하고, 지구온난화로 녹아내리는 빙하를 타이태닉호의 비극에 비하기도 한다.

한국전쟁 중에 외국 전문가가 기상학적으로는 고요한 아침의 나라가 아니라고 말했을 정도로 우리나라는 유별난 날씨가 이어진다. 계절에 따라 극단적 특성의 대륙성기단과 해양성기단이 교차되는 만큼, 두 세력이 뒤바뀌는 환절기에는 수시로 전선대에서 온대저기압이 발달하여 거센 폭풍우가 인다.

 

 

하지만, 이우진 저자는 뮤지컬 <회전목마> 넘버 <당신은 절대 혼자 걷는 게 아니에요>를 떠올리며, 폭풍이 지나간 후 다시 비칠 햇살을 말한다. 오늘의 날씨가 들려주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어야, 비가 그쳐야만 뜨는 무지개처럼 벅차오르는 희망을 꿈꿀 수 있을 것이다.

 

 

한겨레 하니포터6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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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리트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17
설재인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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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리트/ 설재인 저/ 다산북스

 


가제본은 블라인드 서평단 활동으로 받아본 책이라 작가를 알지 못했다. 두둥! 단장하고 찾아온 <딜리트>의 지은이는 바로 설재인 작가였다. 우리 집 큰 아이와 나의 절대적 신임을 받고 있는 그이기에 반가웠다. 블라인드로 읽었을 때도 충격을 받았지만, 정식 출간본으로 다시 정독하니 무거운 돌을 짊어진 듯 몸과 마음이 축 처지고 고통스럽다.

 

설재인 작가가 외고 수학교사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큰아이를 둔 학부모로서 고민이 크고, 걱정되고, 두렵다. 진솔의 부모처럼, 해수의 부모처럼, 소설 속 수많은 어른처럼 '돈', '좋은 대학', '사회적 지위'에 사로잡혀 아이를 인격체가 아닌 도구나 가방으로 대하지 않을까? 그들도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을 텐데…… 그렇지만 진솔과 해수, 하나, 그리고 사라진 아이들을 마주하면서 내 안에는 미희 할머니와 연림 이모의 이기는 기준이 자리 잡았다고 믿고 싶다. 이런 뼈를 깎는 고통을 토해낸 설재인 작가의 바람처럼 <딜리트>를 반면교사로 삼아 흔들릴 때마다 바로잡고 싶다.

 


<딜리트>

삶의 궤적은 다양할 텐데 왜 학생들의 목표는 대부분 비슷할까? 하나같이 위로 위로 지금보다 더 높이 올라가고자 열심이다. <딜리트> 세상에는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높일 수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학생들과 부모들 그리고 어른들이 살고 있다. '돈', 물질만이 성공과 좋은 미래를 보장해 준다는 이나, '좋은 대학', 학벌과 인맥이 보장해 준다는 이들이 세상을 구분하여 안과 밖을 차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더 경악스러운 점은 그 가치를 위해 오늘을 기꺼이 희생하며 맹목적으로 따르는 학생들이다. 설마? 진짜? 이 정도로? 의문이 들다가도 수긍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교육현장 민낯을 생생하게 그려내었기에 아프더라도 두 눈 제대로 뜨고 끝까지 지켜봐야 하는 책임이 있다. 그리고 기억해야 할 의무가 분명 우리에게는 있다.

 

"비로소 행복한 느낌이야."

 




 

진솔과 해수는 절친이다..

해수는 자신을 엄마 아빠의 도구라고 생각한다. 얼른 커서 투자금을 더 벌어 와야만 하는 도구라고.

진솔은 엄마 아빠의 가방이라 생각한다. 명품 가방을 들고 싶은 부모가 장바구니에 불과한 자신에게 명품 라벨을 붙이기 위해 어떻게든 발버둥 친 것이라고.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배려하지 않는 부모와는 달리,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서로를 사랑하고 아끼는 둘은 가족이 맞다. 그렇게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아이들이 부모에 의해 무리한 진학을 하게 되면서 모든 비극은 시작되었다.

 





같은 재단이 운영하지만 목적이 확연하게 다른 서원외고와 서원정보고. 담벼락을 사이에 두고 전혀 다른 세상이다. 힘겨운 하루하루를 버티던 진솔과 해수는 두 학교를 연결하는 지하 통로를 발견하고 그곳에서 사라진 이름들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가 몰랐던 건 '먼 훗날'이란 말이

오늘 하루의 모멸감을 이길 수 없다는 점이었어."

 

 


어른들의 비뚤어진 강요와 억압 속에서 자신의 색을, 목소리를 내지도 못한 채 사그라든 이름들. 그리고 행동하지 않고 참으면 사라진 이름이 될 아이들이 뜻을 모았다. 더 이상 참고 버티기만 하지 않을 거라고. 높은 곳을 향해 오르는 세상에 대한 항거로 그들은 가장 낮은 곳으로 쿵, 쿵, 쿵, 쿵 함께 걸어갔다. 과연 그들이 일으킨 진동은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눈물을 보이는 것만이 우는 게 아니야.

장비보다 못한 취급을 받으면서 일하다 보면

저절로 알게 돼. 그게 내 표정이니까.

그런 표정을 해 본 사람만 알 수 있어.


아까 그 선생 같은 사람은 절대 몰라.

그래서 놓치는 게 뭔지도 모를 거야.

아마 평생 알지 못하겠지.

오히려 알지 못하는 걸 자랑으로 여길 거야."

 

 

좋은 어른, 믿을 수 있는 어른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스스로를 사랑하고 스스로 하고픈 것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무엇을 바로잡아야 할까? 미희 할머니와 연림 이모의 우려 - 세상은 언제나 더 나쁜 방향으로 흘러가지 -를 뒤집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글 마지막에 그려진 진솔과 해수의 동행에서 그 답을 찾고자 한다. 미래는 모른다. 뭘 하고 싶은지 생각하고 부딪혀 보는 거다. 두 아이의 새 출발에 따뜻한 응원을 보낸다.

 

"저희는 서로가 보호자예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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