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센 뤼팽 1 - 괴도신사 아르센 뤼팽 어린이 세계 추리 명작 시리즈
모리스 르블랑 지음, 이혜영 옮김 / 국일아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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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하면 떠오르는 인물, 셜록 홈즈가 20권을 마지막으로 대장정을 마쳤다. 큰 사랑을 받던 시리즈였기에 기쁨과 아쉬움 모두 교차하였다. 이런 여운이 채 가시기 전에 국일아이 출판사는 어린이 독자들을 위해 야심 차게 새로운 시리즈를 발간하였다. 바로 <아르센 뤼팽>이다.


 

아르센 뤼팽 1-괴도신사 아르센 뤼팽/ 모리스 르블랑 지음/ 이혜영 그림/ 국일아이




 

 




 

추리소설 고전의 양대 산맥은 '셜록 홈즈''르센 뤼팽'이다. 지금껏 셜록 홈즈가 어느 것도 놓치지 않는 관찰력과 비상한 추리력 그리고 논리로 우리를 즐거운 추리의 세계로 인도했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기지 넘치고 재기 발랄하면서 괴도로서 부자들의 재물을 훔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을 조롱하고 위선을 폭로하는 대범하고도 기묘하기 짝이 없는 아르센 뤼팽이 추리 여행을 선사한다, 자신의 범죄를 통해서.

사건이 일어나면 탐정(형사)이 범인을 잡는 추리소설의 공식이 깨지는 순간이다. 뤼팽 스스로 털어놓는 범죄 이야기를 쫓아가다 보면 대범하고 자신만만한 태도와 인간적인 매력에 어느새 빠져들게 될 것이다.

 


 

 


 



 

시리즈 시작부터 남다른 뤼팽이다. 경찰에게 잡히는 이야기로 모험의 문을 여는 대담함이 시선을 확! 잡아끈다.

셜록 홈즈 시리즈의 그림을 담당했던 이혜영 작가가 아르센 뤼팽 시리즈의 그림도 그려 엮일 수밖에 없는 셜록 홈즈와 아르센 뤼팽의 자연스러운 연결고리가 되어주었다. 그의 손끝에서 이미지 된 아르센 뤼팽이 시리즈 내에서 종횡무진하는 모습을 기대하며 금발의 매력적인 새 친구를 만나러 가보자.


 

"뤼팽, 자네의 진짜 모습은 대체 무엇인가?"

"나조차도 진짜 내가 누군지 전혀 알 수가 없네. 거울을 봐도 내 모습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헷갈리거든."

 

 

 

 



 


화자인 베르나르 당드레지 시선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이 교묘한 장치가 이야기 종반에 이르러 큰 타격을 주었다.

 

이 이야기는 프랑스에서 출발해 미국으로 향하는 프로방스호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바다 한가운데서 뤼팽은 비상한 두뇌를 사용하여 모험을 즐기며 위기를 모면하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준다.



 


 


평화롭던 여행은 갑자기 찾아온 폭풍우 그리고 중간에 끊긴 전보 한 통으로 끝이 났다. 아르센 뤼팽! 그 신출귀몰한 도둑이 배에 타고 있다는 소식은 여행객 모두를 술렁이게 한다. 나(베르나르 당드레지)처럼 직접 뤼팽의 정체를 밝히고 싶은 승부욕이 생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넬리 양처럼 뤼팽에 관한 갖가지 소식을 전하며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뤼팽이 워낙 변장에 능한 자인지라 승객들은 서로를 의심하고 불안해하는 데 도난 사건까지 벌어진다. 분위기는 더 고조된다. 자칫 붙잡힐 수도 있는 상황에서 태연하게 범죄를 저지르는 괴도라니. 역시 뤼팽은 어떤 상황에서도 모험과 도전을 포기하지 않는 인물이다.

 

두둥! 뤼팽의 적수인 파리 경찰청 가니마르 경감이 등장하였다. 그리고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인물을 잡아세우는데, 과연 그는 괴도신사 뤼팽일까? 그렇다면 가니마르 경감은 어떻게 안 걸까?

 

 

 






 



 

 

감옥에 갇힌 뤼팽이 예고장을 보냈다.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말라키 성의 나탄 카오른 남작에게. 냉정하고 모질 뿐 아니라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쁜 짓을 저지르며 돈을 모아 사람들에게 사탄 남작이라 부르는 그는 불안에 떨기 시작한다. 하지만 뤼팽은 감옥에 갇혀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기에 다른 이들은 거짓이고 사기라며 코웃음만 쳤다.

 


 


 


 

카오른 남작은 뤼팽에게 전보를 또 받는다. 남작은 이를 막기 위해 마침 근처에서 낚시를 하고 있는 가니마르 경감에게 사건을 의뢰한다. 그 누구도 잡지 못한 아르센 뤼팽을 직접 체포한 그이기에 믿을 수 있었다.

 

 



 


 

과연 예고장은 진짜 뤼팽이 보낸 것일까? 그리고 뤼팽은 카오른 남작의 보물을 훔쳐냈을까? 어떻게 이 모든 일이 가능했을까? 바로 모든 해답이 <아르센 뤼팽 1 - 괴도신사 아르센 뤼팽>에서 밝혀진다. 뤼팽 자신이 밝히는 사건의 전말은 경이롭다. 아르센 뤼팽은 사람의 심리를 교묘히 자극하여 불가능한 일은 가능하게, 불리한 일은 유리하게 바꿀 수 있다. 두뇌가 명석하여 가히 천재라 할 수 있는 그의 기발한 계획은 100년은 훌쩍 넘는 시간이 흐른 뒤에도 빛이 난다.

 

 


 


 



 

 

뤼팽은 카오른 남작 사건의 전말을 듣고자 찾아온 가니마르 경감에게 탈옥을 하겠다고 선언한다. 가르마니 경감은 허세를 부린다고 생각하지만, 뤼팽은 실제로 탈출한 후 감옥으로 다시 돌아온다.

 


"나, 아르센 뤼팽은 맹세코 약속을 지킨다."

- 뤼팽의 재판을 맡은 재판장에게

 



실로 기상천외하고 담대한 뤼팽의 이 행동으로 사람들은 아르센 뤼팽이라면 탈출이 가능할 것이라 굳게 믿게 되었다. 뤼팽은 언제나 자신만만하고 해답을 아는 듯한 느긋하다. 범죄자이지만 어느새 빠져들게 된다. 픽션의 세계라 마음 놓고 즐길 수 있는 재미가 아닌가 싶다. 과연 뤼팽은 자신의 약속을 지켰을까? 그렇다면 어떻게 탈출이 가능했을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뤼팽의 방대한 배경지식에 놀라고, 기지에 놀라고, 포기를 모르는 끈기에 항복하게 된다. 역시 아르센 뤼팽이다.

 

 




 

가니마르 경감에게 진솔한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뤼팽 때문에 마음이 뻐근해졌다. 변신의 귀재라고만 여겼는데 그로 인해 자신을 잃어버린 듯한 느낌을 느낀다니 안타까웠다. 그가 말하는 '진짜 나'를 꼭 되찾기를 간절히 응원한다.

 



 

"사람이 왜 한 가지 외모와 모습으로만 살아가야 하나?

왜 늘 같은 성격으로 살아가야 하느냐 말이야.

매번 다른 사람으로 바뀌는 것도 재미있어.

모습은 다르지만 내가 한 행동을 보면 나라는 것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세상 사람들은 아무도 '이 사람이 뤼팽이다!'라고 알아채지 못할 거야.

내가 누군지 모른 채 그저 내가 한 일만 알고 있을 뿐이지."

 

 




우리가 재미를 쫓든, 추리를 쫓든, 모험을 쫓든 아르센 뤼팽은 모든 것을 선사할 것이다. 그 사실이 100년 넘게 아르센 뤼팽이 우리 곁에서 숨 쉬고 있는 이유다. 그러니 우리는 이제 국일아이 <아르센 뤼팽> 시리즈를 열심히 즐기면 된다. 괴도신사 아르센 뤼팽을 만난 가슴 벅찬 흥분이 무더위를 날려버릴 수 있도록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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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가족을 만드는 방법 창비청소년문학 119
정은숙 지음 / 창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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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가족을 만드는 법/ 정은숙 장편소설/ 창비


가족!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부부, 부모 자식, 시부모 며느리, 장인 장모 사위, 조부모 손주…… 가족 구성원들은 다양할 수 있다. 그러나 결혼해서 가족이 되는 부부를 제하고는 선택의 영역이 아니다. 어느 순간 우리는 가족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시간과 관심 그리고 배려가 필요하지 않을까.

 

 

모든 개인이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또 '가족'이 각자에게 짊어준 삶의 무게가 다 다르다. 도대체 가족이 무엇이길래 우리를 웃게 할 수도, 행복하게 할 수도, 징글징글하게 할 수도, 끔찍하게 할 수도 있는 것일까. 가까우면서도 멀고 멀면서도 가까운, 좋으면서도 밉고 미우면서도 좋은, 양가적인 감정이 존재하는 관계가 바로 '가족'인 듯하다.

 

 

<완벽한 가족을 만드는 법>은 '가족이 무엇인가?' 묻는다.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한 가족이었는데, 서로를 잘 챙겨주는 게 가족이었는데 와르르 무너져버렸다. 불현듯 닥친 불행에 반응하여 변하는 '가족'을 지켜보면서 독자 나름대로 '가족의 의미'를 반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완벽한 가족을 만드는 법>에는 3명의 고등학생이 등장한다. 오선빈, 주민하, 강승진. 각자의 사정으로 같은 고등학교를 다니게 된 이들은 고구마 텃밭 '비타민'을 계기로 엮이게 된다.

 


 





선빈은 사업을 하는 아빠 덕분에 물질적으로 풍족한 생활을 누렸다. 유학을 계획해서 공부도 게을리했던 선빈의 인생은 갑작스러운 회사 부도와 횡령 사건으로 대반전이 시작되었다. 엄마 아빠는 이혼을 하고, 새로 구한 집은 사기를 당했다. 경력 단절 여성인 엄마가 구할 수 있는 직업은 가사도우미뿐이었다. 그 또한 이제껏 집안일을 해준 이모님 덕분이다. 선빈이네 가족의 몰락은 친척들의 빠른 손절로 이어지고, 반지하로 이사하게 된다. 순식간에 벌어진 변화를 선빈은 받아들이기 힘들고 등교도 하지 않은 채 '빈둥 소녀'로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아직도 모르는 비밀이 기다리고 있다.

 

 

민하네는 동업하던 큰아버지의 횡령으로 힘들어졌다. 그리고 할머니는 큰아들이 돈을 갚을 거라 굳게 믿고 있다. 그래서 가족을 믿지 않는다는, 가족 전체가 엑스라고 민하는 말한다. "그냥 네 인생만 살아." 비 온 뒤 더 단단하게 다져진 땅처럼 민하는 자신의 인생을 진지하게 살아가는 친구였다. 현재가 당혹스럽기만 한 선빈에게 적절한 조언과 위로를 해주는, 고마운 존재이다.

 

 




승진이는 선빈이와 묘한 인연으로 엮인다. 오해가 생기고 상처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사실대로 말하는 용기가 서로를 이해하게 해주었다.

승진이네 가족의 불행의 씨앗은 안에서가 아니라 밖에서 파고들었다. 목숨을 걸고 지난한 싸움을 하고 있는 승진이와 주변은 마음을 무겁게 하였다. 자신이 분명한 증거임에도 권력과 자본에 의해 부정당하는 고통을 온몸으로 감당해 내는 그들의 모습을 눈에, 마음에 시리게 담았다.

 

 

선빈은 <빈둥 소녀>가 되고자 하나 결코 허락되지 않은 주거환경으로 등교를 하고 대감 담임 덕분에 부캐까지 갖게 된다. 이를 계기로 곁에서 힘이 되어주는 민하 그리고 의뭉스럽지만 교집합이 많은 승진이와 인연을 맺게 된다.




갑자기 펑펑 터지는 사건들로 가족이 무엇인지 헷갈리고 심란하기만 한 선빈은 민하네 가족과 승진이네 가족 사정을 알게 되면서 '인생과 가족'을 진지하게 고민한다. 다들 치열하게 자신의 인생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고통과 쪽팔림을 함께 나눌 이들이 있어 불행이 만만하게 보일 날도 올 것이라 믿고 싶어진 것이다.

 




 

선빈이가 운영하는 블로그 <빈둥 소녀의 무용한 일상> 속 소통이 기억에 남는다. 서로에 대해 일면식도 없는 십 대들이 서로의 아픔을 보듬아주고 삶에 빛을 비춰줄 수 있는 작은 팁을 나누는 모습이 너무나 고마웠다. 우리는 본디 서로에게 다정할 수 있는 존재들이었다. 아픔과 고통을 주기도 하지만, 다시금 일어설 수 있도록 힘과 온기를 전하는 것도 우리라 믿는다. 나 또한 좋은 일 대신 기쁜 일을 찾아보라는 그 말에 괜찮은 하루가 늘어나고 있다.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은 퍼즐처럼 귀퉁이를 맞춰나가는 일인 듯하다. 맞은 듯 같으면서도 조금씩 다른 조각들을 제자리에 잘 두어야 완성되는 것처럼 완벽한 가족도 그렇다. 우리의 조각을 서로에게 잘 맞춰나가야 비로소 '가족'이 되는 게 아닐까. 완성된 그림은 다 소중하리라.

현실에서는 <완벽한 가족을 만드는 방법> 소설 속 가족들보다 더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존재할 것이다. 완벽한 가족은 정답이 아니라 해답일 것이다. 어떤 가족이 완성될지는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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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람주의보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05
설재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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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내 계속 비가 내리고 있다. 6월 말부터 시작된 장마가 7월 말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긴 장마와 집중호우로 늘어가는 피해 소식은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릴 듯 쏟아붓는 이 비도 이렇게 야속한데 1년 내내 비가 그치지 않는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접하니 참담하기 그지없다.

 

 


범람주의보/ 설재인 장편소설/ 자음과모음


 


저자인 설재인 작가는 작년 서울 반지하 침수로 일가족 참사 사건을 접하고 이 글을 쓰고자 결정했다고 한다. 그 간절한 마음이 소설을 통해 우리 독자들에게 잘 전달되었다.

 

 

"햇볕마저 없으니 마음까지 썩었단다."

 

 

 

1년 내내 비가 내리는 서울을 배경으로 한 가족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혜인이네는 아빠, 엄마, 혜인이 이렇게 3인 가족이다. 하지만 어느 날은 4인 가족이 되기도 한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할아버지 서창식씨를 데리러 가야 한다, 다리 밑으로.

 

 

 

 

한 달 동안 지겹게 내리던 비가 그치고 26일 올해 장마가 종료되었다는 기상청 발표가 있었다. 긴 장마 기간과 높은 강수량은 많은 이들을 아프게 하고 힘들게 하였다. 그런데 소설 <범람주의보> 속 서울은 1년 내내 비가 온다. 얼마나 힘들고 불편할까 싶은데 소설 속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누비스 사의 워터프루프 시스템 덕분에 비가 와도 젖지 않고 보송하다. 자연적인 햇볕이 없어도 누비스 사의 일광욕 센터에서 우기 이전의 햇빛과 동일한 빛을 쐰다. 아무런 불편함 없이 일상을 영위하고 오히려 우기 덕분에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이들도 등장한다. 참 놀라운 기술력과 적응력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 이면에는 많은 사람들의 고통이 감춰져 있었다. 

 

 

통협동

쏟아지는 비로 모든 일상이 붕괴되어가는 시기에 도시의 물길은 한곳으로 흘러들어갔다. 도시는 우기에 대비하여 새롭게 단장하고 자리 잡아갔다. 하지만 그 도시의 빗물과 오수, 폐수는 정화되지 않은 채로 아래로 아래로 흘러가게 두었다. 아니 그 물길을 만들었다. 그렇게 통협동은 도시의 오염 물질이 모여들어 질척이는 장소가 되었고, 여전히 그곳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피부에 무늬가 생기기 시작했다.

 

 

혜인이는 학교에서 비가 내리기 전과 비로 인해 망가진 서울을 배웠다. 그래서 할아버지를 따라 통협동으로 가면서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깊숙한 곳에 참혹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혜인이가 교육받은 이야기들은 산산이 부서졌다. 도시 사람들의 평온한 일상은 통협동의 참혹한 현실이 있기에 가능했다는 끔찍한 진실을 알게 된 것이다.

 

 

"한번 삐뚤어진 구석을 감각하면, 그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가 없어."

 

 

소설에는 부당한 일을 두고 우리가 보일 수 있는 다양한 반응을 보여준다.

 

부당한 일을 자신의 일처럼 공감하며 같이 싸우는 이, 알면서도 외면할 수밖에 없는 이, 무관심한 채 편의만 누리는 이 그리고 부당한 일에 소리높이는 이로 인해 피해볼까 무서워 전전긍긍하는 이.

 

혜인이 부모는 진실을 세상에 알리고자 고군분투하는 할아버지, 통협동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자신의 가족을 지킨 죄를 갚고자 스스로 그들과 같은 생활을 하는 할아버지를 세상의 시선이 두려워, 자신들의 피해가 두려워, 자신들의 몫이라 여긴 유산을 뺏길까 두려워 '노망'난 할아버지라고 양로원에 입원시켜버린다.

 

 


 

 

혜인이는 할아버지와 참 많이 닮았다. 본인에 의하면 할아버지는 곧 자신이며, 자신은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리고 다행히도 혜인이 곁에는 동료가 있다. 서로를 믿어주고 힘이 되어주면서 같은 곳을 바라보며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는 동료가. 그들과 힘을 합쳐 할아버지를 양로원에서 구해내면서 혜인은 세상을 보는 눈이 더 깊어진 듯하다. 보장되고 예정된 미래가 아닌 자신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무궁무진 펼쳐지는 예측불가한 미래를 꿈꾸게 되었다. 삶의 온전한 주인이 되기를 바라는 혜인이를 절로 응원하게 된다. 멋지다, 혜인아!

 

 

"나는 이슬이란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건 하루 종일 비가 오지 않는 땅에서야 관찰이 가능한 아름다움이니까.

그러니 내게 이슬이란, 노망과 같은 층, 같은 자리에 위치하는 단어."

 

"세상에는 어쩔 수 없이 힘들어야만 하는 사람도 있다.

아직 녹슬지도 침수되지도 않은 감각기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

그들은 자신의 감각기가 느끼는 바를 흐르는 물에 띄워 세상으로 내보낼 것이다."

 

"나는 좋았다. 아빠의 손이 지나간 뺨에 성여민의 것과 비슷한 무늬가 생겼다.

곧 사라지겠지만, 무늬를 품어 본 경험이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엔

아주 큰 차이가 있을 테니까."

 

 

혜인의 생각과 표현들이 마음에 와서 자꾸 부딪친다. 무섭고 아리고 따끔하기도 하다. 그 아이가 느끼는 두려움, 죄책감, 분노, 공감 등 다양한 감정들이 거센 파도가 되어 들이닥친다. 분명한 건 소설 속 통협동의 상황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이를 분명히 인식하고 부끄러워하고 변화를 위해 행동할 줄 아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할아버지처럼 홀로 싸우지 않아도 되는 혜인이는, 우리는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관심에서 벗어나는 일부터 시작이지 않을까. 곁을 둘러보는 눈길과 관심이 세상을 좀 더 건강하고 다정하게 만들어줄 것이라 믿는다.

 

 

외면했던 자신이 벌을 받는 것 같다는 오수향 할머니를, 할아버지처럼 자신을 좋아하지 않아도 된다고 남들처럼 혐오해도 된다는 성여민을, 더럽고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것을 처리하는 사람으로 취급받으면서 냄새나는 통로에서 대기하는 센터 청소원 인혜 씨를, 꿈을 위해 노력했을 뿐인데 꿈을 포기하라는 말을 듣게 된 유진이를 잊지 말자. 나만 아니면 되는 안온하고 편협한 세상이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하는 건강하고 다정한 세상을 그려본다. 혜인이가 찍은 영화 속 세상이 꼭 그럴 것 같다.

청소년이 꼭 읽었으면 하는 추천도서 <범람주의보> , 혜인이와 여민이를 만나 친구가 되는 청소년이 많기를 소망한다.

 

 

"언제까지 사람들이 모르는 척 버틸 수 있을까?

어른들은 이상하게도 자신만은 마지막까지 버림받지 않을 거라고,

최후의 순간까지 운이 좋을 거라고 여기는 듯 행동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할 수 없는 일들을 매우 뻔뻔스럽게 해내곤 한다.

가끔 보면, 신이 자신만을 사랑한다고 믿는 듯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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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으로 과학하기
박재용 지음 / 생각학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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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으로과학하기 #박재용 #생각학교

 

역시 여름 하면 '괴담'이다. 며칠 전 읽었던 책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괴담실록 2>과는 다른 결로 괴담을 바라보는 책 <괴담으로 과학하기>를 연달아 읽었다. 과학저술가이자 커뮤니케이터인 박재용 작가는 '괴담'이라는 장르를 과학적 시선에서 객관적으로 분석하여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다. 비단 과거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요즘 이슈화되는 NFT, 인공지능 AI, 챗 GPT까지 아울러 인간, 사회, 과학을 이해하는 괴담집이다.

 


괴담으로 과학하기/ 박재용 지음/ 생각학교




총 11가지 괴담 주제로 구성된 이 책은 괴담 이야기와 그와 관련된 인문과학 이야기 그리고 <더 알아보기>까지 알차게 다루고 있다.

 

흡혈귀 - 좀비 - 폴터가이스트 - 유령 - 외계인 - 도플갱어 - 마녀 - 고양이 - 뱀 - 평행우주 - 인공지능

 

이 책에 실린 괴담은 기이하고 무섭지만 재밌게 읽을 수 있는 부담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첫 번째 <흡혈귀 : 피를 빠는 광견병 환자>부터 흡입력 강한 괴담으로 시선을 잡아끌었다. 'non non estis. 아니야, 넌 아니야.'

 

박재용 저자는 흡혈귀 전설이 왜 생겨나게 되었는지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해 준다. 옛날부터 사람들이 생명을 유지하는 데 '피'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여겼다. 피의 다양한 측면은 피를 중시하고 선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두려워하고 무서워하는 경향으로 이어졌고, 문명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흡혈귀 전설이 생겨나게 되었다.

부제인 <피를 빠는 광견병 환자>라는 표현처럼 흡혈귀는 광견병 감염자나 감염 동물에서 유래하였다는 견해가 있다. 흡혈귀와 광견병 감염자를 비교해서 설명해 주니 유사점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흡혈귀가 광견병에 걸린 사람들이나 동물들이 보이는 증상을 좀 더 과장되고 험악하게 표현한 것이라는 점에 그치지 않고 생각을 확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흡혈박쥐, 모기, 거머리 등 자연에서 만날 수 있는 흡혈귀와 '다른 사람을 착취하는 악당'을 일컫는 비유로 사용되었던 흡혈귀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흐름은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괴담 소재는 익숙하지만 이를 통해 인간과 사회를 들여다보는 사고를 기르는 과정은 색달라서 흥미로웠다. 좀비가 식민지의 고달픈 노예들과 관련 있는 존재였다는 사실과 좀비에 관한 괴담을 식민지 농장주와 관리인이 노예들의 공포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퍼트렸다는 사실은 경악 그 자체였다. 마녀사냥 또한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잔인무도한 학살극이었기에 괴담이라기보다는 비극이자 부끄러운 역사이다.

박재용 저자는 괴담을 무서운 이야기로만 한계 짓지 않고 시대의 바로미터로 바라보고 있다. 인터넷상의 사이버 블링, 악성 댓글, 사실 확인되지 않은 콘텐츠 공유, 인터넷 마녀사냥 등 현대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마녀사냥과 폭력을 화두로 삼았다.

 




과학저술가인 저자는 과학의 한계를 인정한다. 과학 이론은 계속 수정되고 있다. 그래서 21세기의 우리는 분명 옛날 사람들보다는 세계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아직 모든 것을 명확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과학이 아직 설명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유령'이나 '폴터가이스트' 그리고 '초자연적 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 있는 것이지, 그에 대한 비과학적 설명이 옳은 것은 아니라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한다.

 






박재용 저자는 괴담의 영역에 평행우주와 인공지능을 포함시켰다. 흥미로운 시선이었다. 글을 읽으면서 상당 부분 호응하였다. 챗 GPT가 출시되고 인류가 보여준 우려와 두려움을 어느 정도 인정하기에 관심 있게 읽어나갔다. 특히 공공재로 인공지능을 관리해야 한다는 저자의 논리에 대해서는 공동체 구성원들이 적극적인 논의를 거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인공지능이 여러 직업군들을 긴장시키고 혼란과 갈등을 야기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사회 구성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이 구축되는 게 기술 발전보다 선행되어야 할 일이라 생각된다.

 





<괴담으로 과학하기>는 청소년 독자들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통찰력과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질문을 하고 있다. 횡행하는 괴담의 시대적 배경을 파악하고, 과학적으로 접근하여 의미를 이해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인간을, 사회를, 세상을 좀 더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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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괴담실록 2 : 동아시아 편 - 유튜브 채널 <괴담실록>의 기묘한 이야기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시리즈
괴담실록 지음 / 북스고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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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덥고 습한 여름에 어울리는 이야기, 읽으면 어느새 등골이 오싹해져 더위는 저만큼 물러나는 '괴담'이 아닐까 싶다. 유튜버 괴담실록이 동아시아의 괴담들을 모아 모아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괴담실록2>를 출간하였다. 무서운 이야기를 무서워하면서도 이끌리는 이인지라 반가운 소식이다.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괴담실록2/ 괴담실록 저/ 북스고




이번에는 중국, 일본, 한국의 괴담들을 집대성한 작품집이다. 혹자는 무서운 이야기를 왜 읽냐고 할지 모르겠으나 무서움, 오싹함을 넘어 삶을 관통하는 우리네 이야기라 읽는다. 괴담은 인간의 집착, 욕심, 욕망이 불러온 처참하고 비극적인 결과로 이어진다. 그래서 이를 경계하여 바른 삶을 살고자 바라고 노력하게 된다. 괴담을 통해 역설적으로 인간사 귀히 여겨야 하는 마음과 지녀야 할 태도를 깨우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두려움, 죄책감, 욕망 등 타인에게 쉽사리 드러내기 힘든 속내가 '괴담'이라는 형태로 발산하여 전해져 내려오기에 인간의 단면을 들여다볼 수 있어 의미가 크다.

 

 





우리의 조상뿐 아니라 가까운 두 나라, 중국과 일본에 살았던 옛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 두려움의 키워드를 담아 분류하였다.

- 신과 인간의 경계

- [원한과 인간]으로 엮은 한국 괴담

- [욕심과 인간]으로 엮은 중국 괴담

- [재앙과 인간]으로 엮은 일본 괴담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괴담실록2>는 총 4개의 꼭지로 구성되어 있다. 나라마다 비슷한 듯 다른 결을 지닌 괴담 덕분에 읽는 맛뿐 아니라 생활상과 문화의 차이를 느껴보는 재미까지 누릴 수 있다.

 

 

인상 깊은 괴담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염라대왕을 매수하는 방법>

<미래의 아내를 죽여라>

<조선이 가장 두려워한 귀신, 마마신>

<넌 이미 죽었다>

<창귀의 숲>

<두 개의 몸을 가진 아내>

<도쿄를 불바다로 만든 저주 받은 기모노>

등이다.

 

 




염라대왕을 매수하는 방법

살아서 재물을 탐하고 남을 음해하는 자는 응당 죽어서라도 죗값을 받으리라는 진실 여부를 떠나 참으로 비통한 이야기였다. 이승의 죄를 물어 합당한 벌을 주는 곳이라는 저승의 왕 '염라대왕'마저 뇌물을 받고 악인의 편에 서서 선인을 핍박하는 내용에 욕지기를 느꼈다. '이랑신' 덕분에 옳은 결말로 마무리되었지만, 참 씁쓸하고 슬프고 화가 치미는 이야기였다.

 

 

미래의 아내를 죽여라

운명의 붉은 실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다. 그 붉은 실을 소재로 인간의 욕심과 우둔 그리고 운명과 사랑을 그려내고 있다. '월하노인'의 말대로 이루어졌으니 운명의 붉은 실은 참 질긴 듯하다.

 

 

조선이 가장 두려워한 귀신, 마마신

조선 후기 문인 임방이 쓴 <천예록>에 담긴 '마마신'에 대한 내용이다. 과거 천연두는 무서운 질병이었다. 당연히 이를 옮기는 마마신을 무서워하고 신처럼 대하게 되었다. 마마신에 관한 기이한 이야기는 어린아이들이 연관되니 읽을 때마다 마음이 저릿하다.

 

 

넌 이미 죽었다 & 벗에게 수명을 나눠 준 신선

조선시대 최고의 선인이었다고 전해지는 북창 정렴의 일화는 기이하기는 하나 그만큼 마음이 훈훈해진다. 벗을 위해 천기를 누설하여 자신의 수명을 넘겨주었다고 한다. 책의 첫 번째 이야기에서 신선이 되기 위해서는 인간의 일곱 가지 정을 포기해야 한다고 했다. 저자가 말한 바대로 정렴은 신선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죽는 것을 택한 것 같다.

 

 

창귀의 숲

'호환마마보다 무섭다'라는 표현처럼 옛날 호랑이는 무서운 존재였다. 그 호랑이에게 물려 죽은 귀신이 창귀로 호랑이의 종노릇을 한다. 얼마나 호랑이가 무섭고 끔찍했으면 이런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는 것일까 싶다. 조선시대 착호군 착호갑사의 창귀 이야기를 외전으로 추가하여 호기심이 충족되었다.

 

 

두 개의 몸을 가진 아내

어렸을 때 중국, 홍콩 영화에 심취했었다. 그중에 영화 <천녀유혼>이 있었다. 이 괴담이 <천녀유혼>의 제목 유래가 되었다니 신기하고 반가웠다. 왕조현의 청초한 모습과 장국영의 순수한 모습이 절로 떠올랐다. 그 둘의 사랑만큼 천랑과 왕주의 사랑도 실로 깊었다. 사랑하는 이와 떨어질 수 없어 귀신으로나마 함께 사는 것을 선택하다니 기이하지만 가슴 뭉클한 이야기다.

 

 

도쿄를 불바다로 만든 저주 받은 기모노

1657년 일본에서 일어난 '메이레키 대화재'의 원인을 '후리소데의 저주'라 기록한 몇몇 문서들이 전해진다고 한다. 화재가 사흘이나 계속되고 동경의 7할을 불태웠고 1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고 하니 재앙이라 부를 만하다. 그리고 이 재앙에 관련된 괴담도 기이하고 유별나다. 예전에는 일찍 죽는 일이 흔했으리라 생각되는데 결혼을 하지 못하고 죽은 어린 소녀들의 한과 집착이 기이한 이야기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은 점에 눈길이 머문다. 왜 그럴까?

 


 



 

저자 괴담실록 덕분에 동아시아의 괴담을 상당량 접할 수 있었다. 나라마다 고유한 문화적 차이를 잘 살려내어 읽는 즐거움을 배가시켜주고, 외전과 스페셜을 통해 다채로운 색을 더해 완성도를 높였다. 이순신 장군과 관련된 외전과 사도세자와 관련된 스페셜 이야기는 정통 역사서에서 접하는 인물과는 또 다른 인물을 만들어낸다. 진실 여부를 떠나 역사적 인물과 사건에 대한 그 시절 민심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인 듯하여 흥미롭게 읽었다.

 

펼치면 어느새 빠져드는 괴담, 무섭지만 당최 놓을 수 없는 기묘하고도 이상한 이야기들이 모여있는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괴담실록2>를 읽으면서 무덥고 습한 여름날을 시원하게 보내는 호사를 누려보기를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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