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 씨, 지금 무슨 생각하세요? - 노년의 심리를 이해하는 112개 키워드
사토 신이치 지음, 우윤식 옮김 / 한겨레출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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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 씨, 지금 무슨 생각하세요?/ 사토 신이치/ 한겨레출판




출산율이 세계 최저인 우리나라. 이웃나라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령화 사회를 겪어오고 있다. 고령자에 대한 이해와 연구가 좀 더 활발한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우리의 오늘을 직시하고 준비해나가는 현명한 자세가 필요한 때인 듯하다. 그래서 이번에 한겨레출판사에서 출간한 <고령자 씨, 지금 무슨 생각하세요?>를 읽어보게 되었다.

어렸을 때는 대학생이 되면, 취업을 하고 나서는 '30살'이 되면, 30대가 되어서는 '40살'이 되면 무언가 큰 변화가 있을 줄만 알았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삶의 획기적인 변화는 없었다. 다만 자녀들이 성장하는 한편에서는 나와 남편의 신체적 변화, 노화가 감지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활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빠르게 흘러갔다. 점점 더.



<고령자 씨, 지금 무슨 생각하세요?>를 읽자 결심한 이유는 크게 시부모님과 친정엄마의 건강과 노후 때문이다. 멀리 떨어져 있어서 자주 뵙지 못해서 더 마음이 쓰이면서도 다가서기 힘들다. 함께 하는 시간만큼 대화거리가 풍성해지고 관계가 좋아지는 것 같다. 그래서 한 번씩 안부 전화를 드릴 때 상투적인 선에서 끝나는 듯해서 서운한 경우가 있다. 좀 더 다가가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되고 생각이 깊어질 시기에 이 책이 찾아왔다. 반가운 제비처럼~



총 5부로 구성된 이 책은

차근차근 공들여 '고령자'에 대한 정보들을 정리해놓았다.

1부. 고령자 씨, 과연 그들은 누구인가

2부. 고령자 씨와 더 가까워지기 위해 꼭 알아야 할 것들

3부.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고령자 씨의 말과 행동들

4부. 고령자 씨의 오늘이 힘겹고 위태로운 이유

5부. 고령자 씨의 내일이 더 나아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와닿은 점은 '관점의 변화'이다.

'노인'이 아니라 '고령자 씨'다. 지금껏 성장과 노화를 분리하여 생각했다면 이제는 성장과 노화는 동시에 일어날 수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로 '사람은 평생 동안 발달한다'라는 생각이 주류가 되어가고 있다고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나이를 먹어 쇠약해져 가는 사람(노인)이 아니라, '자신의 풍부한 경험에 근거하여 우리들의 상상을 뛰어넘은 말과 행동으로 인생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고령자 씨)'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의 변화가 초고령화 사회를 맞이할 우리에게는 좋은 시작점이 되어줄 것이라 믿음이 갔다.




고령자 씨의 생각을 알아가려면 우선 그들과 가까워져야 한다. 그리고 가까워지기 위해서 꼭 알아야 할 몇 가지들을 이 책에서 제시해 주고 있다. '고령자 씨'를 이해하기 위한 키워드로 '나이', '기억', '성격'을 선정했다. 오늘날 이제 노화는 질병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의학으로 신체 기능의 저하와 손상을 어떻게 예방하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노년기가 충분히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나이 듦'에 대한 흥미로운 이론들을 통해 어떻게 하면 고령자 씨가 행복을 느낄 수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주위 고령자 씨를 살펴보면서 상황에 맞게 적절한 이론을 접목시켜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연령과 주관적 연령 그리고 사회 정서적 선택성 이론, 일차적·이차적 제어 이론 등 여러 이론들을 알기 쉽도록 풀이해 주고 있다.

예를 들어 다리가 골절되었을 때 재활 훈련을 통해 걸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일차적 제어이고, '외출할 때는 휠체어를 타면 되지. 걷는 것보다 편하다'라고 자신의 마음을 바꾸는 것이 이차적 제어라고 한다. 고령자 씨가 일차적 제어를 하지 못해서 힘겨워하거나 의기소침해져 있을 때 세심하게 도와서 이차적 제어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기억'에 대한 설명을 읽으면서도 무릎을 딱 쳤다. 왜 자기에게 불리한 것은 쉬이 잊어버릴까? '노화의 역설', 노년기에 오히려 기분이 안정되고 행복을 느끼는 모순된 현상은 사회 정서적 선택성 이론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위험을 피하기 위해 부정적 정보에 주의를 기울이는 젊은이와 중년과는 다르게 고령자 씨는 긍정적인 정보를 중시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한다. 부정적인 기억은 긍정적인 기억보다 더욱 선명하게 남지만 더 빨리 희미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기억력이 떨어지는 고령자 씨는 세세한 부분까지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젊은이들보다 부정적인 기억이 빨리 흐려지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하니 다행이다 싶다.

'성격'에 대한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성격은 나이가 들면서 변하지만 그 변화의 방식은 모든 사람이 다 같은 경과를 거치기 때문에, 동세대가 보았을 때는 성격 변화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고령자 씨뿐만 아니라 바라보는 대상 또한 변하기 때문에 변화의 폭이 다르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고령자 씨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정보들이 수록되어 있다. 왜 운전을 계속하는지, 이렇게 의심스러운데 왜 사기를 당하는지, 왜 화를 잘 내고 쉽게 버럭 하는지, 왜 남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고집을 부리는지에 대해 읽다 보면 '아~ 이래서 그렇구나.' , '아하~ 이럴 수도 있겠다.' 고령자 씨의 심리를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던 말과 행동들이 성격, 성별, 사회적 평가, 자기 효능감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현된다는 사실을 알고 모르고는 큰 차이가 있다. 밖으로는 고령화 사회를 바라보고, 안으로는 자신의 부모님과 주변 고령자 씨의 내일이 더 행복해지고 나아질 수 있도록 행동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해를 바탕으로 고령자 씨의 내일을 위해 노력하는 우리가, 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결국 '멋지고 행복한 나'로 사는 우리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고령자 씨의 건강하고 행복한 내일은 사회 구성원 모두의 변화와 의지가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겨레 하니포터8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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