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센 뤼팽 5 - 수정마개 어린이 세계 추리 명작 시리즈
모리스 르블랑 지음, 이혜영 옮김 / 국일아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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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일아이 어린이 세계 추리 명작 시리즈 신간이 출간되었다는 기쁜 소식입니다. 이번에 만나게 된 책은 바로 『아르센 뤼팽 5 : 수정마개』입니다.

 


 

아르센 뤼팽 5 : 수정마개/ 모리스 르블랑 지음/ 국일아이



 

추리문학의 고전 '아르센 뤼팽 1'권이 지난 7월에 나온 이후 벌써 5번째 책이 출간되었네요. 작가 모리스 르블랑이 남긴 뤼팽 시리즈가 50여 편이 넘으니 그만큼 우리가 경험할 추리와 모험의 세계가 많다는 거겠죠.

범죄자이지만 나름의 원칙을 지키며 도둑질을 하고, 놀라운 기지와 뛰어난 추리력 그리고 재빠른 실행력으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괴도 아르센 뤼팽'을 만나러 떠나보죠.

 

 


 

 

 

도브레크

이번 작품에서는 뤼팽이 상대하기 힘든 적수를 마주하게 됩니다. 매 작품마다 뤼팽의 맞수가 등장했지만, 이번 적수는 뤼팽의 수를 먼저 읽고 대처하는 노련하고 비열한 인물이에요. 비록 도둑이지만 욕심 많은 부자와 나쁜 일로 돈을 모은 사람들의 재산만을 노리는 뤼팽과는 다르게 남의 약점을 잡아 협박하여 돈을 갈취하는 파렴치한 악당입니다. 바로 무소속 국회의원 도브레크랍니다.

 


 

 

 


질베르, 클라리스, 프라스빌

뤼팽의 부하인 질베르와 질베르의 어머니 클라리스가 등장하네요. 질베르의 아버지인 메르지 의원과 경찰청 사무국장인 프라스빌 그리고 도브레크는 친구 사이입니다. 하지만 도브레크가 중요한 정보(27인의 명단)를 손에 넣고 친구들을 협박하였죠. 결국 메르지 의원을 자살하였고, 프라스빌 사무국장은 도브레크가 명단을 숨겨놓은 수정마개를 찾으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답니다.

 

 

 


 

뤼팽은 부하 질베르와 보슈레이의 부탁으로 도브레크 의원의 별장을 터는 데 함께 하게 됩니다. 예상치 못한 살인이 발생하고 질베르와 보슈레이가 붙잡혔네요. 살인을 한 보슈레이는 질베르에게 죄를 떠넘기고 결국 둘 다 사형을 선고받습니다. 질베르는 끝까지 뤼팽이 자신을 구해줄 거라 굳게 믿습니다.

 


 

 

"대장님, 살려주세요. 무섭습니다."

 


 

질베르를 아끼는 뤼팽 역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사건을 해결하고 질베르를 구하고자 노력합니다. 그래서 사건의 중심인물인 도브레크를 감시하는데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질베르와 보슈레이가 훔친 수정마개에 큰 비밀이 숨겨져 있나 봅니다. 뤼팽은 클라리스와 프라스빌을 상대로 그들보다 빨리 비열하고 두뇌회전이 빠른 도브레크가 가진 수정마개를 찾아야 합니다. 하지만 뤼팽의 수는 자꾸 적들에게 들키고 마네요. 부하에 대한 죄책감에 사로잡힌 뤼팽은 납치까지 하려고 하는데 이마저 선수를 빼앗기게 됩니다.

 

 


 

 


뇌물을 받고 회사가 계획한 일을 밀어주었던 국회의원의 이름을 적은 '27인의 명단'을 손에 쥐고 정계를 압박한 도브레크에게 역시 적은 한두 명이 아니었네요. 과연 뤼팽은 질베르와 클라리스를 위해 명단을 손에 쥘 수 있을까요?

 

 

 



 


 

 


이번 <수정마개>에서도 뛰어난 변장술과 여러 곳을 종횡무진하는 뤼팽의 활약상을 함께 할 수 있어 흥미진진합니다. 무엇보다 천하무적인 것만 같던 뤼팽의 실패와 좌절이 많이 나오는 작품이네요. 뛰어난 변장술에도 정체를 들키는 일도 생깁니다. 수없이 많은 위기와 모험을 겪었지만, 이번만큼 두려운 적이 없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하에 대한 책임감과 죄책감으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멋진 뤼팽을 그리고 있어 더 빠져들게 만드는 흡입력 강한 <수정마개>입니다.

 

 


뤼팽을 돕는 조력자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질베르, 빅투아르, 아실처럼 '괴도 뤼팽'이 아니라 '인간 뤼팽'을 진심으로 따르는 거겠죠.

유쾌하고 순박한 질베르에게 험한 생활을 그만둘 생각이 없냐고 물은 적이 있는 뤼팽. 질베르가 평범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은 진심이었을 거예요. 마지막까지 질베르에 손을 내민 뤼팽을 보면 알 수 있죠.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기꺼이 위험을 무릅쓸 수 있는 용기 있는 자이기에 아르센 뤼팽이 긴 시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린이 소설 『아르센 뤼팽 5 : 수정마개』를 통해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곁에 해야 할 사람과 멀리해야 할 사람을 어린이 친구들이 잘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질베르의 인생을 살펴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약점을 잡아 협박하여 원하는 바를 취하는 도브레크와 약점 때문에 그에게 꼼짝 못 하는 정계 인사들에 대해 같이 이야기 나눠보면 유익한 독후 활동이 되겠네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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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조금씩 자란다 - 살아갈 힘이 되어주는 사랑의 말들
김달님 지음 / 미디어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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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조금씩 자란다. 

'김달님' 계속 입가에 맴도는 어여쁜 이름의 저자가 쓴 에세이집이다. 따스한 햇살 사이로 한줄기 불어오는 바람이 선선하다, 느껴져 파란 하늘 한 번 더 쳐다보게 되는 지금 읽기에 적당한 책이다.

김달님 작가가 들려주는 모르는 인생들의 말과 이야기가 어느새 기억 속 희미해진 말과 이야기를 소환하여 그들의 삶과 나의 삶이 겹쳐지며 마음과 마음이 서로 물들여가는 듯하였다.

 

 


 

우리는 조금씩 자란다/ 김달님 지음/ 미디어창비


 



저자는 자신이 만난 타인의 말과 이야기를 들려준다.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세상 속에서 모르는 누군가를 만나 그가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걸어간 삶의 궤적을 더듬어 보고 타인의 삶뿐 아니라 자신이 닿은 순간의 느낌이 묻어나는 또 다른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연결이 길어질수록 옅어지는 이야기가 아닌 다채로워진다. 말하는 이에서 글로 정리한 이로 다시금 읽는 이에게로 이어진 이야기는 조그마한 먼지가 구름이 되듯, 작은 눈 뭉치가 커다란 눈사람으로 변신하듯 만나는 이들의 삶과 감성이 더해져 반짝이지 않을까.

 

 


"알아야 할 이름이 여전히 이렇게나 많다."

 

 


내가 있는 풍경 속 누군가일 수도, 내가 땀 흘리고 있는 오늘 눈물 흘리는 이이거나 함박웃음을 짓는 이일 수도 있지만, 보지 않거나 듣지 않으면 절대 모를 다른 사람의 이야기들이다. 그들의 말을 차곡차곡 쌓아 전해주는 김달님 덕분에 마음이 따스하고 밝은 방향으로 자라고 있다.

 

 


 

"힘들면 도망치고 싶다고 생각해도 돼.

아무도 너를 탓하지 못해."

 

 


자신에게 침잠하여 힘겨워하지 말라고 다독여주는 듯한 온기를 지닌 책이다. 곁에 있는 이들의 표정과 말과 행동을 유심히 살피는 관심이 필요한 작업이다. 요즘같이 할 말 많은 세상에 힘겹고 어려운 일이다. 자기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고 차분히 들어주는 저자가 전해주는 삶의 빛나는 찰나가 너무나 눈부셔 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눈물이 흘러내린다. 온 시간이 다 반짝이는 삶이 아니라 반짝이는 순간을 음미하거나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진짜라고 살아있는 거라고, 그 순간을 기억하고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고 토닥여준다.

 

 

 





 

김달님 저자는 자신의 상실과 애도의 시간도 진솔하게 담았다.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셨던 어른,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연달아 떠나보낸 후 느꼈던 공허한 마음을 잘 드러냈다. 죽음, 그 상실의 크기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참 가슴 시리고 아프다. 억울하기도 하다. 읽는 내내 어린 시절의 내가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졌다. 분노할 대상이 누군지도 모른 채 화를 내고 울었던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리며 김달님 저자의 헛헛한 기분을 뒤따라 갔다.

비 오는 날 뒷마당 항아리에 비친 불빛이 할아버지가 오신 거라며 하염없이 말을 거신 아버지처럼, 영정 사진의 아버지가 활짝 웃으셨다며 가족 모두가 모여 좋으시냐고 물었던 막내 고모처럼, 나이 터울이 많은 남동생에게 온 가족의 관심이 집중되었을 때 자신에게 병원비 거스름돈 500원을 봉투 가득 모아 선물했던 할머니를 기억하는 여동생처럼.

각각의 추모와 애도의 시간을 거쳐 세상을 떠난 소중한 존재들을 기억하며 오늘을 맞이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생명이 떠났지만 해와 달은 뜨고 지고 계절도 기다렸다는 듯이 바뀐다. 결국 그는, 우리는 이 상실이 사는 동안 계속될 것을 받아들이며 또다시 만날 날을 기약한다.

 

 


 

"내게 살아갈 삶이 있다는 사실에 조용히 놀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

 






김달님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힘을 얻는다.

앞으로도 잘 살아갈 수 있다. 지나와서 다행이다. 옛날만큼 미래에도 우리가 모르는 행복이 있을 거다. 우리는 또다시 어디서든 만나 함께 살아갈 수 있다. 힘들면 도망치고 싶다고 생각해도 된다. 기억하는 것들이 지켜준다는 믿음을 고요한 목소리로 담담히 말해주는 김달님 작가의 우리는 조금씩 자란다가 무심하듯 흘러가는 시간이라 생각한 하루를 호기심과 관심을 가지고 나와 주위를 살피는 하루로 바꾸어주었다.

 

 


"너는 가을이다.

너는 조용하면서도…… 꼭 끌어안고 있으니까.

살아 있는 것들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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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있는 요일 (양장) 소설Y
박소영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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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있는요일, #박소영, #소설Y, #창비, #소설Y클럽9기, #인간7부제, #요일메이트, #SF로맨스판타지

 

 

"네가 거기 있으니까.

네가 있는 요일에

나도 매일 있고 싶으니까."

 

 

네가 있는 ___ 요일/ 박소영 장편소설/ 소설Y/ 창비



 


『네가 있는 ___ 요일』

이번에도 역시 박소영 작가였다! 『스노볼』을 읽으면서 느꼈던 전율을 소환하였다. 인간에 대한 애정과 희망을 바탕으로 권력에 의해 포장되고 감춰진 인간의 뒤틀린 욕망을 파헤쳐 나가는 험난한 진실의 여정이 펼쳐진다. 앞으로 나아가는 발걸음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 먼 훗날에도 분명 '사랑'일지어다.

 

미래에 대한 예측은 다양하다. 『네가 있는 ___ 요일』은 기후 위기, 인구 감소 등 현재의 위기의식을 고조시키는 쟁점으로 또 하나의 미래 세계관을 구축하였다.

 

 


인간 7부제 동의서
 


《네가 있는 ___ 요일》

일곱 명씩 보디 메이트로 묶여 하나의 신체를 요일별로 공유하는 인간7부제의 시대였다. 거의 모든 사람이 그렇지만, 어느 시대가 그렇듯 7부제에 속하지 않는 부류가 존재했다.

 

의료진처럼 사회 필수 인력으로 분류되는 전문직,

17세 미만의 미성년자,

임신부,

36개월 미만의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

'환경 부담금'을 내면서 살아갈 정도의 재력을 가진 자.

 


지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인 인간7부제.

책을 읽으면서 '육체와 혼'으로 구성된 인간을 한 인간으로 규정하는 게 육체일까, 혼일까, 둘 다 있어야 할까? 생각이 깊어졌다. 이 세계관에서는 혼이 이 몸, 저 몸을 옮겨 다닐 수 있다. 인간 7부제로 자신의 신체를 포기하기에 그 신체는 또 다른 이들에게 제공되는 것이다. 아는 얼굴을 만나도 그들이 자신의 추억 속 그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 만약 가족이라면, 사랑하는 이라면……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 시리게 아프고 추웠다. 그런데 이런 고통을 '돈'으로 벗어난 이들이 있다. 실제 지구의 문제가 인류의 탓이고, 대부분 선진국의 무분별한 개발과 소비 때문인데 고통은 후진국부터, 사회취약층부터, 약자부터 감내하고 있는 현실처럼 말이다.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이 사회에서도 내일을 꿈꾸고 살아가는 현울림과 그 친구들이 주인공이다. 할 말은 해야 하는 현울림과 현실적인 김달 그리고 다정하고 따뜻한 젤리(서예찬), 이 3명은 공공 보육원에서 같이 자란 사이다. 서로를 위해서는 다 할 수 있는 관계, 스스로 선택하여 곁을 내어준 이들은 함께 함으로써 시련과 고난을 이겨낼 힘과 지혜를 얻었다. 살아가는 데 이런 우정과 사랑만큼 소중하고 귀한 보물이 있을까. 실제로 울림이 강지나에 의해 살해당하고, 복수를 꿈꿨을 때 그들의 두터운 우정이 큰 도움을 주었다. 현울림과 강지나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친구가 아니었을까 싶다.

 


 


 


『네가 있는 ___ 요일』

수인 현울림이 보디 메이트인 화인 강지나에게 살해를 당하고 이를 복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보통 모르는 이들과 보디 메이트가 되는데 악연인 울림과 지나가 보디 메이트로 엮인 그날부터 비극은 예고된 일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오로지 남에게 탓을 돌리는 이기적인 강지나는 결국 현울림을 죽였다. 그리고 울림은 불법을 저지르더라도 지나에게 복수하기로 결심한다.

 

 

"네가 존재하는 모든 날에 함께 있고 싶어."

 

 

 

그렇게 복수는 시작되고, 하루도 잊지 못했던 인연 앞으로 울림을 이끈다. 인간7부제 시스템을 받아들이지 않은 무국적자들이 모여 사는 '여울시'로 가 새로운 신체를 구하고 강지나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하기로 하였다. 이 일을 맡은 브로커가 바로 무재였다. 그리고 그가 바로 '강이룬'이었다. 울림의 삶 속에 잠깐 들렸다가 사라져버린 그리운 존재가 바로 눈앞에 있었다.

이제 울림은 강지나에 대한 복수는 물론이고 잃어버린 사랑을 되찾아야만 한다. 무재가 이룬인지? 이룬은 왜 갑자기 떠났는지? 이룬은 왜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었는지?

용감하고 다부진 울림은 이 모든 의문을 풀고 맞이하게 될 진실을 기꺼이 수용할 거라는 강한 믿음으로 울림과 무재의 동행을 응원했다.

 

 

"수요일마다 느낄 수 있는 감각이

우리를 진정으로 살아 있게 할 테니까요."

 

 

박소영 작가가 생각하는 가치관이, 주제의식이 잘 녹아든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인간7부제, 일주일 중 1일은 오프라인 현실에서 나머지 6일은 가상현실 낙원에서 아바타로 생활한다. 모든 상상이 실현되는 낙원이지만 이를 느끼는 감각은 온전히 자신의 뇌에 기록된 감각에 한하기에 오프라인에서의 하루는 살아 있게 하는 데 필수조건이다.

여울시 또한 외부에서는 무법천지인 두려움과 경계의 공간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신비로운 숲으로 자연과 인간과 기술의 조화로 평화로운 공간이다.

강이룬은 뇌과학 연구소의 실험체이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아이, 그 아이는 세상에서 사리지고 싶었다. 울림을 만나 일상의 기쁨을 나누게 되기 전에는 말이다. 기억이 사라지기 시작하던 날, 그는 울림을 떠났다, 불행해지지 않도록.

 

이런 섬세한 설정들 하나하나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육체와 혼, 인간과 기술, 삶과 행복. 인간은 무엇일까? 뇌에 관한 모든 것을 알고 싶은 지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실험은 허용될까? 된다면 어디까지 가능할까? 고도로 기술이 발달된 사회에서 인간은 무조건 행복할까? 우리는 끊임없이 묻고 답하며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그 길이 서로 대립하거나 얽히고설키면서 달라질 수도 있다. 그 길을 걸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길을 누구와 어떻게 걸어가느냐가 더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나의 고장 난 뇌가 강이룬은 잊어도

현울림은 기억할 수 있기를 소망했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이룬이 결정하여 끊어낸 인연이 다시 이어져 진실을 알게 된 울림은 이룬과 맞잡은 손의 온기로 하루하루 행복해지기로 마음먹었다. 울림과 이룬의 이야기, 울림과 지나의 이야기, 울림과 달, 젤리의 이야기. 그 외에도 수많은 삶들의 파편이 모여 『네가 있는 ___ 요일』이 채워졌다.

딸을 위해 365가 돼라 격려했건만 딸이 떠나가는 이유가 되어버렸다. 레스토랑 버스를 운행하며 실종된 딸을 찾아헤매는 최서린, 자기보다 낙원에서 키우는 가상 아이를 더 좋아하는 부모에게 상처 입은 유이레, 자신을 낳기만 하고 돌보지 않아 죽을뻔한 젤리, 낙원에 접속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불링을 판매하면서도 안전을 생각해 꼭 같이 접속한다는 김수민과 서호라, 강지나의 모든 것을 추앙하여 미쳐버린 심해윤까지 다 품어 아우르는 이 이야기는 부당하다, 억울하다 목청껏 외치는 목소리다.

 

다양한 관계 속에서 충돌한 욕망과 욕구, 갈망들이 일으킨 갈등의 소용돌이에 휘감겨 상처 입은 억울한 이들의 발버둥. 그 몸부림이 조금씩 세상을 바꾸어나가길 소망하는 이룬과 울림의 당찬 발걸음을 응원한다.

 

"내가 매일 말해 줄게.

우리가 서로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소설Y클럽 9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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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맛집 산책 - 식민지 시대 소설로 만나는 경성의 줄 서는 식당들
박현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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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시대 경성을 대표하는 맛집들을 그 시절 소설로 살펴보는, 이색적인 책 <경성 맛집 산책>

 


경성 맛집 산책/ 박현수 지음/ 한겨레출판


 


일제 강점기 시대를 다루고 있는 여타 책과는 다르게 맛집을 주제로 정했다. 식민지 시대 경성의 각 지역을 대표하는 맛집을 소개하고, 그 공간을 21세기 오늘날로 재소환한다. 근대 소설 속 흔적을 쫓아서 그려지는 10 곳의 맛집을 통해 식민지 시대 서울인 경성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식민지 시대의 유명한 식당과 카페, 다방을 다루기에 박현수 저자는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그 시대를 긍정하거나 옹호하는 게 아니라 사실을 그대로 담아 식민지의 그늘을 주목하여 밝히고자 하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정보와 자료가 많지 않아 힘든 여정이었을 것이다.

그가 문을 열어 보여준 경성 맛집! 당시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이기도 하다. 경성 내 맛집은 과연 어떤 곳이며, 메뉴와 가격, 주 고객층 등을 살펴보면서 식민지 시대를 다른 필터로 만나보고자 한다.

 





우선 지리에 약한지라 지도가 나와 있어서 맛집 위치 파악이 용이한 점이 마음에 쏙 들었다. 그리고 많은 작가와 다양한 근대소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소설이 연재된 당시의 신문 지면과 삽화가 더해져 몰입도가 높아졌다.

약간의 과장을 더해 이미지가 없는 페이지가 없을 정도로 당시 사진과 그림, 신문 지면, 광고 등이 실려 있어 시각적 자극을 누릴 수 있다.

 



<본정>과 <종로> 그리고 <장곡천정과 황금정>에 자리 잡았던 맛집 10 곳을 소개하고 있다.

조선 최초의 서양 요리점(청목당),

화목한 가족의 나들이 명소(미쓰코시백화점 식당),

경성 제일의 일본요리옥(화월),

디저트 카페(가네보 프루츠팔러),

경성 유일의 정갈한 조선음식점(화신백화점 식당),

김두한의 단골 설렁탕집(이문식당),

경성냉면(동양루),

조선에서 가장 호화로운 식당(조선호텔 식당),

고달픈 예술가들의 소일터(낙랑파라),

중화요리점(아서원)

 

 


식민지 시대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장면들을 - 핍박받는 민중들의 처참한 생활상, 목숨을 건 숨 막히는 독립운동 - 서양 문화를 즐기는 모던보이, 모던걸이나 예술가 그리고 일본인을 위한 문화 인프라로 대체하는 특이한 시간이었다.

 





백화점, 호텔의 주 고객층 대부분이 일본인이었기에 자연스럽게 백화점, 호텔 내 메뉴는 그들이 선호하는 음식으로 구성되었다. 그 시대 광고로 유명한 맛집의 외곽을 세우고 소설에 그려진 삽화와 묘사된 글로 내부를 완성하여 메뉴판으로 음식을 선보였다. 박현수 저자는 경성 맛집에서 판매했던 음식의 맛이나 종류뿐 아니라 가격까지 총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는 시대의 경제 상황을 추정할 수 있는 단서가 되어준다.

 

 






소설 속 인물들이 먹고 마시는 장소와 음식들을 통해 맛집의 구조와 특징을 파악해나가는 놀라운 작업이 그려진다. 그리고 주 고객층까지 유추해 그 시대 그 경성 맛집이 지닌 의미를 읽어내고 있다. 그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음식 너머, 건물 너머 드리워진 식민지의 그늘을 정면에서 응시한다.

 

 

10 군데의 맛집 중

일본인을 위한, 일본인을 위해, 일본인의 식당 미쓰코시백화점 식당,

혼부라의 필수 코스인 가네보 프루츠팔러,

경성 유일의 정갈한 조선음식점인 화신백화점 식당,

고달픈 예술가들의 소일터 낙랑파라

특히 기억에 남는다.

 


더 읽을거리를 통해 더 면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어 재미를 돋운다.

서신을 전달해 주는 메신저와 백화점 배달 점원, 식당 배달부 등 당시 특색 있는 직업군에 대해서는 궁금증이 커졌다. 또 신문에 기재된 동파육과 팔보채를 만드는 조리법은 중국음식점에서만이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도 친숙한 음식이 되었음을 시사하고 있다.


경성 맛집을 통해 식민지 시대의 번화가를 산책하고 돌아온 기분이다. 지금은 맛볼 수 없는 그 시절 그 음식의 맛과 기운을 잘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혼부라가 되어볼 수 있으랴 싶다.

 


한겨레 하니포터7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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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듀엣
김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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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작가의 첫 소설집 <고스트 듀엣>

 

고스트 듀엣/ 김현 소설집/ 한겨레출판




시와 산문으로 우리 곁을 지키던 다정한 김현 작가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도 계속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모아 독특한 색채의 소설집을 내놓았다.

 

 

11편의 단편들로 구성된 <고스트 듀엣>은 다양한 소재와 현상을 매개로 죽은 자와 산 자가 공존하는 일상과 사랑 그리고 재난에서 홀로 살아남은 이들의 삶, 성소수자인 청소년의 연애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수월>은 죽은 어머니가 귀신이 되어 딸네에 찾아와 인연을 이어가는 유쾌한 이야기였다. 귀신이 찾아와도 큰 충격 없이 같이 술을 마시고 가게 이야기를 하는 등 이승과 저승의 교류가 신선했다. 이승에서 맺어진 관계가 저승까지 계속 되어 세상 구분 없이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는 모습에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소설이다.

 


부모와 자식 사이로 사는 동안 그리 애썼으면 되었다. 은숙도 비슷한 심정이어서 서운할 것도, 속상한 것도 없었다. (12쪽)

맑은 술이 담긴 잔이 돌고 돌고 노래할 사람은 노래하고 춤출 사람은 춤추고 갈 사람은 가지 않고 이승에 미련이 없는, 가야 할 귀신이 가고 싶지 않아 해서 산 사람들이 어르고 달래 저승문 앞까지 배웅했다. (33쪽)

 






<고스트 듀엣>은 사랑하는 이가 죽은 후 떠나보내지 못해 홀로그램으로나마 곁에 두는 이들의 이야기다. 살기 위해 죽은 이를 품은 그가 애틋했다. 이렇게 상민의, 우리의 삶이 이어져 빛나는 하늘을 볼 수 있음을 감사하였다.

 

눈빛, 그것은 죽음을 데리고 다니는 이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만드는 언어였다. 눈빛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으면서도 많은 말을 했고, 꼭 해야 할 말을 꼭 하도록 했다. 그들이 살아있던 사람들이라는 것을. (83쪽)

서서히 빛을 잃어가는 존재를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해도, 당신 역시 쉬이 눈 감지 말기를. 인생은 언제나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니까. (85쪽)





<유미의 기분>은 미투를 다루고 있다. 너무 쉽게 생각 없이 내뱉는 말로 인해 상처  입은 영혼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오히려 2차 폭력을 가하고 있다. 그런 어둠 속에서 유미의 숨을 생각하고 사과를 건네는 형석을 보면서 희망을 꿈꾼다.

 

형석은 유미의 등을 천천히, 최대한 천천히 쓸어내렸을 사람을 그려보았다. 누군가를 만만하게 보는 얼굴을. 그는 아마도 유미가 누구에게나 얘기할 수 있도록, 말할수록 유미만 이상한 사람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등을 쓰다듬었을 것이다. 아무도 유미의 말을 믿지 않도록, 모두가 유미보단 그런 유미를 생각하도록, 유미의 기분은 유미만이 느끼도록.

"저는 기분이 나빴어요." (117쪽)


 





소설 속 인물들이 서로 엮여있어 단편들이지만 옴니버스처럼 느껴지기도 하다. 처음에는 개별적인 이야기로 읽다가 겹치는 이름과 배경에 구슬을 꿰듯이 이야기들을 꿰어 세상을 구성하였다.


사랑하면서도 서로의 관계에 대해 떳떳하게 밝히지 못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이 숨에 수반하는 고통과 두려움을 이해를 넘어 감각으로 수용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출 수 없는 사랑은 생사를 뛰어넘어 현재진행형이다. 시인이자 소설가인 그가 '행복이 불행에게 답하는' 기록은 희망의 빛을 내뿜는다.

연애를 들킬까 불안에 떨었던 어린 연인들이 어깨를 감싸 안으며 자기들 앞에 펼쳐진 세계로 힘차게 한 발을 내딛는 것처럼. 헤어졌던 연인이 저벅저벅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것처럼.


김현 작가가 세상에 처음으로 내놓은 소설집 <고스트 듀엣>은 그의 숨으로 수놓은 사랑 이야기였다. 유쾌하다가 아련하고, 다정하다가 애끓는 등 다채로운 감정이 몰아친다. 낯선 듯 하지만 결국 우리의 사랑하는, 살아가는 친숙한 이야기였다. 무너지기 일보 직전인 인생일지라도 무너지지 않은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자주 불러줘야겠다.


 

한겨레 하니포터7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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